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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발전사업은 대기업 노다지?

민간 발전사업은 대기업 노다지?

2020년 민간발전 설비비율 10% 늘어…SK E&S·GS파워·포스코에너지 고수익 행진



정부가 마련 중인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지식경제부는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감안해 발전설비 확충이 기본 내용인 전력수급계획을 2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화력발전소 18기를 추가로 건설해 1500만kW의 설비용량을 늘린다.

현재 발전용량인 8000만kW보다 20%가량 늘어난다. 이 과정에서 민간발전사업자의 참여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1280만kW(전체 발전용량의 15.8%)인 민간발전 설비는 2020년 2455만kW(25.3%)로 늘어난다. 설비가 완성되면 현재 20% 수준의 전력예비율을 25%로 끌어올릴 수 있다.



삼척 사업에 5개 대기업 맞붙어정부의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늘어날 발전설비를 운영할 사업자 선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정부는 강원도 삼척과 강릉에 200만kW급 화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참여 기업을 모집했다. 삼성물산·포스코에너지·STX·동양그룹을 비롯한

8개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그중 삼척화력발전소 경쟁이 특히 치열했다. 5개 기업이 삼척화력발전소 건설을 놓고 다퉜다.

1월 20일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동양그룹이, 강릉화력발전소는 삼성물산과 동부그룹이 선정됐다”는 결과가 전해지자 탈락 기업은 불만을 터뜨렸다. 일부 기업은 결과 발표에 수긍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개 대기업이 사활을 걸고 뛰어든 사업이라 그런지 탈락 기업은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강릉화력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물산·동부와 달리 전력을 쏟고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STX와 포스코에너지의 반발이 심하다.

사업자 선정 발표 전부터 잡음이 일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지식경제부는 선정 결과가 전해진 다음날인 1월 21일 “동양그룹이 삼척화력발전 사업자에 선정됐다는 소문과 관련해서 아직 확정된 것이 전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권평오 지식경제부 대변인은 “수급계획에 반영될 사업자는 평가와 이의신청·공청회·재심절차를 거친 다음, 설비계획소위원회·수급분과위원회·전력정책심의회 심의가 끝나야 결정되는 것”이라며 “일러야 2월 초에 정확한 발표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보도해 달라”고도 했다.

논란은 이뿐만 아니다. “정부의 민간발전소 건설 계획은 대기업 특혜 주기 사업”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민간발전사업은 오래 전부터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까지 민간화력발전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10%를 넘는다. 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전남 광양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운영하는 SK E&S는 영업이익률이 무려 65.2%나 된다. 이 회사의 1~3분기 영업이익은 6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배다. 2기의 열병합발전소를 보유한 GS파워의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은 10.6%, LNG복합발전소 2기를 운영 중인 GS ESP는 12.6%로 나타났다. 6기의 LNG 복합발전소를 갖고 있는 포스코에너지도 9.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400억원이다.



정부 “대기업 이익률 떨어질 것”
민간 발전사업에 참여한 대기업이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계통한계가격(SMP) 제도 때문이다. 전력거래소에서는 전력의 가격을 책정할 때 가장 비싼 연료로 생산한 발전기의 전력가격을 시‘ 장 가격(계통한계가격)’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원료비가 가장 싼 원자력(구매가격은 kW당 39.2원)과 석탄(67.22원) 순으로 전력을 사고 부족한 전력은 원가가 비싼 LNG발전소에서 구입한다. 지난해 LNG 발전소에서 생산한 kW당 전력 가격은 평균 225.89원이었다.

한국전력은 이 가격에 전력을 사서 일반가정에 공급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LNG 발전소의 kW당 전력 원가는 133.04원이었다. 대기업 발전소가 앉아서 남는 장사를 한 것이다. 이 제도는 2008년 도입됐다. 민간 발전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발전시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서 였다. 최근 들어서는 전력 공급의 불안정으로 LNG 발전소 가동률이 높아 민간발전소의 영업이익이 계속 늘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는 대기업과 같은 이득을 챙길 수 없다. 막대한 차익을 남기지 못하도록 정부가 정산조정계수라는 제도를 둬 이익률을 5% 이내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소매전기요금 인하를 위해서다.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제한된 이익금은 추가로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송·변전 시설을 구축하는 설비투자를 위해 사용된다.

하지만 민간 기업들은 공기업인 한전 자회사와 달리 ‘정산조정계수’를 적용 받지 않는다. 비싸게 책정되면 그 가격 그대로 한국전력에 판매해 높은 수익을 올린다. 자연스럽게 한국전력은 전력을 비싸게 공급받는 탓에 적자 요인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년 평균 전력판매 단가는 한전 발전자회사의 경우 1kWh당 90.17원이었지만 민간발전회사들은 161원으로 높은 가격에 전력을 공급했다. 공급가가 높아지면 일반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전기료 또한 인상될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이익률이 지금처럼 높은 상황에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민간기업의 비중이 커지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간기업이 생산하는 전력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정부가 2020년까지 추가로 마련하는 전력의 74.4%가 민간기업의 물량으로 책정돼 있다.

에너지정의행동은 1월 21일 성명서를 내고 “사상 유례 없는 민간발전 사업자 선정으로 향후 사실상 전력시장의 민영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전력요금 인상과 전력수급 불안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단체는 또 “지금처럼 전기요금의 적자분을 한전이 책임지고, 발전사는 이익을 보는 구조에서 민간 발전사의 증가는 세금으로 민간 발전사에게 수익을 안겨두는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다. 민간발전사의 비중을 과거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대기업의 발전사업 참여가 오히려 전력공급 안정과 전기료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한 관계자는 “최근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려 LNG발전소가 풀 가동돼 높은 이익률을 올릴 수 있었다”며 “향후 정부 계획에 따라 전력공급이 안정되면 LNG 발전소의 가동률이 떨어지고 자연스럽게 전력 공급가격과 민간 발전소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민간발전사업에 뛰어든 대기업이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발전소를 건설하는데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척화력발전소 사업자로 유력한 동양그룹은 사업 유치가 확정되면 발전소 건설비 3조원을 포함해 총 11조원을 삼척지역 일원에 투자한다.

강릉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는 동부 역시 3조5000억원을 발전소 건립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미 충남 당진에도 2조2000억원을 들여 화력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지금은 리스크 없이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대기업이 뛰어들고 있지만 전력 소비 형태와 설비용량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해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며 “발전소 사업자로 선정되고도 중도에 취소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기업이 전력난에 편승해 폭리를 얻는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한국전력도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한국전력은 1월 28일 전력가격을 결정하는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선을 두는 내용의 ‘전력시장운영규칙 개정안’을 전력거래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민간발전사의 전력 판매 수익이 일정 범위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위해서다.

전력거래소 한 관계자는 “민간 발전회사가 연료를 싸게 구입하는 등 자구적 노력을 통해 이익을 가져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시장구조 상의 문제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제도’ 도입 소식이 전해지자 이번에는 업계에서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집단에너지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제도가 전기사업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10만kW 이하 소규모 지역난방사업자가 도산할 수 있다”는 게 집단에너지업계의 주장이다.

한국지역냉난방협회는 1월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한국전력의 제안으로 전력거래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력거래가격 상한제도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협회는 “전력시장 상한 가격 도입은 전기사업법 제33조 1항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결정논리’에 위배된다”며 “과거 전력시장 운영규칙에 따른 투자결정으로 건설된 발전기에 대해 사후 규제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사후적 규제가 투자신호를 왜곡해 전력수급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발전회사에 비해 LNG 연료를 1㎥당 50∼100원 정도 비싸게 구입하는 소규모 지역난방사업자의 경우 경영난을 겪을 우려도 있다. 한태일 지역냉난방협회 부회장은 “정부 승인으로 건설된 발전소에 손실이 발생하면 보전해 주지 않으면서, 이익은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시장기능을 말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난방사업자는 비싼 연료비로 이미 전력 상한가격 이상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최소한 10만kW 이하 소규모 지역 난방사업자는 제외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가격 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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