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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 지하철TV를 플랫폼 삼아 ‘전략’을 판다

CEO - 지하철TV를 플랫폼 삼아 ‘전략’을 판다

미디어파사드 영상 속 김충범 대표. 그가 바라보는 시선에 나폴레옹 그림이 있다. 그는 “황제에서 한 순간에 섬에 유배됐던 나폴레옹의 선택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전략을 짠다”고 얘기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세련된 사옥, 맵시 있게 차려입은 슈트, 37살의 젊은 사장. ‘많은 재산을 상속받은 2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로 경영을 맡은 지 14년 됐다”는 김충범(37) 휴먼네트웍스 대표의 말에 억측이었음을 알았다. 나이에 비해 오랜 경력도 놀랍지만 이미 경영하는 회사만 3곳이다.

산업용 마스크를 제조하는 도부라이프텍,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굿지앤글로벌, 서울지하철 1·3·4호선 열차운영시스템을 운영하는 EPP휴먼네트웍스 등이다. 2시간 가량 얘기를 나눠보니 뛰어난 전략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게 비즈니스는 승산이 높은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1999년 김 대표는 도부라이브텍 사장을 맡았다.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면서 생긴 일이다. 대학에서 외교관을 꿈꾸며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때다. 책을 덮고 경기도 광주 공장으로 출근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채권자들이 몰려왔다.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도 위기까지 몰렸다. 아버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큰 빚을 졌다. 김 대표는 두 개의 명함을 들고 공장 안팎을 뛰어다녔다.

새벽에 출근해 공장문을 열고 불을 켜는 일부터 물량 체크하는 일까지 온갖 잡무를 다 했다. 회사 돌아가는 사정을 몰라 대리 직급을 달고 하나씩 배웠다. 채권자를 설득할 때는 대표 명함을 꺼냈다. “한 명 씩 찾아가 사정을 했어요. 회사를 살려야 돈을 갚을 수 있다고요. 일일이 언제까지 빚을 꼭 갚겠다고 채무계약서를 썼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의 가치를 높게 산 때문이다. “공무원이던 아버지도 우연한 계기로 사업을 하셨죠. 어머니가 봉사활동을 하다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광부들을 만나셨어요. 마스크를 안 쓰고 일했던 게 원인이었어요.

부모님께서 청와대에 공장 근로자를 위한 산업용 마스크가 필요하다는 탄원서를 냈어요. 얼마 후 박정희 대통령이 부모님을 불러 직접 산업용 마스크를 개발해 보라고 제안했습니다. 1974년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서 국내 첫 산업용 마스크를 만들었습니다. 수많은 근로자의 건강을 지켰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김 대표가 열심히 뛴 덕분일까. 3년 후 경영은 정상화됐고 빚도 다 갚았다. 그는 회사가 안정되는 모습을 본 후 2003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옥스퍼드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아버지를 도왔던 어머니가 맡았다.



다양한 경험 쌓으며 ‘전략가’ 끼 발견2004년 말 중국 지사를 세우기 위해 다시 한국을 떠났다. 중국에서 그는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했다. 중국어를 배우려고 현지 학원을 찾았는데 교육 시스템이 국내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었다. 여러 곳을 방문해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에 비해 현지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한국 사람은 많았다. 김 대표는 “차별화된 학원을 만들면 승산이 있을 것이란 걸 직감했다”고 들려줬다.

“바로 학원을 차렸어요. 중국에 머무는 한국인이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중국어를 가르쳤습니다. 강사도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한국인을 채용했고요. 초보자가 친숙하게 언어를 배울 수 있도록요. 학원 내부는 강의실뿐 아니라 음식점·회사 등 다양하게 꾸몄어요. 배운 중국어를 실전처럼 써보면서 실력을 늘리도록 한 거죠.”

학원은 대박이 났다. 중국 유명 사립국제학교에서 컨설팅 요청이 올 정도였다. 김 대표는 승산이 높은 ‘전략’을 세우는데 재미를 느꼈다. 체형교정 전문병원의 경영 컨설팅도 맡았다. 그는 병원 특성에 맞게 운영 시스템을 정비하고 마케팅을 강화했다.

“원장 혼자서는 하루 종일 일해도 진료할 수 있는 환자 수가 제한적이에요. 운영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수익을 올리기 어렵지요. 환자가 처음 내원했을 때 원장이 진료하고, 이후에는 고객 상황에 맞게 물리치료사와 운동처방사가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온라인 광고도 활용했어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했어요. 고객 관심이 높은 치료 결과는 데이터로 정리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데이터를 고객과 공유하면서 소통하도록 했지요. 전략을 바꾼 이후 이전보다 고객이 5배로 늘어났습니다.” 그가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을 거두자 어머니도 재능을 인정했다. 이후 마스크 사업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는 사라졌다.



‘도니도니 돈까스’ 셀럽브랜드 성공2011년 김 대표는 본격적으로 브랜드 컨설팅을 시작했다. 첫 번째로 맡은 게 현대홈쇼핑에서 히트한 ‘정형돈의 도니도니 돈까스’다. 유명인이 상품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는 셀러브리티 브랜드(셀럽 브랜드)다. 개그맨 정형돈과는 원래 친분이 있었다. 정씨와 함께 셀럽브랜드 상품을 고민하다 돈까스로 정했다. 정작 현대홈쇼핑 MD들이 반대했다. 홈쇼핑에서 음식물은 조리가 어렵거나 실생활에서 구하기 어려워야 잘 팔리기 때문이다.

반면 돈까스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돈까스를 밀어부쳤다. 그가 기존에 홈쇼핑·마트·편의점 등에서 구매한 포장 돈까스는 비릿한 향이 나고 맛이 별로였다. 차별화된 포인트로 접근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형돈이와 여러 차례 상의했어요. 더불어 국내에서 소문난 돈까스를 시식했어요.

일본 가서도 먹어보고요. 수없이 먹고, 분석하고, 연구해 만든 게 도니도니 돈까스에요. 기존 홈쇼핑 돈까스하곤 모양부터 달라요. 고기를 다지지 않고 통등심을 넣어 육즙 맛을 살렸죠. 치즈와 소스도 좋은 원료로 만들고요. 홈쇼핑 출전을 앞두고 온·오프라인 통합 마케팅을 펼쳤지요.”

김 대표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2011년 6월 첫 선을 보인 돈까스는 방송 때마다 매진됐다. 최단시간 매진은 물론 현대홈쇼핑 식품부문 판매 1위다. 현재까지 약 300억원이 팔렸다. “브랜드 컨설팅의 매력은 상생 구조에 있어요. 돈까스가 성공을 거두니 홈쇼핑은 기본이고 이름을 내건 형돈씨도 좋고요. 돈까스를 제조한 야미푸드도 업계 1위로 올라섰습니다.”

셀럽브랜드 성공 이후 그를 찾는 홈쇼핑과 셀러브리티가 늘었다. 다음으로 선택한 곳은 농협이다. 농협은 홈앤쇼핑의 2대 주주다. 농협 홈쇼핑팀이 김 대표 소문을 듣고 컨설팅을 부탁했다. 김 대표는 흔쾌히 승낙했다. 농협 상품은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에 마케팅 포인트만 잘 잡아주면 되기 때문이다. 고구마·고등어·굴비 등 12가지 농산물을 홈쇼핑에서 팔았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농협의 자존심인 김치다. 고춧가루를 비롯해 좋은 재료를 쓰는데도 시장 인지도가 낮은 게 문제였다.

김 대표는 궁리 끝에 국민 어머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씨를 설득했다. 김씨는 100% 국내산 재료로 만든 한국 김치를 알린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홍보대사로 나섰다. 김혜자 김치로 통하는 ‘국민김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김 대표가 컨설팅을 맡은 농협 상품은 지금 물량이 부족해서 못 팔 정도다.



제조업체 경험이 컨설팅 성공 비결김 대표는 “제조업을 경험한 게 브랜드 컨설팅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장에 있으면 제품 기획부터 유통까지 제품이 소비자를 만나는 전 과정을 알게 됩니다. 상품은 어떻게 기획하는지, 생산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유통 과정에서 마진은 어떻게 남는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자연스럽게 익히죠. 그러다 보니 제품의 강점을 잘 뽑아내고 차별화된 전략을 짤 수 있는 거 같아요.”

마스크 사업은 그가 도전을 하는데 버팀목이 됐다. 회사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할때마다 실탄을 제공했다. 도부라이프텍 성과도 좋다. 지난해 해외 유명업체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김 대표의 컨설팅 능력이 한몫 했다.

그는 “마스크는 담배와 비슷하다”고 얘기했다. “애연가를 보면 피우는 담배만 고집해요. 그 맛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공장 근로자들도 쉽게 마스크 브랜드를 바꾸지 않아요.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일하다 보니 자기 얼굴에 익숙한 제품을 찾는 거죠.”

김 대표는 고객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다. 우선 고객 불만에 빠르게 대응했다. 보통 마스크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금형틀을 바꿔야 한다. 일주일에서 한달 가량 걸리는 일이다. 김 대표는 무조건 1주일 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두번째는 기술개발이다. 한국인 얼굴 형태에 가장 편안한 마스크를 만들었다. 국내 성인 얼굴 표본을 도출한 후 3D 작업으로 표준을 만들었다. 얼굴에 잘 밀착되고 편안하게 숨 쉴 수 있도록 기능을 개선했다.

마지막으로 원천기술 확보다. 산업용 마스크의 핵심은 유해물질을 잘 걸러주는 필터 기술이다. 도부라이프텍은 모든 종류의 필터 원천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유해 물질을 99.99%까지 걸러낸다.

지난해 김 대표는 광고 플랫폼 인수에 나섰다. 그 동안 상품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광고에도 욕심이 났다. 매체를 보유하고 있으면 개발한 상품을 언제든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서울지하철 1·3·4호선 열차정보시스템 사업권을 갖고 있는 일삼사메리트컴 지분 50.4%를 인수했다.

지하철 TV로 불리는 서브TV(Sub-TV)를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서브TV란 열차정보 안내 시스템에 부착된 LCD 단말기 TV를 의미한다. 지분 인수로 서브TV를 운영하는 EPP휴먼네트웍스의 대표가 됐다. 1·3·4호선 70개 역사엔 무려 1299개 단말기 즉 서브TV가 있다.

김 대표는 서브TV를 기반으로 새로운 광고판을 기획 중이다. 현재 서브TV는 옥외광고로 분류된다. 온라인에서 모바일 쪽으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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