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소비족 겨냥한 프로그램 붐
가치소비족 겨냥한 프로그램 붐
패션·미용 상품 인기 … 디자이너와 손잡고 맞춤형 PB상품도 늘려
충동 구매에서 표적 구매로홈쇼핑 업계는 가치소비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음을 실감한다. 신진호 GS샵 홍보팀장은 “소득 많은 소비자가 과시욕으로 비싼 물품만 찾던 과거와 달리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알뜰소비를 지향하고 브랜드에 구애 받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며 “홈쇼핑에서 싸게 파는 상품구매자 명단을 보면 부촌의 상징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김우진 CJ오쇼핑 홍보팀장은 “계획·목적을 갖고 구매하는 시청자가 늘어 가치상품을 집중 배치한다”며 “언제 어떤 상품을 방송하겠다고 공개한 후 고정 편성하면서 예고 스폿(Spot)도 많이 내보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설명처럼 홈쇼핑 업계는 주제·시간대 별로 고정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예전엔 재방송을 주로 편성했다면 지금은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고정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시청자의 소비 형태가 충동 구매에서 목적 구매로 바뀐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GS샵은 토요일 오전에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고정 프로그램 ‘더 컬렉션’을 확대 편성해 첫 방송에서 81억원의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CJ오쇼핑은 올 들어 고정 프로그램을 3개 더 늘렸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3개였던 고정 프로그램을 13개까지 늘렸다.
인기 고정 프로그램에 소개된 상품은 종종 매진될 만큼 호응을 얻는다. 서울 강남의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는 성현호(31)씨는 홈쇼핑 고정 프로그램 매니어다. “무이자 할부 혜택에다 때론 1개를 사면 두세 개씩 덤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 홈쇼핑 방송을 자주 찾게 됩니다. 요즘은 파는 품목도 다양해 굳이 비싼 백화점을 찾지 않아도 홈쇼핑으로 웬만한 쇼핑은 끝낼 수 있거든요.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A사의 한 고정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어 만족합니다.”
고정 프로그램 경쟁이 심화되자 업계의 시간대별 전략 싸움도 치열하다. 초·중·고교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TV 아침 드라마가 끝나는 평일 오전 10시 이후는 한시름 놓은 주부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다. 이들 고객이 선호하는 의류·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방송이 줄을 잇는다.
낮이나 오후 시간대는 주부 고객이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큰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대가 높지 않은 생활용품·식품 등을 집중 배치한다. 같은 평일이어도 저녁 8~9시가 되면 상품 종류가 고가의 생활 가전들로 바뀐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과 주부가 상의해 좀 더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직장인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캠핑용품이나 아웃도어 상품은 주로 주말 오전에 편성된다.
3월 26일 오전 10시경 GS샵 방송 스튜디오는 술렁거렸다. 유난희 쇼핑호스트가 19만원대 ‘모르간 위빙백’을 소개하자 주문량이 폭주했다. 동시 주문전화가 1500건 이어졌고 준비했던 상품 4000개는 18분 만에 매진됐다. 1분당 6000만원어치가 팔린 것이다.
방송을 진행했던 정재욱 GS샵 PD는 “주문 속도가 너무 빨라 상품 소개는 다하지도 못했다”며 “색상별 매진 정보를 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GS샵이 판매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모르간은 10만원대부터인 합리적인 가격에 최근 2년간 주문금액이 1100억원에 달할 만큼 인기다.
럭셔리 브랜드도 홈쇼핑으로 구매예전엔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이 특히 인기였다면 지금은 이처럼 패션·미용 상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이나 일반 매장과 똑같은 품질에도 할인 혜택이 많고 사은품이 풍성해 실속과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소비형 고객이 많이 찾아서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11월 주문수량 상위 5개 상품이 모두 합리적 가격대의 패션·미용 분야였다. 같은 기간 GS샵 주문수량 톱3도 모르간과 ‘뱅뱅바지’ ‘버블비 염색약’ 등 절약형 패션·미용 상품이었다.
CJ오쇼핑을 통해 ‘입큰 진동 파운데이션’을 판매하는 이넬화장품의 김경현 팀장은 “2011년부터 판매에 들어가 2년간 100만개 이상이 팔렸다”며 “불황에 실속 있게 피부를 가꾸려는 여성 소비자의 소비 경향을 미리 읽고 대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CJ오쇼핑 주문수량 전체 1위였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대만 찾는 것은 아니다. 고가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소비 성향도 뚜렷하다. 홈쇼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이나 100만원대 밍크코트도 잘 팔린다.
CJ오쇼핑은 지난해 30만원대 고가 화장품 ‘르페르’로 하루에만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GS샵은 99만~109만원의 ‘헝가리산 거위털 침구 풀세트’를 팔아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보다 거의 절반 가격에 보장된 품질이라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도 백화점에서보다 저렴하게 ‘진도 밍크코트’를 팔아 방송 3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어설픈 가격대 상품은 안 팔려이러다보니 명품도 홈쇼핑 업계가 짭짤한 수익을 내는 분야다. 할인율의 이점을 안고 차제에 가치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명품으로 올린 매출이 1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2002년 첫 방송한 고정프로그램 ‘클럽 노블레스’로 138만명의 누적 고객을 확보했다. 1500만원짜리 ‘스콜라델꿔이 악어백’이나 1200만원짜리 ‘MCM 크로코백’도 거침없이 팔린다.
CJ오쇼핑은 ‘베라왕 핸드백’을 선보여 다섯 차례 방송에서 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직장인이 퇴근해서 집에 있는 평일 밤 11시엔 명품 가방·구두를 판매한다”며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귀가한 후 명품을 구매하면서 기분전환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어중간한 가격대의 브랜드 상품은 잘 안 팔린다”며 “합리적 가격의 상품 또는 비싸더라도 갖고 싶은 가치상품으로 양분돼 판매량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 업계는 PB(Private Brand) 개념의 자체 패션 상품을 늘렸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명 디자이너 등과 협업해 가치소비족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3사 중 패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CJ오쇼핑은 ‘피델리아’ 등 13개의 PB를 보유했다.
김우진 팀장은 “단순한 상품 유통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가치소비 트렌드에 발을 맞추려는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색상·사이즈를 확인한 다음 온라인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젊은 고객을 홈쇼핑으로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GS샵도 ‘자산화브랜드’라는 이름으로 PB 개념의 자체 상품을 확대했다. 제조사와 브랜드를 공유해 키운다는 설명이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손정완씨와 손잡은 ‘SJ.WANI’가 대표적이다. 신진호 팀장은 “불황으로 홈쇼핑에서 패션 분야가 주목받을 때 자산화브랜드를 늘린 결과 매출 신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운동기구 등 건강을 위한 제품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홈쇼핑 가치소비족의 또 하나 트렌드다. GS샵 관계자는 “건강기능성 상품과 레포츠용품이 꾸준한 인기”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이 갱년기 여성용 건강식품으로 선보인 ‘백수오 시크릿’은 4병에 19만원대로 고가 상품이지만 지난해 4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이 협력업체와 손잡고 선보인 90만원대 프리미엄 승마운동기 ‘에스라이더’도 비싸지만 잘 팔렸다. 안마의자·돌침대 등의 일부 고가 상품은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대여 방식으로 소개한다.
전문가들은 가치소비 열풍이 홈쇼핑 업계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사이에 합리적 소비구매 패턴이 확산됨에 따라 홈쇼핑 채널의 전성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채널 확장성도 성장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CJ오쇼핑의 경우는 격화된 백화점 상권 경쟁에다 출점할 여력이 떨어진 일부 백화점 업체보다 기업 가치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소비 시대에 유통 업계를 상징하는 백화점보다도 홈쇼핑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다. 김광연 GS샵 미디어홍보부문장 상무는 “장기 불황에 지친 고객들이 실속 있는 소비가 가능한 홈쇼핑으로 많이 이동했다”며 “고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데 주력할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혼 직장인 이혜연(34)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TV 앞에서 산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을 보려고 TV 채널을 돌리다가 한 홈쇼핑 프로그램에 시선이 멈췄다. “여성분들 이 제품 하나면 누구나 쉽게 뱃살을 이만~큼 뺄 수가 있습니다. 주문 마감까지는 5분! 5분입니다. 서두르세요.” 여느 때처럼 누워서 팝콘을 먹으며 TV를 보던 이씨는 다이어트를 결심한다. 쇼핑호스트의 말은 팝콘보다 달콤했다. ‘하나 사서 집에서 운동해볼까?’ 어느덧 손은 팝콘이 아닌 수화기로 향했다.
이씨처럼 홈쇼핑 매출은 시청자의 충동 구매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에 들어 계획에 없던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다. 요즘은 좀 달라졌다. 무한도전을 기다려 보듯 홈쇼핑 채널도 기다렸다가 선택해서 본다.
충동 구매에서 표적 구매로홈쇼핑 업계는 가치소비가 예년보다 크게 늘었음을 실감한다. 신진호 GS샵 홍보팀장은 “소득 많은 소비자가 과시욕으로 비싼 물품만 찾던 과거와 달리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알뜰소비를 지향하고 브랜드에 구애 받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며 “홈쇼핑에서 싸게 파는 상품구매자 명단을 보면 부촌의 상징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거주하는 경우도 적잖다”고 귀띔했다.
김우진 CJ오쇼핑 홍보팀장은 “계획·목적을 갖고 구매하는 시청자가 늘어 가치상품을 집중 배치한다”며 “언제 어떤 상품을 방송하겠다고 공개한 후 고정 편성하면서 예고 스폿(Spot)도 많이 내보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의 설명처럼 홈쇼핑 업계는 주제·시간대 별로 고정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예전엔 재방송을 주로 편성했다면 지금은 ‘쇼퍼테인먼트(쇼핑+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고정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시청자의 소비 형태가 충동 구매에서 목적 구매로 바뀐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GS샵은 토요일 오전에 패션 브랜드를 소개하는 고정 프로그램 ‘더 컬렉션’을 확대 편성해 첫 방송에서 81억원의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CJ오쇼핑은 올 들어 고정 프로그램을 3개 더 늘렸다. 현대홈쇼핑은 2011년 3개였던 고정 프로그램을 13개까지 늘렸다.
인기 고정 프로그램에 소개된 상품은 종종 매진될 만큼 호응을 얻는다. 서울 강남의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는 성현호(31)씨는 홈쇼핑 고정 프로그램 매니어다. “무이자 할부 혜택에다 때론 1개를 사면 두세 개씩 덤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 홈쇼핑 방송을 자주 찾게 됩니다. 요즘은 파는 품목도 다양해 굳이 비싼 백화점을 찾지 않아도 홈쇼핑으로 웬만한 쇼핑은 끝낼 수 있거든요. 주말 저녁 시간대에 방송되는 A사의 한 고정 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어 만족합니다.”
고정 프로그램 경쟁이 심화되자 업계의 시간대별 전략 싸움도 치열하다. 초·중·고교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TV 아침 드라마가 끝나는 평일 오전 10시 이후는 한시름 놓은 주부 고객이 몰리는 시간대다. 이들 고객이 선호하는 의류·화장품 등을 소개하는 방송이 줄을 잇는다.
낮이나 오후 시간대는 주부 고객이 집안일을 하면서 틈틈이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큰 고민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가격대가 높지 않은 생활용품·식품 등을 집중 배치한다. 같은 평일이어도 저녁 8~9시가 되면 상품 종류가 고가의 생활 가전들로 바뀐다. 퇴근해서 돌아온 남편과 주부가 상의해 좀 더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직장인 남성 고객이 선호하는 캠핑용품이나 아웃도어 상품은 주로 주말 오전에 편성된다.
3월 26일 오전 10시경 GS샵 방송 스튜디오는 술렁거렸다. 유난희 쇼핑호스트가 19만원대 ‘모르간 위빙백’을 소개하자 주문량이 폭주했다. 동시 주문전화가 1500건 이어졌고 준비했던 상품 4000개는 18분 만에 매진됐다. 1분당 6000만원어치가 팔린 것이다.
방송을 진행했던 정재욱 GS샵 PD는 “주문 속도가 너무 빨라 상품 소개는 다하지도 못했다”며 “색상별 매진 정보를 알리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GS샵이 판매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모르간은 10만원대부터인 합리적인 가격에 최근 2년간 주문금액이 1100억원에 달할 만큼 인기다.
럭셔리 브랜드도 홈쇼핑으로 구매예전엔 주방용품이나 생활용품이 특히 인기였다면 지금은 이처럼 패션·미용 상품 매출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이나 일반 매장과 똑같은 품질에도 할인 혜택이 많고 사은품이 풍성해 실속과 품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가치소비형 고객이 많이 찾아서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11월 주문수량 상위 5개 상품이 모두 합리적 가격대의 패션·미용 분야였다. 같은 기간 GS샵 주문수량 톱3도 모르간과 ‘뱅뱅바지’ ‘버블비 염색약’ 등 절약형 패션·미용 상품이었다.
CJ오쇼핑을 통해 ‘입큰 진동 파운데이션’을 판매하는 이넬화장품의 김경현 팀장은 “2011년부터 판매에 들어가 2년간 100만개 이상이 팔렸다”며 “불황에 실속 있게 피부를 가꾸려는 여성 소비자의 소비 경향을 미리 읽고 대응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CJ오쇼핑 주문수량 전체 1위였다.
소비자들이 합리적 가격대만 찾는 것은 아니다. 고가더라도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가치소비 성향도 뚜렷하다. 홈쇼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수십만원짜리 화장품이나 100만원대 밍크코트도 잘 팔린다.
CJ오쇼핑은 지난해 30만원대 고가 화장품 ‘르페르’로 하루에만 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GS샵은 99만~109만원의 ‘헝가리산 거위털 침구 풀세트’를 팔아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시중보다 거의 절반 가격에 보장된 품질이라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도 백화점에서보다 저렴하게 ‘진도 밍크코트’를 팔아 방송 30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어설픈 가격대 상품은 안 팔려이러다보니 명품도 홈쇼핑 업계가 짭짤한 수익을 내는 분야다. 할인율의 이점을 안고 차제에 가치상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많아서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명품으로 올린 매출이 12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를 차지했다. 이 회사는 2002년 첫 방송한 고정프로그램 ‘클럽 노블레스’로 138만명의 누적 고객을 확보했다. 1500만원짜리 ‘스콜라델꿔이 악어백’이나 1200만원짜리 ‘MCM 크로코백’도 거침없이 팔린다.
CJ오쇼핑은 ‘베라왕 핸드백’을 선보여 다섯 차례 방송에서 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직장인이 퇴근해서 집에 있는 평일 밤 11시엔 명품 가방·구두를 판매한다”며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귀가한 후 명품을 구매하면서 기분전환하려는 고객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어중간한 가격대의 브랜드 상품은 잘 안 팔린다”며 “합리적 가격의 상품 또는 비싸더라도 갖고 싶은 가치상품으로 양분돼 판매량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흐름에 업계는 PB(Private Brand) 개념의 자체 패션 상품을 늘렸다. 개발 단계에서부터 유명 디자이너 등과 협업해 가치소비족의 취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3사 중 패션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CJ오쇼핑은 ‘피델리아’ 등 13개의 PB를 보유했다.
김우진 팀장은 “단순한 상품 유통에서 벗어나 전략적으로 가치소비 트렌드에 발을 맞추려는 것”이라며 “오프라인에서 색상·사이즈를 확인한 다음 온라인에서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젊은 고객을 홈쇼핑으로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GS샵도 ‘자산화브랜드’라는 이름으로 PB 개념의 자체 상품을 확대했다. 제조사와 브랜드를 공유해 키운다는 설명이다. 유명 패션 디자이너인 손정완씨와 손잡은 ‘SJ.WANI’가 대표적이다. 신진호 팀장은 “불황으로 홈쇼핑에서 패션 분야가 주목받을 때 자산화브랜드를 늘린 결과 매출 신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가의 운동기구 등 건강을 위한 제품엔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홈쇼핑 가치소비족의 또 하나 트렌드다. GS샵 관계자는 “건강기능성 상품과 레포츠용품이 꾸준한 인기”라고 말했다.
CJ오쇼핑이 갱년기 여성용 건강식품으로 선보인 ‘백수오 시크릿’은 4병에 19만원대로 고가 상품이지만 지난해 4억원의 주문액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이 협력업체와 손잡고 선보인 90만원대 프리미엄 승마운동기 ‘에스라이더’도 비싸지만 잘 팔렸다. 안마의자·돌침대 등의 일부 고가 상품은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대여 방식으로 소개한다.
전문가들은 가치소비 열풍이 홈쇼핑 업계에도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민영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사이에 합리적 소비구매 패턴이 확산됨에 따라 홈쇼핑 채널의 전성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디지털·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채널 확장성도 성장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CJ오쇼핑의 경우는 격화된 백화점 상권 경쟁에다 출점할 여력이 떨어진 일부 백화점 업체보다 기업 가치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치소비 시대에 유통 업계를 상징하는 백화점보다도 홈쇼핑 전망이 밝다는 이야기다. 김광연 GS샵 미디어홍보부문장 상무는 “장기 불황에 지친 고객들이 실속 있는 소비가 가능한 홈쇼핑으로 많이 이동했다”며 “고품질의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는데 주력할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세영, 과감한 비주얼로 순정남 '쥐락펴락'
2"HUG 보증 요건 강화하면 빌라 70%는 전세보증 불가"
3서현진X공유, 베드신 수위 어떻길래…"흥미로웠다"
4“‘非아파트’를 아파트처럼” 규제 완화 본격 나선 정부…주택공급 효과 있을까?
5미래에셋, ‘TIGER 미국필라델피아AI반도체나스닥 ETF’ 신규 상장
6KB자산운용, ‘RISE 미국AI테크액티브 ETF’ 출시
7한투운용 ACE 인도컨슈머파워액티브, 순자산액 500억원 돌파
8교보증권, STO사업 위한 교보DTS·람다256 MOU 체결
9"누나는 네가 보여달래서…" 연애한 줄 알았는데 잠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