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mnivore FASHION - 테크놀로지가 창조성을 만났을 때
마이클 슈미트는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를 좋아한다. 30년 동안 셰어, 마돈나, 티나 터너, 퍼기, 리한나 같은 유명 뮤지션들의 의상을 제작하면서 다루기 어려운 재료로 입을 만한 옷을 만드는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어려울수록 더 좋다.
“의외의 재료로 옷 만들기를 좋아한다.” 슈미트가 LA시내의 한 카페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말했다. “그게 내 스타일이다. 일반적으로 의류에 사용되지 않는 재료를 이용해 입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움직이고 춤을 출 수도 있으며 섹시하게 보이는 옷을 만들어내는 것. 금속이나 플라스틱, 나무, 유리 등의 재료를 말한다. 그런 재료로 옷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게 좋다. 일반 디자인보다 더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뉴욕 에이스 호텔에서 3월 패션위크에 선보일 3D 프린팅 드레스의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선뜻 받아들였다. 그리고 가까운 친구이자 협업 파트너인 디타본 티즈(스트립쇼 댄서이자 모델 겸 배우로 란제리 브랜드도 출시했다)에게 그 드레스를 입히기로 했다.
슈미트는 4개월 동안 뉴욕의 건축가 프랜시스 비톤티와 협력해 3D 프린터만을 이용한 드레스를 제작했다. 드레스는 비톤티가 슈미트의 디자인을 암호화한 뒤 17개 부분으로 프린트됐다. ‘선택적 레이저 소결(SLS)’ 방식으로 프린트된 3000여 개의 나일론 조각이 연결된 형태다.
슈미트는 3D 프린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안에 빈 공간이 하나 있다. 그 안에 있는 고무 롤러처럼 생긴 장치가 나일론 파우더를 눌러 평평하게 펼친다. 그 다음에 레이저가 나일론 파우더를 뭉쳐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제작된 드레스를 본 티즈가 입고 나오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슈미트는 디자이너 생활 최초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그는 최근 맥스필드 같은 고급 부티크에서 장신구 라인을 판매하기 시작했지만 오랫동안 패션계에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레이디 가가가 음악 잡지 ‘롤링 스톤’의 표지 사진을 찍을 때 입었던 버블 드레스를 만든 사람이 바로 슈미트다. 마돈나가 ‘스티키 & 스위트’ 투어에서 걸쳤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잔뜩 박힌 어깨 패드도 그의 작품이다. 또 티나 터너가 앨범 커버 사진(허브 리츠의 작품)에서 선보인 사슬갑옷 드레스 역시 슈미트가 디자인했다.
“호텔 방에서 티나 터너와 단둘이 만나 그녀에게 내가 만든 옷을 입혀 봤다. 그녀가 갑자기 특유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다나나나나… 이렇게.” 슈미트는 터너의 유명한 춤을 흉내내면서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디자이너 생활을 하는 동안 가장 좋은 기억이다. 최고의 순간이었다.”
2001년 이후 슈미트와 함께 마돈나의 의상을 제작해 온 스타일리스트 아리안 필립스는 그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다. “마이클은 재능이 뛰어나고 멋진 옷도 많이 만들었지만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냈다”고 그녀는 말했다. “난 늘 그의 이름을 알리려고 애썼다. 마이클은 절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
점심을 먹는 동안 슈미트를 지켜보니 정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으려는 로큰롤 연주자 같았다. 그는 낡은 바우하우스 T셔츠와 블랙 진을 입고 희끗희끗한 갈색 머리카락 위에 검정색 야구모자를 눌러썼다. 화려하진 않지만 아주 멋졌다. 느긋한 행동거지와 그가 타고 다니는 1971년산 검정색 시보레 카마로도 그랬다.
슈미트는 미국 중서부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에서 나고 자랐다. 셰어나 데보라 해리 같은 유명인사들과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 지금도 중서부 남자 특유의 편안한 성격은 그대로다. 나서지 않고 조용한 슈미트의 성격은 스타들을 편안하게 만든다. 콘서트 투어를 앞둔 가수들은 그가 의상을 준비하는 동안 투어와 관련된 비밀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최근 마돈나의 MDNA 투어 때도 그랬듯이 말이다.
“마이클은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필립스는 말했다. “세상의 소금처럼 선량하고 소박한 사람이다. 중서부 출신의 마음씨 좋은 남자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놀라운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미국 문화의 아이콘들과 절친한 친구가 됐다.” 본 티즈는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난 내 쇼와 사진, 란제리 제품 등 관리해야 할 게 많다. 그래서 누군가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을 만나면 참 좋다. 하지만 그렇게 믿을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마이클은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연예인과 일할 때는 내 생각이 중요한 게 아니다”고 슈미트는 말했다. “패션쇼 무대에서 선보일 컬렉션을 디자인할 때와는 다르다. 그 한 사람을 위해 그에게 맞는 디자인을 개발해야 한다.”
슈미트는 18세 때 뉴욕으로 이주한 뒤 디자이너가 됐다. 처음엔 길거리에서 주운 물건들로 장신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커낼 스트리트 같은 곳에서 주운 물건들을 이용해 장신구를 제작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때 내가 금속류의 재료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슈미트가 만든 드레스가 소호의 한 상점 진열장에 걸리면서 그에게 첫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근처를 지나다가 그 드레스를 본 셰어가 그 옷을 누가 만들었는지 알고 싶어했다. 두 사람은 곧 친구이자 협업 파트너가 됐다. 슈미트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녀는 내가 만든 옷들을 본 조비나 다른 밴드의 친구들에게 줬다. 그렇게 해서 밴드들과 함께 일하게 됐다.”
그의 의상은 연예계, 특히 로큰롤과 잘 어울렸다. 리한나의 금속 핫팬츠나 면도날로 만든 데보라 해리의 드레스(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됐었다) 등 모두가 반짝거리고 화려했다. 필립스는 이렇게 말했다. “록스타들이 큰 무대 위에서 입을 의상을 만들 때는 반짝거리는 재질을 많이 사용한다. 그런 옷들이 사진에 잘 나온다. 마이클은 기술자인 동시에 예술가다. 흔치 않은 조합이다.”
세부사항에 지나치리만치 집중하는 그의 특성이 3D 드레스 제작에 도움이 됐다. 옷감처럼 부드럽게 움직이고 찰랑이는 느낌을 내는 게 관건이었다. 지금까지 3D 프린팅으로 디자인된 의상 대다수가 뻣뻣하고 인체와 따로 놀았다. 슈미트와 비톤티에 따르면 복잡하게 짜인 수천 개의 연결부위를 디자인하는 게 해결책이었다. 슈미트는 “3D 드레스가 몸의 움직임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할 수 있도록 제작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개의 경우 기계가 사람을 따라오지 못하지만 이번엔 기계가 상상도 못할 일을 이뤄냈다. “내가 손으로 이 연결부위들을 디자인하려고 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톤티는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드레스는 슈미트의 말을 빌리자면 “환상”이다. 아치형으로 굽이치는 소매에 가슴이 깊이 패인 이 드레스는 본 티즈의 몸에 기막히게 잘 맞았다. 비톤티의 3D 컴퓨터 이미지 렌더링 덕분이다.
“어깨 부분이 뻣뻣해 보이지만 그건 디타의 이미지에 맞게 옛날식 매력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슈미트는 말했다. “과거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초현대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이리스 반 헤르펜의 작품을 비롯해 지금까지 3D 프린팅 패션이 꽤 많이 나왔다. 하지만 비톤티는 “이런 옷을 디타 같은 팝문화의 아이콘이 입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현실로 받아들일 만한 3D 의상이 나온 건 처음이다. 이 드레스는 천으로 된 옷처럼 신축성이 있고 움직이기 편하다.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슈미트도 완성품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지 못했다. 4개월 동안 스카이프를 통해 비톤티와 공동작업을 했는데도 말이다. 슈미트는 이렇게 돌이켰다. “비톤티가 프린터에서 완성품이 나오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보냈는데 정말 놀라웠다. 아주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사진으로는 이 드레스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직접 보면 마치 초현실주의 예술작품 같다. ‘헝거 게임’에서 주인공 카트니스가 입었으면 딱 좋았을 듯하다. 꽤 무거워 보이지만 실제 무게는 5㎏ 정도다.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드레스에 익숙한 본 티즈에겐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졌을 듯하다.
본 티즈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이 프로젝트의 진정한 메시지는 이 드레스를 일상생활에서 실제로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아니다. 테크놀로지가 마이클 슈미트처럼 창조적인 사람에게 이용됐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패션의 미래로 첫 발을 내딛는 동시에 가능성을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과 관련된 문제다.”
“난 늘 혁신적이고 새로운 재료를 추구한다”고 슈미트는 말했다. “꼭 천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어떤 것도 천 대용으로 쓸 수 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테이블 옆의 나무 기둥을 바라봤다. “나무도 말인가?” 내가 물었다. “물론이다. 이미 해봤다.” 그가 느긋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든 가져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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