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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UPTION - 지나친 효율성이 애플 잡는다

CORRUPTION - 지나친 효율성이 애플 잡는다

세금회피 등 미국 기업계가 과도한 탐욕으로 제 무덤을 팠을지도
CEO 팀 쿡은 애플의 조세회피에 관해 해명해야 했다



애플은 항상 완벽한 기업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직 단정하긴 이르다. 5월 25일 애플 CEO 팀 쿡이 미국 의회에 나가 증언했다. 그들의 놀라운 최신제품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머 대상 비자발급 확대의 필요성이 주제가 아니었다. 그는 회사의 조세회피 노력에 관해 해명해야 했다.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로 지명된 뒤 첫 연방 의사당 나들이였다. 쿡에게는 영광스런 자리여야 했지만 오히려 불편한 자리가 되고 말았다.

상원 상설조사소위원회는 애플이 미국에서 수십 억 달러의 세금을 회피한 방법을 열거했다. 자회사를 통해 아일랜드로 자금을 보내는 방식이다. 애플은 현지 정부와 협상을 통해 2%의 세금우대 혜택을 얻어냈다. 그리고 일부 애플 자회사는 면세지역의 사업체인 양 행세한다. 어느 나라 국민도 아니며 따라서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쿡은 애플의 진보적인 기치를 휘두르며 회사를 변호하는 입장에 섰다. “우리는 ‘많이 받은 사람이 많이 내야 한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을 믿는다.” 그는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 가며 애플이 2012년 미국에서 60억 달러 안팎의 세금을 납부했다고 강조했다. “올해엔 납부액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내야 할 세금은 모두 낸다.”

그러나 애플이 지나치게 약삭빠른 절세기법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그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의 애플 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민주· 공화 양당 상원의원들은 애플에 탁월한 절세전략 부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름답고 단순한 아이패드 인터페이스만큼이나 중요한 수익원이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특히 분개한 듯했다. “여러 해 동안 애플은 이익을 빼돌리며 미국 내 납세를 회피했다. 미국 재정과 사회에 온전히 기여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그가 말했다.

미국 기업계가 요즘보다 더 많은 이익을 올리거나 현금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미국 기업들은 노동력 위에 군림하고, 정치 시스템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요요마가 첼로를 다루듯 자유자재로 세제를 주무른다. 기업 이익은 2008년 1조1000억 달러에서 2012년 1조9500억 달러로 77%나 급증했다. 기업의 장부상 현금은 2008년 1조3900억 달러에서 2012년 4분기 1조7900억 달러로 늘어났다. 이 또한 신기록이다. 주가는 2009년 3월 이후 두 배 이상 뛰어올랐다.

하지만 올 봄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회사의 세금회피가 잇따라 폭로되고, 방글라데시의 의류제조 하청공장이 붕괴되고, 미국 최대 유통업체의 고객과 이익이 줄고, 검사들이 헤지펀드 거물 스티브 코언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졌다. 외견상 무관해 보이는 사건들인 듯했다. 하지만 기업가들이 극단으로 달릴 가능성이 있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미국 기업계가 가혹하게 효율을 추구하다가 제 무덤을 팔 위험이 커지는 듯하다.

쿡의 의회 증언은 애플 같은 탄탄한 브랜드라도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애플은 원래 사회적으로 진보 성향의 실리콘밸리 정신을 구현한다(쿡은 집무실 벽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의 사진을 걸어 놓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경영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것은 오늘날 기술 선두업체들의 원동력이다.

캐런 브레너는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의 법률 및 비즈니스 이니셔티브 담당 사무국장이다. 그는 법이 비즈니스 관행에 후행하는 탓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그럴 경우 기업들은 무엇이 합법적인지보다 무엇이 옳은지 독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쿡의 청문회가 보여주듯이 기술적으론 합법이라고 해도 상식적인 정당성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애플뿐이 아니다. 오늘날의 기업문화에선 똑똑하고 연줄 좋고 부유한 사람들이 더 욕심이 많은 듯하다. 이미 그렇게 많은 걸 가졌으면서도 더 나아가 시스템에서 몇 푼이라도 더 짜내려 한다. 이 같은 습관은 병리현상으로 발전했다. 가령 올해 수익의 30%가량을 역외 조세피난처로 빼돌린다.

그렇다면 다음 해에는 전체 수익의 절반을 빼돌려선 안 될 이유가 있을까? 2011년 올린 막대한 소득에 15%의 세금을 냈다면 다음 해에는 세율을 14%로 낮추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올해 중국에서 114달러의 월급에 옷을 봉제하려는 근로자를 구했다면 내년에는 38달러의 월급만 받고 그 일을 하려는 근로자가 있는 방글라데시로 공장을 옮긴다.

비윤리적인 행동에 제동을 거는 기업의 브레이크가 고장 났다. 사회학자 마크 미즈루치가 신저 ‘미국 기업 엘리트의 분열(The Fracturing of the American Corporate Elite)’에서 주장했다. 노조는 존재의미가 없어지고, 기업 이사회는 거의 낮잠을 자고, 규제당국과 정치인들은 기업을 사주하지 않을 때는 대체로 무력감에 빠져 있다.

한편 이익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도록 돕기 위해 고액연봉을 받는 각 분야 변호사·회계사·컨설턴트 무리가 대기 중이다. 미국 문화는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을 축하하고 찬양할 뿐 아니라 시장에서 이 같은 행동을 요구한다. 투자자들은 주가를 더 끌어올리고 헤지펀드 수익을 늘리라고 독촉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목표를 어떤 식으로 달성하는지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일련의 조사에서 많은 일류기업(HP·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비슷하게 조세회피 작업을 했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세테크 전략으로 거의 세금을 안 물게 되면서 소비자 불매운동 위협에 맞닥뜨렸다. 그러자 2012년 12월 자발적으로 1000만 파운드의 세금을 납부했다.

현금을 가득 채운 수송트럭 한 대가 통과할 만한 허점이 보이면 기업회계 담당자들은 트럭 10대를 통과시킨다. 합법적이기만 하다면 뭐가 문제인가? 법인세 회피 옹호자들은 그런 손가락질에 오히려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는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그것이 자본주의다. 바로 여기에 대단히 미국적인 특성이 있다. 수익성 높은 아이디어에 집중해 크게 키운다. 햄버거 체인이든 영리한 절세 전략이든 말이다. 오늘날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역외에 미국 기업들이 묻어두는 이익은 총 1조9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5년 새 70% 늘어났다. 매사추세츠주 서튼에 있는 오디트 어낼리틱스의 자료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이익 비율은 사상 최고 수준인 반면 GDP 대비 법인 소득세 비율은 계속 떨어진다.

평소에는 모두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쿡의 경우에서처럼 냉담한 청중에게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정당화해야 할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주장은 유명하다. 롬니는 합법적인 절세가 개인의 명성과 성과달성 능력을 얼마나 저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본보기다. 엄청나게 막대한 부를 축적한 그 금융가는 수억 달러 대의 재산을 모았다.

상당부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기업에 15%의 유리한 세율을 적용하는 세제상의 허점 덕분이었다. 롬니가 거금을 주고 고용한 회계사들이 세제를 철저히 분석해 그의 절세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소액의 기부금을 1억 달러 넘는 개인연금 적금으로 탈바꿈시켰다.

개인 롬니로선 이 같은 조치가 천재적이었지만 공인 롬니에겐 재앙이었다. 그 후보의 회계사들은 롬니의 2011년 소득세 신고를 분해해 그의 호언과 일치하도록 해야했다. 그는 자신의 소득에 대해 실효세율로 13% 이하의 세금을 납부한 적이 없다고 장담했다.

롬니의 캠페인은 유권자의 성향만으로도 가망이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절세전략이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았다면 ‘47% 발언’으로 그렇게 큰 타격을 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그는 소득세를 내지 않으며 정부에 의존하는 저소득층 47%가 오바마에게 투표한다고 말했다).

2억5000만 달러가 넘는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돈을 역외로 빼돌리거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야망을 위험에 빠뜨릴 만한 짓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나 오늘날의 기업계 거물들은 자신의 욕심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들은 법의 테두리에서 맴돌다가 가끔씩 경계를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100분의 몇 포인트 수익을 늘리려는 노력이 그들의 평판과 경력에 오점을 남길지도 모른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스티브 코언과 그의 코네티컷주 회사 SAC 캐피털은 지난 수년간 놀라운 연간 수익(30% 이상)을 올렸다. 코언은 철저하게 수익률 확대 전략을 추구해 엄청난 부자가 됐다(포브스지 선정 400대 부자 중 40위). 그리고 현대미술 지원과 자선활동에 관한 한 무시하지 못할 큰 손이 됐다(무엇보다도 로빈 후드 재단에 거액을 기부했으며 고향 롱아일랜드에 아동병원을 기증했다).

그러나 SAC와 그 계열사들, 그리고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장기간의 내부자거래 조사가 그 회사에 타격을 입혔다. SAC 안팎의 관계자들이 거래이익을 1000만 달러 또는 1억 달러 더 늘리려는 노력이 그들의 이익, 평판 그리고 몇몇 경우 신체적 자유의 희생을 초래할지 모른다. 그 동안의 증거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3월 SAC는 내부자거래 혐의에 대해 정부에 무려 6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타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3년 1분기, 외부 투자자들이 SAC에 맡겼던 자금 중 4분의 1가량을 인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5월에는 미국 법무부가 SAC를 조사하면서 마피아를 대상으로 하는 조직범죄피해자보상법(RICO)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SAC에 투자한 5억5000만 달러 중 상당액을 환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지펀드로선 운용 자금이 줄어들면 이익이 낮아지게 된다.

기업들은 재화나 용역 원가를 절감하는 외에도 그런 행동의 장기적인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저비용과 고수익을 너무 극단적으로 추구하면 브랜드와 개별 기업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임금이 오르자 의류 메이커들은 캄보디아·라오스·스리랑카 그리고 마침내 방글라데시라나 플라자의 어둡고 악마 같은 노동착취공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라나 플라자 건물이 붕괴되면서 불과 38달러의 월급을 받는 112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칠드런스 플레이스’ JC페니 같은 유통업체의 경우 납품업체와 하청업체가 방글라데시에서 의류제품을 외주 생산했다. 그 때문에 이들 유통업체는 기와 한 장 아끼려다가 대들보 썩힌 격이 됐다.

애플은 제품의 제조와 조립을 중국으로 아웃소싱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주요 하청업체 중 하나인 팍스콘의 열악한 근로환경이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면서 애플 브랜드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그리고 그런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그들이 피하고자 하는 비용보다 큰 경우가 많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업체 ‘그룹 고든’의 최고경영자 마이클 고든의 지적이다. “후광을 입을 만한 회사들이 이런 꼬리표가 붙으면서 장기적으로 평판이 나빠진다.”

더 많은 이익을 짜내려는 이 같은 무자비한 압박에는 거시경제적인 영향도 있다. 불황 이후 기업들은 임금을 동결 또는 삭감해도 근로자들이 군말 없이 일터에 나와 열심히 땀을 흘린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라의 경우 이익이 2009년 8억9500만 달러에서 2012년 무려 56억80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2012년 파업 중이던 노조와 타협했다. 타협조건에는 6년간의 임금동결이 포함됐다.

이는 특이한 일이 아니다. 해가 바뀔수록 기업들이 자신들 몫으로 가져가는 파이가 커진다. 지난 수년간 GDP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과 기업이익을 비교하는 그래프는 하마 입처럼 크게 벌어졌다. 2012년 GDP 대비 임금의 비율은 43.5%였다. 2001년 49%에서 5.5% 포인트 하락한 근래 들어 최저수준이었다. 미국의 평균 가계소득은 2009년 이후 사실상 감소했다.

그러나 미국 근로자를 쥐어짜 단기이익을 얻어내는 전략이 미국 최대 유통업체에선 한계에 도달한 듯하다. “고객들은 모두 어디 있는가?” 지난 2월 초 유출된 이메일에서 월마트 중역이 내뱉은 푸념이다. “그리고 돈은 모두 어디 있는가?” 월마트는 한때 뛰어난 생산성을 자랑하는 미국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고객감소·판매품목감소·매출감소에 허덕이며 갈수록 슬프고 역기능적인 곳이 됐다.

월마트 그리고 다른 많은 유통업체의 문제는 미국 내 임금이 많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평균 시급 인상률은 1.9%에 불과했다. 그것은 일정 부분 미국 민간부문의 최대 고용기업이 지나치게 철저히 국내 인건비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월마트에 따르면 미국내 고용인원은 140만 명이다. 점원 평균임금이 시간 당 13달러 선이라고 한다. 월마트는 대단히 큰 기업이다. 미국 내 전체 민간부문 일자리의 1.23% 선을 차지한다. 그리고 미국 내 전체 소매유통 및 상거래 서비스 근로자의 9.3%가량을 고용한다. 따라서 소매유통과 서비스 분야 임금의 표준을 정한다.

“오늘날 월마트가 창안한 초 저임금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근로자는 곧 소비자다. 물품을 구입할 만큼 임금을 충분히 받지 못할 때 경제 전체의 성장이 둔화된다.” 맨해튼의 싱크탱크 데모스의 선임 정책분석가 에이미 트러브가 말했다. 월마트는 인건비를 최저수준으로 묶어두는 데 상당히 집착하게 됐다.

따라서 블룸버그의 발표대로 수천 가지 품목을 진열대에 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그에 따라 더 많은 고객이 등을 돌리고 매출이 줄어든다. “우리는 저성장의 악순환에 갇히고 만다. 그리고 고집스럽게 인건비를 깎으려 애쓰는 기업들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트러브의 지적이다.

기업들은 역사적인 이익환원 책임을 회피하는 데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다. 이익환원이란 합당한 임금의 지불, 세금 납부, 복지혜택의 제공을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신들의 논리적인 결론에 따라 절세와 원가절감 전략을 추구하면서 종종 기본적인 진실을 간과한다. 납세, 전반적인 부의 분배, 사회적 책임의 이행은 기업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성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기업은 정당성과 사회적 인정을 잃게 된다.

쿡과 그의 애플 동료들이 증언할 때 상원의원들은 애플을 유력기업이자 혁신기업으로 존중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는 코웃음을 쳤다. 쿡조차 애플이 도를 넘었다는 점을 시인하는 듯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애플은 항상 복잡함이 아니라 단순함을 믿었다”고 쿡이 말했다. “이런 정신에서 기업 세법의 대폭적인 단순화를 제안한다. 우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이같은 제안을 한다. 애플의 미국 내 납세액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전적으로 인식한다.”

그의 말은 애플의 납세액이 너무 낮아져 이젠 더 내려갈 데도 없음을 가리키는 듯했다. 애플을 본보기로 삼는 수많은 다른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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