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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경영’에서 ‘사촌 경영’으로

‘형제 경영’에서 ‘사촌 경영’으로

이운형 회장 별세 후 동생이 회사 챙겨 … 고인의 장남 이태성 상무 역할론 관심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왼쪽)과 장남 이태성 세아홀딩스 상무.



세아그룹과 애경그룹이 7월에 사돈을 맺는다. 재계 순위 50위권 두 중견기업의 만남이다. 주인공은 고 이운형 세아그룹 회장 장남 태성(35)씨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장녀 문선(27)씨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운형 회장이 3월에 급서하면서 결혼을 서둘렀다고 한다.

이태성씨는 세아홀딩스 상무다. 이운형 전 회장의 1남 3녀 중 장남이다. 미국 미시건대에서 심리학과 언론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2005년 포스코 차이나마케팅실에 처음 입사했다가 2006년 세아제강 일본 법인으로 옮겼다. 2009년 세아홀딩스에 입사해 전략기획팀장과 이사를 거쳤다. 채문선씨는 애경산업 마케팅부문 과장이다. 애경그룹 창업자인 고 채몽인 애경유지 사장과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맏손녀다.

두 사람 모두 창업주의 3세란 공통점이 있다. 둘의 결혼 소식이 주목 받는 건 올 들어 예기치 않은 불운으로 긴박해진 세아그룹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세아와 애경의 결합으로 이 상무로 향하는 경영권 승계 구도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고 조심스레 점친다.



세아·애경 양가 3세의 만남이운형 회장의 별세는 갑작스러운 비보였다. 3월 9일 남미로 출국해 이튿날 목적지인 칠레로 향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66세. 별다른 지병도 징후도 없이 건강했던 터라 충격은 컸다. 당시 고인은 칠레 산티아고에서 현지 지사를 둘러보고 민간 경제협력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미국 미시건대에서 경영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간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도 역임했다.

철강인들은 고인을 ‘인정 많고 학구열 높은 오너’로 기억한다. 틈나는 대로 주변을 챙기고 재계 조찬 모임에도 수시로 참석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신망이 두터웠다. 그는 세아그룹 창업주인 고 이종덕 회장의 2남 4녀 중 장남이다. 아버지가 작고한 2002년 이후 세아그룹 회장으로 동생(차남)인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세아그룹 부회장)과 ‘형제 경영’을 해왔다. 이런 면에서 이운형 회장 사후 사실상 그룹의 수장이 된 이순형 회장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재계는 세아그룹 경영권을 이순형 회장이 일단 이어받은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이순형 회장은 고인이 있을 때도 실무 중심으로 그룹 중대사를 챙겼다”며 “창업주인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돈독한 우애를 바탕으로 형제 경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승계’라 보기도 어렵다. 세아그룹 지분구조를 보면 이런 사실을 알 수 있다.

3월 31일 기준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의 지분은 고 이운형 회장(17.95%)과 이태성 상무(17.95%), 이순형 회장(17.66%), 이주성 본부장(17.94%)이 거의 동등하게 나눠 가졌다. 이주성 본부장은 이운형 회장의 조카로 이순형 회장의 아들이다. 올해 35세로 이태성 상무와 동갑이다.

핵심 계열사인 세아제강 지분 역시 고 이운형 회장(12.93%), 이태성 상무(10.74%), 이순형 회장(11.34%), 이주성 본부장(10.77%)이 고르게 가졌다. 이운형·이순형 회장 형제를 중심으로 각각의 아들까지 거의 동일하게 지분을 가진 것이다. 이태성 상무와 이주성 본부장은 그동안 3세 수업을 받는 한편 계열사 업무를 일부 맡으며 경영에 참여했다.

두 사람보다 연배가 앞선 이순형 회장은 그룹에서 이운형 회장 못잖은 역할을 했다. 지난해 SPP강관 인수를 주도하는 등 그룹의 중대사를 책임졌다. 그는 고인의 사후 각종 협회 활동과 내부 업무를 병행하며 공석인 그룹 회장 자리를 메웠다. 고인이 맡았던 세아제강과 세아베스틸 회장직도 추가로 맡았다.

다만 점진적으로 고인의 장남인 이태성 상무의 역할이 커지는 한편 사촌동생인 이주성 본부장이 그를 보좌하는 이른바 ‘사촌 경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는 고 이운형 회장이 보유했던 세아홀딩스·세아제강 지분 정리가 아직 덜 끝났기 때문이다. 재계는 세아그룹 분위기상 고인의 지분도 이순형 회장과 이태성 상무, 이주성 본부장 3인에게 비슷한 비율로 전해질 것으로 본다. 재계에 따르면 세아그룹은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친족간 관계가 끈끈하다.



지분 정리 연내 마무리이 때문에 이태성 상무가 이순형 회장 이상의 지분을 가져가면서 차제에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만만찮다. 여기에 애경그룹 3세인 채문선씨와 부부의 연을 맺어 향후 입지를 더 굳히리란 해석이다. 지분 정리 작업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세아그룹은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이윤아 세아그룹 홍보파트장은 “몇 달 더 지켜봐야 하지만 늦어도 3~4분기안에 상속 작업이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룹을 가장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경영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고인 지분의 상속 작업은 올해 중으로 끝날 예정이다. 그는 이어 “지분 정리라기보다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큰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으로 봐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상속 이후 그룹의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철강 업황이 안 좋은 때에 굳이 도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고 이종덕 회장이 1960년에 설립한 부산철관공업이 모태인 세아그룹은 지난해 8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핵심 계열사인 세아제강·세아베스틸 등을 중심으로 강관과 특수강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한편 세아그룹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세아타워 4층에 7월 완공을 목표로 ‘세아 역사관’을 설립 중이다. 고 이종덕 회장과 이운형 회장을 기리는 자료를 전시할 계획이다. 세아그룹 관계자는 “고 이운형 회장이 별세 전에 역사관 건립을 결정했는데 완공을 지켜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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