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s - “수천억 들인 마리나에 중국 요트 채울 것인가”
- features - “수천억 들인 마리나에 중국 요트 채울 것인가”

현대요트는 국내 요트제작의 선도 기업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100피트(30m)급 요트를 포함해 22척을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80억원으로, 2년 전과 비교해 5배로 성장했다. 6월 10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요트 화성공장에서 만난 도순기 대표는 “전국에 수많은 마리나를 건설한다 해도 국산 요트가 없으면 사상누각”이라며 “국산 요트제작 지원이 없으면 천문학적 예산을 들인 마리나에 수입요트만 가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국제보트쇼 분위기는 어땠나?
산업전 성격이 강한 전시회에 관람객 3만명 이상이 몰린 것은 의미가 크다. 실제 구매력이 있는 관람객이 많아 참가업체들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했다. 우리 회사는 5400만~1억3500만원대의 피싱요트를 선보였다. 또 요트 임대·보관·유지관리를 묶은 패키지 상품을 소개해 주목받았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가격으로 요트 대중화를 앞당기는 것이 우리 목표다.
하지만 요트산업이 정체됐다는 지적이다.
국내 요트산업은 워밍업 기간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아 시장이 커지지 않다보니 기술·시설투자에 어려움이 존재한다. 요트산업은 좀 사는 나라의 레저 측면에선 국가기간산업이다. 기업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흔히 마리나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다.
마리나는 요트산업 성장의 핵심이다. 자동차로 치면 도로와 주차장 격이다. 마리나에는 요트 정박시설과 함께 클럽하우스 등 편의시설이 구비돼야 한다. 정부·지자체 주도로 마리나 건설이 이뤄지고 있지만 공공부문에서 모든 마리나를 건설·운영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민간의 투자를 이끌어내야 하는데 투자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내륙, 즉 배후지 개발을 허용해야 한다. 마리나 사업자는 개발로 이익을 내고, 정부는 돈 안 들이고 항만시설 등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대형 조선시장에서 5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탄탄한 조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3면이 바다이고, 정보기술(IT) 등 기술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해양레저스포츠산업은 자동차·조선·반도체에 이은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 해양레저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1%에도 못 미친다. 매년 100만척 이상의 요트 신규 수요가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프랑스·이탈리아 등이 세계 수출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요트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은 60여 곳, 종업원은 10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연매출 수십억 원대의 영세업체다.
요트 제작은 철강·소재·섬유·부품·컴퓨터 산업 등 다양한 연관 기술이 필요하다. 알루미늄·복합수지 등 선체 재료에 따라 기술도 천차만별이다. 제작에 필요한 재료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요트 돛으로 쓰는 섬유나 선체용 철강·알루미늄 등은 국내에서 반가공 제품으로 싼값에 수출한 뒤 두 배 가격에 요트 제작용으로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업은 세계 최고, 요트 제작은 후진국’
이라는 말이 있다.
상선에서 큰 돈을 벌다보니 소형보트는 등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수한 인재들도 큰 배 제작에 쏠렸다. 상선과 여객선은 물건과 사람을 이동시킨다는 명확한 목적이있고, 이 목적을 충족시키는 기술이 발달했다. 하지만 요트는 일종의 문화다. 선주의 기호에 따라 동체·컬러·질감이 달라지고, 목적도 다양하다. ‘요트는 대중적 레저’라는인식이 퍼져야 산업이 커진다.
인식이 바뀌면 발전 가능성이 있나?
그렇다. 금세 요트 선진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 우리는 선형·엔진 등 기본적인 제작기술, 항법·통신·전기 등 IT기술, 자동차산업이 일군 인테리어기술 등 요트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요트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 수요가 형성되면 자동차·조선 1·2차 벤더들이 요트제작에 뛰어들 것이다. 이 초기 수요를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의견은?
정부의 해양레저스포츠산업 진흥 정책을 보면 지나치게 마리나 건설에만 맞춰져 있다. 그러나 마리나를 채울 요트 제작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수천억원을 들여 전국에 40개 넘는 마리나를 만들어도 텅텅 비거나 수입요트로 가득 채우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다.
요트제작은 일손이 많이 들어가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크다. 이전에 자동차·조선산업을 육성했던 것처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요트의 수요·공급을 늘려 경쟁력을 키우고, 중국 등지에 수출하며, 130피트(40m) 이상의 슈퍼요트를 마리나에 유치하는 종합적인 전략을 짜야한다.
도 대표의 말처럼 한국 요트산업은 아직 태동기지만 갈림길에 서 있다. 국산이 압도적으로 많은 자동차의 행로와 외국산이 장악한 골프의 길이 그것이다. 요트 역시 골프산업처럼 부자들의 전유물로 접근할 경우 성장의 과실을 모두 외국기업에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양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말 현재 국내 요트 수는 1만1700명 당 1척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인구 17명에 1척)이나 일본(366명 중 1척)에 크게 뒤진다.
중국의 요트산업 확장세가 무섭다.
2008년 당시만 해도 전 세계 요트시장은 미국이 70%, 아시아가 7%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대만의 성장이 눈부시다. 부자가 늘면서 수요가 급증하자 공급도 늘고 있다. 대만은 오래 전부터 요트강국이었다. 미국에 자체브랜드 요트를 수출하고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슈퍼요트 부문 세계 7위다. 이런 대만기업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중국의 요트제작 기술을 이끌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육성정책과 해외 수입요트에 대한 높은 관세(44%)가 자국 요트산업을 지원한다.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따라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특히 우리는 조선업과 IT산업이 강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더딘 걸음으로는 중국에 세계 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을 뺏긴다. 중국은 경쟁국이지만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 이미지가 좋아 경쟁력이 있다. 또 요트는 물류비가 비싼데 지리적으로 가까워 유럽 요트와의 경쟁에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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