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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MARKETING - ‘만년 하위’ 넥센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진출

SPORTS MARKETING - ‘만년 하위’ 넥센 창단 후 첫 가을야구 진출


올 시즌 5大 관전 포인트 2년 연속으로 700만 관객 시대를 이어가는데는 실패했지만 올 한해 국내 프로야구 정규리그는 다른 어느해 보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했다. 프로야구단 가치평가에 영향을 미친 주요 이슈들을 짚어본다.





1 LG, 11년 만에 가을야구LG트윈스는 온 나라가 한일월드컵축구 4강의 감격으로 들떠 있던 2002년을 마지막으로 10년 연속 4강에 들지 못했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야신(야구의 신)’ 김성근 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끌며 탁월한 지도력을 뽐냈지만 연임되지 못하고 LG 사령탑에서 물러났다(이 때문에 항간에는 ‘김성근의 저주’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류제국(12승), 리즈(10승), 우규민(10승) 등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선발 투수가 3명이나 나왔다. 타선에서도 완벽한 신구 조화를 이루며 90년대 LG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신바람 야구’를 다시 보여줬다.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주역인 봉중근은 38세이브로 1997년 ‘야생마’ 이상훈이 작성한 37세이브를 갈아치우며 특급 마무리로 우뚝 섰다. 38세의 노장 이병규도 0.348의 타율로 최고령 타격왕에 오르는 등 다양한 기록을 쏟아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변화의 중심에는 프로야구 감독 중 가장 젊은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다독였다. 선수 탓을 하기보다 잘못을 자신에게 돌리는 등 스타 플레이어 출신 지도자에게 흔히 발견되는 귄위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LG의 선전에 힘입어 ‘가을야구’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유광 점퍼’도 날개 돋힌 듯 팔렸다. LG구단의 봄·가을용 점퍼로 표면이 광택 나는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돼 있어 그렇게 불린다. LG구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던 지난 8월 27일 서울 잠실 넥센전에 앞서 1차로 유광 점퍼를 판매했다. 준비했던 물량 400벌은 판매를 개시한지 2시간 만에 동이 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 ‘만년 약체’ 설움 벗은 넥센넥센은 2008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정규시즌 3위)에 진출하며 LG와 함께 포스트시즌 판도를 바꿨다. 넥센은 9개 구단 중 유일한 야구전문 기업으로 모기업의 후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된다. 창단 초기 경영난으로 선수들을 트레이드하며 전력 약화를 자초했다. 성적도 2008년 7위, 2009년 6위, 2010년 7위 2011년 8위에 머물며 ‘만년 하위팀’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변화의 바람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했다. 넥센의 전신인 현대유니콘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이택근이 돌아오고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김병현이 입단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2011년 LG에서 이적한 박병호를 비롯해 깜짝 스타 탄생에 힘입어 지난 시즌 6월까지 선두 싸움을 벌이며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얇은 선수층은 금방 한계를 드러냈고 결국 6위로 마감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해 팀의 작전-주루 코치를 맡았던 염경엽 코치를 올해 새 감독으로 맞이한 넥센은 7월까지 선두를 질주했다. 이후 오심 논란 등 숱한 우여곡절 속에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4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9월 한달 동안 14승4패를 달리며 삼성 LG와 함께 ‘역대급’ 선두 싸움에 합세했다.

위기에서도 침착과 냉정을 잃지 않는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과 타격 4관왕에 오른 ‘국민 4번 타자’ 박병호, 호타준족의 유격수 강정호, 세이브 1위 손승락 등 간판 선수들의 맹활약이 넥센의 첫 가을야구를 견인한 원동력이었다. 지난해 롯데에서 이적한 김민성은 주전 3루수를 맡아 공수 양면에 큰 힘을 보탰다. 이성열도 초반 홈런쇼로 타선에 무게를 더했다.



3 ‘인기구단’ 롯데와 기아의 부진한국 프로야구의 전통적 인기구단 롯데와 기아는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두 구단의 성적부진은 고스란히 관객 수 감소로 이어져 전체 관객 수는 지난해보다 10% 줄어든 644만1855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프로구단 최초로 5년 연속 100만 관중을 달성했던 롯데는 올해 77만681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다 44% 줄었다. 입장권 가격 인상, 그리고 경남지역을 연고로 하는 NC의 1군 진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대호(일본 진출)와 홍성흔(두산으로 이적) 등 자유계약(FA) 선수가 팀을 떠남으로써 생긴 공병오 인기 하락이 원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국보급 스타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전통 강호 기아의 몰락은 충격이었다. 선수로서 한국과 일본 야구를 모두 평정한 그는 2005년 삼성 감독으로 선임돼 2009년까지 6시즌 동안 우승 2회, 준우승 1회, 4위 2회, 5위 1회 등 한 번을 빼곤 모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선동열 감독은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올 시즌 대다수 야구 전문가들은 기아를 삼성과 함께 강력 우승후보로 꼽았다. 김상현·나지완·이범호·최희섭 등 거포들이 즐비했고, 국가대표 이용규와 3할을 칠 수 있는 김원섭도 건재했다.

여기에 연봉·옵션 총 50억원 들여 롯데에서 김주찬도 데려왔다. 투수진도 ‘예비 메이저 리거’ 윤석민에 좌완 에이스 양현종, ‘돌아온 괴물’ 김진우, 메이저리그 출신 서재응에 지난 시즌 각각 11승, 9승을 올린 외국인 선수 앤서니 르루와 헨리 소사까지 건재했다.

시즌 시작 후 5월 1일까지 기아는 15승1무6패, 승률 71.6%로 1위를 내달렸으나 5월부터 성적이 떨어졌다. 8월 이후 급격히 추락하며 신생팀 NC에도 뒤진 8위로 시즌을 마쳤다. 충격적인 몰락의 가장 큰 이유로 선수들의 줄부상, 주전과 菲주전의 현격한 기량 격차를 들 수 있다.

‘50억원의 사나이’ 김주찬은 시즌 시작 4경기 만에 부상으로 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약 두 달 만인 5월 31일 다시 돌아왔지만 8월 10일 다시 부상으로 올 시즌을 접었다. 김선빈·최희섭·김상훈·김원섭·이용규·양현종 등도 줄줄이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삼성 시절 보여준 선동열 감독 특유의 ‘지키는 야구’가 기아의 전통적인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해태 타이거즈부터 기아 타이거즈로 이어지는 타이거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종범을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까지 마친 상태에서 전격 은퇴시킨 것이 팀 분위기 악화로 이어져 위기의 시발점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4 신생팀 NC의 선전가을야구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막내팀 NC다이노스의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2011년 팀 창단 후 지난해를 퓨처스(2군)리그에서 보낸 NC는 처음 1군 리그에 참가한 올해 시즌 개막 후 내리 7연패를 당하며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시두드려 맞으면서 선수들은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NC는 지난 4월 11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를 상대로 역사적인 1군 첫 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이후 다시 연패에 빠졌다. 4월 한 달 동안 4승1무17패로 한화와의 꼴찌 경쟁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이후 20홈런 87타점으로 팀내 최고 성적을 올린 최고참 이호준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NC 선수들은 점차 무기력한 패배와 어이없는 실수를 줄여나가며 ‘만만치 않은 막내’로 거듭났다.

50도루를 기록하며 도루왕에 오른 김종호와 ‘슈퍼루키’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초반 부상에 시달렸던 나성범의 복귀가 맞물리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마운드에서는 이재학과 찰리 쉬렉이 단연 돋보였다. 이재학은 한때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10승5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찰리는 11승7패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하며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을 올린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52승3무71패, 승률 4할2푼5리)를 넘지 못했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대전적에서도 두산(4승12패)과 삼성(4승1무11패)에 크게 밀렸을 뿐 6위 SK에 10승6패로 앞섰다. 9위 한화 이글스와는 8승8패로 균형을 이뤘다. 지역 라이벌 롯데와도 6승2무8패로 호각세를 보이며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5 ‘현진이도 가고, 찬호도 가고…’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우승(10회)을 자랑하는 김응룡 감독을 앞세운 한화가 꼴찌탈출에 실패했다. 시즌 성적은 42승85패1무로 전체 최하위로 2년 연속 꼴찌라는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애초에 전력 약화를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에이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하며 팀을 떠났고, 박찬호의 은퇴, 양훈의 경찰청 복무 등으로 마운드가 약화됐다. 그렇다고 뚜렷한 전력 보강 요소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총 22시즌 동안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내는 등 통산 1476승을 기록한 김응룡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전문가들 역시 김응룡 감독의 카리스마에 기대를 걸며 한화를 다크호스로 꼽았다.

하지만 역대 개막 최다 연패인 13연패를 당하는 등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이후 NC와의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으면서 반전을 이뤄내는 듯했지만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전반기를 22승51패1무로 마감한 한화는 3할대 승률(0.301)을 간신히 넘어섰으나 이미 1위 삼성과의 승차는 22경기까지 벌어진 뒤였다. 1,2군 주요 코칭 스태프를 전격 교체시킨 한화는 후반기 막판 잠시나마 ‘고춧가루 부대’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하지만 일찌감치 최하위로 밀려나면서 순위 반등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5.31로 전체 최하위 기록을 비롯해 팀 타율 역시 0.259로 NC에만 우위를 점했을 뿐이다. 팀 홈런 47개는 올시즌 이 부문 1위 넥센(125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삼진(933개, 8위), 병살타(140개, 9위), 득점권 타율(0.253, 9위) 등에서도 모두 낙제점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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