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ck - 배당주로 방어적 투자 나설 때

2003년 이후 9년 동안 국내 상장기업의 이익 규모가 40조원에서 110조원으로 늘었다. 이유는 세 가지다. 먼저 경기가 좋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경제 체질이 개선됐다. 그 힘으로 2000년 중반에 비교적 오랜 시간 경제회복이 이루어졌다. 둘째는 분배구조 변화다. 기업은 경영활동을 통해 새로운 부를 창출한다. 이를 부가가치라 하는데 창출된 부가가치는 기업·근로자·금융회사·정부 등이 나눠 갖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최저를 기록한 후 빠르게 상승해 2002년에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을 넘어섰다. 그리고 2004년이 되면 전체 부가가치 중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노동이 35%, 금융회사가 5%로 바뀐다. 2002년 이후 큰 폭의 생산성 개선이 있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을 기업이 차지해 수익 향상이 이루어진 것이다. 임금이 비탄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어 생산성이 떨어지면 기업이 손실의 상당 부분을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기업의 몫이 커진다. 마지막은 중국 특수다. 지난 10년 간 중국이 세계 경제에 새롭게 참여하면서 예기치 않은 수요 증가가 있었다. 특히 중국에 자본재를 공급하는 업체와 대규모 장치 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이 혜택을 봤다. 조선·화학 등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이 그 대상이어서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4분기 실적은 나아질 듯이와 달리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실적 발표를 끝낸 103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4.4% 줄었다. 이익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 상황이 더 나빠져 영업이익은 14조5000억원에서 13조4000억원으로 7.6%, 당기순이익은 16조4000억원에서 11조5000억원으로 30.3% 줄었다. 발표가 있기 전까지 3분기 실적은 좀 괜찮을까 기대했다. 국내 경제가 3월에 바닥을 찍은 만큼 기업 실적도 회복될 시점이 됐기 때문이다.
과거 경제변수와 기업 실적 사이의 관계를 보면 경기가 좋아지고 1~2분기 후부터 이익이 회복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번에는 과거 같은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건 분배구조 변화와 중국 특수의 영향이 사라진 때문이다. 경기회복과 기업의 힘만으로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데 특수 요인이 사라진 만큼 실적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방어업종 관련주 상승장에서 소외기왕에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문제는 4분기 실적이다. 실적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경우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행히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4분기는 3분기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9월에 신흥시장 국가의 위기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의 정부 폐쇄에 따른 우려도 제기됐다.
국내 경제도 이런 대외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9월 광공업생산이 8월에 비해 2.1% 감소했다. 소비재 판매, 설비투자 등 대부분 지표가 하락했다. 대외 악재와 함께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단축과 자동차 파업 등도 영향을 미쳤다.
다행인 점은 3분기에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수출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10월 수출액이 한 달 기준으로 처음 500억 달러를 넘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기조가 앞으로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문제는 환율이다. 달러당 원화 가치가 10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일본의 엔화 약세가 재개될 경우 환율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추경과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올 5~6월에 정책 결정이 내려져 그동안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4분기부터는 상당한 역할을 할 걸로 기대된다. 많은 거시변수가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4분기 기업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가 2년간 벗어나지 못한 박스권을 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 환경이 상당히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스권 돌파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장 환경을 정리해 보면 우선 수급이 양호하다. 외국인이 장기간 순매수를 계속하고 있는데 최근에 다소 줄어들긴 했어도 하루 평균 1000억원 정도는 유지하고 있다.
수급 자체가 변동이 심해 예측하기 힘든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연내에 외국인이 크게 매도하는 일은 없을 걸로 생각된다. 외국인 매수가 시작된 배경인 한국경제 바닥 탈피, 다른 신흥시장 국가에에 비해 우수한 대외 수지, 연초 이후 선진국과 한국 시장 간의 상승률 차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9월에 지표가 둔화됐지만 회복 추세는 변하지 않았다. 2000년 이후 경기 주기가 짧아졌어도 한번 회복이 시작되면 최소 1년 반은 유지됐다. 올 3월에 국내 경제가 바닥을 벗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까지 회복이 이어질 걸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선진국 주가 상승도 심리적 안정을 주고 있다. 미국 시장이 올 들어 23% 올랐다. 유럽도 20% 가까이 상승했다. 시장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는 걸 감안할 때 연말까지 지금의 추세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쉽게도 박스권을 돌파한 후에는 주식시장이 강하게 상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높은 주가 부담을 털어낼 정도로 실적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주가가 움직일 걸로 가정하는 게 맞다. 투자 종목은 방어에 초점을 맞춰 선정했으면 한다. 검증된 방어업종과 배당주가 여기에 해당한다. 내수와 인프라산업 등 방어업종은 2011년 이후 세 차례 하락을 겪었다.
2011년 8월, 지난해 4월, 올해 6월이었는데 투자 패턴이 공격적으로 바뀌어 방어주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게 이유였다. 대신 자동차·보험·소프트웨어·의료 등 성장 관련주가 강세를 기록했다. 환율을 감안할 때 앞으로 국내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소프트웨어와 의료는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약했던 방어업종 주식들이 주목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당주는 주가 조정에도 양호한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연말에 배당주 선호현상이 나타난 점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적절한 투자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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