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구멍 취업 대신 내 사업 도전
바늘구멍 취업 대신 내 사업 도전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맞아 구직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예년에 비해 대기업 공채 규모가 줄어들면서 대기업을 향한 구직자들의 행렬은 더 길어졌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웬만한 기업의 입사시험 경쟁률이 100대1을 가볍게 넘어섰다. 취업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입사 전쟁’은 연례행사로 변했다.
중국 역시 올해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맞고 있다. 올해 중국의 대학 졸업자 수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기업 채용규모는 오히려 줄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대졸자 수는 2009년 600만명을 돌파한 이후 계속 증가 일로에 있다. 올해에는 전년 대비 19만명 늘어난 699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엇박자를 보인다. 중국 교육컨설팅기관 MyCOS(麥可思)가 올초 실시한 500대 기업에 대한 채용 설문조사 결과, 올해 대졸자 채용예정 인원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활동 순위 세계 2위로이렇게 갈수록 취업문이 좁아지는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각 기업의 채용 여력이 떨어진 때문이다. 해외 유학파가 대거 귀국하면서 취업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지난 한 해에만 중국으로 돌아온 해외 유학생 수가 27만3000명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46.6% 급증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였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해외에서 일자리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해 평균 10만명 정도이던 해외 유학파의 귀국 행렬은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다. 최근 5년 간 귀국 유학생 수만 80만명에 달한다.
대학생들은 직장 구하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울상이다. 사정이 이렇자 취업 대신 창업을 택하는 대학생이 크게 늘었다. 원래 상인 기질이 남다른 중국인들의 돈벌이 욕심은 유별날 정도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직장인도 마음속으로는 늘 독립해 큰 돈 벌 궁리를 한다. 대학생 창업이 활기를 띠면서 중국 창업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올 초 발표된 칭화대학 창업연구센터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전 세계 창업활동 순위는 2011년 11위에서 지난해 2위로 뛰어 올랐다. 중국 도시인구 10만명당 창업기업수도 24개에서 53.6개로 증가했다. 창업의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창업활동지수 또한 12.3%에서 24%로 올라가는 등 전반적으로 창업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른다.
상하이 창업지도 전문가 왕건취안(王根泉)은 대학생 창업자들이 전자상거래·정보기술(IT)·전시컨벤션·문화산업·웨딩산업·요식업 분야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분야는 대학생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학과 전공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소자본 투자로 초기에 이윤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업 쪽으로 눈을 돌리는 대학생들이 급증하자 중국 정부도 창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무원은 5월 16일 ‘2013 대학 졸업생 취업확대 프로그램’을 통해 대학생 창업 때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출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창업 때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나타난 자금난 해결을 위해 지방정부별로 대출지원 정책도 활발히 추진 중이다.
지역별로 대학생 창업에 대한 담보대출 지원 범위는 10만 위안에서 최대 100만 위안에 이른다. 정부 차원의 창업교육 및 지원서비스를 강화하고, 중점 육성분야인 하이테크산업, 자원이용 산업, IT 분야에 대한 창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교에서도 창업교육에 대한 학점 우대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재학생들의 창업교육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소자본 창업 지원책중국에 있는 한국 유학생의 창업열기도 뜨겁다. 일찌감치 소사장을 꿈꾸며 창업을 고민하는 모습이 부쩍 눈에 띄고 있다. 소자본 창업 유망업종이 무엇인지 직접 발로 뛰며 찾는 유학생이 늘었다. 중국 소자본 창업에서 유망 분야는 무엇일까.
올 3월 KOTRA가 개최한 ‘중국 소자본 창업 설명회에서 참가 연사들은 중국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의류·화장품·식품 등 생활소비재, 스마트폰용 앱 등 IT, 이벤트 기획 등의 서비스 분야를 꼽았다. 이들은 한류의 파급효과가 소비자들의 구매행위로 이어지는 이른바 ‘경제 한류’ 현상 덕분에 화장품·식품·의류 등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종별로 한국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경쟁력이 차별적인 만큼, 창업 때 이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사전검토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화장품의 경우 소자본 창업 때 저비용 고품질 상품으로 승부해야 하며, 의류는 한국의 빠른 시장대응력을 활용해 유행 파악 후 제품화하는 기획력과 재고관리 방안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식당은 무엇보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을 잡는 것이 성패의 핵심이며,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앱 개발의 경우 투자비용이 낮고, 사용인구가 폭증하고 있어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창업 때 유의할 점도 적지 않다. 중국 창업시장의 확대와 내수시장의 성장은 분명히 소자본 창업자에게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는 창업은 대부분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중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창업에 대한 지원제도가 미비하고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축소, 복잡한 법인설립 절차 등이 존재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과거 서비스 분야에 대한 규제가 심할 때는 중국인 직원이나 조선족 명의를 빌려 사업체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제품 인증 취득, 상호 등록, 출자금 납입, 지식재산권 출원 및 법원 등기 이후 인허가 등은 한국과 상이한 부분이 많다. 때문에 업종별로 해당 법규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예상치 못한 금전적 손실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중국에서 사업하면서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우리와 유사할 것이라는 가정과 전제 아래 판단하는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인과 중국인 사이에는 서로 다른 점이 훨씬 많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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