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⑦ ‘천사도 꺼리는 곳(살인적 경쟁 분야)’에 달려드는 바보

Management - 新사업의 숨은 함정 ⑦ ‘천사도 꺼리는 곳(살인적 경쟁 분야)’에 달려드는 바보

자기 과신으로 경쟁자 폄하 … 엉성한 계획 밀어붙이다 역풍



일일지구 부지외호(一日之狗 不知畏虎).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다. 영어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천사도 가기 두려워하는 곳에 바보가 달려든다(Fools rush in where angels fear to tread). 신사업도 마찬가지다. 뭐든 잘 될 것 같고 당장이라도 돈벼락이 내릴 것 같다. 허나 신(新)사업이 그 분야 기존 업체에게는 이미 익숙한 구(舊)사업이라는 데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신사업 시장은 임자 없는 무주공산이 아니라 살인적인 경쟁(Cut-throat competition)이 벌어지는 격전장인 것이다.

지금은 한풀 꺾였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열기가 뜨거웠다. 정부는 돈을 풀고, 학계는 북을 쳤으며, 민간은 몸을 던졌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치고 신재생에 한 다리 걸치지 않은 기업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각 기업의 사업계획을 들여다 보면 마치 똑같은 참고서를 베낀 것처럼 거기서 거기다. 더욱이 우리보다 훨씬 먼저 출사표를 던진 미국과 유럽의 전통 강자들을 어찌 상대한단 말인가.

신사업을 기획할 때 현존하는 혹은 잠재적인 경쟁자의 존재를 간과하는 유아독존식 오류가 종종 발생한다. 일명 ‘베이비 독(Baby dog) 바이러스’. 초심자의 용기만으로 성공을 기대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진한 발상이다. 베이비독 판별법은 간단하다. 자신의 역량은 과대 평가하고, 경쟁 위협은 무시한다는 것이다.

경쟁자들의 왼뺨을 때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굳이 복잡한 게임이론에 기대지 않아도 상황이 훤히 그려진다. 그러나 신사업 기획에 취하다 보면 이 점을 놓치기 쉽다. 이른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끌려 경쟁분석을 소홀히 하고 공연히 벌집만 건드리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

1980년대 패션시계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세이코·시티즌 같은 일본 전자시계 업체들의 공세를 이겨낸 스위스의 스와치(Swatch) 그룹. 이 회사는 ‘두 번째 별장은 가지면서 왜 두 번째 시계는 갖지 않으세요?’라는 광고 슬로건을 사용하면서 ‘두 번째 시계(Second watch)’의 약자를 따 사명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내친 김에 핸드백·스카프 같은 명품 패션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게 화근이었다. 1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프랑스·이탈리아의 터줏대감들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실수를 깨달은 스와치는 1년여 만에 패션시장에서 슬그머니 발을 뺏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프라다·구찌 같은 패션 강자들을 시계 시장에 초대하는 역풍을 자초한 것이다.

버드와이저 맥주로 유명한 앤호이저 부시(Anheuser-Busch)는 1979년에 스낵사업에 뛰어들었다. 맥주와 스낵 간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런데 술집과 비행기 기내 스낵시장을 넘어 본격적으로 소매시장에 진입하자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감자칩으로 유명한 프리토레이(Frito-Lay)를 필두로 한 경쟁기업들의 무자비한 물량·가격 공세를 맞은 것이다. 결국 앤호이저 부쉬는 1996년에 스낵 사업을 내려놓고 P&G에 매각하고 만다.

베이비독들은 기를 쓰고 덤벼도 될까 말까 한데 누가 봐도 엉성한 계획을 밀어붙인다. 이름하여 ‘플랫랜드(Flatland) 바이러스’다. 플랫랜드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신학자였던 애드윈 애보트의 소설 제목으로 2차원의 평면세계를 뜻한다. 평면적인 사고의 함정은 상상력에 제한을 가하고 이분법적이고 편협한 해결책으로 몰아간다는데 있다. 현실에서 플랫랜드에 빠지는 대표적인 두 가지 경우를 살펴 보자.

우선 ‘NIH(Not Invented Here) 신드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을 말한다. 지금은 역사에서 사라진 즉석 카메라의 대명사 폴라로이드는 누구보다도 먼저 디지털 시대의 도래를 내다보고 진작에 ‘디카’개발에 뛰어든다.

그러나 자신의 주 특기인 렌즈와 광학기술 외에도 디지털 신호처리, 소프트웨어, 스토리지 등까지도 직접 개발하려다 보니 출시가 늦어지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쇠락해가는 아날로그와 경쟁력 없는 디지털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2001년 파산의 길로 접어든다.

다음으로 허술한 비즈니스 모델. 비즈니스 모델은 레고처럼 각 블록들이 긴밀하게 맞물려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많은 베이비독들은 치밀한 고민 없이 그저 사다 붙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우(愚)를 범한다. 일례로 단거리 저비용항공 시장에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벤치마킹 한 수많은 기업이 번번이 실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에는 전략·인사·재무·운영·생산·서비스 등 각 기능이 제 각각의 이유를 갖고 유기적으로 일체화돼 있다. 따라서 한두 가지 눈에 띄는 에피소드를 갖고 편의적으로 벤치마킹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최근에 타계한 베트남의 독립 영웅 보구엔지압(武元甲) 장군의 말을 빌자면 경쟁자들은 의외의 시간·장소에서 의외의 방법으로 공격해 올 수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모델 설계 단계부터 이미 경쟁자의 대응을 핵심 변수로 고려해야 한다. 홀리데이인과 월마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플랫랜드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경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홀리데이인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비즈니스 호텔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를 창조했고, 월마트는 땅값이 싼 교외지역에 박리다매형 대형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모델을 개척했다.



개방형 지식사회, 아웃소싱 능해야A부터 Z까지 필요한 역량을 모두 다 갖추고 신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업 속도를 높이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수혈 받기 위해 시스코의 A&D(Acquisition & Development)나 P&G의 C&D(Connect & Development) 전략처럼 외부 지식재산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나인시그마(NineSigma)·이노센티브(InnoCentive)·유어앙코르(YourEncore)·옛투닷컴(Yet2.com) 등 개방형 혁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참고할 만하다.

닭·소·풀 중 2개를 묶어 보라고 하면 서양인들은 대개 닭과 소를, 동양인들은 소와 풀을 묶는다고 한다. 서양은 속성, 동양은 관계를 중시한다는 말이다. 신사업을 기획할 때도 ‘속성’과 ‘관계’ 측면을 함께 고려하는 등 좀 더 입체적인 사업기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라면 신사업 후보로서 ‘속성’이 유사한 중장비 사업과 함께 승용차 이용자들과의 ‘관계’에 착안해 정비, 렌탈, 중고차 매매, 텔레매틱스 시장 등을 함께 고려해 봄직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내년 '연봉 3배' 올려준다고?...인재 채용 '치킨 게임' 시작됐다

2 ‘유퀴즈’ 출격 고현정, 드뮤어룩 완성한 ‘이 브랜드’

3이커머스에 반격…기대 이상 성과 낸 ‘스타필드 마켓’ 비결은

4‘1400원 强달러’에 달러보험 눈길 가네…장·단점은?

5구글 최고의 무기, 세계 1등 브라우저 크롬…분사해야 한다면?

6‘제2의 도시’의 운명…성장과 쇠퇴 그리고 도전

7“최강야구부터 무쇠소녀단까지”...땀 흘리는 예능이 인기인 까닭

8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9‘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실시간 뉴스

1내년 '연봉 3배' 올려준다고?...인재 채용 '치킨 게임' 시작됐다

2 ‘유퀴즈’ 출격 고현정, 드뮤어룩 완성한 ‘이 브랜드’

3이커머스에 반격…기대 이상 성과 낸 ‘스타필드 마켓’ 비결은

4‘1400원 强달러’에 달러보험 눈길 가네…장·단점은?

5구글 최고의 무기, 세계 1등 브라우저 크롬…분사해야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