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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실패해도 망하지 않을 수(手)가 최선

Management - 실패해도 망하지 않을 수(手)가 최선

낙관적 전망의 함정 … 성공하면 좋고 안 돼도 본전 하는 전략이 으뜸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매수 추천 의견을 자주 내놓는다. 특히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그렇다.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종종 매도 의견을 내놓지만 기업의 눈치를 더 봐야 하는 국내 증권사 사정은 다르다. 매수 추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주식을 사는 것이 좋다는 장밋빛 전망을 믿고 투자했다가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투자분석가들은 직업적 특성상 낙관적 전망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니 투자자들은 분석가의 달콤한 수읽기를 감안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장밋빛 일색 바둑TV 사업 20년 고전어떤 일이 잘 되리라 전망하는 건 많은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거나 벤처기업을 하는 이들은 거의 모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가능성이 보일 경우도 당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장밋빛 전망을 하는 건 기대심리 때문이다.

냉정하게 보면 현실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변수를 감안할 때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성공할 가능성을 80~90% 정도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실패할 가능성을 그렇게 보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성공의 축배보다는 실패의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큰데 장밋빛 전망을 한다면 좌절을 맛볼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예를 하나 들어본다. 20년 전 한국에 유선방송사업의 바람이 뜨겁게 불 때다. 바둑계에서도 유선방송에 진출할 것이냐를 놓고 긴급회의가 자주 열렸다. 재단법인 한국기원의 임원을 맡고 있던 재벌그룹 총수 3명과 전직 고위관료, 바둑계 대표들이 모여 이사회를 열었다. 필자는 당시 프로기사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바둑TV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됐다. 경제계의 거물들이 의사결정을 하고 투자를 한다고 해서인지 이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다. 너도나도 묻지마 투자를 했다. 정보 부족으로 투자할 기회를 잃은 몇몇 바둑인들이 필자에게 공지를 제대로 안 했다고 항의를 했다. 그때 필자는 이 사업이 잘 된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렇게 출범한 바둑TV는 이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다른 케이블TV에 비해 수익을 많이 올리는 편이었지만 경영이 쉽지 않았다. 그때 항의하던 사람들은 아마 투자를 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겼을 것이다. 구조조정과 합병 등을 거치며 바둑TV는 20년이 지난 최근에 와서야 진정한 주식으로서의 가치를 갖게 됐다. 재계의 최고경영자들이 분석을 하고 상의를 하며 투자를 결정한 사업인데도 이처럼 성공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러니까 무작정 대박의 달콤한 상상을 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장밋빛 전망이 반드시 나쁜 건 아니다. 인간사회의 많은 일은 희망적인 전망으로부터 이루어지고 발전되어 왔다. 모든 일이 회색빛 전망 일색이라면 대부분 포기해 발전하기 힘들 것이다. 콜럼버스가 서쪽으로 항해해도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을 때 왕을 비롯한 많은 사람이 비웃었다.

그러나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은 희망적인 관점을 갖고 배와 승무원을 빌려주었다. 이때 낙관적인 전망을 하지 않았다면 신대륙의 발견은 훨씬 늦어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권장해야 할 이중성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장밋빛 전망의 이중성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바둑의 고수들은 두 가지 지침을 준다. 하나는 성공 가능성과 함께 실패할 가능성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할 경우에도 운이 없었나 보다 하고 훌훌 털고 일어날 수가 있어야 한다. 투자한 원금을 날릴 경우 치명적 후유증이 온다면 절대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 둘째로 고수들은 실패해도 망하지 않을 전략을 추구한다. 이것은 성공하면 이익이며 실패해도 본전인 방법을 쓴다는 뜻이다.

[1도]는 흑진 속에 있던 백돌 세 점을 공격하는 장면이다. 이 돌을 잡으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누구나 흑1로부터 백돌을 포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백2·4로 달아나면 흑5로 봉쇄한다. 아마추어들은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이런 식의 공격을 펴는 수가 많다. 그러나 이런 작전은 위험하다. 실패할 경우 일어서기 힘들다. 이것은 투자로 치면 있는 재산 다 털어서 올인하는 것과 같다. 성공하면 대박이요, 실패하면 쪽박이다.

[2도]에서 고수들은 실패해도 손해가 되지 않도록 다른 전략을 쓴다. 백2로 달아날 때 무리하게 잡으러 가지 않고 흑3쪽으로 몬다. 이것은 오른쪽 흑집을 키우며 백돌을 추격하는 수다. 백4로 달아날 때 흑5와 같이 무리 없이 공격을 한다. 대마를 잡지 못한다고 해도 손해 볼 일이 없으니 마음 편하다.

이 전략을 경마에 비유해 보자. 마사회의 마주이자 경마팬인 P씨는 마권을 살 때 이런 전법을 쓴다. 배당률이 좋은 마권에 모두 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베팅한 말이 뒤쳐질 경우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둔다. 자신이 걸었던 말이 우승을 못해도 손해가 나지 않게 조치한 것이다.

주식투자나 다른 투자에서도 이런 방법을 적용해 보면 괜찮을 것 같다. 장밋빛 전망이 빗나갔을 때를 대비하여 분산 투자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야심 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도 실패할 경우에 대비하여 큰 위험이 없도록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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