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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때론 데이터보다 직감, 이성보다 직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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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거 앨런 포 『검은 고양이』 ‘휴리스틱(감정적·즉흥적 판단)’ 개념 … 경영은 알고리즘에만 의존하면 안 돼



애드거 앨런 포(Edgar Allen Poe) 하면 추리·공포·범죄·살인·스릴러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그는 200년 전 추리소설·공포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 포가 사용한 1인칭 서술은 현대 추리소설의 기본 골격이 됐다. 『모르그 거리의 살인사건』이나 『도난 당한 편지』에 등장한 오거스트 뒤팡은 탐정의 모델을 제시했다. 명탐정 셜록 홈즈를 만든 아서 코난도일은 “포가 추리소설에 생명의 숨을 불어 놓을 때까지 추리소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추리소설뿐 아니다. SF소설의 대가인 쥴 베른은 공상과학적인 영감을 포에게 받았다. 헤밍웨이나 스티븐 킹도 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아직 형태를 잡지 못하던 미국 문학의 골격을 잡았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포는 1809년 출생이다.

『검은 고양이』는 포의 대표작이다. 병적인 자아분열과 범죄심리, 공포와 두려움 등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843년 발표한 작품이지만 현대적인 감각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내일이면 교수형에 처해질 범죄자다. 죽기 전 일련의 일을 솔직하게 고백하겠다며 과거 일을 회상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나’는 동물을 사랑해 플루토라는 이름의 검은 고양이를 길렀다. 하지만 음주벽에 빠져 포악해지면서 어느 날 홧김에 칼로 플루토의 눈 한쪽을 빼버린다. 다음날 아침 정신이 돌아왔을 때 죄책감을 느끼지만 어느 날 아침 고양이를 나뭇가지에 목매달아 죽여버린다. 그날 밤 집에 불이나 온 재산을 잃어버린다. 화재 다음날 타고 남은 한쪽 벽을 보니 목에 밧줄이 감겨있는 고양이 상이 남겨져 있다.

고양이 환영에 빠져 괴로워하다 어느 날 주점에서 새로운 검은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 고양이를 키우기로 하지만 한쪽 눈이 멀어있다는 것을 안 순간 공포감과 혐오감·증오감을 느낀다. 무섭게 느껴지던 고양이를 지하 광에서 죽이려 하는 순간 아내가 막아서자 나는 도끼로 아내를 살해한다. 나는 완전범죄를 꿈꾸며 아내 시체를 벽에 넣고 벽돌로 틀어막은 뒤 회로 발라버린다.



경제학의 신조류 행동경제학‘나’가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칼로 도려낸 것은 분노로 이성을 잃은 때문이다. 플루토가 이빨로 그의 손을 할퀴자 참지 못할 만큼 화가 났다. 하지만 그가 아침에 잠이 깨고 이성을 되찾았을 때는 달랐다. 자신의 범죄에 대한 공포와 참회가 몰려들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직관과 감정에 따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것,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휴리스틱’이라고 부른다.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보면 인간은 ‘알고리즘(algorithm)’ 혹은 ‘휴리스틱(heuristic)’의 두 경로를 따라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알고리즘은 수학이나 컴퓨터에서 원인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문제를 파고드는 방식을 말한다.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어떤 사안을 판단한다는 얘기다. 반면 휴리스틱은 이성보다는 직감, 혹은 직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 이른바 ‘느낌 아니까’다.

나는 지극히 이성적이지만 술에 취했을 때는 다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즉흥적으로 행동을 결정한다. 휴리스틱에는 몇 종류가 있다. 당시의 기분에 따라 대상에 대한 판단을 하는 것을 ‘기분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특정 대상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예뻐 보이기도, 싫어 보이기도 하는 것이 ‘감정 휴리스틱’이다.

술벽에 빠져 이성을 잃어버린 나는 검은 고양이 플루토에 대해 두 가지 휴리스틱이 다 적용됐다. 술을 먹으면 플루토에게 손찌검을 하니 플루토는 당연히 술취한 나를 피한 것인데 그런 나는 매우 불쾌해졌다. 기분이 상한 상태에서 플루토를 보니 내가 그토록 사랑해줬는데도 나를 피한 데 대한 배신감이 더 커진다. 그러다 결국은 플루토의 눈을 칼로 빼버렸다. 미우니까 싫은 대상에 대해 눈을 빼는 과격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감정 휴리스틱이다.

플루토를 나뭇가지에 매달아 죽이자 검은 고양이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 화재 직후 남은 벽에 목맨 고양이의 상을 발견했을 때 ‘나’의 공포는 극에 달한다. 검은 고양이를 새로 들이지만 플루토와 닮은 데다 가슴에 있는 흰반점이 교수대 형상으로 보이자 몸서리쳐졌다.

고양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던 ‘나’는 고양이를 죽이기로 한다. ‘검은 고양이=공포’로 여기는 심정은 ‘대표성 휴리스틱’이다. 대표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개별적인 대상 A가 큰 특성 B를 갖고 있을 때 곧바로 ‘A는 B에 속한다‘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홍길동은 한국인’ ‘한국인은 근면하다’라면 ‘홍길동=근면’으로 판단해 버린다. 새 검은 고양이는 플루토와 분명 다른 고양이고, 온순하고 순종적인 고양이일 수 있지만 이미 검은 고양이는 공포스럽다는 생각이 굳어버렸다.

휴리스틱은 즉흥적이고 섣부른 판단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빠른 판단을 해야 하는 CEO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사업을 할 때 매번 충실한 데이터를 갖고 판단할 수는 없다. 때로는 성공할 수 있다는 ‘직관’으로 투자를 결정할 때도 있다. 특히 판단할 시간이 적거나 환경이 급변할 때는 알고리즘에 기댈 틈이 없다. 시간을 끌면 기회 자체가 날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 살해 은폐가 완벽했다고 믿었다. 몇 차례 경찰이 찾아왔지만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완전범죄를 했다’는 우쭐함은 결정적 실수를 불러온다. 경찰들이 허탕치고 돌아가려 할 때 ‘나’는 아내 시체를 숨겨놓은 벽을 막대기로 내려친다. “이 집은 특별히 잘 지어져 있는 집”이라고 자랑하면서. 그때 벽 속에서 어린아이 소리가 났다. 경찰들이 벽을 뜯자 아내의 시신이 드러났다. 시체의 머리 위에는 내가 죽이려고 했던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시뻘건 큰 입을 벌리고 불 같은 한눈을 크게 뜨고 있는’ 그 무서운 고양이가 말이다.

이 작품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미국 사람들은 포의 작품 이후 검은 고양이를 오싹하고 불길한 존재로 여겼다. 미국 인터넷 전문 매체인 허핑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미국인 13%가 길거리에 방치된 검은 고양이를 그냥 지나쳤고, 이 때문에 검은 고양이는 잘 입양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인들의 26.1%는 “고양이 털 색깔이 입양에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소설처럼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포의 일생하지만 모두가 검은 고양이를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아닌 유럽은 되레 반긴다. 영국인들은 결혼을 맞은 신부에게 검은 고양이를 선물하면 행운이 온다고 믿는다고 한다. 또 스코틀랜드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면 집에 부를 가져온다는 전설도 있다.

포는 평생을 가난 속에 술에 찌들어 살았다. 양부모와의 불화로 자금 지원이 끊기면서 빈곤했고, 또 고독했다. 편집자가 되기도 했고 기고가가 되기도 했지만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는 이 작품이 발표되기 1년 전인 1842년 한 출판업자에게 ‘뉴욕 방문때 술을 많이 마시고 한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제 글을 사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아내가 죽은 뒤 방황하던 포는 옛 애인과 재혼을 결심한다. 숙모를 결혼식에 초청하기 위해 떠났던 그는 볼티모어의 한 술집에서 과음으로 쓰러져 마흔에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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