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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뚝딱뚝딱~ 한옥마을은 공사중

Special Report - 뚝딱뚝딱~ 한옥마을은 공사중

대규모 한옥 단지 조성한 화순군 도시민 유치, SH공사, 공정관리기술 개선해 건축비 60% 절감
전남 화순군 잠정햇살마을에 입주한 한 가족이 마당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화순군은 지난해 초 농어촌 뉴타운을 조성하며 한옥 50채를 지어 분양했다.



서울에서 고위직 공무원을 지내다 은퇴한 황용연(60)씨는 지난해 2월 전남 화순군 능주면 농어촌 뉴타운(잠정햇살마을)에 입주했다. 이곳이 고향인 황씨는 원래 단독주택을 지어 귀농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옥 단지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황씨는 “아파트처럼 여러 세대가 입주하다 보니 한옥이지만 분양가가 저렴하고, 정주 여건이 좋은 편”며 “집안 곳곳 신경 쓸 곳이 많지만 일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황씨는 오는 봄, 아내와 함께 근처 텃밭에서 딸기를 재배할 생각에 들떴다.

잠정햇살마을은 국비와 지방비 490억원을 들여 17만9540m²의 터에 한옥 50개동과 연립식 타운하우스 150개동의 주택단지를 비롯해 각종 기반시설을 갖춘 농어촌 뉴타운이다. 전라남도는 2010년부터 도시민 유치를 위해 농어촌 뉴타운(장성·화순)과 은퇴자 도시(보성·장흥·해남)를 조성했다. 이곳에 건설한 주택 일부는 한옥으로 지었다. 전남은 이외에도 기존 한옥마을을 유지·보수하는 방식으로 연말까지 한옥 3000동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옥 50채가 새로 들어선 잠정햇살마을은 이들 마을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양주형 화순군 농업정책과 계장은 “전국 농어촌 뉴타운 시범사업 14곳 중 유일하게 한옥마을로 지어져 스토리와 테마가 있는 전원마을로 차별화했다”며 “특히 도시민의 한옥 선호도가 높아 농어촌 인구 유입 효과를 높였다”고 말했다. 50세대 중 현재까지 32세대가 입주를 마쳤고, 7세대는 계약을 완료했다.

한옥마을이지만 아파트처럼 공용주차장, 쓰레기 분리수거장 등 편의시설을 갖춰 생활이 편리하다. 이 마을 주민대표직을 맡은 박봉주(40)씨도 전통 한옥과 아파트 단지의 장점을 결합한 점에 끌려 입주했다. 박씨는 “아파트에서 쭉 살았지만 늘 한옥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막연히 한옥마을이라고 하면 나이 드신 분들이 선호할 것 같지만 가구주의 연령이 30~40대인 집이 일고여덟 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한옥으로 만든 농어촌 뉴타운에 젊은층 속속 입주초등학생 자녀 셋을 둔 박씨는 한옥살이의 장점에 대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마당이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강조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층간소음이 걱정돼 집안에서도 늘 조심해야 했어요. 이젠 눈치보지 않고 마음껏 놀 수 있게 됐죠. 친구들이 한번씩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와서 ‘일부러 먼 곳까지 캠핑 갈 필요가 없겠다’며 부러워해요.”

잠정햇살마을엔 담이 따로 없다. 이웃 간의 경계는 낮은 싸리문이나 조경수가 전부다.

박씨는 “입주 직후엔 사생활을 침해 받는 것 같아 민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옥에 살아보니 내 집 뒷마당은 곧 이웃의 앞마당이더라”며 “불편하다면 불편할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도시에선 느끼기 힘든 이웃 간 정을 쌓을 수 있는 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한옥의 최대 단점인 단열 문제는 태양광으로 해결했다. 마을 곳곳에는 커다란 태양광판이 설치돼 있다. 낮에 저장된 열로 난방비를 아낀다. 마당 안에 도자기 공방을 만든 송팔영(58)씨는 “아파트만큼 따뜻하길 기대할 순 없지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춥진 않다”며 “지난 여름 낮 동안 계속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한 달 전기세는 3만~4만원이 전부”라고 말했다.

세대별 대지면적 412~594m²에 99m²(약 30평)의 전용 면적을 갖춘 이곳의 분양가는 1억8800만원. 3.3m² 당 600만원 수준이다. 인근 112m² 신축 아파트 가격이 1억8000~9000만원 선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한옥은 아파트처럼 공용 면적이 넓지 않아 전용 면적이 더 큰 편임을 감안하면 ‘마당 있는 내 집’의 가치는 더욱 올라간다.

나무를 주 재료로 하는 한옥은 건축비가 많이 든다. 전통 방식 그대로의 한옥을 짓는데 드는 3.3㎡당 건축비는 1000만~1500만원을 호가한다. 일반주택(3.3㎡당 450만원)의 3배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이 한옥을 짓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남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한옥 단지에선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개량한옥을 주로 짓는다.

개량한옥은 전통한옥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국산목 대신 수입목 등을 사용해 비용을 낮춘다. 이 역시 목수의 역량과 자재의 질에 따라 500만~9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지만 평균 700만원 선이다. 여러 채를 한번에 지어 건축 인력과 목·석재 등 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대규모 한옥 단지의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다.

이 같은 대규모 공사의 장점을 살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한옥마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도는 한옥 건축 지원 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10년 간 총 90억원을 들여 도내 한옥 300동을 지을 계획이라고 1월 10일 밝혔다. 건축 면적 60㎡ 이상의 한옥을 지으면 면적에 따라 보조금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한다.

울산 울주군 역시 올 들어 한옥마을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에 착수했다. 울주군은 그동안 10만m² 면적에 한옥 100여채(1채당 660m²)와 도시기반시설, 마을공동시설 등을 갖춘 독립적인 한옥마을 조성을 구상해왔다. 기존 한옥촌을 정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반시설부터 새롭게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울산발전연구원이 용역을 맡아 10개월간 지역 내 한옥마을 조성을 위한 타당성 검토와 입지 후보를 정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한옥단지는 분양가가 비교적 저렴하고, 각종 지원 혜택이 주어진다. 다만 귀농·귀촌을 전제로 한 도시민 유입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먼저 입주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화순 잠정햇살마을의 경우 입주신청 당시 만 25~55세 이하인 귀농귀촌 예정자를 대상으로 했다. 강원도에 조성될 한옥마을엔 도내 주민등록을 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50~60대 ‘세컨드 하우스’로 활용이와 달리 수도권 지역은 민간이 분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건축비 절감을 위해 최소 10채 정도를 일괄 분양하는 곳이 많다. 단지형 한옥을 개발하는 업체인 K&C랜드는 경기 김포시 1만2500m² 규모 면적에 한옥 26필지를 분양한다.

지난해 말부터 모집을 시작해 현재까지 7필지가 분양됐다. 차재숙 K&C랜드 대표는 “서울·일산·부천 등 다양한 지역에서 분양 문의가 오는데 서울 여의도·목동 손님이 많다”며 “이제 막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50~60대의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3.3m²당 분양가가 650만원 수준이다. 1필지 당 토지 450m², 건물 82m² 규모로 총 분양가는 2억9000만원이다. 차재숙 대표는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점을 감안하면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라며 “숯벽과 황토·한지 등을 자재로 한 전통한옥이지만 토목·건축은 물론 설계까지 한꺼번에 해 건축비용을 최대한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김포시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인천 강화군에도 한옥 필지를 분양했다. 지난해 9월 2세대가 첫 입주한 후 현재 3채는 공사중이다. 입주한 두 집 중 한 세대는 주말에만 이곳을 사용한다. 99m²에 방 3개인 이 집이 ‘세컨드 하우스’인 셈이다. 차 대표는 “젊은 세대가 주로 아이들을 위해 온다면 50~60대는 여가와 건강을 위해 한옥을 찾는다”며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주말 별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짓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분양 중인 서울 진관동 은평뉴타운 한옥마을은 서울시에서 조성하는 첫 대규모 단지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한옥마을 내 체험관인 화경당에서 안내를 돕는 관계자는 “평일엔 평균 100여명, 주말엔 500여명이 방문해 한옥을 둘러본다”며 “들어서자마자 ‘나무 냄새가 난다’며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SH공사는 지난해 10월부터 한옥마을의 단독형 141필지를 포함, 근린형과 공익시설 등 총 156필지의 분양을 시작했다.

도심이란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3.3m²당 토지 분양가가 700만원을 웃돈다. 필지는 면적에 따라 50~70평(165~231m²)으로 구분했다. 여기에 드는 건축비는 별도다. 분양 받은 필지 안에 자유롭게 한옥을 짓기 때문에 건축비는 천차만별이다. SH공사 측은 3.3m²당 평균 건축비 73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필지를 분양받아 한옥을 짓는데 소용되는 비용은 5억4000만~8억원에 이른다.

SH공사 측은 “은평뉴타운 인근 아파트의 평균거래가가 4억8000만(84㎡)~7억2000만(136㎡) 수준”이라며 “아파트에 비해 전용 면적이 넓고 자연 친화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싼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비용이 더 높았다. 첫 공급에 나선 2012년에는 입찰방식으로 10개 필지, 추첨방식으로 9개 필지를 내놨는데 5개만이 주인을 찾았다.

입찰 토지는 1건에 불과했다. 낙찰가도 분양가 9억4072만원보다 600만원밖에 높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수의계약에도 난항을 겪었다. 당시엔 건축에 드는 예상 경비도 3.3㎡당 평균 1000만~2000만원에 육박했다. 수요자들이 선뜻 매입에 나서지 않았던 배경이다.

이에 서울시와 SH공사는 시공법과 공정관리기술을 개선했다. 그 결과 창호와 벽체 기밀성능을 개발해 거주 성능을 높인 ‘시범한옥’을 내놓았다. 건축비도 60% 가량 절감시켰다. 필지 크기도 줄였다. 애초 분양 필지 규모가 200~400㎡로 조성돼 1개 필지값이 10억원을 훌쩍 넘었다.

그러나 실수요가 적다는 판단에 방향을 틀었다. 기업체나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 블록형 필지를 작게 쪼개 개인 실거주용으로 전환했다. 당초 95세대 분양예정이었지만 용지를 변경해 총 156세대를 분양한다. 한옥 양식도 복층형이나 다락방을 만드는 등으로 다양화해 거주자의 편의를 생각했다.

미분양 사태를 겪은 후 도입한 토지환매제도 호재로 작용했다. 토지 매입 계약 후 사업성 문제로 계약을 취소하더라도 계약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을 줄였다. 조대원 SH공사 한옥 팀장은 “앞서 분양한 입찰 필지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지난해 말 분양한 43개 필지는 모두 165㎡(50평)이하 소형으로만 공급했다”며 “그동안 정체됐던 한옥마을 조성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서울·경기에서 주로 오지만 부산에서도 분양 문의가 온다”며 “인근 학군이 좋고, 서울시내라는 점 때문에 30~40대 젊은 층의 관심이 특히 뜨겁다”고 말했다. 그는 “올 봄부터 전체 분양 가구의 20%가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올해 6월까지 설계를 마무리하는 입주자를 대상으로 설계비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책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높은 분양가 탓 미분양 사태도은평 한옥마을을 시작으로 한 대규모 한옥단지 조성 열풍은 연내 서울 성북동한옥마을, 경기도 화성 동탄한옥마을, 송도 인천한옥마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필지만 분양 받은 후 건축비가 추가로 들기 때문에 비용을 고려해야한다.

경기도의 한 공인중개사는 “경기 양평·파주·포천 등에서도 한옥단지 조성 열풍이 불었지만 5억~7억원이라는 높은 분양가 탓에 미분양된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피데스개발 연구소장은 “한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수요자들이 원하는 형태와 소재로 지어 거주하는 개념의 주택”이라며 “사업시행자가 사업승인을 받고 청약을 진행하면 임의로 설계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미분양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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