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파워피플 [45]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

로스팅이 잘 된 커피콩에서 나는 향긋한 아로마 향과 혀끝을 사로잡는 쓴맛. ‘검은 악마의 유혹’으로 불리는 커피의 매력이다. 그 감각적인 향과 맛에 매혹된 사람은 하워드 슐츠(61) 스타벅스 회장 말고도 숱하게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몽환적인 향과 맛의 세계를 수십 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사업으로 이끈 사람은 슐츠 회장이 최초다. 스타벅스 브랜드의 거대한 거피 제국은 청년 슐츠가 위험을 무릅쓰고 벌였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모험의 결과다.
슐츠의 도전은 1981년 시작됐다. 당시 그는 고향인 뉴욕에서 미국 서북부 시애틀로 떠났다. 목적은 스타벅스라는 이름의 인기 있는 커피 원두 가게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당시 이 커피 가게는 슐츠가 팔고 있던 함마르플라스트라는 브랜드의 스웨덴 드립커피 메이커를 구매해주고 있었다. 매장에 들어선 슐츠는 가게를 온통 휘감고 있던 엄청난 커피 향에 반했다. 하지만, 그를 더욱 감동시킨 것은 가게 주인이 정성껏 커피 원두를 직접 고르고 로스팅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가게 주인이 대중에게 커피 고르는 감식안을 알려주려는 헌신적인 자세와 열성에 더욱 감격했다. 경이의 눈으로 이런 장면을 지켜본 슐츠는 커피 사업과의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슐츠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그 가게를 걸어 나오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신이시여. 너무도 대단한 기업입니다. 너무도 훌륭한 도시입니다. 나도 그 일부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슐츠는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시애틀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인이지만 원래는 뉴요커다. 195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고교를 졸업하면서 미식축구 선수로서 노던미시간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얻자 고향을 떠났다. 대학을 졸업한 그는 여러 직장에 다니다 앞에서 밝힌 스웨덴제 드립커피 메이커인 함마르플라스트의 미국 대리점의 매니저 자리를 얻으면서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러다 스타벅스의 매력에 빠진 그는 1년 간 오너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그곳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1982년 마케팅·영업 담당 이사 자리를 얻으면서 그는 즉각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건은 이탈리아에서 벌어졌다. 이탈리아는 에소프레소를 비롯한 현대 커피의 본산이다. 이곳을 찾은 슐츠는 이탈리아 도시의 거리마다 즐비한 커피 바에 주목했다.
이탈리아에서 커피 바는 향기와 맛이 뛰어난 에소프레소 커피만 즐기는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는 약속 장소이자 대중이 모여 대화는 물론 다양한 오락 활동과 휴식을 즐기는 공공의 광장 구실을 하고 있었다. 슐츠가 보기에 이탈리아의 커피 바는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나 다름없었다. 이탈리아인들의 삶에서 커피 바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사회적 결합체’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커피 바는 사회적 결합체 역할당시 이탈리아에는 20만개가 넘는 커피바가 성업 중이었다. 이탈리아에선 ‘에소프레소 바’로 불리고 있었다. 이탈리아의 커피문화는 슐츠에겐 충격이었다. 이탈리아 에소프레소 바에선 음료가 아닌 문화를 팔고 있었던 것이다. 이는 더욱 좋은 커피를 맛보고자 사람들이 모이는 미국의 당시 커피숍 문화와는 딴판이었다. 커피 매니어만 모이는 게 아니라 일반인이 모여 커피 한잔을 매개로 대화와 오락, 휴식을 즐기는 이탈리아 에소프레소 바가 비즈니스 측면에선 더욱 활발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슐츠는 이탈리아에서 커피 바의 미래를 봤다고 생각했다. 수많은 미국인이 이탈리아를 방문해 고대와 중세, 근대, 현대의 이탈리아를 구경하고 즐기고 돌아온다. 특히 에소프레소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이탈리아의 커피문화에 감탄한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던 것이다.
이탈리아의 활기찬 커피 문화를 보고 시애틀로 돌아온 그는 스타벅스 소유주들에게 자신이 현지에서 목격하고 느낀 것을 전하고 이를 곧바로 사업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다. 가게에서 취급하는 최고의 커피 원두를 바탕으로 커피를 뽑아서 직접 손님에게 파는 커피숍을 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유주들은 이에 반대했다.
자신들은 최고의 커피 원두를 파는 가게에 만족할 뿐 커피를 추출해서 파는 ‘레스토랑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이에 실망한 슐츠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 조르날레’라는 이탈리아어 상호를 내걸고 자신만의 커피 바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은 번창했으며 슐츠는 1년 뒤 380만 달러를 주고 스타벅스를 사버렸다.
슐츠의 스타벅스는 1990년대 빠른 속도로 확장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당시 자신의 목표가 ‘멋진 커피 한잔을 내놓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목적 외에 남다른 기업 운영 원칙도 있었다. 그것은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경영인 슐츠의 남다른 모습이 엿보인다. 세상을 바꾼 혁신적인 기업인이 된 원천이 여기에서 비롯했다는 평이다.
이런 그의 비즈니스 철학은 일련의 새로운 시도로 이어졌고 이는 스타벅스가 전례 없는 대성공을 이루는 데 한 몫 했다. 그는 직원이 주당 최소한 20시간만 일하면 건강보험을 들어줬다. 심지어 결혼하지 않은 동거 파트너의 건강보험료도 회사에서 내줬다. 그래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고 이는 고객에 대한 정성 어린 접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직원들을 위한 스톡옵션 계획도 세웠다. 이런 정책은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급료가 상당히 적은 편인데도 직원 이직률은 동종 업체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회사가 직원들의 충성심을 얻는 데는 급료의 다과보다 직원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더욱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왜 이렇게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쓰는지에 대해 슐츠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버지는 평생 저임금에 시달렸고 직장에서 아무런 존중도 받지 못했다. 직장 건강보험도 없었고 산재를 당했을 때도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기업을 운영하게 되면 나는 직원들이 존중 받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아버지가 한 번도 다닐 기회를 갖지 못했던 그런 회사 말이다.”

직원이 존중 받는 회사 만들어그는 맥도널드를 모델 삼아 스타벅스의 확장에 나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회사는 몇 가지 점에서 확연히 구분된다. 우선 맥도널드는 대부분 프랜차이즈지만 스타벅스는 대부분 직영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는 비록 맥도널드는 프랜차이즈로도 브랜드 가치를 높였지만 이는 예외일 뿐 스타벅스는 같은 방식으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얻지 못할 것으로 믿었다. 또 다른 차이는 스타벅스는 전국적인 광고 없이 전국적인 체인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저소득층도 이용할 수 있게 값싼 제품을 공급한 맥도널드와 달리 스타벅스는 최상급 제품을 고소득의 도시 고객들을 상대로 판매했다는 점도 큰 차이다. 스타벅스는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져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확장을 거듭하다 1992년 상장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전 세계 25개국에 4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매주 1500만명의 고객을 맞고 있었다. 신규 점포 개장이 너무도 빨라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미디어의 주목 대상이 됐다.
슐츠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스타일이다. 스타벅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끊임 없이 신상품 개발에 나서왔다. 최근에는 ‘홈메이드’ 소다수를 선뵌 데 이어 프랑스 낙농업체 다농과 손잡고 그리스식 요거트를 매장에 새로 도입하기도 했다. 해외 진출도 끝없이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베트남과 인도에도 첫 매장을 열었다. 최근 나라의 대문을 연 미얀마에도 발 빠르게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커피 온리’ 정책을 버렸다. 제빵·건강음료 등 식품산업에 도전하며 다각화를 꾀했다. 수퍼마켓용 커피음료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주스 브랜드 ‘에볼루션 프레시’, 베이커리 ‘베이브레드’와 ‘라블랑제’도 인수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2011년 13.7%, 2012년 11.5%에 이어 2013년까지 3년 연속 10%대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심지어 불경기에도 영향을 덜 받아 지난해 주가가 25%나 올랐다. 스타벅스가 경기가 나쁘면 사람들이 찾지 않는 상품이 아닌, 경기와 무관하게 우리가 필요한 삶의 활력소를 판다는 걸 입증한 순간이다.
슐츠의 또 다른 특징은 정치적 발언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자로선 특이하다. 그는 사실 경영자라기보다 진보적인 사회운동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스타벅스는 환경운동, 공정무역, 제3세계 아동지원, 동성애자 권리 옹호 등에 앞장서왔다. 슐츠는 중소기업과 실업자 돕기, 총기 규제, 정치자금 기부 반대 등 다양한 캠페인을 벌여왔다. 재작년에는 스타벅스 고객들에게 매장에 총을 들고 들어오지 말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유명 브랜드의 기업들은 한쪽 고객들을 잃을까봐 정치적인 목소리 내기를 꺼린다. 기업 브랜드가 정치와 뒤섞이면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는 몇 년 동안 정치 문제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서 주목 받았다. 스타벅스 이미지 향상에도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선 그의 정치적 발언과 활동은 대부분 비당파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게 대부분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논란이 돼도 그리 손해 볼 일이 없는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스타벅스가 ‘의식 있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넒은 의미의 마케팅 활동이라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에는 미국을 부도 직전까지 몰고 간 상·하원 의원과 재계 인사에게 ‘셧다운(연방정부 폐쇄)을 풀어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어 ‘정부의 문을 다시 열고 부채를 제때에 갚고 연말까지 장기적인 예산협상을 이루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발표하고 주요 신문에 광고를 냈다.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 1만1000 개소에서 지지 서명운동까지 벌였다. 서명 참여자들에게 자신의 매장에서 공짜 커피도 나눠줬다.
성공은 매일 획득하는 것슐츠는 최근 CEO로서의 업무를 오린 스미스에게 넘기고 글로벌 전략에 올인하고 있다. 그는 “스타벅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스타벅스가 비록 미국에선 성공했다고 해도 커피 소비의 6%만 차지할 뿐”이라며 “미국에서조차도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했던 말과 일맥상통한다. 슐츠는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더욱 활발하게 진출해야 한다”며 “스타벅스는 앞으로도 끊임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슐츠는 자신의 경영 원칙을 강조한다. ‘다른 것은 다 타협해도 핵심 가치는 절대 포기하지 말 것’ ‘홈런을 쳤더라도 자신을 일신하기 위해 노력할 것’ 등등. 그는 2010년 자서전 『온워드(Onward)』를 출간했다. 그는 자서전 제목에 대해 “미래, 전진, 그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성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획득하는 것이니까”라고 말했다. 그의 경영철학의 진수가 담긴 말이 아닐까.
그는 21억 달러의 재산으로 전 세계 871위의 부자다. 하지만, 재산 규모와는 별개로 그가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은 너무도 크다. 우리는 스타벅스 덕에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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