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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 STEEL CEO OMICHI, HIDETAKA - “기업 발목 잡는데 외자 들어오겠나”

YK STEEL CEO OMICHI, HIDETAKA - “기업 발목 잡는데 외자 들어오겠나”

▎오오미치 히데타카 사장이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스틸 공장에 섰다. 주조정실에서 원격으로 조종해 운반하는 철강이 뒤로 보인다.
1986년 한 해 동안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며 한국의 민주화운동 현장을 목격했다. 1993년 겨울 미즈 호파이낸셜그룹 서울 주재원으로 서울에 와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지만 1997년 외환위기 탓에 지점을 폐쇄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이후 야마토공업으로 옮긴 그는 모기업이 한보철강을 인수하면서 다시 2003년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직장 생활에 회의를 느낀 그는 1년 만에 일본으로 귀국, 승려(일본의 승려는 기혼자도 가능)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사바세계’는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야마토공업에서 그를 다시 불러들였고, 2006년 3월 YK스틸(옛 한보 철강)로 발령이 났다. 네 번째 한국 근무. 오오미치 히데타카(60) YK스틸 사장은 “한국과의 인연은 참으로 질기다” 고 말했다.

오오미치 사장은 부산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수장 중 대표적인 ‘지한파’ ‘친한파’로 불린다. 일본 홋카이도 출신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금융업, 철강업을 거치며 양국의 경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평이다. 2010년엔 『한국을 사랑하게 된 일본인』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고, 지난해 6월 명예 부산시민으로 위촉됐다. 포브스코리아는 한국에서의 기업 경영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를 찾았다. 지난 9월 말 부산 사하구 구평동 공장에서 만난 오오미치 사장은 ‘시루 패학(실패학)’ ‘처루강(철강)’ 등 발음은 어색했지만 지자체의 늦장 행정을 비판하고 한일 경제 협력을 강조할 때는 무엇보다 강한 어조로 말했다.

YK스틸은 1958년 부산 동래에서 태동한 극동철강이 전신이다. 1966년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으며 1984년 한보 철강으로 바뀐 뒤 2002년 일본의 야마토공업이 인수해 자 회사로 편입했다. 직원 500여 명, 한 해 철근 120만t을 생산하며 최근 3 년간 연 평균 매출은 7000억 원 안팎이다.

지난해 취임한 오오미치 사장은 YK스틸의 첫 외국인 사장이다. 그는 “좀처럼 제 속을 보여주지 않는 일본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뒤끝이 깨끗한 한국인이 함께 일하기에 편하다”며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또 직원들의 직언도 마다않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 나도 한국 사람 다 됐구나’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YK스틸은 기업 안팎으로 경영 여건이 녹록치 않다. 건설현장에 필요한 철근을 주로 생산하는데 몇 해 전부터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오오미치 사장은 “한국 내 철근 공급규모는 1200만t에 이르지만 수요 규모는 850만t에 그쳐 7개 철강업체의 경쟁이 심해졌다”며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있고,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을 이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2012년 757억 원을 들여 2제강, 2압연공장에 생산성 높은 설비를 도입해 제조원가를 낮췄다. 또 현재 수출량이 10만t인데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저가제품의 공세가 만만찮은 것이 사실이다.”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분통 터지는 일도 있다. YK스틸 공장 주변 아파트 건립 문제가 그것이다. 최근 공장 바로 옆 봉화산 중턱엔 2874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건설을 위한 터파기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 현장은 YK스틸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50m 거리에 맞닿아 있다.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에 대해 주민의 집단민원이 발생 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22만 3665㎡ 규모의 구평택지개발지구는 1995년 당시 한보철강 부산공장이 충남 당진으로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됐다. 이후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이전계획이 백지화됐고 2002년 일본 야마토공업이 공장을 인수하면서 YK스틸을 창립했지만 택지지구 지정은 지금까지 지속됐다. 최근 부산시가 아파트 건축을 허가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기업경영 나는데 행정은 긴다
오오미치 사장은 “해당부지는 우리 공장 외에도 조선소, 냉동 창고 등이 밀집해 있어 주거환경에 좋지 않고 교통, 학교, 병원 등 기반시설도 부족하다”며 “YK스틸 직원의 생존권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의 주거권이 달린 문제”라 고 말했다. 이 때문에 노조와 함께 청와대, 부산시,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진정을 넣고 민원을 접수하는 등 아파트 건립을 반대해왔지만 결국 부산시와 사하구가 허가를 내줬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곳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것은 우리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과 같다” 며 반발했다.

그는 “2002년 야마토공업이 부도난 한보철강을 인수할 당시 부산시에서 적극 나서 인수를 지원했다”며 “그때 택지개발지구 지정을 조정했어야 하는데 지금껏 수수방관하다가 이제 와서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한다. 이런 대접이라면 그 어떤 나라의 기업도 부산, 그리고 한국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한국의 경기 침체는 ‘내수 부진’ 탓이다. 내수 부진은 투자 기피로 이어 지고 이는 또다시 내수 부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가 미진하다고 우려하면서도 정작 국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조건은 마련치 않고 있다. 오히려 정치나 행정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
 韓 스피드, 日 기술 합하면 시너지
▎오오미치 사장의 메모
부산 재계와 철강업계에서 오오미치 사장은 ‘쓴소리 잘 하는 일본인 CEO’로 통한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 만큼은 누구보다 크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한국 기업의 스피드 경영과 마케팅 능력에 일본의 기술력을 결합하면 한일 양국이 동북아시아의 강력한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기업 중심의 한국은 오너 경영이 많아 결정이 빠르고 마케팅에 강하다. 한국에서 경영을 하다보니 처음부터 완벽한 사업보고서를 만나기 힘들다. 하지만 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정을 통해 100% 만족스러운 보고서가 등장한다. 속도와 보완, 이것이 한국 기업의 강점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일본기업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기술력만큼은 여전히 일본이 우월하다. 중국, 중동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한일 양국 기업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그는 “외국자본이기 때문에 특히 직원,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직원의 복지와 사회공헌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해 동안 철강 산업이 큰 불황을 겪고 있지만 그는 단 한 명의 직원에게도 ‘그만 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공헌활동도 활발하다. 2008 년 12월 35억 원을 들여 YK스틸 사회복지재단을 만든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2억 원을 출연해 인재양성, 복지기관 지원, 소외계층 지원 등 지역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일본인회장, 한일로터리클럽 공동회장, 부산 한일친선협회 고문 등을 지내며 한일 교류에 힘쓴다.

오오미치 사장은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15분씩 기도한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세계평화를 빌고, 다음은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며, 마지막으로 자신 가족과 직원 가족의 행복을 빈다. 그는 “기도한다고 해서 당장 철강 경기가 나아지는 것도, 직원들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도는 마음을 움직여 행동하게 한다”고 말했다. “YK스틸은 일본기업지만 부산에서 성장한 향토업체이기 때문에 지역에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나아가 민간기업의 경영자로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역사 문제가 있어서 양국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역사와 경제는 분리해서 현명하게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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