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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슈퍼히어로의 탄생

새로운 슈퍼히어로의 탄생

‘빅 히어로 6’ 주인공들. (왼쪽부터) 고고, 와사비, 히로, 다다시, 허니 레몬, 프레드. 이들은 가부키 가면 속에 정체를 숨긴 악당에 맞서 싸운다.
‘영화(movie)’와 ‘고고(Gogo)’라는 단어를 구글 검색창에 치면 753만 건의 결과가 뜬다. 내가 어떻게 고고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질문을 받은 횟수와 대충 비슷할 듯하다. 가장 최근에 더해진 검색 결과는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 ‘빅 히어로 6(Big Hero 6)’와 관련된 내용이다. 동명의 마블 코믹북 시리즈를 바탕으로 한 새 장편 만화영화다. 2009년 디즈니가 마블 코믹스를 42억4000만 달러에 인수한 이후 디즈니와 마블의 첫 합작품이다.디즈니의 이 3D 신작은 6명의 빅 히어로를 제외하곤 원작 시리즈[캡틴 울트라의 진짜 신분(배관공 그리핀 고골)만큼이나 비밀스럽다]에서 빌려온 게 별로 없다.

빅 히어로 중 한 명인 고고(Go Go)는 냉소적인 사이클링 광이다. [난 예전에 앞니 사이가 벌어져 있었는데 그녀는 이름에서 고(Go)와 고(Go) 사이를 띄어 쓴다.]보라색으로 액센트를 준 검정색 보브 단발 머리를 한 고고는 맞춤 제작된 자기부상 바이크를 타고 샌프란소쿄(SanFransokyo,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미래 도시)를 누빌 때가 가장 행복하다. 검을 즐겨 씹고 저돌적인 성격의 그녀는 뭔가를 볼 때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 찡그리며 쳐다본다. 또 풍선 검을 씹을 때는 기상관측 기구로 오인할 정도로 커다란 풍선을 분다. 만약 고고에게 소원을 빌어보라고 말한다면 디즈니의 전형적인 여주인공과 달리 그녀는 당신의 얼굴에 대고 바주카포를 터뜨릴지도 모른다.

지난 10월 빈티지 고-고 부츠를 꺼내 신고 버뱅크에 있는 디즈니의 장편 만화영화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로비에서 ‘빅 히어로 6’의 감독 돈 홀과 크리스 윌리엄스를 만났다. 홀과 윌리엄스는 지난 4년을 이 만화의 영화화 작업에 바쳤다. 그들은 고고가 시대에 맞게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만화책에서 그녀는 빅 히어로 중 속도광이었다”고 홀이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수 없는 힘을 지녔다. 그것이 초능력인지 아니면 슈퍼슈트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에게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한 탈착 가능한 원반을 주었다.”

내 경험을 바탕으로 난 그녀에게 ‘고고’로 살아가기가 언제나 쉽지는 않다고 말해줄 수 있다. 공항에서 교통안전청(TSA) 직원이 신분증을 검사할 때 거기 적힌 내 이름은 언제나 마거릿이다. 내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리고 그 이전의 수많은 어머니들도 모두같은 이름을 가졌었다. 아일랜드 로마 가톨릭교의 전통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일찌감치 그 전통의 문제점을 깨달았다. 너무 헷갈린다는 점이다. 나는 다른 수많은 매기와 마지(둘 다 마거릿의 애칭이다)들로부터 나를 분리시킬 수단이 필요했다.폴란드계 유대인의 후손으로 아일랜드 작가들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독특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나를 중간 이름 ‘고고’로 부르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 이름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새뮤얼 베킷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따 왔다.

어린 시절 나는 ‘고고’라는 이름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친구들은 내가 왜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친구의 부모님들은 “넌 고고장에서 생겨났니?”라고 농담을 했다. 초등학교 땐 반친구들이 내 이름을 1990년대 초 TV 어린이 프로들과 연관시켜 놀렸다. ‘파워 레인저스’(주제가 ‘고, 고 파워 레인저스!), ‘형사 가제트’(가제트 형사가 만능 로봇 팔을 작동시킬 때 ‘고, 고 가제!’라고 외친다), ‘타이니 툰스(고고 도도라는 괴짜 수컷 새는 머리에 핑크색 우산이 달렸고 마음 먹은 대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다) 등. 내 첫 번째 남자친구는 내게 고-고스의 노래와 왬의 ‘Wake Me Up Before ou Go-Go’를 불러줬다. (그 연애는 왬의 이 싱글 앨범이 인기를 끄는 동안만 지속됐다.) 어쨌든 적어도 사람들이 내 이름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 샌프란소쿄(영화 속 배경으로 나오는 미래 도시) 다리가 내려다 보인다(맨 위). 히로가 갑옷을 입은 베이맥스의 등에 올라타고 작전에 나선다.
내가 본 고고 중에 가장 거침없고 노골적인 인물은 영화 ‘세인트루이스 블루스’(1958)에서 어사 키트가 연기한 가수다. 블루스의 거장 W C 핸디(냇 킹 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핸디는 멤피스의 목사인 아버지와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의 아버지는 “내 아들이 악마의 음악을 만드는 것보다는 차리리 죽는 걸 보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완강하게 아들의 음악에 반대했다. 세월이 흘러 뉴욕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맨해튼 콘서트홀에서 W C의 ‘세인트루이스 블루스’ 연주를 앞두고 있을 때 고고는 목사의 집에 찾아가서 왜 아들을 망치려 하느냐고 그를 비난했다. “목사님, 이제 당신은 ‘사실(facts)’을 듣게 될 거예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빅 히어로 6’의 고고는 사실에 열광한다. 과학적 사실. 이 영화는 디즈니의 여느 영화와 달리 판타지보다 테크놀로지를 강조한다. 관계에 초연하고 로봇의 힘을 이용하는 슈퍼히어로의 이야기다. 줄거리 속에 마이크로-봇들이 등장하는데 이 작은 로봇들은 병정개미처럼 힘을 합쳐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때로는 상상을 초월한 뭔가를 만들어낸다.

이 마이크로-봇들은 디즈니의 새로운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세스를 상징하기도 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 기술적으로 가장 진보한 ‘빅 히어로 6’의 제작에는 ‘글로벌-일루미네이션 시뮬레이터(global-illumination simulator)’ 하이페리온이 이용됐다. 섬세한 디테일이 살아 있는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사물을 사진처럼 정확하고 상세하게 묘사하는 기법)의 실현을 위해 디즈니가 발명한 기기다. 샌프란소쿄에는 8만3000동의 건물과 10만 대의 자동차, 21만5000개의 가로등, 26만 그루의 나무가 있다. 데니즌(Denizen)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도구로 만들어진 무수한 시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효과를 내기 위해 하이페리온은 4개 도시에 있는 5만5000코어 슈퍼컴퓨터들과 디즈니의 R&D 팀이 하루 약 40만 건의 계산을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코다)의 도움을 받았다. 하이페리온은 ‘깊은 생각’[Deep Thought, 더글러스 애덤스의 공상과학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HHGTTG)’에 나오는 슈퍼컴퓨터]에 가장 근접한 영화 제작 기기다. HHGTTG의 팬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깊은 생각’은 인생의 궁극적인 질문, 만물의 우주에 대한 답을 계산해 ‘42’라는 해답을 내놓는다.

그렇다면 ‘빅 히어로 6’에서 가장 어려운 계산은 무엇이었을까? “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었다”고 기술감독 행크 드리스킬이 말했다. “우리는 미처 완성되지도 않은 기술을 적용했다. 일단 실험을 해보고 효과적일 거라고 판단되면 그 기술을 영화 제작에 곧바로 이용했다. 미친 짓이었다!”

‘빅 히어로 6’의 줄거리는 가지각색의 화려한 등장인물들이 이끌어간다. 하마다 히로(목소리 연기 라이언 포터)는 샌프란소쿄 공대에 다니는 천재 소년이다. 그는 고고(제이미 정)와 와사비(데이먼 웨이언스 주니어), 허니 레몬(제네시스 로드리게스), 프레드(T J 밀러), 베이맥스(스콧 애드시트)와 힘을 합쳐 가부키 가면 뒤에 정체를 숨긴 악당에 맞서 싸운다. 와사비는 레이저에 집착하는 건장한 흑인 미국인이며 허니 레몬은 화학에 재능이 있는 안경 낀 금발 소녀다. 프레드는 늘 남의 뒤를 따라다니는 고질라 광이고 베이맥스는 거대한 마시맬로 로봇이다. 베이맥스의 걸음걸이는 기저귀를 찬 아기의 걸음을 모델로 했다.

영화 속에서 히로는 베이맥스의 데이터베이스를 업데이트해 무술 동작을 포함시킨다. 또 3D 프린터를 이용해 착해 보이는 그의 외모를 감출 갑옷을 제작한다. 로이 콘리는 ‘빅 히어로 6’가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 스스로 필요한 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법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흐름을 통칭한다)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자기부상 원반을 달고 날아다니는 고고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건들을 만들어낸다. “X-게임 스타일의 물건들”이라고 홀은 말했다. 그녀의 캐릭터는 홀과 윌리엄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본 바이크 메신저(자전거를 타고 물건을 날라주는 배달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홀과 윌리엄스는 고고를 용감하고 두려움이 없으며, 무엇보다 멋지게 만들고 싶었다. 펑크 헤어스타일과 넘치는 활력으로 유명한 전설적인 산악자전거 선수 미시 ‘더 미실’ 지오브를 모델로 했다.

홀과 윌리엄스가 만들어낸 고고 2.0 캐릭터는 대성공이었다. 디즈니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젊은 여성들이 이 캐릭터에 크게 공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는 자신감이 넘치고 매우 유능하다”고 홀은 말했다. “6명의 빅 히어로 중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유일한 인물이다.” 윌리엄스도 한마디 거들었다. “나머지 캐릭터는 그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고고는 이 그룹에서 울버린과 같은 존재다. 매우 강인하고 의연하다. 하지만 수줍을을 타는 성격이라 말은 별로 하지 않는다. 그녀는 말수가 적은 여자다.” 말수가 적고 수줍은 고고라니 상상이 안 간다. 하긴 영화를 보면 곧 ‘사실’을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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