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S 2015 | 기아를 막아주는 신토불이 나무
ISSUES 2015 | 기아를 막아주는 신토불이 나무
디바아비시 자부는 엔세트(바나나 비슷한 아프리카 작물) 잎사귀의 옅은 색 과육을 반죽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렇게 해왔고 손녀들도 그렇게 한다. 반죽이 끝나면 부패해 가는 잎사귀 속대 반죽을 365㎝ 길이의 잎 속에 향신료 및 발효제와 함께 넣고 묶는다. 그 상태로 몇 주 동안 발효시키기 위해서다. 충분히 발효가 되면 그 다발을 땅 속에 묻어 저장하거나 빻아 가루를 내서 빵이나 죽을 만들기도 한다.
이곳 에티오피아 남부의 농지엔 엔세트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은 숲으로 착각할 정도다. 커피 나무, 사탕수수, 거대한 호박, 옥수수, 얌, 그리고 기타 작물들과 함께 자란다. 긴 수명을 가진 뿌리가 가뭄과 홍수 때 흙의 유실을 막아 토양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그 다년생 식물(바나나 나무의 사촌격)을 수천 년 동안 재배하며 줄기·뿌리·잎을 식품·약·장식 등의 재료로 활용해 왔다. 엔세트는 수세기 동안 가뭄을 이겨냈다. 낙타가 혹에 물을 저장하듯이 구근 모양의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1640년 에티오피아를 찾은 한 포르투갈인 성직자는 엔세트를 가리켜 “기아를 막는 나무”로 불렀다. 기근 때 발효식품으로서의 회복 탄력성과 오랜 보존기간 때문이다. 다른 작물들은 버티지 못할 때도 엔세트는 곧잘 살아 남는다.
나는 에티오피아 딜라 대학의 농생태학자 타데세 키피와 함께 그 발효 작물을 먹었다. 그것을 구워 코초(kocho)라는 단단하고 둥근 빵을 만든다. 맛 좋은 쇠고기와 함께 나왔다. 키피는 엔세트를 먹으며 자랐다. “모유를 뗀 뒤론 엔세트가 나의 첫 음식이었다”고 그가 돌이켰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많은 엔세트 애호가 중 한 명이다. 에티오피아의 농생태학자들 사이에서 엔세트가 일종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그 발효제품의 영양성분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일례로 엔세트 기반 식단을 따른 임신부들에게선 비타민 B12와 아연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아연은 몇몇 임신 합병증(pregnancy complications) 예방 효과가 있다. 옥수수를 대신 주식으로 삼은 여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엔세트가 냉동하지 않고도 1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식물의 잎사귀가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커피 나무가 잘 자란다는 점을 그들은 강조한다.
자부 같은 자작농(subsistence farmers)들은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험을 통해 엔세트를 각종 작물과 함께 재배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들 작물은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가끔씩 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다. 엔세트나 콩류를 혼작하면 토양이 더 비옥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작물 다양성은 기아의 위험을 줄인다. 한 작물이 실패해도 기댈 만한 또 다른 작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실패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생계형 농민은 음식을 사 먹을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경작에 실패할 경우 굶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엔세트 같은 억센 재래종 작물들(그리고 전반적으로 다양한 소규모 농지들)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생계형 농민들을 빈곤에서 구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빈곤은 많은 문제를 조장한다. “자급자족할 경우에는 엔세트가 제격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사람들이 소득을 늘려가야 한다. 그들이 내다팔 수 있는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DC 소재의 기아 및 빈곤 대책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폴 도로시가 말했다. “한 ㏊의 논에 목매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미래가 없다.”
더욱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소규모 농가에겐 험난한 앞날이 기다린다. 특히 열대 및 아열대 국가에서 가뭄과 홍수가 더 잦고 심해지리라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본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농민 중 80%에는 나쁜 소식이다. 이들은 2㏊(야구 경기장 2개만한 규모)에 불과한 농지에 목을 맨다. 그리고 하루 2달러에 못 미치는 돈으로 살아간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율이 이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3억5500만 명이 영양부족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 인도는 산업화를 통해 농업 생산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식량난에 대처했다. 정부와 농민은 다양한 소규모 농지에 매달리는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한 가지 고수확 현금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녹색 혁명’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뒤 관개·합성비료·농약 그리고 때로는 트랙터와 기타 농기계로 이들 단일재배를 유지해 나갔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대는 전반적으로 아직 이런 기술의 혜택을보지 못했다. 평균적인 아프리카 농민의 ㏊당 작물 생산량이 인도 농민의 절반, 중국 농민의 4분의 1 미만, 미국 농민의 5분의 1 미만에 그치는 까닭이다. 요즘 에티오피아 정부 그리고 그들과 제휴한 단체 및 정부들이 추진하는 주요 전략은 분명하다. 아프리카 농지의 생산성을 높여 기아의 위험에 처한 대중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예컨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8개국 식량안전보장 및 영양 신동맹(G-8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을 출범시켰다. 아프리카 정부들과 구미 기관들 그리고 지역 및 국제 농업회사들을 연결해준다. 대(對) 아프리카 투자를 장려해 고수확 대두·옥수수·병아리콩·바나나 커피 작물을 보급하려는 취지다. 신동맹 중 소자작농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부는 ‘미래 식량공급(Feed the Future)’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지난 수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1만5000명의 에티오피아 농민이 ‘소득창출’ 옥수수 품종으로 전환해 평균 수확량을 증대했다. 2013년 이들 농민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에 판매한 옥수수는 3만t을 웃돌았다. WFP는 각종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 곡물을 재분배한다.
고수확 단일재배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고전적인 녹색혁명 전략이 최선의 식량 확보책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키피 같은 농생태학자들은 곧바로 녹색혁명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예컨대 생물다양성의 상실, 토양침식, 농기계 작동에 필요한 화석연료 소비급증 등이다. 이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가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과거 다른 나라들에선 단일재배가 곧바로 갖가지 문제들을 낳았다. 예컨대 1970년대 미국에선 깨씨무늬병(southern leaf blight) 하나로 전국 상업용 옥수수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육박했다(요즘 시세로는 60억 달러를 웃 돌았다). 상용 옥수수는 유전학적으로 상당히 균일한 탓에 그 질병에 치명적인 취약성을 드러 냈다. 깨씨무늬병에 내성을 지닌 아프리카 옥수수 품종이 발견된 뒤에야 그 재앙에서 벗어났다. 그것을 상용 작물과 함께 육종해 옥수수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었다.
고수확 단일재배로의 전환이 모든 생계형 농민을 빈곤으로부터 구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옥수수 깨씨무늬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경우 여전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것을 이겨낼 경제적 자원이나 기댈 만한 예비 작물도 없다. 에티오피아 남부 엔세트 재배자들의 경우엔 그 전통 작물을 땅 속에 안전하게 저장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생계형 농민 들에겐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점진적인 개선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키피를 비롯한 사람들은 주장한다. “사람들이 자립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라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익이 망각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다양성이 소규모 농가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문제는 그들의 전통 생활양식에 어떻게 경제적 자생력을 부여하느냐 로 귀착된다. 토착 작물을 시장에 더 잘 통합시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런 식으로 식구를 먹여 살릴 뿐 아니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작물인 테프에도 그 접근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테프는 신 맛의 얇은 빵인 인제라(injer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에티오피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고기나 스튜를 얹어 차려내는 빵이다. 지금은 유럽으로 수출 되어 글루텐 프리 빵의 대안으로 판매된다. 엔세트의 판매가 늘어나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또 다른 연구분야는 어떻게 재래 작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추도록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2009년 에티오피아 과학자 게비사 에제타가 가뭄에 대한 회복탄력을 가진 사탕수수 교잡품종을 개발한 공로로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을 수상했다. 그리고 현재 국제열대농업연구소 과학자들이 엔세트의 천연 품종과 유전자 변형 품종을 평가하고 있다. 세균성 시들음병(bacterial wilt)이라는 엔세트 및 바나나 마름병을 이겨낼 유전자 변형 품종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는 기아와 빈곤에 초점을 맞춘 연구단체다.
한편 키피는 기술 외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토착작물의 보급 확대다. 그는 정부에 토지 장기 임대 신청을 했다. 엔세트를 경작해 어린 묘목들을 소자작농에 싼값에 판매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자부 같은 미망인 대상으로 엔세트 묘목 수백주를 기부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토착민 후원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단인 크리스텐센 펀드의 자금지원을 받는다.
에티오피아가 국내총생산을 증대하면서 재래종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르는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전환기에과거의 여러 문명을 몰락으로부터 구해냈을 법한 작물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듯하다.
“(엔세트는) 세상을 구하는 유의 대단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카드로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플로리다대(게인스빌)의 인류학자이자 ‘기아를 막는 나무(Tree Against Hunger)’라는 제목으로 엔세트를 다룬 책을 펴낸 스티븐 브랜트가 말했다. “다른 방법이 모두 실패할 경우 꺼내 들 만한 비장의 카드다.”
[ 이 기사는 워싱턴 DC 소재 위기 보도 퓰리처 센터의 보조금으로 취재・작성됐다.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곳 에티오피아 남부의 농지엔 엔세트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모르는 사람은 숲으로 착각할 정도다. 커피 나무, 사탕수수, 거대한 호박, 옥수수, 얌, 그리고 기타 작물들과 함께 자란다. 긴 수명을 가진 뿌리가 가뭄과 홍수 때 흙의 유실을 막아 토양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에티오피아인들은 그 다년생 식물(바나나 나무의 사촌격)을 수천 년 동안 재배하며 줄기·뿌리·잎을 식품·약·장식 등의 재료로 활용해 왔다. 엔세트는 수세기 동안 가뭄을 이겨냈다. 낙타가 혹에 물을 저장하듯이 구근 모양의 줄기에 물을 저장한다. 1640년 에티오피아를 찾은 한 포르투갈인 성직자는 엔세트를 가리켜 “기아를 막는 나무”로 불렀다. 기근 때 발효식품으로서의 회복 탄력성과 오랜 보존기간 때문이다. 다른 작물들은 버티지 못할 때도 엔세트는 곧잘 살아 남는다.
나는 에티오피아 딜라 대학의 농생태학자 타데세 키피와 함께 그 발효 작물을 먹었다. 그것을 구워 코초(kocho)라는 단단하고 둥근 빵을 만든다. 맛 좋은 쇠고기와 함께 나왔다. 키피는 엔세트를 먹으며 자랐다. “모유를 뗀 뒤론 엔세트가 나의 첫 음식이었다”고 그가 돌이켰다. 그는 에티오피아의 많은 엔세트 애호가 중 한 명이다. 에티오피아의 농생태학자들 사이에서 엔세트가 일종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 그들이 그 발효제품의 영양성분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일례로 엔세트 기반 식단을 따른 임신부들에게선 비타민 B12와 아연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 아연은 몇몇 임신 합병증(pregnancy complications) 예방 효과가 있다. 옥수수를 대신 주식으로 삼은 여성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였다. 엔세트가 냉동하지 않고도 1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식물의 잎사귀가 드리우는 그늘 속에서 커피 나무가 잘 자란다는 점을 그들은 강조한다.
자부 같은 자작농(subsistence farmers)들은 수 세대에 걸쳐 축적된 경험을 통해 엔세트를 각종 작물과 함께 재배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들 작물은 다양한 영양소를 제공하고 가끔씩 시장에 내다팔 수도 있다. 엔세트나 콩류를 혼작하면 토양이 더 비옥해진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작물 다양성은 기아의 위험을 줄인다. 한 작물이 실패해도 기댈 만한 또 다른 작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실패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대다수 생계형 농민은 음식을 사 먹을 여유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경작에 실패할 경우 굶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엔세트 같은 억센 재래종 작물들(그리고 전반적으로 다양한 소규모 농지들)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생계형 농민들을 빈곤에서 구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빈곤은 많은 문제를 조장한다. “자급자족할 경우에는 엔세트가 제격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론 사람들이 소득을 늘려가야 한다. 그들이 내다팔 수 있는 뭔가를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DC 소재의 기아 및 빈곤 대책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식품정책연구소의 폴 도로시가 말했다. “한 ㏊의 논에 목매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삶은 미래가 없다.”
더욱이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소규모 농가에겐 험난한 앞날이 기다린다. 특히 열대 및 아열대 국가에서 가뭄과 홍수가 더 잦고 심해지리라고 기후학자들은 내다본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농민 중 80%에는 나쁜 소식이다. 이들은 2㏊(야구 경기장 2개만한 규모)에 불과한 농지에 목을 맨다. 그리고 하루 2달러에 못 미치는 돈으로 살아간다.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율이 이대로 계속 유지된다면 2050년에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 3억5500만 명이 영양부족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1960년대 인도는 산업화를 통해 농업 생산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식량난에 대처했다. 정부와 농민은 다양한 소규모 농지에 매달리는 방식을 포기했다. 대신 한 가지 고수확 현금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는 ‘녹색 혁명’으로 알려지게 됐다. 그뒤 관개·합성비료·농약 그리고 때로는 트랙터와 기타 농기계로 이들 단일재배를 유지해 나갔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대는 전반적으로 아직 이런 기술의 혜택을보지 못했다. 평균적인 아프리카 농민의 ㏊당 작물 생산량이 인도 농민의 절반, 중국 농민의 4분의 1 미만, 미국 농민의 5분의 1 미만에 그치는 까닭이다. 요즘 에티오피아 정부 그리고 그들과 제휴한 단체 및 정부들이 추진하는 주요 전략은 분명하다. 아프리카 농지의 생산성을 높여 기아의 위험에 처한 대중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예컨대 2012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주요 8개국 식량안전보장 및 영양 신동맹(G-8 New Alliance for Food Security)’을 출범시켰다. 아프리카 정부들과 구미 기관들 그리고 지역 및 국제 농업회사들을 연결해준다. 대(對) 아프리카 투자를 장려해 고수확 대두·옥수수·병아리콩·바나나 커피 작물을 보급하려는 취지다. 신동맹 중 소자작농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부는 ‘미래 식량공급(Feed the Future)’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지난 수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1만5000명의 에티오피아 농민이 ‘소득창출’ 옥수수 품종으로 전환해 평균 수확량을 증대했다. 2013년 이들 농민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에 판매한 옥수수는 3만t을 웃돌았다. WFP는 각종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식량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그 곡물을 재분배한다.
고수확 단일재배를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고전적인 녹색혁명 전략이 최선의 식량 확보책 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키피 같은 농생태학자들은 곧바로 녹색혁명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예컨대 생물다양성의 상실, 토양침식, 농기계 작동에 필요한 화석연료 소비급증 등이다. 이는 오늘날 아프리카의 소규모 농가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 과거 다른 나라들에선 단일재배가 곧바로 갖가지 문제들을 낳았다. 예컨대 1970년대 미국에선 깨씨무늬병(southern leaf blight) 하나로 전국 상업용 옥수수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금액으로는 10억 달러에 육박했다(요즘 시세로는 60억 달러를 웃 돌았다). 상용 옥수수는 유전학적으로 상당히 균일한 탓에 그 질병에 치명적인 취약성을 드러 냈다. 깨씨무늬병에 내성을 지닌 아프리카 옥수수 품종이 발견된 뒤에야 그 재앙에서 벗어났다. 그것을 상용 작물과 함께 육종해 옥수수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었다.
고수확 단일재배로의 전환이 모든 생계형 농민을 빈곤으로부터 구제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옥수수 깨씨무늬병 같은 질병이 발생할 경우 여전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그것을 이겨낼 경제적 자원이나 기댈 만한 예비 작물도 없다. 에티오피아 남부 엔세트 재배자들의 경우엔 그 전통 작물을 땅 속에 안전하게 저장할 여유가 없어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생계형 농민 들에겐 전통적인 생활양식의 점진적인 개선이 더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키피를 비롯한 사람들은 주장한다. “사람들이 자립능력을 갖춰야 한다. 나라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이익이 망각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가 말했다.
다양성이 소규모 농가 생존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문제는 그들의 전통 생활양식에 어떻게 경제적 자생력을 부여하느냐 로 귀착된다. 토착 작물을 시장에 더 잘 통합시키는 것이 해법이라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런 식으로 식구를 먹여 살릴 뿐 아니라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에티오피아의 또 다른 작물인 테프에도 그 접근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테프는 신 맛의 얇은 빵인 인제라(injera)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전 세계 에티오피안 레스토랑에서 흔히 고기나 스튜를 얹어 차려내는 빵이다. 지금은 유럽으로 수출 되어 글루텐 프리 빵의 대안으로 판매된다. 엔세트의 판매가 늘어나려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
또 다른 연구분야는 어떻게 재래 작물의 수확량을 늘리고 끈질긴 생명력을 갖추도록 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진다. 2009년 에티오피아 과학자 게비사 에제타가 가뭄에 대한 회복탄력을 가진 사탕수수 교잡품종을 개발한 공로로 세계식량상(World Food Prize)을 수상했다. 그리고 현재 국제열대농업연구소 과학자들이 엔세트의 천연 품종과 유전자 변형 품종을 평가하고 있다. 세균성 시들음병(bacterial wilt)이라는 엔세트 및 바나나 마름병을 이겨낼 유전자 변형 품종이다. 국제열대농업연구소는 기아와 빈곤에 초점을 맞춘 연구단체다.
한편 키피는 기술 외적인 해결책을 제안한다. 토착작물의 보급 확대다. 그는 정부에 토지 장기 임대 신청을 했다. 엔세트를 경작해 어린 묘목들을 소자작농에 싼값에 판매하려는 목적이다. 이미 자부 같은 미망인 대상으로 엔세트 묘목 수백주를 기부하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토착민 후원용 보조금을 지원하는 재단인 크리스텐센 펀드의 자금지원을 받는다.
에티오피아가 국내총생산을 증대하면서 재래종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이 따르는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요즘 같은 전환기에과거의 여러 문명을 몰락으로부터 구해냈을 법한 작물을 버리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듯하다.
“(엔세트는) 세상을 구하는 유의 대단한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하나의 카드로 보유하는 게 중요하다.” 플로리다대(게인스빌)의 인류학자이자 ‘기아를 막는 나무(Tree Against Hunger)’라는 제목으로 엔세트를 다룬 책을 펴낸 스티븐 브랜트가 말했다. “다른 방법이 모두 실패할 경우 꺼내 들 만한 비장의 카드다.”
[ 이 기사는 워싱턴 DC 소재 위기 보도 퓰리처 센터의 보조금으로 취재・작성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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