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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인기를 능가하는 스포츠는? 종합격투기!

축구의 인기를 능가하는 스포츠는? 종합격투기!

미국의 CB 댈러웨이 RK 프랑스의 프란시스 카몽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여자들이 처음에는 짐짓 따분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하나 둘씩 경기 속으로 빠져든다. 얼굴이 점차 벌겋게 상기되며 폭력에 몰입한다. 이날 밤의 두 번째 대결이다. 그들의 시선은 영국 뉴캐슬 출신의 앤디에게 고정돼 있다. “파이팅, 앤디!” 평범한 체격에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작은 도끼(The Little Axe)’라는 닉네임의 선수에게 그들이 소리친다. 그의 몸 앞쪽 왕자 복근 위로 커다란 문신 두 개가 새겨져 있다. 옆구리에는 1900년대 초 미국 대통령을 지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명언을 새겨 넣었다. 140단어를 빠짐 없이 왼쪽 옆구리 아래까지 새겨 넣을 만큼 그가 좋아하는 동기유발 문구다.

“비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강자가 얼마나 비틀거리는지, 또는 선수가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었는지 평가하는 사람은 주인공이 아니다. 실제로 현장에 있는 사람, 얼굴이 먼지와 땀과 피로 뒤범벅 된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다….”

UFC 여자 밴텀급의 아만다 누네스(위)와 캣 징가노(아래오른쪽).
‘작은 도끼’가 고전 중이다. ‘적어도 큰 뜻을 품고 도전했다면 실패해도 후회하지 말라’는 격언이 그의 허리 바로 위에 새겨져 있다. 루스벨트의 그와 같은 격려가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지금의 앤디 오글(25)이다. 그의 저녁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수초 만에 상대가 날린 플라잉 킥으로 시작됐다. 킥은 그의 머리를 빗나갔지만 그 의도는 그의 뇌리 속에 정확히 박혔다. 상대는 막시모 블랑코라는 베네수엘라인이다. 곧장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뒤 오글은 ‘그라운드 앤드 파운드(ground-and-pound)’라는 상태에서 25초를 보냈다. ‘그라운드’는 공격을 피하려 애쓰며 바닥을 기어 다니기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파운드(‘마구 때리다’는 의미가 있다)’는 험악한 표정의 레슬러가 상대방을 그라운드에 눕혀 놓고 주먹세례를 퍼부어 의식을 잃게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오글의 얼굴이 피범벅이다. 결과가 뻔한 듯하다. 패배의 문턱에 선 남자의 등에 용 문신이 새겨져 있다.

“내게는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직장인과 다른 점이 딱 하나 있다. 안정된 삶을 뿌리치고 주먹으로 살아가겠다는 꿈을 실현하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앞서 fightstorepro.com에 그가 올린 글이다. 이제 베를린에 모인 8000명의 관중 앞에서 그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모두 그를 큰소리로 응원하는 듯하다. 대전료로 근근이 생활해가는 한 선수가 그를 가리켜 말한다. “순수한 근성과 결기를 가진 조디(잉글랜드 북동부 지방) 사나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오글은 그럭저럭 기운을 되찾아 몸을 일으킨다. 블랑코의 목에 한 팔을 감아 그의 허파로 들어가는 공기를 차단하고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도록 막으려 한다. 하지만 역시 힘에 부친다. 곧 다시 주먹 세례를 받는다.
 스포츠계의 신성
스웨덴의 니클라스 백스트롬(오른쪽)은 베를린에서 승리 후 이제 집세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격해 눈물을 쏟아냈다. 왼쪽은 잉글랜드의 마이크 윌킨슨.
얼티미트 파이팅 챔피언십(UFC)의 41일째 대결이 베를린에서 진행 중이다. UFC는 종합격투기(MMA)의 최대 대회다. 대히트작 중의 대히트작이다. 축구 팬이라면 이젠 월드컵이 열리는 해에도 MMA 중계 화면 앞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MMA는 권투·주짓수·유도·킥복싱을 비롯한 기타 격투기를 검투사의 대결로 혼합한 경기방식이다. MMA의 최고 조직인 UFC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스포츠 대회가 됐다. 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연간 이벤트 관객 수가 2001~2013년 12배나 증가했다.

적어도 영국 슈퍼마켓에 가면 일반적으로 고가의 비디오 게임 2종이 나란히 진열돼 있다. 월드컵의 인기를 반영한 FIFA(국제축구연맹)가 그 하나이며 나머지 하나는 UFC다. 브라질에서 캐나다, 그리고 영국에서 저 멀리 동쪽 일본에 이르기까지 MMA는 불과 10년 만에 종종 보잘것없는 변두리 스포츠 이벤트에서 비즈니스 성공사례로 부상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지금은 세계적으로 프리미어 리그 축구의 인기를 능가한다.

이 스포츠의 가장 유명한 대회인 UFC의 경우 TV 시청자 수가 150개국에서 14억 명 안팎에 달한다. 2001년 페르티타 형제가 UFC를 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 뒤로 이 대회의 가치가 1000배나 뛰었다. 세계의 양대 명문 축구 클럽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합친 것보다 주가가 높다.

이 스포츠의 엄청난 인기는 때로는 그 관계자들에게도 수수께끼다. 예컨대 여성 팬들은 어디서 나타났는가? 팬 10명 중 4명 가량이 여성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세계적으로 프리미어 리그보다 더 많은 시선을 끌어 모은다.” 리버풀대 축구 비즈니스 전문가 로건 테일러 박사가 말했다. “하지만 축구와는 달리 MMA는 현대적인 스포츠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역사가 아주 일천하다. 어느 날 혜성처럼 불쑥 나타난 듯하다.”

축구와 MMA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높은 TV 스포츠다. 하나는 구기 종목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기술을 가진 개인끼리 기량을 겨루는 종목이다. 그들은 혼자서 하나의 팀을 이룬다. 인간의 이 두 가지 경쟁 방식은 인류의 존재만큼이나 유서 깊은 논란을 대변한다. 인간은 협력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무자비한 경쟁자인가? 한 종목은 전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구현하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인 완성을 추구한다. MMA 인기의 이해는 21세기 인류에 대한 작은 통찰을 얻는 길이기도 하다.
 인간의 닭싸움
UFC의 TV 중계 시청자가 150개국에서 14억 명에 달한다. 데메트리우스 존슨(위)이 크리스 카리아소의 목을 누르고 있다.
서로 다른 격투기를 혼합하는 아이디어는 처음에는 단순히 누가 더 센지 알아보려는 목적이었다. 마치 일곱 살 배기 꼬마가 생각해낸 스포츠 같다. 가라데 고수가 쿵후 실력자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고릴라 같은 체격의 권투선수와 작은 주짓수(실전 유도) 고수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선수마다 제각기 특정 기술을 몇 년씩 걸려 단련하기 때문에 그 분야에선 남들보다 더 강하다. 따라서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략으로 경기를 주도하려 애쓰는 경기로 진화했다.

“그 기술은 완성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베를린 대회의 메인 이벤트 출전 선수인 필리핀계 미국인 마크 무노스가 말했다. “아주 많은 격투기가 관련됐기 때문이다.” 합기도,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태권도 등이 거기에 포함된다. 합기도는 공격자의 동작을 역이용해 그 에너지를 적에게로 돌리는 기술이다. 그레코로만형 레슬링은 나폴레옹 시대의 전쟁 중 개발된 그래플링(grappling, 잡기) 스포츠다. 태권도는 화려한 발차기 기술로 유명한 한국식 격투기다. 무노스는 집요한 ‘그라운드 & 파운드’ 기술로 불도저라고 불린다. 하지만 스탠딩으로 경기가 전개될 때는 곧잘 KO를 당한다. 입식 타격기에 약점이 있다.

난폭해 보이기는 해도 소문만큼 잔인하지는 않다. 아마추어 권투선수 출신의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MMA를 ‘인간 닭싸움(Human cockfighting)’으로 불렀다. 20년 전 케이블 TV 방송금지 캠페인을 전개할 때였다. 이 경기는 오랫동안 무규칙 싸움(no-holds-barred fighting)으로 알려졌다가 그뒤 철조망 링 대결(cage fighting)로 불렸다. 극한의 폭력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독일은 그런 이벤트를 개최해야 할지 확신을 갖지 못했다. 한편 미국 뉴욕주에선 프로 MMA가 금지됐다.

그러나 MMA는 매케인의 금지 캠페인으로 봉변을 당한 뒤 오래 전에 변화를 추구했다. 요즘의 ‘얼티미트(궁극의)’ 파이팅은 케이지 파이팅에서 ‘건강과 안전’을 강화한 버전이다. 이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이 사지 멀쩡하게 돌아다닌다. 많은 공방전을 심판들이 판정한다. 그밖에 한쪽 선수가 너무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간주될 때는 일찍(때로는 너무 일찍) 경기를 중단시킨다.

눈 찌르기는 파울이다. 신체의 구멍에 손가락을 넣거나 베거나 찢어서도 안 된다. 사타구니 공격은 실격이며 목을 조르거나 바닥에 쓰러진 상대의 몸 위에서 발을 구르는 행위도 금지된다. 뒤꿈치로 콩팥을 차거나 또는 놀이터에서 꼬마들이 흔히 그러듯 피부를 할퀴거나 꼬집거나 비틀어도 안 된다. 실제로 22번 규칙에선 부상을 유발하는 스포츠맨답지 않은 모든 행위를 금지한다. 그 어느 때보다 ‘닭싸움’을 엄격하게 감독한다.

한 가지 인기 비결은 시금치를 먹기 전의 뽀빠이처럼 마른 체격이라도 크게 불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 스포츠는 깡마른 싸움꾼이 새 기술을 필요로 할 때 가장 빨리 진화한다. 20세기에는 한 브라질 가문이 MMA를 지배했다. 매 세대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선수를 최소한 한 명씩 배출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런 체격으로 무지막지한 완력에 맞서려면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내 새끼 손가락 힘이 당신의 손 힘보다 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엘리우 그레이시가 언젠가 한 영화제작자에게 말했다. “그것은 당신의 손과 내 손가락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공격이든 시작할 때와 끝날 때 사이에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나는 누구나 그런 순간으로 몰아간다.”

심오한 폭력이다. 이 같은 싸움꾼-철학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흔하다. 이 선수들은 몇 수 앞을 내다보며 작은 실수라도 하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을 안다. 이 경기를 가리켜 그들은 팔 다리가 말 역할을 하는 인간 체스로 부른다. 근육질에게든 약골에게든 똑같이 어필한다. “놀랍다! 이것은 체스다, 과학이다.” 1970년대 그 동작들을 지켜본 미국인 레슬러 밥 앤더슨이 말했다.
 파이터-철학자
UFC 경기에 출전하는 한국인 선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UFC 경기에서 승리 후 기뻐하는 정찬성.
그 결과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2000년대의 손꼽히는 비즈니스 스토리가 탄생했다. “나는 11년 동안 이 일을 해 왔다.” 런던의 어번 킹스 도장에서 MMA를 가르치는 파이터 애슐리 그림쇼가 말했다. “나이트클럽에서, 복싱 링에서 경기가 벌어질 때 지켜봐 왔다. 사람들이 철조망 링 뒤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그냥 링에 올라가 싸우고 운 좋으면 대가를 받았다.”

“요즘에는 젊은이들이 이 스포츠로 성공하겠다고 하루에 두 번씩 트레이닝을 한다. 온 몸을 던진다. 전에는 모두 축구선수가 되려 하지 않았나? 지금은 사람들이 MMA 파이터가 되고 싶어한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격투기 스포츠다. 이기는 방법이 부지기수다.”

안전하다고 반드시 유순하지는 않다. 베를린에선 1차전에서 손에 골절상을 입은 한 선수가 그냥 계속 링에 올랐다. 나머지 선수들도 완전히 녹초가 되어 관중에 겨우 알은체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선수는 경기 후 두 눈 위를 몇 바늘씩 꿰매고 기자회견을 할 때 온 몸에 성한 구석이 거의 없었다. 승자이면서도 불 속에서 3도 화상(피부 전층이 손상되는 괴저성 화상)을 입고 살아남은 사람만큼 간호를 받아야 했다.
 소유주들
선수들에 주는 보수는 권투나 축구의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최고 소득자의 경우 2014년 들어 이제껏 70만 달러 안팎의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몇몇 슈퍼스타들은 얼굴만 비치고도 5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인기가 폭등했다. 너무 급속히 성장해 대다수 유럽인들은 아직 얼티미트 파이팅 챔피언십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정도다. 독자의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 바로 5분 전에 이 스포츠를 처음 알게 됐을 확률이 85~90%는 될 듯하다. 대다수 신문은 아직 이 경기를 보도하지 않는다. 하지만 MMA를 설명하는 특집 기사들이 앞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토리는 19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유도 챔피언이 라틴아메리카로 건너갔다. 그가 브라질의 주짓수를 확 뜯어고쳐 놓았다. 그것이 나아가 종합격투기의 밑거름이 됐다.

그뒤 세기가 바뀔 때까지 그레이시 가문이 주도권을 쥐게 된다. 그레이시 스타일의 주짓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권투도 마찬가지였다. 무하마드 알리의 등장으로 문화적 장벽이 모두 붕괴됐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복싱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도 다시 원래 팬들의 기반으로 되돌아갔다. MMA의 기획자들은 그런 운명을 만나지 않기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MMA를 운영하는 사람들, 아니 그보다는 그 안에서 가장 유명한 리그인 UFC를 좌지우지하는 인물들이다. 뉴스위크는 처음엔 대나 화이트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가 거절 당했다. 카지노 이권을 가진 두 시칠리아계 미국인 형제를 대신해 UFC를 운영하는 직설적이고 엉뚱한 면이 있는 45세의 남자다. (화이트는 “뉴스위크에 비우호적”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베를린에서 그를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매케인의 보이콧 캠페인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린 뒤 UFC 인수를 제안한 사람도 그였다.

로렌조와 프랭크 페르티타 형제는 그의 제안에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세계의 격투기 수도인 라스베이거스에서 성장했다. LA에서 자랐다면 아버지가 그들을 구기 스포츠 경기로 데려갔을 것이다. 예를 들면 프로야구 LA 다저스 등이다. 라스베이거스에는 스포츠 구단이 없었다. 아버지 페르티타는 아들들을 격투기 경기에 데려갔다.

성인이 됐을 때 로렌조는 복싱을 하나의 사업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수십 억 달러의 현금을 쏟아내면서도 브랜드가 없는 다른 산업은 또 없는 듯했다. 복싱의 브랜드는 알리나 현 세계 챔피언인 플로이드 메이웨더 같은 사람들이었다. 바로 거기에 약점이 있었다. 스타들이 빛을 잃으면 복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시들해졌다. 모든 게 일회성 이벤트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종합격투기는 다른 시도를 해볼 만한 기회였다. 그러나 당시 큰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UFC는 끝장난 브랜드였다.” 올해 런던의 한 기업계 오찬에서 로렌조가 말했다. “그와 관련된 이미지가 아주 나빴다. 처음 시작할 때 사실상 아무런 규칙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곤경에 처한 리그 가격이 2001년에 200만 달러였다. 그 돈을 주고 얻은 건 철자 3개 UFC가 전부였다고 로렌조(현재 순자산 13억 달러)는 즐겨 말한다.

페르티타 형제는 머독 일가 같은 사람들이나 읽어낼 만한 사업성을 재빨리 간파했다. 스포츠는 사람들의 심리에 불을 지펴 미디어 업체에 돈을 지불하도록 한다. 그에 따라 미디어 업체들도 스포츠에 돈을 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는 권투와 달리 UFC는 규모를 더 키울 수 있다. 챔피언십 대회를 열고 정규 대전 일정을 수립해 TV 업체에 판매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농구 또는 축구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 격투기 종목에 적용했다. 먹혀 들지 않았다. 페르티타 형제가 UFC에 4000만 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거의 효과가 없었다. 로렌조는 화이트에게 전화를 걸어 발을 뺄 때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때 세상이 바뀌었다.
2005년 미국 내 모든 TV 방송사에 보낸 사업제안이 줄줄이 퇴짜를 맞던 중 한 곳이 관심을 보였다. 스파이크 TV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 구상에 호의적으로 반응했다. 일종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흘러 넘치는 빅 브러더 프로그램이었다. 선수들이 함께 생활하며 승자가 가려질 때까지 싸우는 구조다. 스파이크 TV는 그 시리즈의 비용은 부담하려 하지 않았다. 따라서 페르티타 형제가 추가로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우리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로 드러났다”고 로렌조 페르티타가 말했다. “우리가 돈을 댔기 때문에 우리 소유가 됐다. 모든 권리가 우리 손에 남아 있었다.”

당장 큰 히트를 쳤다. 그 네트워크 TV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 됐다. 그 프로는 UFC 관계자들이 흥행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선수들을 가려내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들과 계약을 맺어 대결의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었다.

페르티타 형제는 성공 방정식을 정말 운 좋게 손에 넣었다. 권투는 미국 채널 HBO에 어울리게 진지한 방식으로 제작됐다. 그와 달리 UFC는 그런 제약이 없었다. 모든 이벤트에 요란한 음악이 깔린다. 곧 페이퍼뷰(유료 방송) 시청자 수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대다수 UFC 팬이 30세 이하다. 몇몇 스포츠보다 팬의 연령이 한 세대만큼이나 낮았다(소치 올림픽 TV 시청자의 평균 연령은 55세였다). 사업의 관점에서 볼 때 UFC는 사실상 기획업체라기보다는 미디어 업체다.
 철조망 링 밖에서
조앤 캘더우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요양시설 보조원이었다. 올 여름 라스베이거스의 한 주택에 입주했다. 그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20번째 시리즈에서 UFC 최초의 여성 스트로급(최경량급 47.6kg 이하) 챔피언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이는 16명의 여성 중 한 명이다. “전에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모른다. 샌드백을 치기 시작한 뒤부터 훨씬 기분이 좋아지고 차분해지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캘더우드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교외 지역에서 생활한 어린 시절은 평범했다. 그러던 중 13세 때 어린 남동생을 킥복싱 도장에 데려다 주면서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그녀는 돌이켰다.

2년 전 그녀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관인 애슐리 ‘스매슐리’ 커민스와 대결을 벌였다. 얼굴에 통렬한 오른 무릎 공격을 가해 그녀를 안와 골절로 나뒹굴게 만들었다. “나는 싸울 때 거의 온전한 내가 된다. 케이지를 벗어나면 진짜 내가 아니다.”

유럽에 UFC를 정착시키는 일은 개리 쿡에게 맡겨졌다. 맨체스터 시티 축구팀의 전 CEO다. “경기 장면이 우리에게 약간 거부감을 준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사실상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판매하는 일로 정의한다. “우리에게는 유쾌한 광경이 아니다. 섬뜩한 괴기 쇼 같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파이터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파이터가 되는 데 필요한 노력을 이해해 달라고 요구한다.” 전에도 비슷한 일을 한 경력이 있다. 쿡은 나이키에서 경력의 꽃을 피웠다. 그 스포츠용품 메이커가 미국 시장의 48%를 점유하고 세계로 뻗어나가고자 했을 때다. 그는 한 농구선수에게 그의 차와 조화를 이루는 운동화를 제공했다. 그것이 크게 히트 쳤다.

“마이클 조던은 나이키 성장의 촉매제였다”고 쿡이 말했다. “조던은 자신이 아니었다면 나이키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성싶다. 나이키 역시 자신들이 아니었다면 마이클 조던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할 듯하다. 영원히 논란이 될 만한 문제다.” 그의 UFC 홍보 전략은 영웅 만들기다. 유럽에서 대회를 많이 여는 식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성장은 스토리에 대한 사람들의 갈증에서 시작된다. “어느 스포츠나 세계 수준에서 3~4명의 스타가 있을 것”이라고 그가 말했다. “국가 차원에선 6, 8 또는 10명 정도다. 그리고 지방차원에서도 저마다 스토리가 있다.”

2012년 그 일을 맡았을 때 쿡은 선수들에게 잠재력이 있음을 알았다. 2년 전 맨체스터 시티 구단과 투어를 하던 중 평소와 마찬가지로 어떻게 하면 팀 선수들을 즐겁게 하느냐는 문제에 직면했다. 축구 선수들은 헤드폰이나 X박스 게임기를 들고 자기 방에 틀어박히기 일쑤였다. 미술관에 흥미를 보이는 부류는 분명 아니었다.

그중 한 선수인 크레이그 벨라미가 인근 도장에서 몇몇 UFC 선수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구단 전용 버스 좌석이 남아돌던 평소와 달리 추가로 차량이 필요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만인의 스포츠 스타들에게 또 다른 스포츠 영웅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거느린 선수들은 전도 유망한 원석들이다. 베를린의 메인 이벤트 출전선수 중 하나인 무노스가 대표적이다. 캘더우드와 마찬가지로 인상과 달리 조용한 음성을 갖고 있다. “뭐랄까, 우리는 무식한 사람들이 아니다”고 그가 말했다. “링 안에서는 사납지만 밖에서는 부드럽게 행동하는 법을 안다. 부드러움은 억제된 강인함이다.” 그는 격투기 재능 덕분에 사람 목숨도 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생명을 구한다고? 무노스(36)는 괴롭힘을 당한 뒤 운동을 시작했다. 불량배들이 그의 조던 운동화를 빼앗아갔다. 쿡이 크게 유행시키는 데 기여한 바로 그 운동화다. 그는 꾀병을 부려 학교에 결석했다. 그뒤 한 친구가 그를 종합격투기 도장으로 이끌었다. 무노스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자신의 도장에서 갱단 아이들을 제자로 받아 운동을 가르친다. “주먹·발·팔꿈치·무릎을 사용하는 법만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정중하게 대하며 묻는다. “내가 이런 식으로 대할 때 어떤 기분이 드는가? 자신의 가치를 알겠는가?”

“큰 힘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른다.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힘을 부여할 때 그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도장 밖에서는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장의 문하생들이 직장과 가족을 갖고 지역사회 자원봉사 활동을 하며 허튼 생각 하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간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무노스는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고 코치에게 지청구를 들었다. 베를린에선 경기에 패해 크게 낙담한 표정이었다.

영국에는 루크 바냇이 있다. 쓰리 피스 정장과 스토리를 좋아하는 매력 있는 파이터다. 아마추어 시절 데뷔 전 1라운드에서 턱뼈가 부러졌다. 입을 벌려 코치 로비 올리버에게 보여줬다. “이빨 몇 개 부러진 정도야.” 코치가 말했다. “다시 가서 싸워.” 그 대전에서 바냇이 승리했다. “잘 했어, 친구.” 올리버가 말하면서 그가 앞서 무시했던 부상을 인정했다. “턱뼈가 부러졌어. 병원에 가보는 게 좋을 거야.”

아일랜드에는 코너 맥그리거가 있다. 어린 시절 파이터를 꿈꿨으며 이제 격투기로 실업자 신세를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스웨덴에는 니클라스 백스트롬이 있다. 베를린에서 승리 후 이제 집세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격해 눈물을 쏟아냈다. “향후 5년 동안 이 선수들의 비상과 그들의 스토리가 UFC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쿡이 말했다. 유럽에서 도장 사업 계획도 세워 놓았다.
 동조자 세대
런던 중심부 킹스 크로스 인근에 어번 킹스라는 도장이 있다. 종합격투기 훈련을 하는 수련생 중에 변호사와 패션 디자이너가 있었다. “정말 희한하다.” 온라인 광고업에 종사하며 싸움꾼 부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히렌 랙스먼이 말했다. “MMA의 전형적인 이미지가 무뢰한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수련자들은 대부분 정말 친절하다. 육체적 장벽을 거의 허물고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게 된다.”

“마음 속 깊숙이 저마다 수련을 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범인 조시 팔머가 말했다. “기본적으로 허영심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나머지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사람들이다. 일부 괴롭힘을 당해 좀더 자신감을 가지려는 사람도 있는 반면 그냥 싸움이 좋아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 마지막 그룹은 “술집 이외에 불법이 아닌 곳에서 싸움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MMA의 부상은 우리에 관해 무엇을 말해 주는 걸까? 리버풀대의 학자인 테일러에 따르면 그 인기는 요즘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일부 조사에선 대학생들이 구기 종목보다 개인 종목을 선호했다.

“우리가 속한 세대는 동조하는 세대에 속해 있다”고 쿡이 말했다. “팀 세대. 뭐랄까, 프로그램된 TV, 한정된 채널!” 스노보딩과 바이시클 모터크로스(BMX) 같은 개인 종목 스포츠가 성장한다. “개성 표현의 문제다. MMA는 그런 세대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감정을 판다”고 로렌조 페르티타가 말했다. “우리는 아드레날린으로 장사를 한다. 우리가 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까닭이다.”

지난 5월 쿡은 그리스의 TV 네트워크 방송 관계자들과 만났다. “전투를 탄생시킨 시조들의 고향인 아테네에서 정말로 경기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쿡은 돌이켰다. “또는 로마의 콜리시움 앞에서나.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야, 저것 봐. 2000년 역사가 지난 뒤 다시 출발점에 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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