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초 동영상’ 스타

니컬러스 메갈리스(26)를 만난 지 20분밖에 안 됐지만 이미 우리 대화는 한참 샛길로 빠져 있었다. 코미디언·비디오작가·음악가·작가인 메갈리스가 부세미 성대모사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해낸다. 모페드 사고와 관련된 부세미 부상의 예후를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이 전화번호를 교환하는 시나리오다.
이 같은 10초짜리 즉흥 코미디를 지어내는 메갈리스의 능력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메갈리스는 바인(Vine) 출범 후 불과 3년 만에 그 앱의 인기 정상을 달리는 이용자로 떠올랐다. 트위터 소유인 바인은 6초짜리 무한반복 동영상을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다. 470만 명에 달하는 그의 팔로어들은 빌리버(Beliebers, 미국 최고의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광팬)들 만큼이나 열광적이다. 코카콜라, 포드 등 온갖 업체들이 메갈리스와 광고출연 계약을 했다. 지난 3월 31일 ‘엄청 희한한(Mega Weird)’이라는 제목의 그의 첫 저서가 출간됐다. 일러스트를 넣은 묵직한 회고록 겸 단편집이다.
메갈리스는 2013년부터 바인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보딩 중 큰 부상을 입어 몇 달 동안 집에서 꼼짝 못할 때였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콘크리트+이빨=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그의 6초짜리 단편 동영상들은 수년간에 걸쳐 진화해 소품과 정교한 세트까지 갖추게 됐다. 무한 반복되는 랩 송부터 유행선도자, 엄마, 유명인사들의 짤막한 성대모사뿐 아니라 ‘겨자 CEO(The CEO of Mustard)’ 같은 더 해괴한 동영상 시리즈까지 망라한다. 그의 단골 메뉴로는 달아나는 동물들을 향해 스타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는 TMZ(가십 웹사이트) 패러디가 있다. 또한 ‘나는 그 단어를 몰라(I don’t know the words)’에선 인기 멜로디를 엉터리로 부른다. 메갈리스의 가장 유명한 바인은 ‘꿈틀이 젤리(gummy worms)’에 관한 6초짜리 랩송이다. 지금껏 200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출범 당시 바인은 코미디의 요람으로 홍보되지는 않았다(이 앱의 초기 홍보에선 광범위한 풍경 동영상을 암시했다). 그러나 이 네트워크를 지배한 사람들은 코미디언, 음악가, 정지화상 영화제작자들이었다. 이들은 몇 시간, 몇 일, 또는 심지어 몇 달에 걸쳐 단편 영화를 제작한다. 바인도 변했다. 초창기엔 이용자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가져오거나 콘텐트를 편집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 모두 한 번에 제작돼야 했다. 12시간 동안이나 촬영한 자료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메갈리스는 그때가 그리운 듯이 말한다. “지금은 사람들이 그린 스크린을 이용한다”고 그가 말했다. “진짜 녹색 배경 말이다.”
메갈리스는 연기 취미를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다. 대화를 나눈 2시간 사이 대다수 26세 젊은이가 두 달 동안 입에 올릴 만한 회수보다 더 많이 아버지를 언급한다. 아버지 톰 메갈리스는 애니메이션 작가, 감독, 배우, 화가, 작가, 디자이너이며 나머지 메갈리스 식구들과 마찬가지로 바인 계정을 갖고 있다(팔로어가 8만6000명을 웃돈다). ‘엄청 희한한’의 일러스트도 담당했다.
메갈리스의 엄마는 그래픽 디자이너다. 책에서 ‘난장이 똥자루만큼 작다’고 애교스럽게 묘사한다. 그리고 뭔가를 강조할 때는 엄마의 눈을 걸고 맹세한다(원래는 ‘엄마의 무덤을 걸고 맹세하다, swear on one’s mother’s grave’). 엄마는 지금도 오하이오주에서 뉴욕 브룩클린에 있는 메갈리스의 아파트로 상하기 쉬운 제철음식을 우편으로 보낸다. 메갈리스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거실에 마술쇼 세트를 꾸며 주곤 그에게 공연하도록 했다. 여동생이 전등을 껐다 켰다 하며 조명 효과를 냈다. “그때도 500만 명 앞에서 공연하는 기분이었다”고 메갈리스가 말했다. “정말 정신병이지 싶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메갈리스는 자신의 밴드 니컬러스 메갈리스와 함께 순회공연을 했다(“내 고등학교 역사상 내가 출석률이 가장 낮았을 것 같다”). 2년 뒤인 2009년 뉴욕으로 건너갔다. CM송을 작곡해 번 돈으로 생활했다(메갈리스는 악보도 없이 여드름 약 CM 송을 흥얼거린다. “여드름, 여드름, 여드름은 뭘까? 얼굴에 생기는 뾰루지지. 정말로 신경 쓰여. 여드름을 없애자. 그것은 호르몬 불균형. 당장 얼굴을 씻자. 아니면 여드름 밭이 돼”).
요즘 메갈리스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의 ‘예술 단원(art crew)’과 바인을 제작한다. 상냥하고 말수 적은 패션 디자이너·스타일리스트인 그의 제작 파트너도 포함된다. 카메라 앵글, 의상, 분장을 담당한다. 메갈리스는 지난 수년간 영화·TV·음반 제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출판 편집자 주디스 리건의 제의를 받은 뒤 책을 쓰기로 했다. 아마도 O J 심슨의 거짓 회고록 ‘내가 만일 그랬다면(If I Did It)’의 출판을 추진했다가 하퍼콜린스에서 해고당한 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 책은 나중에 출판됐고 그녀는 결국 뉴스 코프로부터 1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리건은 지난해 자신의 출판사 리건 아츠를 차렸다. 그 밖의 신간으로는 마이클 와이스와 하산 하산의 베스트 셀러 ‘알라의 사생아 IS’(영림카디널 펴냄, 1만7000원) 등이 있다.
“나는 성인 남자의 유머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다. ‘엄청 희한한’엔 확실히 그런 특색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리건은 메갈리스를 이렇게 평한다. “영화 ‘나의 그리스식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과 애니메이션 코미디 ‘비비스 앤 버트헤드(Beavis and Butt-head)’를 버무려 놓은 듯하다. 하지만 그의 허술함, 불안함이 마음에 든다. 그냥 그의 관점이 좋다. 내가 출판하는 책을 모두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푹 빠져들었다.”
‘엄청 희한한’은 어떻게 보면 메갈리스가 제작하는 바인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진지하고 변덕스럽고 예술적이다. 하지만 훨씬 더 사적인 측면도 있다. 메갈리스는 그것을 아동용 서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다(그의 팬 중에는 청소년 층이 많다). 그 말은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점도 있다. ‘엄청 희한한’에는 저속어가 깔려 있고 스토리 중 일부는 좋게 말해 ‘13세 미만 부모 동반 관람가(PG-13)’ 수준이다. 하지만 책에는 또한 현재의 메갈리스가 10년 전의 메갈리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지는 풋풋함도 있다. “사람들이 여러분을 ‘다르다’고 부르거나 ‘괴짜’라고 말하면 할렐루야, 기뻐하라!” 책의 서문은 그렇게 시작된다. “여러분이 뭔가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보면 된다.”
“지금 내 자신에게 말할 수 있다면, 예컨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4세 때의 자신에게 충고한다면 이렇게 말할 성 싶다. ‘이봐, 메갈리스, 잠깐만 집중해, 알았지? 성대모사를 그만두지 마. 그림을 중단하지 마. 방과 후 코미디 비디오 만들기를 계속해.’ 그것이 내 미래의 밑거름이었다”고 그가 말했다.
메갈리스를 외톨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는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은 크게 말하고 요란하게 웃는다고 미리 귀띔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요란한 열정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낯선 사람에게 보이는 미소로부터 계속 우리 자리에 들러 물잔을 채워주는 웨이터에 대한 넘치는 감사 표시까지 모든 행동에서 그런 태도가 드러난다. 그런 사교성 덕분에 메갈리스는 내가 만난 사람 중 유일하게 음식점에서 스타벅스 커피 컵을 손에 들고도 웨이터들로부터 눈총을 받지 않는 듯하다. 또한 뉴요커 치고는 너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의 경력상 논리적인 다음 단계로 보이는 TV 프로그램 진행에 뜻이 있느냐고 묻자 일련의 가설적인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출연진을 내가 선택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프로그램과 그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모든 권한을 갖게 될까? “자기 자신만큼 자기 일에 애착을 갖는 사람은 없다”고 그가 편집권에 관해 말했다. “당사자보다 그 문제로 더 잠 못 이루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미어캣(Meerkat)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면서 메갈리스의 그런 신중함은 사라진다. 한 달여 전에 출시된 이 앱은 이용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부터 라이브 비디오를 스트리밍 전송해 트위터를 통해 중계할 수 있다. 일종의 스냅채트(사진공유 앱)와 라이브스트림(실시간 인터넷 방송 서비스)의 결합이다. 그는 “편집되지 않고 가공되지 않는 가장 빠른 라이브 콘텐트의 새 채널”이라고 묘사한다(트위터도 최근 페리스코프라는 경쟁 앱을 선보였다). 미어캣은 SXSW(미국 텍사스에서 열리는 창조산업 축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2016년 대선의 획기적인 도구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메갈리스는 자신의 모닝 커피 마시는 습관 스트리밍으로부터 엄마에 관한 불평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에 그것을 이용한다. “미어캣은 정말 즉흥 연기와 독백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고 그가 말했다. “아니면 미친 사람들 용이거나. 둘 중 하나다. 아직은 잘 모른다.”
메갈리스는 또한 2개의 앨범을 제작 중이다. 하나는 자신의 주방에서, 다른 하나는 스튜디오에서 만든다. 그는 이미 정규 앨범 하나, 그리고 ‘Gummy Money’를 포함해 아이튠스용 EP(싱글과 정규 앨범의 중간 길이)와 2개의 싱글을 갖고 있다. ‘Gummy Money’는 잠깐 동안 힙합 차트 정상에 올랐던 곡의 확장판이다. “인생과 음악, 사랑에 빠져 정신줄 놓은 생활에 관해 다수의 앨범을 만들었다. 모든 노력과 땀과 혼을 쏟아 부었다”고 그가 말했다. “그러다가 꿈틀이 젤리에 관한 랩송이 5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 번역 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갓 잡은 갈치를 입속에... 현대판 ‘나는 자연인이다’ 준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21/isp20251121000010.400.0.jpg)
![딱 1분… 숏폼 드라마계 다크호스 ‘야자캠프’를 아시나요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5/11/09/isp20251109000035.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은행 대출금리에 '법적비용' 전가 못한다…위반시 행정제재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데일리
변요한♥티파니 영, '애정 가득' 자필 편지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광주 도서관 붕괴` 시공사 압수수색, 관계자 출국금지…수사 속도(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불닭볶음면이 만든 1조 매출…삼양식품 신용등급도 상승세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용호상박 K바이오] ADC ‘항체’ 기반 지놈앤컴퍼니와 에임드바이오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