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채피] - 로봇이 인간보다 인간적?

그러나 [채피]는 진지한 이슈도 다룬다. 범죄·로봇전쟁·경찰폭력·인공지능 등. 폭발적인 시각 효과, 코믹한 요소, 빠른 전개 아래 인간의 잔인성에 대한 환멸이 깔려있다. 블롬캠프 감독은 “로봇이 사람보다 더 인간적일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폭발적인 시각 효과에 빠른 전개

야비한 동료 빈슨트 무어(휴 잭맨이 신나게 연기한다)는 걸핏하면 윌슨을 괴롭힌다. 무어가 만든 로봇 ‘무스’는 거대하고 지나치게 복잡하며 미사일까지 탑재해 너무 전투적이라 경찰이 활용을 보류한 상태다. 경찰은 토끼 같은 귀를 갖고 쉽게 제어되는 윌슨의 스카웃을 선호한다.
스카웃 중 하나가 폐기처분될 운명에 처하자 윌슨은 그 스카웃을 테트라 발(방산업체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하다)에서 훔쳐내 지각력 프로그램을 시험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윌슨이 닌자와 욜란디 비세르(디 안트보르트 밴드 단원)에게 납치되면서 그 계획이 완전히 바뀐다. 조직범죄단에 크게 빚을 진 닌자와 비세르는 윌슨에게 스카웃을 강도짓에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 하라고 강요한다. 윌슨은 협박에 못 이겨 그 로봇을 지각력 있도록 재프로그램 한다. 그 결과 채피가 탄생한다. 채피는 천진난만한 로봇이다. 그 때문에 주변의 망가진 인간이 부각된다. 블롬캠프 감독은 채피를 두고 “깨끗하고 부패하지 않은 지능과 지각을 가진 백지 상태의 존재가 적대적인 세계에 등장한다”고 말했다. 윌슨은 채피에게 그림 그리기와 감정 표현을 가르치고 싶어하지만 닌자는 채피가 포악해져야 한다고 고집한다. 그 사이에서 비세르는 로봇의 순수함을 보호할 책임을 느끼는 모성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런 줄거리가 상식에서 벗어난 듯하다면 그건 사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롬캠프 감독은 그런 비상식을 즐긴다. 예를 들어 무어는 카키색 반바지를 입고 럭비공을 들고 다니는 악당으로 로봇의 지각력을 싫어한다. 그의 대사는 호주 방언이 가득하다. 블롬캠프 감독과 함께 인터넷으로 호주 방언을 검색하지 않았다면 호주 출신인 휴 잭맨도 모르는 표현이 수두룩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희한한 요소는 선정적인 비디오와 과장된 가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디 안트보르트의 캐스팅이다. 블롬캠프 감독은 “이 영화엔 이상한 점이 많다. 그들이 영화에 불어넣은 비정상적인 측면이 아주 좋다.”
이 영화의 원래 아이디어는 2003년 블롬캠프 감독이 찍은 비디오로 거슬러 올라간다. 토끼 귀를 가진 로봇이 요하네스버그 거리를 순찰하는 동영상이다. 또 블롬캠프 감독의 2006년 단편 영화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는 흥행에 성공한 그의 2009년 작품 [디스트릭트 9]의 바탕이 됐다. 요하네스버그에 불시착한 외계인을 그린 영화다. 그 후속작이 맷 데이먼과 조디 포스터가 주연을 맡은 2013년 영화 [엘리시움]이다.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의 후보로 올랐던 [디스트릭트 9]은 난민이 된 외계인 이야기의 배경으로 남아공의 빈민가를 선택했다. 블롬캠프 감독은 [채피]를 찍으러 다시 모국인 남아공으로 돌아가기를 꺼렸다. 비슷한 작품이 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미를 배경으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독특한 남아공 색채를 띠는 밴드 디안트보르트를 북미 배경에 그럴 듯하게 조화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디스트릭트 9]과는 다른 요하네스버그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흑인 거주구역 대신 교외나 변두리에서 주로 촬영했다. 판잣집을 피하고 ‘미국화’를 의도로 세계 각국 출신의 등장인물을 투입했다.
[디스트릭트 9]도 그랬지만 [채피]도 요하네스버그 관광을 촉진하려 들진 않는다. 범죄, 끝없는 빈곤, 무너지는 기반시설 같은 남아공의 문제점을 부각시킨다. 현지 주민은 불쾌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블롬캠프 감독은 인정했다(그는 18세에 캐나다로 이민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일부 측면, 예를 들어 상존하는 범죄 망령 같은 부분은 남아공 관람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남아공의 문제점 고스란히 드러내
블롬캠프 감독은 멋진 비주얼과 섬뜩하게 현실적인 특수효과로 유명하다. [A-특공대] [말레피센트]에도 출연했고 블롬캠프 감독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샬토 코플리가 채피 역을 맡았다. 그는 처음엔 다른 배우들과 실제 인간으로 연기했다. 그 다음 편집팀이 그의 이미지에게 로봇을 덧씌웠다. 그 결과 로봇이 놀라울 정도로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에일리언] 등 공상과학 영화에 경험이 많은 시고니 위버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요즘 ‘인간’이라는 단어는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다. 이 영화에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 저지르는 ‘비인간적’ 행동이 즐비하다. 흥미진진한 영화 이면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부각시킨 블롬캠프 감독이 존경스럽다
- 번역=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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