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새 출발’인가

‘아이웨이웨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회는 베이징 외곽의 798 예술구에서 지난 6월 6일 개막했다. 개막식에는 중국의 많은 지식인과 예술가가 참석했다. 일부 젊은 관람객에겐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을 직접 보는 최초의 기회가 됐을 듯하다.

아이웨이웨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일명 ‘새 둥지’) 설계 당시 예술 자문으로 위촉됐지만 나중에 올림픽을 보이콧해 당국의 미움을 샀다. 또 2008년 쓰촨성 지진 당시 사망한 모든 어린이의 이름을 기록한 작품(그는 정부가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고 주장했다)으로 정부와의 관계는 더 악화됐다.
그는 지진 진상 규명에 나섰던 또 다른 운동가의 재판에 참석하려다 신원 미상의 공격자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2011년엔 탈세 혐의로 거의 3개월 동안 감금당했다. 석방 당시 그는 독방에 갇혀 수없이 심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석방 후엔 190만 달러의 벌금형에 처해졌다. 아이웨이웨이는 국내 지지자들이 모아준 돈으로 벌금의 일부를 납부했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많은 예술가를 만났고 작품을 해외로 보내 전시회를 열었다. 헤비메탈 앨범 1장과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비디오 아트도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당국에 여권을 빼앗겨 해외로 나갈 수 없었으며 철저한 감시를 받았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중국에서는 단독 전시회를 단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전시회가 열리는 두 갤러리 중 하나인 갤러리아 콘티누아는 안내문에서 관람객에게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건물의 원래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 요청한다. 이 작품이 “특정 사건(예술적 사건뿐 아니라 사회적·공적 사건 포함) 안에서 인간 행동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추려는 아이웨이웨이의 노력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환구시보(이 신문은 엘튼 존이 2012년 베이징의 한 콘서트에서 아이웨이웨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자 그를 격렬히 비난했다)는 지난 11일 중국판과 영문판(글로벌타임스) 모두에 전시회 기사를 실어 당국이 아이웨이웨이의 전시회를 허용한 데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아이웨이웨이가 중국의 반체제 인사들 중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큰 지지를 받는 자신을 행운아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아이웨이웨이가 해외에서 인권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각에서는 그가 “자신의 ‘예술적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치색을 이용했을 것”으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또 아이웨이웨이는 “중국 대중의 지평을 넓히고” 중국 시민들에게 ‘행위예술’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할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과거의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았다고 평했다. 아이웨이웨이가 이전의 ‘정치적’ 작품(이런 작품은 수명이 짧은 게 특징이라는 설명이 붙었다)에서 탈피해 “이제 더는 서구에 영합하지 않고 중국 대중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전시회 허용과 이런 논평은 아이웨이웨이가 지난번 감금으로 주눅들었을 거라는 당국의 기대를 반영한다. 석방 당시 아이웨이웨이는 감금이 무서운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정치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2년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 푸지창은 인터넷 발언으로 ‘문제를 일으킨’혐의로 현재 감금 상태다.

어쨌든 글로벌타임스 기사에서 중국이 발전하려면 예술의 발전이 필요하며 창조적인 예술가의 수요가 매우 높다고 시사한 것은 현대 예술에 대한 중국 당국의 모순된 태도를 상기시킨다. 당국은 아이웨이웨이 같은 예술가들을 경계하면서도 중국 현대 미술이 대규모 사업으로 발전했으며 중국의 대외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안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중국관에서 열린 전시회가 좋은 예다. 특히 설치미술 작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뮤지션 탄둔의 시각 음악 공연, 중국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의 ‘대부’로 불리는 우웬광의 비디오 프로젝트, 상하이의 아방가르드 미술가 뤼양의 비디오 아트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예술이 보통 시민들에게 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 연설에서 “훌륭한 예술은 인민에 뿌리를 둬야 하며 그들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고 깨우쳐야 한다. 또한 고귀한 신념을 강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인터넷에 시진핑의 ‘우스꽝스런’ 이미지를 올린 혐의로 지난 5월 체포된 사진가 다이잔용은 여전히 감금 상태다. 정부 인내심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의 만화 이미지를 이용해 젊은 세대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당국의 유머 감각은 그 정도가 한계다. 다이잔용의 감금 사건은 아이웨이웨이에 관한 글로벌타임스의 기사가 시사하듯이 궁극적으로 당국이 신경 쓰는 부분이 작품의 콘텐트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아이웨이웨이에 대한 당국의 이중적 태도는 글로벌타임스의 또 다른 기사에서도 드러난다. 이 기사는 아이웨이웨이가 최근 중국을 방문한 미국 배우 리 페이스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실을 문제 삼았다. 사진을 본 중국 네티즌들이 페이스를 아이웨이웨이처럼 ‘반(反)중국’ 인사로 여겨 그가 ‘중국 SNS상에서 곤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의 모든 인터넷 사용자들이 아이웨이웨이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을 지니진 않은 듯하다. 상하이의 뉴스 웹사이트 ‘더 페이퍼’에 올라온 글로벌타임스 기사에 대한 댓글을 살펴보면 여러 사용자가 아이웨이웨이를 중국의 ‘양심’으로 묘사했다. 글로벌타임스가 어떻게 증거도 없이 아이웨이웨이에게 ‘외국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혐의를 씌울 수 있느냐, 아이웨이웨이가 지진 피해자 명단을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 유감이다, 아이웨이웨이가 위대한 예술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나라는 ‘성숙한 국가’가 될 수 없다는 등 의견이 다양했다. 또 인터넷에서 ‘아이웨이웨이라는 단어’를 언급해도 되느냐고 묻는 사용자도 있었다. 중국 인터넷에서는 그의 이름이 자주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런 반응으로 볼 때 당국이 아이웨이웨이에게 주는 ‘신선한 기회’가 얼마나 오래갈지는 미지수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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