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 크는 로봇 시장] 글로벌 로봇 시장 2020년 70조원
[쑥쑥 크는 로봇 시장] 글로벌 로봇 시장 2020년 70조원
최근 한국의 ‘휴보’가 글로벌 로봇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제조업은 물론 서비스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로봇산업에 한 가닥 희망을 안겼다. 한국은 로봇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지만 로봇 선진국과 비교하면 투자 규모, 기술력 등에서 뒤진다. 서비스·의료·군사 로봇 개발에도 속도가 붙은 점을 감안하면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로봇혁명의 진전으로 적지 않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로봇 도입에 따른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지만 로봇에 밀려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 대한 재교육과 재취업을 돕는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한국 로봇산업의 현황과 글로벌 로봇 시장의 흐름, 로봇과 일자리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1. 식품 가공업체 디엔비의 주력 제품은 빵이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빵을 공급한다. 디엔비 파주공장에선 하루 3600개의 빵을 생산해왔다. 올 들어 이곳 생산라인에 변화가 생겼다. 빵 위에 소스를 뿌리는 공정을 사람 대신 로봇이 맡았다. 하루 생산량이 4464개로 늘었고, 불량률도 3.5%에서 0.5%로 급감했다. 숙련 근로자 네 명의 일감을 로봇 한대가 처리하고 있다.
#2. 서울대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공학박사 출신이다. 이 교수는 국내 로봇 저널리즘의 선두 주자다. 야구와 증권 시황 온라인 뉴스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화팬과 롯데팬을 위한 맞춤형 기사 알고리즘도 곧 공급할 계획이다. 로봇이 개인의 관심에 맞는 정보를 찾아 시황을 정리해 주는 방식이다. 로봇이 만드는 맞춤형 기사는 9월에 공급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정경민 교수는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조사를 했다. 스포츠 기자와 로봇이 작성한 야구 기사를 기자들에게 보낸 다음 작성자를 구별하는 내용이었다. 절반 이상의 기자가 사람이 쓴 기사와 로봇이 쓴 기사를 구별하지 못했다. 로봇 전문가들은 공장에서 부품을 끼워 맞추는 산업로봇의 시대를 넘어 머지않은 미래에 가정용·의료·간병·교육·사회안전 등 서비스로봇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경제 발전에서 로봇은 큰 역할을 해왔다. 국내 제조업의 중심인 정보통신(IT)과 자동차, 조선산업의 기계화·자동화를 이끌며 생산성 향상을 도모했다. 그리고 산업 성장과 함께 로봇 산업도 발전을 거듭했다. 한국로봇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은 2007년 이후 연평균 11%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로봇 시장은 2008년부터 연평균 22%의 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로봇 시장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2009년 1조원 돌파에 이어 현재 2조2000억원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로봇연맹(IRF) 통계에 따르면 2007년 제조업용 로봇 출하대수 1위는 3만6000대를 생산한 일본이었다. 한국은 9000대 생산에 그쳤다. 2013년 한국은 2만1000대의 로봇을 생산했다. 중국 3만6000만대(1위), 일본 2만6000대(2위), 미국 2만3000만대(3위)와 큰 격차가 없다. 연평균 20%씩 성장한 셈이다.
산업 전반에 걸친 새로운 움직임도 보인다. 지금까지 로봇 산업은 제조용 로봇이 이끌었다. 최근엔 서비스용 로봇이 주목을 받는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세계 16%, 국내 4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용 로봇 시장에 비해 4배나 높은 성장 속도다. 2020년까지 연평균 21.5% 성장하며 시장 규모 194억1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의 발전은 사회적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간을 보조해주는 로봇의 필요성이 커졌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선 이미 간호 보조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2020년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했고, 마이니치신문은 2035년 일본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를 3조6500억원으로 전망했다. 로봇은 이미 생활 가사 도우미부터 금융 서비스, 의료·간병, 나아가 정서적 안정을 돕는 반려 역할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컨설팅기업 마켓앤드마켓은 최근 글로벌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전체 로봇 시장이 2020년이면 70조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한국이 로봇산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재환 로봇산업협회 본부장은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매년 로봇 투자를 늘려왔다”며 “로봇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봇 선진국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간협업로봇(Co-Robot) 산업화 등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국가로봇계획(NRI) 프로젝트에 사인했다. 구글은 2014년에만 로봇 관련 기업 15곳을 인수·합병(M&A)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재흥전략 개정 2014’를 발표하고 로봇 정책을 진행 중이다. 2015년 로봇 예산만 160억엔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기업이 로봇을 도입할 때 전체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다. 다양한 세제 지원과 설치 규제를 완화로 로봇 보급을 위한 공격적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다양한 로봇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각국의 주력 산업에 로봇 기술을 융합하는 로봇 프로그램(SPARC)을 마련했다. 21억 유로를 투자해 2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로봇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제조용 로봇 판매가 2013년 대비 54%나 증가했다. 국제로봇연맹은 2017년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국무원은 이미 지난 3월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발표했다. 10대 집중 육성 대상에 고정밀 수치제어기와 로봇이 포함돼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중국 정부는 하얼빈에 국가급 규모의 로봇산업 발전기지 건립도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2018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로봇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이 있다. 올해까지 1000개, 2020년을 목표로 1만개의 스마트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은 사물 인터넷을 연계한 공장 자동화 과정을 말한다. 어떤 제품을 어느정도 생산해야 할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며 물건을 제조한다. 여기에 병원물류 로봇, 재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 융합제품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간 산학 협력도 활발하다. 문승옥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스마트 공장 프로젝트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필수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독일·일본에 한걸음 다가서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로봇 생산량과 기술력을 감안할 때,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본다. 꾸준히 기술을 개발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학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계 팔에게 단순 조립을 맡겨온 기존 자동화 공정을 넘어 사물 인터넷 기술까지 적용한 스마트공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단위 공단뿐만 아니라 직원 15명이 일하는 소규모 작업장에서도 로봇을 볼 수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기업 제조 라인은 2000년대 초반 자동화 공정을 마무리했지만,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당분간 한국의 로봇밀도가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밀도는 인구 1만명 당 로봇 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한국이 2013년 기준 437대로 세계 1위다. 2위는 323대의 일본, 3위는 282대를 기록한 독일이다.
로봇 기술 발달로 더 좋은 기계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생산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요즘 로봇은 시각인식·인공지능·다관절 등 첨단 기능을 갖춰 좀 더 섬세한 공정에서 쓸 수 있다. 두 개의 팔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제조 로봇도 등장했다. 팔 하나만을 사용하는 기존 로봇에 비해 다양한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인기다. 신영이 디엔비 사장은 “제빵 성형 소스 토핑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는데 작업시간 단축은 물론 품질 균일화, 불량률 감소, 생산성 향상, 작업강도 해소에 따른 구인난 해소 등 다양한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더욱 낮아졌다. 2007년 4000만~5000만원대였던 일반 제조용 로봇 가격은 최근 1000만~2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가 로봇 시범사업을 벌이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손이 부족한데다 제조원가 절감을 놓고 고민해온 중소기업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로봇밀도 1위를 달리는 배경이다. 실제로 한국의 로봇산업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2배 성장했고, 현재 관련 전문 기업 600여개에 전문 종사자 수도 3만4000여명에 이른다.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제조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로봇은 중요한 요소”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로봇산업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을 이끌어갈 대표 선수들의 체급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규모에서 글로벌 기업에 밀린다. 일본 화낙과 야스카, 독일 쿠카, 스위스·스웨덴 ABB 등 메이저 로봇 업체들은 로봇 관련 매출만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긴다. 국내에서 로봇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현대중공업의 로봇 부문 매출은 연 3000억원선에 불과하다. 삼성테크원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 한화가 로봇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업에 비해선 규모가 작은 편이다.
로봇 전문 기업 대부분이 벤처 기업이란 단점도 있다. 전체 로봇 기업의 90%가 중소·벤처 기업이다. 로보스타는 2014년 매출 909억원 중 로봇 관련 매출 687억원을 기록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300억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이 역시 로봇과 다른 사업 부문을 합친 금액이다. 유진로봇 역시 지난해 매출 36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로봇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이기엔 아직 덩치가 작은 게 현실이다. 미국과 일본 로봇 기업의 텃세도 있다. 효율적인 로봇 부품을 개발해도 수출이 쉽지 않다.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로봇 관련 기업 관계자와 대학 연구소가 가진 네트워크의 벽에 막히는 것이다. 권동수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학 연구소가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하며 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머뭇거리다간 로봇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 등 로봇 선진국들은 막대한 연구비를 지원하며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공격적인 기업 인수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중이다.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기반 삼아 산업을 키우는 중이다. 특히 독일 기업과 손을 잡으며 기술까지 확보 중이다. 한국 로봇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기술력은 미국과 일본에 뒤진다. 핵심 부품의 국산화율이 낮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제조 로봇산업에 치우쳤다. 능력 있는 개발자와 기술력 있는 몇몇 기업에만 의존하는 경향도 강하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경원 원장은 “로봇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우선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앞당겨야 한다”며 “로봇을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선 체계적인 투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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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대 이준환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공학박사 출신이다. 이 교수는 국내 로봇 저널리즘의 선두 주자다. 야구와 증권 시황 온라인 뉴스를 작성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한화팬과 롯데팬을 위한 맞춤형 기사 알고리즘도 곧 공급할 계획이다. 로봇이 개인의 관심에 맞는 정보를 찾아 시황을 정리해 주는 방식이다. 로봇이 만드는 맞춤형 기사는 9월에 공급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정경민 교수는 최근 기자들을 상대로 간단한 조사를 했다. 스포츠 기자와 로봇이 작성한 야구 기사를 기자들에게 보낸 다음 작성자를 구별하는 내용이었다. 절반 이상의 기자가 사람이 쓴 기사와 로봇이 쓴 기사를 구별하지 못했다. 로봇 전문가들은 공장에서 부품을 끼워 맞추는 산업로봇의 시대를 넘어 머지않은 미래에 가정용·의료·간병·교육·사회안전 등 서비스로봇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비스로봇 전성시대 머지않아
산업 전반에 걸친 새로운 움직임도 보인다. 지금까지 로봇 산업은 제조용 로봇이 이끌었다. 최근엔 서비스용 로봇이 주목을 받는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세계 16%, 국내 44%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조용 로봇 시장에 비해 4배나 높은 성장 속도다. 2020년까지 연평균 21.5% 성장하며 시장 규모 194억1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의 발전은 사회적 변화와도 궤를 같이 한다.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아 인간을 보조해주는 로봇의 필요성이 커졌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에선 이미 간호 보조 로봇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연구소는 2020년에 1가구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 예상했고, 마이니치신문은 2035년 일본 서비스로봇 시장 규모를 3조6500억원으로 전망했다. 로봇은 이미 생활 가사 도우미부터 금융 서비스, 의료·간병, 나아가 정서적 안정을 돕는 반려 역할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가전 시장에 맞먹는 규모
로봇 선진국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인간협업로봇(Co-Robot) 산업화 등에 7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국가로봇계획(NRI) 프로젝트에 사인했다. 구글은 2014년에만 로봇 관련 기업 15곳을 인수·합병(M&A)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 재흥전략 개정 2014’를 발표하고 로봇 정책을 진행 중이다. 2015년 로봇 예산만 160억엔을 책정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제조기업이 로봇을 도입할 때 전체 비용의 3분의 2를 지원한다. 이뿐만 아니다. 다양한 세제 지원과 설치 규제를 완화로 로봇 보급을 위한 공격적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다양한 로봇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각국의 주력 산업에 로봇 기술을 융합하는 로봇 프로그램(SPARC)을 마련했다. 21억 유로를 투자해 24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기술 발달로 로봇 가격 ‘뚝뚝’
한국 정부는 2018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로봇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이 있다. 올해까지 1000개, 2020년을 목표로 1만개의 스마트 공장을 만들 계획이다. 스마트 공장은 사물 인터넷을 연계한 공장 자동화 과정을 말한다. 어떤 제품을 어느정도 생산해야 할지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며 물건을 제조한다. 여기에 병원물류 로봇, 재난,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 등 스마트 융합제품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대기업 연구소와 대학간 산학 협력도 활발하다. 문승옥 산업통상자원부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스마트 공장 프로젝트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필수 사업”이라며 “이를 통해 독일·일본에 한걸음 다가서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로봇 생산량과 기술력을 감안할 때,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것으로 본다. 꾸준히 기술을 개발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학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기계 팔에게 단순 조립을 맡겨온 기존 자동화 공정을 넘어 사물 인터넷 기술까지 적용한 스마트공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단위 공단뿐만 아니라 직원 15명이 일하는 소규모 작업장에서도 로봇을 볼 수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대기업 제조 라인은 2000년대 초반 자동화 공정을 마무리했지만, 중소기업의 로봇 도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당분간 한국의 로봇밀도가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봇밀도는 인구 1만명 당 로봇 수를 나타내는 수치다. 한국이 2013년 기준 437대로 세계 1위다. 2위는 323대의 일본, 3위는 282대를 기록한 독일이다.
로봇 기술 발달로 더 좋은 기계를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생산 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로봇의 종류도 더 다양해졌다. 요즘 로봇은 시각인식·인공지능·다관절 등 첨단 기능을 갖춰 좀 더 섬세한 공정에서 쓸 수 있다. 두 개의 팔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제조 로봇도 등장했다. 팔 하나만을 사용하는 기존 로봇에 비해 다양한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인기다. 신영이 디엔비 사장은 “제빵 성형 소스 토핑 공정에 로봇을 도입했는데 작업시간 단축은 물론 품질 균일화, 불량률 감소, 생산성 향상, 작업강도 해소에 따른 구인난 해소 등 다양한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더욱 낮아졌다. 2007년 4000만~5000만원대였던 일반 제조용 로봇 가격은 최근 1000만~20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여기에 정부가 로봇 시범사업을 벌이며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일손이 부족한데다 제조원가 절감을 놓고 고민해온 중소기업인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한국이 로봇밀도 1위를 달리는 배경이다. 실제로 한국의 로봇산업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에 2배 성장했고, 현재 관련 전문 기업 600여개에 전문 종사자 수도 3만4000여명에 이른다. 정경원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원장은 “제조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로봇은 중요한 요소”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국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로봇산업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을 이끌어갈 대표 선수들의 체급이 낮다는 지적이 있다. 기업 규모에서 글로벌 기업에 밀린다. 일본 화낙과 야스카, 독일 쿠카, 스위스·스웨덴 ABB 등 메이저 로봇 업체들은 로봇 관련 매출만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긴다. 국내에서 로봇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는 현대중공업의 로봇 부문 매출은 연 3000억원선에 불과하다. 삼성테크원과 삼성탈레스를 인수한 한화가 로봇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기업에 비해선 규모가 작은 편이다.
로봇 전문 기업 대부분이 벤처 기업이란 단점도 있다. 전체 로봇 기업의 90%가 중소·벤처 기업이다. 로보스타는 2014년 매출 909억원 중 로봇 관련 매출 687억원을 기록했다. 고영테크놀러지는 지난해 1300억원대 매출을 올렸는데 이 역시 로봇과 다른 사업 부문을 합친 금액이다. 유진로봇 역시 지난해 매출 36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로봇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이기엔 아직 덩치가 작은 게 현실이다. 미국과 일본 로봇 기업의 텃세도 있다. 효율적인 로봇 부품을 개발해도 수출이 쉽지 않다. 자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로봇 관련 기업 관계자와 대학 연구소가 가진 네트워크의 벽에 막히는 것이다. 권동수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대학 연구소가 명확한 역할 분담을 하며 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머뭇거리다간 로봇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로봇기업 대부분은 벤처
- 조용탁 기자 cho.youngta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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