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와인의 ‘맛’ 되찾을 수 있을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먼저 와인을 문화로 볼 수 있는지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 하필이면 오랫동안 설탕물이나 다름없는 저질로 매도돼온 독일 와인을 들먹거릴까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여기서 미슐랭 가이드에 자주 나오는 ‘약간의 역사’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일부 포도원은 고대 로마인이 세웠다. 또 중세 시대에 라인가우 지역에 있는 클로스터 에버바흐의 시토회 수도원과 그 주변은 품질 좋은 와인 생산의 중심지였다. 17세기 말 품질 좋은 와인을 처음으로 병에 담아 팔기 시작한 나라도 독일이다(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병에 든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건 더 나중 일이다). 괴테와 실러 같은 문인들이 독일 와인을 좋아했다. 괴테는 프랑코니아 와인을 좋아했고 실러는 사후에 발견된 소장품 중에 프랑코니아뿐 아니라 말라가(스페인), 부르고뉴(프랑스), 루스트(오스트리아 부르겐란트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이 포함돼 있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독일 와인은 (크리스티 경매가를 기준으로 볼 때) 세계 최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독일 와인의 평판 하락은 히틀러 통치의 악영향보다는 형편없는 와인 관련 법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 피스포르트와 니에르슈타인 등 유명 와인 업체들의 통합으로 포도원이 감자 재배에 적합한 토양으로까지 확장돼 와인의 맛과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 리프프라우밀히(화이트 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의 붐이 일면서 시장에 달고 밋밋한 맛의 싸구려 와인이 넘쳐났다. 광물향이 풍부하고 톡 쏘는 맛이 살아 있는 독일 최고의 와인 리슬링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모젤과 자르, 루베르, 나헤 등지의 가파른 계곡에서는 여전히 품질 좋은 포도가 재배됐다. 비스바덴과 뤼데스하임 사이의 라인강 유역과 역사적으로 유명한 라인가우 지역, 복숭아 과수원과 타일을 얹은 지붕으로 잘 알려진 팔츠 지역에서도 고품질의 포도가 자랐다.

벨렌의 JJ 프륌이나 트리에르의 프리드리히 빌헬름 김나지움(칼 마르크스의 모교로 훌륭한 포도원이 있다)에서 빈티지가 오래되지 않은 와인을 시음할 때는 마치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젤팅어 조네누르, 그라허 힘멜라이히 등 이웃 포도원에서 생산되는 와인과의 섬세한 차이, 다양한 품질 구분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마치 여러 4중주단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현악 4중주를 서로 비교하는 것 같았다. 가볍고 중간 정도 드라이한 카비네트부터 단맛이 강한 베렌아우스레제(고픔종의 포도를 골라 만든 와인에 표기한다)와 아이스와인까지 다양한 제품이 소개됐다. JJ 프륌의 소유주인 만프레트프륌(지금은 그의 딸이 포도원을 책임진다)은 슈패트레제 와인 병이 담긴 상자를 옮기는 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는 전혀 관심 없는 듯 보였다. 그가 생산한 와인 중에는 판매용이 아닌 제품이 상당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들 독일 와인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어떤 와인보다 더 차원이 높고 형이상학적이다. 물질 세계와 너무도 거리가 멀어 비할 데 없이 훌륭한 그 맛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곁들이지 않고 와인만 따로 마셔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제2차 세계대전 후 대다수 독일인은 독일 문화의 독특한 요소인 와인에 등을 돌렸다. 프랑크푸르트나 뒤셀도르프의 레스토랑에서는 독일산 모젤 리슬링보다 이탈리아산 키안티가 더 인기 있다. 또 최상급의 모젤 품종 포도원 일부를 가로지르는 자동차전용도로 교량 건설 제안이 나왔을 때 누구보다 소리 높여 반대한 사람들은 영국의 와인 저널리스트들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반대가 이 교량의 건설을 막을 수는 없을 듯하다. 하지만 적어도 독일인이 자국의 기막힌 와인의 가치를 다시 깨닫기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다.
- HARRY EYRES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산적 같은 비주얼로 드럼 치는 남자를 아시나요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3/30/isp20260330000057.400.0.png)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한 번쯤은 공감했을 ‘그냥 필름’ [김지혜의 ★튜브]](https://image.isplus.com/data/isp/image/2026/03/03/isp20260303000042.400.0.jpg)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단일빵집 첫 매출 2000억 돌파…빵지순례 부른 '맛있는 고집'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유재석이 왜 없냐”…팬들, 백상예술대상 후보 제외에 반발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미·이란, 이틀 내 추가 협상 가능성”…호르무즈 봉쇄 속 외교 재가동(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 투자만으론 안 된다…해외 진출 전면에 선 AC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대표 “냉각기술, 피부·안과 이어 탈모까지 확장…내년 흑자전환”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