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사원 25인의 솔직담백 취업 도전기] “지금 나 뽑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새내기 사원 25인의 솔직담백 취업 도전기] “지금 나 뽑지 않으면 후회할 겁니다”
취업난에도 승자는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에 치러진 공채시험을 통해 국내 유수의 기업에 채용된 25명의 신입사원에게 취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취업 5종 세트(봉사활동·인턴·해외 연수·공모전·토익)를 채우기에 앞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다소 원론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막상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토익점수는 얼마나 받아야 할지, 면접장에서 어떻게 해야 떨지 않고 답할 수 있을지 등 기술적인 정보가 절실하게 마련이다. 하반기 공채를 앞두고, 심기일전하는 취업 준비생을 대신해 본지가 취업 선배에게 물었다.
스펙 언제부터 어디까지 쌓아야 하나?
‘속속익선’. 입사자들은 취업 준비 시작 시기를 두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스펙 쌓기부터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년. 3학년 1학기부터 학점 관리를 기본으로 채용 때 필요한 어학점수를 만들고, 인턴 활동을 했다는 대답이 많았다. 4학년 들어서야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지원자 전원은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데 동의했다. 한 응답자는 “할 수만 있다면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1~2학년 때는 적성을 찾아 복수전공 학과를 선택하고, 3학년 때는 구체적인 직무 탐색과 인턴십, 4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격자들은 전공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봤다. 문과는 경영학, 이과는 기계공학이 취업하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해당 전공이 포함하는 직무 범위가 넓고, 면접에서 전공 관련 질문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공이 직무와 연결되는 정도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달랐다. 다양한 직무를 아우르는 학문인 만큼 경영학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막상 전공 지식을 요구하는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금융권 입사자의 경우 경영·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으면 업무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달리 이공계의 경우 전공은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된 요소였다. 응답자들은 기계공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 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 응답자는 “좋은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전부 기계공학과 출신이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정 학과 출신이 면접장에서 선호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응답자들이 말한 가장 강력한 스펙은 직무 경험이었다. 대기업 인턴이나 직무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면접은 물론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입사 전 희망한 회사에 대한 관심과 직무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동아리 활동, 어학성적, 해외 인턴 등을 꼽은 응답자도 많았다. 몸소 체험한 다양한 경험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출신학교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어학 능력은 점수보다는 말하기가 우선이다. 기업이 토익스피킹, OPIC 등 영어 말하기 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문과 취업자가 대체적으로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답한 반면 이공계 취업자들은 “커트라인이 낮을 뿐더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어학연수, 교환학생, 해외 거주 경험 등을 이유로 “영어 공부를 특별히 하지 않고 시험을 치렀다”는 응답도 상당수 차지했다. 학원 수업을 들은 경우 짧게는 한달, 길어도 6개월 이하 단기간만 수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어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추가로 공부해 취업 때 나만의 무기로 내세웠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취업 관련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모든 응답자가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참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취업 일정이나 규모 등 객관적인 정보를 취하는 용도로만 쓸 뿐 그 외 떠도는 ‘카더라’식 정보는 거르고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응답자는 “인터넷 카페에 다른 합격자들의 스펙을 공유해 올린 것을 봤는데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자괴감이 들어서 아예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 자기소개서나 면접 답변을 공유하는 취업 스터디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스터디를 했다는 응답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모의면접을 하면서 긴장을 덜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얻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취업자들이 ‘알짜 정보’를 얻은 곳은 어딜까.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직종에 근무하는 선배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진짜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밖에 기업이 주관하는 취업설명회나 교내 취업지원센터 등을 적극 활용했다는 답변도 많았다.
잘 쓴 자소서 한 장, 면접 열 번 부럽지 않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솔직하게 쓰되, 본인의 강점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부풀려 쓰면 면접 때 걸린다” “채점자가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써라” 등의 답변이 나왔다. 예컨대 외국계 기업 마케팅팀에 합격한 한 응답자는 교환학생 때 짜장라면을 프랑스로 수출하는 이색 마케팅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을 어필했다. 하나의 소재에 집중하는 것도 요령이다. 최대한 간결하게 쓰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여러번 첨삭을 거쳤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소서 다음은 면접이다. 응답자들은 면접에서 자신이 성격상 회사나 직무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입을 모은다. 애써 아는 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가들 앞에서 전문성을 내세워봤자 소용없어요. 그냥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 합격한 응답자는 1분 자기소개 때 자신의 소개팅 경험을 예로 들었다. “스무 번 넘게 소개팅을 했는데 ‘애프터 신청’을 받으려면 나를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어요. 홍보 직무는 리액션과 어필이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고 했죠.” 그밖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나 강한 인내심,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 등을 내세웠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면접 중 모르는 것을 물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말하려다 역효과가 나는 수가 있다. 이때 한 응답자의 팁. “모른다고 하되, 몇 초는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 곰곰이 생각했다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어요.” 난이도 높은 ‘압박 질문’에 잘 대처할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된다. 한 회사 영업팀에 합격한 응답자는 “예비 고객이 엄청 바쁜 사람이라 영업사원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어떻게 내 고객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바쁜 고객이라면 굳이 시간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대신 고객의 연락처를 받아서 하루 한번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겠습니다.” 그랬더니 면접관들은 “그러다가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면?”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안 만나주는데 경쟁사 영업사원이라고 만나줄까요?” 그의 재치와 자신감에 면접관들은 폭소했고, 이후 편안한 분위기 속에 면접이 진행됐다. 당연히 합격을 예감할 수 있었다.
면접관들도 사람이다. 어떤 지원자에게는 호감이 안 갈 수가 있고, 그런 티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응답자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모든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쉽지 않으니 내게 호감이 있는 면접관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대답할 기회가 왔을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한다. 한 응답자는 “튀는 행동은 자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한 티를 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제게 별 관심이 없던 면접관도 내가 답변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침착하게 답변하자 다시 쳐다봤어요. 굳이 조급해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세요.”
같이 면접을 치른 경쟁자들이 불합격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너무 많은 것만 보여주려 한 것이 패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경쟁자보다 내가 더 어눌하게 답해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합격이었습니다. 경쟁자는 자기 단점을 노출 안 하려고 방어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저는 솔직한 대답으로 일관했거든요. 회사도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거니까요.”
종종 합격자들도 궁금하다. 내가 왜 뽑혔는지 말이다. 입사 후 회식 자리 등에서 상사로부터 ‘인성 때문에 뽑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답이 주를 이뤘다. “너는 둥글둥글하게 일할 것 같아서” “웃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꾀를 안 부리고 우직하게 일할 것 같아서”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밖에 면접장에 가장 먼저 온 모습을 눈여겨본 회사 대표가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응답자도 있었다.
취업은 장기전 “정신줄 놓지 마세요”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영영 취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응답자들이 ‘취업 때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부모님이 취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만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30년 전 취업한 아버지는 그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고리타분한 훈수를 두기 일쑤다. 그 다음으로 먼저 취업해 잘난 척하는 동기들과 눈치 없이 “선배는 합격 소식 없냐”고 묻는 후배들을 주된 적으로 꼽았다.
명절 때마다 “취업 언제 하니?”라고 묻는 친척들 역시 이들과 한패다. 무너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치른 면접시험에서 나를 떨어뜨려놓고 불합격의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는 면접관도 취준생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을 미워하다 보면 마지막에 제일 미워지는 사람이 있다. 번번이 시험에 낙방하는 못나고 초라한 자기 자신이다. 합격자들 중 상당수는 ‘취업 기간 중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한심한 나”라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내 인생에서 취준생 시절만큼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취업 과정은 혼자 뛰는 마라톤과 같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취업 선배들이 가장 선호하는 불안감 극복 방법은 ‘사람’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선배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술 한잔 기울이면서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탈락하는 횟수가 늘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이도, 조언을 받는 이도 염증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취미생활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는 밤새워 게임하기, 여행가기, 목욕하기 등으로 불안감을 해소했다. 종교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먼저 취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남기는 마지막 조언은 “하고 싶은 일부터 찾아라”였다. 취업이라는 과제에 매몰되다 보면 ‘취업을 위한 취업’이 될 때가 많다. 취업도 결국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임에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지, 적성에는 맞는 일인지를 곰곰이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물론 취업길이 막막한 취준생에게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꼭 새겨야 할 부분이다. “막상 취업에 성공하면 기쁨도 잠시다.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9시간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학교처럼 졸업이 있지도 않고, 군대처럼 제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변 동료들만 해도 입사 1년 이내에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취업에 고전하는 사람들이 떠올려야 할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이다. 그 힘든 관문을 통과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사람이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니다. 미래에 어느 시점에는 취업으로 고민했던 그 자체가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이 또한 지나간다. 취준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떤 한 취업 선배의 조언을 덧붙인다. “당당하고 커다란 마인드로 취업을 준비하세요. 나를 안 뽑으면 오히려 그 회사가 손해니까요.”
- 허정연·이창균·박성민 기자 hur.jungy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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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01. 몸풀기
스펙 언제부터 어디까지 쌓아야 하나?
‘속속익선’. 입사자들은 취업 준비 시작 시기를 두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스펙 쌓기부터 합격 소식을 듣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2년. 3학년 1학기부터 학점 관리를 기본으로 채용 때 필요한 어학점수를 만들고, 인턴 활동을 했다는 대답이 많았다. 4학년 들어서야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는 지원자 전원은 “너무 늦게 시작했다”는 데 동의했다. 한 응답자는 “할 수만 있다면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1~2학년 때는 적성을 찾아 복수전공 학과를 선택하고, 3학년 때는 구체적인 직무 탐색과 인턴십, 4학년 때부터 자기소개서를 쓰는 게 이상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격자들은 전공이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봤다. 문과는 경영학, 이과는 기계공학이 취업하기에 가장 유리하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해당 전공이 포함하는 직무 범위가 넓고, 면접에서 전공 관련 질문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공이 직무와 연결되는 정도에 대한 생각은 서로 달랐다. 다양한 직무를 아우르는 학문인 만큼 경영학에 대한 선호도는 높지만, 막상 전공 지식을 요구하는 업무가 주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금융권 입사자의 경우 경영·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으면 업무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필수적인 요건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달리 이공계의 경우 전공은 취업의 성패를 가르는 주된 요소였다. 응답자들은 기계공학>전자공학>컴퓨터공학 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합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한 응답자는 “좋은 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은 전부 기계공학과 출신이었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정 학과 출신이 면접장에서 선호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응답자들이 말한 가장 강력한 스펙은 직무 경험이었다. 대기업 인턴이나 직무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은 면접은 물론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반응이다. 입사 전 희망한 회사에 대한 관심과 직무에 대한 열정을 동시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동아리 활동, 어학성적, 해외 인턴 등을 꼽은 응답자도 많았다. 몸소 체험한 다양한 경험이 취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데는 모두 동의했다. 출신학교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어학 능력은 점수보다는 말하기가 우선이다. 기업이 토익스피킹, OPIC 등 영어 말하기 시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문과 취업자가 대체적으로 “영어에 자신이 있다”고 답한 반면 이공계 취업자들은 “커트라인이 낮을 뿐더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어학연수, 교환학생, 해외 거주 경험 등을 이유로 “영어 공부를 특별히 하지 않고 시험을 치렀다”는 응답도 상당수 차지했다. 학원 수업을 들은 경우 짧게는 한달, 길어도 6개월 이하 단기간만 수강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영어를 기본으로 하고 중국어와 일본어를 추가로 공부해 취업 때 나만의 무기로 내세웠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취업 관련 정보를 주로 어디에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모든 응답자가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참고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취업 일정이나 규모 등 객관적인 정보를 취하는 용도로만 쓸 뿐 그 외 떠도는 ‘카더라’식 정보는 거르고 들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응답자는 “인터넷 카페에 다른 합격자들의 스펙을 공유해 올린 것을 봤는데 내가 너무 부족하다는 자괴감이 들어서 아예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함께 모여 자기소개서나 면접 답변을 공유하는 취업 스터디에 대한 의견은 대체로 부정적인 편이었다. 스터디를 했다는 응답자는 “낯선 사람들 앞에서 모의면접을 하면서 긴장을 덜할 수 있다는 점 외에는 특별히 얻은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취업자들이 ‘알짜 정보’를 얻은 곳은 어딜까. 입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직종에 근무하는 선배와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가 진짜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밖에 기업이 주관하는 취업설명회나 교내 취업지원센터 등을 적극 활용했다는 답변도 많았다.
Step 02. 실전
잘 쓴 자소서 한 장, 면접 열 번 부럽지 않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응답자들은 공통적으로 솔직하게 쓰되, 본인의 강점을 스토리텔링 형태로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부풀려 쓰면 면접 때 걸린다” “채점자가 지루하지 않게 재미있게 써라” 등의 답변이 나왔다. 예컨대 외국계 기업 마케팅팀에 합격한 한 응답자는 교환학생 때 짜장라면을 프랑스로 수출하는 이색 마케팅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을 어필했다. 하나의 소재에 집중하는 것도 요령이다. 최대한 간결하게 쓰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여러번 첨삭을 거쳤다는 응답도 있었다.
자소서 다음은 면접이다. 응답자들은 면접에서 자신이 성격상 회사나 직무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입을 모은다. 애써 아는 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전문가들 앞에서 전문성을 내세워봤자 소용없어요. 그냥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란 걸 보여주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국계 기업 홍보팀에 합격한 응답자는 1분 자기소개 때 자신의 소개팅 경험을 예로 들었다. “스무 번 넘게 소개팅을 했는데 ‘애프터 신청’을 받으려면 나를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했어요. 홍보 직무는 리액션과 어필이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나는 직무에 적합한 인재라고 했죠.” 그밖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나 강한 인내심, 밝고 자신감 있는 모습 등을 내세웠다는 응답자도 많았다.
면접 중 모르는 것을 물으면 솔직하게 모른다고 답하는 것이 좋다. 억지로 말하려다 역효과가 나는 수가 있다. 이때 한 응답자의 팁. “모른다고 하되, 몇 초는 뜸을 들이는 모습을 보여 곰곰이 생각했다는 걸 강조할 필요가 있어요.” 난이도 높은 ‘압박 질문’에 잘 대처할수록 그 효과는 배가 된다. 한 회사 영업팀에 합격한 응답자는 “예비 고객이 엄청 바쁜 사람이라 영업사원을 만날 시간조차 없다. 어떻게 내 고객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응답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게 바쁜 고객이라면 굳이 시간을 빼앗지 않겠습니다. 대신 고객의 연락처를 받아서 하루 한번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가겠습니다.” 그랬더니 면접관들은 “그러다가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면?”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안 만나주는데 경쟁사 영업사원이라고 만나줄까요?” 그의 재치와 자신감에 면접관들은 폭소했고, 이후 편안한 분위기 속에 면접이 진행됐다. 당연히 합격을 예감할 수 있었다.
면접관들도 사람이다. 어떤 지원자에게는 호감이 안 갈 수가 있고, 그런 티를 내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응답자들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모든 면접관에게 좋은 점수를 받는 건 쉽지 않으니 내게 호감이 있는 면접관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대답할 기회가 왔을 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도 한다. 한 응답자는 “튀는 행동은 자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한 티를 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제게 별 관심이 없던 면접관도 내가 답변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침착하게 답변하자 다시 쳐다봤어요. 굳이 조급해 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세요.”
같이 면접을 치른 경쟁자들이 불합격한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답변이 나왔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고, 너무 많은 것만 보여주려 한 것이 패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응답이 많았다. “경쟁자보다 내가 더 어눌하게 답해서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합격이었습니다. 경쟁자는 자기 단점을 노출 안 하려고 방어적인 자세를 보인 반면 저는 솔직한 대답으로 일관했거든요. 회사도 완벽한 사람을 찾는 게 아니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 거니까요.”
종종 합격자들도 궁금하다. 내가 왜 뽑혔는지 말이다. 입사 후 회식 자리 등에서 상사로부터 ‘인성 때문에 뽑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는 답이 주를 이뤘다. “너는 둥글둥글하게 일할 것 같아서” “웃고 큰 소리로 얘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꾀를 안 부리고 우직하게 일할 것 같아서” 등의 응답이 있었다. 이밖에 면접장에 가장 먼저 온 모습을 눈여겨본 회사 대표가 뽑으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응답자도 있었다.
Step 03. 극복
취업은 장기전 “정신줄 놓지 마세요”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마시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영영 취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많은 응답자들이 ‘취업 때 나를 가장 괴롭게 했던 사람’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부모님이 취업에 대해 관심을 갖는 만큼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데 30년 전 취업한 아버지는 그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고리타분한 훈수를 두기 일쑤다. 그 다음으로 먼저 취업해 잘난 척하는 동기들과 눈치 없이 “선배는 합격 소식 없냐”고 묻는 후배들을 주된 적으로 꼽았다.
명절 때마다 “취업 언제 하니?”라고 묻는 친척들 역시 이들과 한패다. 무너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치른 면접시험에서 나를 떨어뜨려놓고 불합격의 이유조차 알려주지 않는 면접관도 취준생들에게는 미움의 대상이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사람을 미워하다 보면 마지막에 제일 미워지는 사람이 있다. 번번이 시험에 낙방하는 못나고 초라한 자기 자신이다. 합격자들 중 상당수는 ‘취업 기간 중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한심한 나”라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내 인생에서 취준생 시절만큼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적이 없었다”고 답했다.
취업 과정은 혼자 뛰는 마라톤과 같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취업 선배들이 가장 선호하는 불안감 극복 방법은 ‘사람’이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선배나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술 한잔 기울이면서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문제는 탈락하는 횟수가 늘 때마다 조언을 구하는 이도, 조언을 받는 이도 염증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취미생활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는 밤새워 게임하기, 여행가기, 목욕하기 등으로 불안감을 해소했다. 종교의 도움을 받았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먼저 취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해 남기는 마지막 조언은 “하고 싶은 일부터 찾아라”였다. 취업이라는 과제에 매몰되다 보면 ‘취업을 위한 취업’이 될 때가 많다. 취업도 결국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수단임에도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인지, 적성에는 맞는 일인지를 곰곰이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한다. 물론 취업길이 막막한 취준생에게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럼에도 꼭 새겨야 할 부분이다. “막상 취업에 성공하면 기쁨도 잠시다.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9시간 이상을 머물러야 하는 곳이다. 학교처럼 졸업이 있지도 않고, 군대처럼 제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변 동료들만 해도 입사 1년 이내에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취업에 고전하는 사람들이 떠올려야 할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시절이다. 그 힘든 관문을 통과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한 사람이 모두 행복한 것도 아니고, 실패한 사람이 모두 불행한 것도 아니다. 미래에 어느 시점에는 취업으로 고민했던 그 자체가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다. 결국 이 또한 지나간다. 취준생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떤 한 취업 선배의 조언을 덧붙인다. “당당하고 커다란 마인드로 취업을 준비하세요. 나를 안 뽑으면 오히려 그 회사가 손해니까요.”
- 허정연·이창균·박성민 기자 hur.jungy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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