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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 효과는] 1인 가구·서민엔 희소식 될 수도

[9·2 서민·중산층 주거안정방안 효과는] 1인 가구·서민엔 희소식 될 수도

정부가 심각한 전·월세 문제를 겨냥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부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대체로 올 가을 간단치 않을 전·월세난을 풀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정부는 지난 9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 들어 지난 4월(서민 주거비 완화 방안)에 이은 두 번째 주거안정 대책이다. 둘 다 안정시키고자 하는 주거는 ‘내 집’이 아닌 ‘셋집’이다. 전·월세난을 겨냥한 것이다. 4월 대책은 주택 공급보다 치솟는 전·월세에 초점을 뒀다. 서민을 대상으로 했다. 전세·월세자금 대출금리 인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주택 거주자의 전세→월세 전환율 인하 등이었다.

이번 대책은 전·월세 공급 대책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전·월세 주택을 늘리려는 것이다. 주택 시장에서 여름 비수기를 지나 가을 성수기로 접어드는 9월 초에 나온 ‘9·2대책’은 시기적으로 지난해 ‘9·1대책’과 대비된다. 1년 새 확 달라진 주택 시장의 판도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해 9·1대책의 과녁은 매매 시장이었다. 대책 이름이 ‘주택 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이었다. 이때도 ‘서민 주거안정’을 강조했지만 곁다리였고 공공주택 공급 촉진 등으로 새로운 공급 확대 방안은 아니었다. 당시 재건축 연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풀고 청약제도를 개편하는 게 ‘앙꼬’였다. 기대 이상의 대책이어서 정부가 의도한 대로 주택시장은 활력 회복을 넘어 일부 과열 우려가 나올 정도로 좋아졌다.

이런 시장 변화에 따라 주택 관련 정부의 대책은 자연히 임대 시장으로 기울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밝힌 9·2대책 추진 배경과 같이 전월세 시장은 저금리 등에 따른 전세 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월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9·2대책을 통해 그동안 추진해온 행복주택·뉴스테이 등의 임대주택 공급 대책을 확대키로 했다. 공급에 초점을 두기는 했지만 지난 4월 대책과 마찬가지로 무게 중심은 서민에 뒀다. 독거노인·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대한 대책이 리스트의 맨 위에 올랐다. 정부가 이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 부담을 안고 있어서다. LH 공공임대 재고 중 30㎡ 이하 소형주택이 18.8%에 불과해 이들을 위한 임대주택이 부족하다. 부양가족이 없는 독거노인, 대학생 등 1인 가구는 공공임대 입주자 선정 때 일반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입주 기회도 적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열린 3차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저소득층의 독거노인이나 원룸에 거주하는 대학생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의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며 맞춤형 주거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대한 후속 조치다.
 단독주택 리모델링 임대, 뉴스테이 확대
정부는 주거취약계층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 사업’을 들고 나왔다. 지은 지 15년이 지난 낡은 단독·다가구주택 소유자에게 저리(연 1.5%)로 주택도시기금을 빌려줘 리모델링을 유도하고 해당 주택은 저소득 독거노인과 대학생에 주변 시세의 50∼80% 선에서 저렴하게 임대하는 것이다. 정부 예상으로는 단독주택 한 가구를 다가구주택(8가구)으로 개축하면 집주인 거주 주택(1∼2가구)을 빼고 임대주택 6~7가구가 공급된다. 리모델링은 집주인이 직접 할 수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위탁할 수도 있다. 의무 임대기간은 최소 8년, 최장 20년이다. 임대관리는 LH가 맡는다. 집주인은 매월 받는 임대료의 최대 7%가량을 수수료로 낸다. LH가 임대관리를 맡아 ‘공공성’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주거·복지 혼합동 건설사업’을 개선한 ‘공공실버주택’ 공급사업도 펼치기로 했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16개동 1300가구의 공공실버주택을 공급한다.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인 행복주택 가운데 대학생에게 배정되는 물량도 늘어난다. 2017년까지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물량인 3만 가구 중 5000가구가 대학생에 우선 배정된다. 서울가좌·인천주안·공주월송 등 대학가 인근 행복주택 지구 5곳은 입주자 중 대학생 비율이 절반을 넘는 ‘대학생 특화단지’로 조성된다.

중산층 대책은 뉴스테이 확대 공급이다. 정부는 올해 1만 4000가구의 영업인가를 완료하고 4000가구에 대해 사업자 공모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공급량을 최대 2만 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말 뉴스테이 근거법인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시행에 맞춰 뉴스테이 촉진지구 5곳을 지정해 내년 상반기 지구지정을 완료키로 했다. 5곳에서 나오는 물량은 5000가구 정도다. 촉진지구로 지정되면 인허가 절차가 대폭 줄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법정 한도까지 최대한 받게 된다. 정부는 촉진지구 예정지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롯데푸드 터를 잡고 있다. 냉장창고 기능을 상실한 노후 공장시설 용지로, 촉진지구로 지정해 뉴스테이 5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도심과 그린벨트 해제 지역에 촉진지구를 지정할 계획이다.
 “민간임대주택사업 활성화 필요”
하지만 정부 대책에 대한 반응은 시큰둥하다. 정부의 계획대로 임대주택 공급량이 늘어날지부터 불확실하다. 집주인 리모델링 임대주택 사업은 사업성이 관건이다. 국토부가 수도권에 있는 109㎡ 단독주택(시가 4억8000만원)을 대상으로 분석해본 결과, 집주인이 공사비 1억9200만원을 주택도시기금에서 융자받아 다가구주택(8가구)으로 개축해 6가구를 20년간 임대하면 임대료를 시세(40만원)의 70%(28만원)만 받아도 월 54만원 수익이 났다. 이는 세금과 융자상환금,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내는 임대관리 위탁수수료를 빼고 남은 금액이다. 그런데 임대기간을 8년으로 단축하면 매월 66만원씩 손해가 발생한다. 12년간 임대했을 때는 이익도 손해도 없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집 한 채만 가진 장년층이라면 낮은 주택을 싼 비용으로 리모델링 하면서 연금형식으로 매월 수십만 원의 임대수익은 올릴 수 있어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대기간이 길고 독거노인, 대학생 등 저소득 1인 가구에 한해 우선해 임대를 놓아야 해 집주인들이 얼마나 선호할지 미지수다. 부동산114 함 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임대 조건과 임대료 수준을 감안할 때 저리대출이라는 혜택에 비해 부담이 많아 집주인 입장에서 유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이 정부가 의도한 대로 주거취약계층에 효과를 보더라도 중산층에는 미지수다. 뉴스테이는 월 임대료가 만만치 않다. 단국대 조명래 교수는 “전월세 임대 수요자를 분석해 보면 원하는 수준의 임대료가 40만~50만원 선인데 서울의 뉴스 테이 경우 예상 월세가 100만원 안팎이라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정부가 뉴스테이 수요 대상으로 삼는 중산층의 월 소득이 400만~500만원인데 뉴스테이의 고가 임대주택을 원할지 불투명한 것이다.

뉴스테이는 공급에 시간이 걸려 당장 눈 앞에 벌어지고 있는 전·월세난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난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대주택사업을 활성화해 기존 주택을 임대물량으로 대거 확보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국내 임대 시장은 민간 비중이 80~90%에 달한다”면서 “민간 임대 주택이 대폭 늘어날 수 있도록 임대 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측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올 가을 심각한 전·월세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 안장원 중앙일보조인스랜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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