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과 충성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랑과 충성

벨기에의 세계 구조견 경연대회에 참여한 헝가리 대표와 조련사. 주인을 도우려는 개들은 놀라운 결의를 보인다.
기적은 매일 일어난다. 보통사람도 이타심과 결의에 찬 행동을 통해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 동물도 예외가 아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한 영웅적인 동물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놀랍고 삶에 대한 우리의 희망을 되살린다.
 고양이 ‘스칼렛’
목숨 걸고 새끼를 구한 스칼렛과 새 주인 캐런 웰런.
1996년 뉴욕 브루클린. 주인 잃은 삼색얼룩고양이 스칼렛은 새끼 5마리를 데리고 허물어져가는 차고에서 살았다. 어느 날 불이 나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위험을 감지한 스칼렛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새끼를 한 마리씩 물어다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불길이 번져 털이 탔다.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 스칼렛은 수염이 다 타버린 상태였다. 그래도 새끼들을 안전하게 옮기기를 멈추지 않았다. 5마리 전부를 피난시키고 나자 눈두덩이가 부어올라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스칼렛은 새끼들과 코를 문지르며 하나씩 안전을 확인했다.

소방관은 곧바로 스칼렛과 새끼들을 동물 보호소로 데려갔다. 수의사들은 반신반의했지만 다행히 스칼렛은 부상에서 잘 회복했다. 그 이야기가 전해지자 세계 각지에서 지지가 쏟아졌다. 스칼렛은 자기 목숨보다 새끼들을 먼저 구하는 모성애의 전형을 보여줬다. 동물보호소에 입양을 원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결국 스칼렛은 캐런 웰런의 가족에게 입양됐다.
 고양이 ‘타라’
에리카 트리안타필로는 현관에서 화분에 물을 주려고 잠시 돌아섰을 때 비명을 들었다. 아들 제러미(4)가 마당에서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고 있었다. 어머니도 아들도 이웃집 개를 보지 못했다. 그 개는 주차된 차 뒤에 숨어 있다가 어린 제러미에게 몰래 다가가 다리를 물었다. 그 장면이 감시카메라에 잡혔다. 비명을 들은 에리카가 아들에게 필사적으로 뛰어갔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그들이 키우던 고양이 타라가 전력을 다해 개를 향해 돌진했다. 타라의 거센 공격에 개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제러미를 놓아줬다.

용감무쌍한 고양이 앞에서 겁에 질린 개는 꼬리를 내리고 도망쳤다. 그래도 타라는 성이 차지 않아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개를 마당 밖으로 쫓아냈다. 제러미는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타라는 내 영웅”이라고 추켜세웠다. 타라가 없었더라면 제러미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돼지 ‘룰루’
육중한 몸으로도 조 앤 알츠먼을 구한 룰루.
조 앤 알츠먼은 남편과 함께 펜실베이니아주 프레스크 섬에서 휴가를 보냈다. 남편 잭이 이리 호수로 낚시하러 간 사이 알츠먼은 애완견과 베트남포트벨리 돼지 룰루를 데리고 트레일러에 남아 있었다. 그때 알츠먼이 갑작스런 흉통으로 쓰러졌다. 18개월 전에 왔던 심장마비가 재발했다. 그러자 돼지 룰루가 나섰다.

룰루는 육중한 몸을 최대한 빨리 움직여 밖으로 뒤뚱뒤뚱 나가 포장도로 위에 털썩 드러누웠다. 룰루가 마당 밖으로 나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음 45분 동안 룰루는 도로에 누워 지나가는 차를 세우려고 애썼다. 차가 서면 사람들을 트레일러로 안내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몇 번 실패한 끝에 한 남자가 마침내 룰루를 따라가 알츠먼을 발견하고 구조대를 불렀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도 룰루는 알츠먼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고릴라 ‘빈티 주아’
동물원 우리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는 빈티 주아.
1996년 8월 16일 미국 시카고 교외 브룩필드 동물원에서 세 살짜리 남자아이가 7m 아래 동물 우리로 떨어졌다. 그러자 나이 많은 암컷 고릴라 빈티 주아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어렸을 때 지낸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익힌 모성 본능을 동원해 빈티 주아는 의식을 잃은 아이를 들어 올려 한쪽 팔에 안고 우리 문 앞까지 약 18m를 걸어갔다. 17개월 된 자기 새끼도 업고 있었다. 동물원 직원 크레이그 데미트로스는 기자들에게 “빈티 주아가 아이를 오른팔에 안고 달래듯이 흔들었다”고 말했다. 도중에 다른 고릴라가 다가오자 돌아서서 몸을 방패 삼아 부상한 아이를 보호했다. 그해 뉴스위크 독자들은 빈티 주아를 ‘올해의 영웅’으로 선정했다.
 충견 ‘거너’
퍼시 웨스트콧 하사관과 공군기지의 영웅 거너.
호주 다윈 공군기지에서 퍼시 웨스트콧 하사관은 얼룩 양치기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강아지는 일본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에서 다리가 부러져 찡얼대고 있었다. 웨스트콧은 그 개를 기지 의사에게 데려갔다. 거기서 그 개는 ‘거너’라는 이름을 얻고 다른 신병처럼 군번을 부여 받았다. 거너는 병사들과 함께 훈련하며 잘 정착했다. 곧 거너는 특별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귀가 너무 밝아 접근하는 폭격기를 20분 전에 탐지할 수 있었다.

거너는 공습이 임박한 것을 탐지하면 찡얼거리며 병사들의 이목을 끈 뒤 막사 속으로 숨었다. 거너는 비행기 소리를 아주 멀리서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군 비행기인지 아군 비행기인지도 구별할 수도 있었다. 기지 사령관은 거너가 그런 행동을 보이면 즉시 대피 사이렌을 울리도록 지시했다. 거너의 소중한 능력으로 그들은 적기가 도착하기 전에 반격 태세를 갖출 수 있었다. 거너는 수많은 목숨을 구한 영웅이었다.
 9·11 수색구조견
세계무역센터 잔해 속에서 생존자를 찾는 구조요원과 수색견.
2001년 9월 11일 테러범이 납치한 비행기의 돌진으로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졌다. 그 후 구호요원 1만 명 이상이 수주에 걸쳐 잔해 속을 수색했다. 세계 각지에서 소방관, 경찰, 구조요원이 맨해튼 다운타운으로 모여들었다. 300마리가 넘는 수색구조견도 그들과 함께 수색구조 작업에 나섰다.

수색구조견은 매일 아침 일찍 현장에 도착해 12시간씩 교대로 밤늦게까지 일했다. 먼지 속에서 예민한 코와 작은 발로 건물 잔해 사이를 누비며 수색 작업에 크게 기여했다. 마지막 생존자를 찾은 것도 구조요원이 아니라 수색구조견이었다.

뉴욕·뉴저지항만관리청 직원 제넬 구즈먼-맥밀런은 빌딩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우스타워 64층 사무실에서 아래로 대피했다. 곧 사우스타워 빌딩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건물 잔해에 한쪽 다리가 깔려 좁은 공간에 갇혔다. 27시간이 지났을 때 저먼셰퍼드 경찰견 트래커가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곧 소방관들이 달려가 트래커가 가리키는 곳을 파내기 시작했다. 그 아래서 구즈먼-맥밀런이 기적 같이 발견됐다.

수색구조견은 1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평균 12∼16시간씩 일했다. 트래커를 비롯해 여러 구조견이 과로로 몇 번씩 탈진했다. 수색 작업 3일째 트래커는 화상과 연기 흡입으로 정맥 주사를 맞았다. 그래도 다음 날 트래커는 다시 작업에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실제로 주인을 도우려는 개들은 놀라운 결의를 보인다. 구조 작업에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수색하려는 견공들의 이야기가 숱하다. 그러나 9·11 수색구조견들은 다른 측면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구조요원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일이었다. 소방관과 구조요원들이 수색견을 쓰다듬으며 미소 짓는 사진을 많이 봤을 것이다. 끔찍한 파괴 현장에서 개들은 그들의 사기를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들은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 때 잠시나마 구조견들의 위로를 받으면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번역 이원기



[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호 ‘놀라운 기적들(Amazing Miracles)’에서 발췌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2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3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4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5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

6‘시총 2800억’ 현대차증권, 2000억원 유증…주가 폭락에 뿔난 주주들

7삼성카드, 대표이사에 김이태 삼성벤처투자 사장 추천

8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서포터즈 '업투' 3기 수료식 개최

9빗썸, 원화계좌 개설 및 연동 서비스 전면 개선 기념 이벤트…최대 4만원 혜택

실시간 뉴스

1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2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3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

4연간 1000억? 영풍 환경개선 투자비 논란 커져

5 야당, '예산 감액안' 예결위 예산소위서 강행 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