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끄는 이색 렌털 제품] 드론·3D프린터도 빌려 써보고 구매
[눈길 끄는 이색 렌털 제품] 드론·3D프린터도 빌려 써보고 구매
삼성전자 태블릿 ‘갤럭시탭’은 5일에 2만8000원, LG전자 노트북 ‘울트라북’은 3일에 4만원, 캐논 카메라 ‘EOS’는 1일에 3만원…. 국내 한 렌털 전문 업체가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렌털 제품 시세다. 갤럭시탭을 닷새간 쓰려면 2만8000원만 내면 된다는 얘기다. 이런 제품들의 수요는 최근 급격히 늘면서 렌털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제품도 빌릴 수 있나 싶어 찾아봤는데 정말 없는 게 없었어요. 친구 결혼식 때 빌려 요긴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 김우현(34)씨의 말이다. 김씨는 최근 한 가지 이색 제품을 대여해 하나뿐인 친구의 결혼식을 한층 뜻 깊게 만들었다.
그가 빌린 제품은 요즘 시중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촬영용 무인 비행기 드론(Drone)이었다. 김씨는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술자리에서 ‘드론을 띄워 결혼식 장면을 상공에서 찍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는데 내 경우도 그랬지만 주변에도 드론을 가진 친구가 없었다”며 “고성능 제품으로 구매를 하자니 너무 비싼데,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아 구매 대신 렌털이 가능한지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인터넷에서 한 업체를 통해 1박 2일간 3만원을 주고 드론을 빌릴 수 있었다. 친구 결혼식 전날 ‘맹훈련’을 한 결과 결혼식 당일에도 무사히 드론을 띄워 친구와 친구 가족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드론처럼 신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관심을 가져도 막상 구매를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저가형 제품도 나오지만 웬만하면 기능이 우수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사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내게 정말 맞는 제품인지 미리 알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 렌털은 구매보다 효과적인 소비 방법이 된다. “충동구매했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고민 끝에 사지 않고 빌렸습니다. 빌려서 며칠 써보니 이건 꼭 사야겠다 싶어 사게 됐죠.” 3D프린터 동호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박현성(37)씨의 이야기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생기기 쉬운 시행착오를 렌털이 막아준다는 것이다. 박 씨는 3D프린터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관심을 갖고 있다가 렌털을 통해 처음 3D프린터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입문했다. 과거에는 자동차(렌터카)나 정수기, 비데 정도가 렌털 제품의 전부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들 제품이 렌털 시장의 ‘전부’가 아닌 ‘일부’가 돼가고 있다. 드론이나 3D프린터의 경우처럼 다양한 이색 제품들이 렌털 시장에 속속 선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제는 이색 제품이라 칭하기도 민망한 매트리스가 최근 한층 인기를 모으고 있는 대표적인 렌털 제품이다. 천연 라텍스 소재의 매트리스는 제품 크기에 따라 월 1만~3만원대 정도에 대여할 수 있다. 1인 가구 증가로 그 수요가 더욱 늘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매트리스 렌털 시장은 약 5000억원 규모 국내 침대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자전거나 킥보드, ‘키덜트’ 소비자들을 위한 장난감도 최근 인기를 모으는 이색 렌털 제품이다. 주부들이 좋아할 만한 탄산수 제조기와 도정기, 연수기, 음식물 처리기, 전기레인지, 커피정수기 등도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렌털 업체 수만 2만 곳이 넘는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이 취급된다.
이색적인 고가 제품일수록 렌털 시장에서 잘나간다. 드론이나 3D프린터보다도 비싼 수백만원짜리 고가 안마의자도 월 5만원가량이면 빌릴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장현주(53)씨는 한 렌털 업체를 통해 3개월째 안마의자를 빌려 사용 중이다. “올 초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근육통으로 고생하는데 안마의자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구입하자니 워낙에 고가라 엄두가 안 났는데 렌털을 했더니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좋아요.” 장씨는 안마의자의 성능엔 만족하지만 렌털 기간이 끝나도 구입할 생각은 없다. 사고 후유증을 달래기 위해 일시적으로만 쓰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렌털은 일반 구매보다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된다.
틈새시장을 잘 노린 이색 제품도 눈에 띈다. 국내 한 기업이 렌털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피톤치드 삼림욕기는 국내산 편백나무 천연 피톤치드리필액을 통해 집안에서 탈취와 살균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 업체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반려동물의 악취로 고민하는 경우도 늘었다는 점에 착안,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부패성 악취는 가스입자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집에 들어서기만 해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며 “강한 향만으로 냄새를 잡으려 해 근본적 악취 제거는 못하는 일반 탈취제와 다르게 간편하게 부패성 악취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 시장에 주목한 기업도 있다. 기존 생화나 조화의 장점만 따서 고안한 드라이플라워 등을 대여해준다. 프러포즈 등 이벤트를 앞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올 여름 딸의 돌잔치 때 드라이플라워를 빌렸던 직장인 이재현(36)씨는 “보통 돌잔치 때 아이 입힐 옷만 빌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잔치 장소를 장식할 꽃도 빌릴 수 있다는 걸 알고 빌렸더니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며 “예식장 등 특별한 날 꽃을 장식하는 비용으로 거금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꽃만 따로 빌려 간소하게 잔치를 여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반 소비자가 아닌 창업자들을 고객층으로 둔 렌털 제품도 각광받고 있다. 창업에 필요한 각종 제품을 대여해주는 것으로, 창업 초기 비용 부담에 민감한 창업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월 수만원대면 대여는 물론이고 애프터서비스(AS)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런 창업 지원형 렌털 제품에는 청소 용역 업종에서 창업을 했다면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산업용 청소장비, 안경점을 연 안경사라면 필수로 갖춰야 하나 보통은 수천만원을 호가할 만큼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검안기 등이 있다. 이들 장비를 대여해주는 업체들은 장비 상담에서부터 판매와 유지 보수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창업자들로서는 과거라면 자기 회사의 대차대조표상에 자산으로 포함시켜야 했을 장비들을 지금은 대여하면서 비용 처리를 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기업은 법인세를, 개인사업자는 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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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빌린 제품은 요즘 시중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촬영용 무인 비행기 드론(Drone)이었다. 김씨는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을 앞두고 술자리에서 ‘드론을 띄워 결혼식 장면을 상공에서 찍어보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는데 내 경우도 그랬지만 주변에도 드론을 가진 친구가 없었다”며 “고성능 제품으로 구매를 하자니 너무 비싼데, 다시 쓸 일은 없을 것 같아 구매 대신 렌털이 가능한지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후 김씨는 인터넷에서 한 업체를 통해 1박 2일간 3만원을 주고 드론을 빌릴 수 있었다. 친구 결혼식 전날 ‘맹훈련’을 한 결과 결혼식 당일에도 무사히 드론을 띄워 친구와 친구 가족으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았다.
드론처럼 신기술이 집약된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관심을 가져도 막상 구매를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저가형 제품도 나오지만 웬만하면 기능이 우수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사야 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많이 든다. 그런데 내게 정말 맞는 제품인지 미리 알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 렌털은 구매보다 효과적인 소비 방법이 된다. “충동구매했다가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고민 끝에 사지 않고 빌렸습니다. 빌려서 며칠 써보니 이건 꼭 사야겠다 싶어 사게 됐죠.” 3D프린터 동호회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박현성(37)씨의 이야기다.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생기기 쉬운 시행착오를 렌털이 막아준다는 것이다. 박 씨는 3D프린터를 뉴스로 접할 때마다 관심을 갖고 있다가 렌털을 통해 처음 3D프린터의 무궁무진한 세계에 입문했다.
충동구매의 시행착오 방지
이색적인 고가 제품일수록 렌털 시장에서 잘나간다. 드론이나 3D프린터보다도 비싼 수백만원짜리 고가 안마의자도 월 5만원가량이면 빌릴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장현주(53)씨는 한 렌털 업체를 통해 3개월째 안마의자를 빌려 사용 중이다. “올 초 교통사고를 당한 이후 근육통으로 고생하는데 안마의자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구입하자니 워낙에 고가라 엄두가 안 났는데 렌털을 했더니 비용 부담이 크지 않아 좋아요.” 장씨는 안마의자의 성능엔 만족하지만 렌털 기간이 끝나도 구입할 생각은 없다. 사고 후유증을 달래기 위해 일시적으로만 쓰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렌털은 일반 구매보다 합리적인 소비 형태가 된다.
틈새시장을 잘 노린 이색 제품도 눈에 띈다. 국내 한 기업이 렌털 형태로 공급하고 있는 피톤치드 삼림욕기는 국내산 편백나무 천연 피톤치드리필액을 통해 집안에서 탈취와 살균이 가능하도록 한다. 이 업체는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반려동물의 악취로 고민하는 경우도 늘었다는 점에 착안, 제품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업체 관계자는 “부패성 악취는 가스입자를 계속 만들어내기 때문에 집에 들어서기만 해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며 “강한 향만으로 냄새를 잡으려 해 근본적 악취 제거는 못하는 일반 탈취제와 다르게 간편하게 부패성 악취를 잡아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 시장에 주목한 기업도 있다. 기존 생화나 조화의 장점만 따서 고안한 드라이플라워 등을 대여해준다. 프러포즈 등 이벤트를 앞둔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올 여름 딸의 돌잔치 때 드라이플라워를 빌렸던 직장인 이재현(36)씨는 “보통 돌잔치 때 아이 입힐 옷만 빌릴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잔치 장소를 장식할 꽃도 빌릴 수 있다는 걸 알고 빌렸더니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며 “예식장 등 특별한 날 꽃을 장식하는 비용으로 거금을 요구하는 업체들이 많은데 꽃만 따로 빌려 간소하게 잔치를 여는 것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수천만원대 고가 장비도 대여 가능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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