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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신도시 개발 어디까지 왔나] 희망 옅어진 송도 ... 기대감 남은 청라 ... 답이 없는 영종도

[인천의 신도시 개발 어디까지 왔나] 희망 옅어진 송도 ... 기대감 남은 청라 ... 답이 없는 영종도

송도신도시 11공구의 아파트 공사 현장. 송도신도시는 도시개발계획 실패와 수요 부진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크게 위축됐다. / 사진:전민규 기자


summary |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금융·물류 중심 도시로 키우겠다며 2000년대 초 인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핵심 거점인 송도와 청라, 영종도는 개발 초기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심각한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기대를 모은 송도신도시 집값은 초기 분양가의 60~70% 수준에 머물고 있다.대한민국 제3의 도시 인천은 전국에서 신도시 개발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2000년대 초 경제특구 건설 계획이 수립되며 송도와 청라, 영종도를 거점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서 파생된 배곧·도하·가정·가좌·검단 등 도시재생사업만도 24곳에 달한다. 정부가 동북아 비즈니스·금융·물류 중심 도시로 키우겠다며 인천 개발을 시작한 지 13년. 총 6600만m² 규모로 건설된 신도시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동북아 비즈니스 허브의 꿈은 사라지고…
개발 초기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심각한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부진과 장기 침체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라는 비전은 버린 지 오래다. 현재는 택지개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저조한 수요와 투자 유치 실패로 사업계획이 변경된 곳도 적잖다. 건설·시행사 등 각종 이권단체들이 끼어들어 사업 구획을 넓히자며 동분서주하던 10여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인천의 신도시 개발은 구도심·매립지·공장지대 할 것 없이 그야말로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차로 1시간만 돌아봐도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제1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목동을 빠져 나와 인천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면 고속도로 방음벽 넘어 수많은 아파트 공사현장이 보인다. 청라지구 루원시티(LU1 City, 가정뉴타운) 인근의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500~700여 세대 규모의 단지 여러 개가 한꺼번에 올라가고 있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신도시인 루원시티는 사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다가 사업계획 변경 등을 통해 올해 다시 개발에 착수했다. 루원시티가 들어서는 서인천IC 가정오거리부터 약 2~3km 정도 구간은 개발을 앞두고 오래된 아파트들과 주택을 모두 철거해 현재는 휑한 벌판이다. 여기서 서쪽으로 5분 정도 달리면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청라지구를, 북쪽으로 20분가량 나아가면 검단신도시 개발 현장과 김포신도시를 만날 수 있다.

제1 경인고속도로를 계속 달리다 보면 도하·가좌 등 구도심 개발지구를 볼 수 있고, 도로 끝까지 달려 인천항에 도착하면 바다(경기만) 건너 영종도 하늘도시도 볼 수 있다. 하늘도시는 배후에 산을 끼고 앞으로는 바다를 향하고 있어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그러나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어렵고, 산과 바다에 고립된 곳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다. 인프라 부족, 수요 예측 실패 등으로 인천에서 가장 실패한 신도시로 꼽힌다.

인천항에서 다시 남쪽으로 15분 정도 달리면 인천 신도시의 꽃이라 불리는 송도신도시에 닿는다. 인천 최고의 부촌으로 환경·교육·인프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다만 서울로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수요가 부진한 탓에 현재 집값은 초기 분양가 대비 60~7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천은 도시 곳곳에 도시재생사업이 벌어지는 신도시 천국. 그러나 뾰족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지역은 없는 실정이다.
 송도신도시 집값 초기 분양가의 60~70% 수준
논현동 에코단지는 인천에서 가장 좋은 교육인프라를 자랑하지만, 서울 접근성이 떨어져 집값 상승은 부진하다. / 사진:전민규 기자
인천을 대표하는 신도시인 송도는 어깨가 딱 벌어진 청년처럼 훤칠한 도시 외관을 갖추고 있다. 계획도시답게 바둑판처럼 짜인 블록과 그 위로 잘 닦인 도로, 도시 정중앙에 위치한 68층 높이의 동북아무역센터, 41만1324m² 규모의 센트럴파크…. 송도는 정부가 동북아물류중심지로 키울 목적으로 대형 컨벤션 센터와 호텔, 20~30층 규모의 대형 오피스빌딩, 쇼핑타운 등을 다수 건설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의 건물 디자인도 독특해 이국적인 느낌도 준다. 정부가 국제도시의 위상에 맞추기 위해 건설 업체들에게 디자인에 신경 써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 결과다. 또 녹지비율도 40%에 달하고 서해바다와 맞닿아 뛰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총 11개 공구로 나눠 체계적인 공사를 벌인 덕에 교육단지와 유흥단지가 명확히 분리돼 있고, 병원·쇼핑·식당가 등 상업시설도 모나지 않게 자리잡았다. 여기에 연세대와 인하대 등 국내 유명 대학과 뉴욕대·유타대·겐트대·조지메이슨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이 자리를 잡았거나 입주할 예정인 등 교육환경 또한 뛰어나다. 송도는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의 신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투자가치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도시개발 초기 분양했던 아파트들은 대부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고, 신규 분양 물량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 2004년 분양 당시 7000만~1억6000만원 정도의 프리미엄이 붙던 송도금호 어울림의 경우 전용면적 84.89m²가 5억3000만~5억5000만원까지 올랐던 것이 현재는 3억4000만~3억8000만원으로 하락했다. 송도풍림아이원도 6억원을 고점으로 현재는 4억2000만원 안팎으로 고꾸라졌다. 한때 9억원에 육박하던 송도아이파크 101.85m²(전용면적)도 현재는 4억원대 후반에서 5억원 초반으로 가격이 뚝 떨어졌다. 더샵퍼스트월드나 송도푸르지오하버뷰 등 2010년을 전후해 분양한 프리미엄 단지는 가격 하락폭이 크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시세 부진을 벗어나진 못하고 있다.

검단도 사업성 문제로 개발이 지연되다 최근에야 개발이 재개됐다. / 사진:전민규 기자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들은 송도 부동산의 가격 하락 원인을 신도시 개발계획 실패에서 찾는다. 글로벌 경기 위기 등으로 동북아 물류중심이라는 송도의 도시 비전이 물거품이 되다시피 했고, 대거 몰렸던 투자금이 일시에 빠지면서 진폭이 컸다는 것이다. 또 여타 신도시들에 비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서울과 거리가 멀다는 점, 대형 평형 위주라 젊은층의 접근이 힘들다는 점 등도 문제로 꼽힌다. 실제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역까지 2시간, 강남역까지 2시간 15분가량 걸려 서울 출퇴근이 어렵다. 지하철의 경우 역 간 간격이 촘촘하고, 버스는 안산·군포 등 인근 지역을 경유해 가는 탓이다. 수요 부진 탓에 송도 개발이 정체되면서 일부 개발 구획은 현재 지역주택조합아파트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포스코건설 등 일부 건설사들은 중국 투자자에게 눈을 돌리기도 한다. 송도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송도 개발 초기 경기 남부권의 광교·판교와 경쟁했는데, 서울 접근성 등의 문제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며 “현재는 송도 내에서 경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라 각 공사 구획별로 특장점을 구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송도 아파트의 가격 바닥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가격 거품이 대부분 걷힌 가운데, 도시재생사업이 완성될 경우 상승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송도 아파트 다수가 이미 준공한 지 10년이나 흘렀고, 인천아시안게임 등의 호재가 이미 반영돼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앞선다. 주식시장으로 비유하면 시장이 기대할 만한 재료는 분양 초기 이미 가격에 반영된 가운데, 호재들이 하나둘 소진되면서 가격이 떨어졌으며, 앞으로 추가 모멘텀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송도에서 악취 논란이 일어난 것도 부동산 전망을 어둡게 한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송도의 악취 문제가 거론됐는데, 원인으로 인근의 음식물처리시설과 생활폐기물 집하시설, 송도·승기하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지목됐다. 사실 송도 입주 초기부터 악취가 난다는 소문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집값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한 주민들이 입을 닫아 이 문제가 그동안 외부에 표출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청라지구는 송도에 비하면 상황이 한결 낫다. 송도가 경제·비즈니스를 지향한 테마도시라면 청라는 주거 지역에 가깝다. 청라도 개발 초기에는 트윈타워 건설 등 국제 금융도시라는 비전을 갖고 출발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0년대 후반 개발에 돌입한 덕에 도시개발계획이 상당 부분 바꿀 수 있었고, 송도에 비해 현실적인 눈높이에서 접근했다. 이 때문에 도시 개발은 경인운하와 공항철도, 청라IC 설치 등 서울 접근성에 초점을 맞춰, 서울로 출퇴근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수요를 겨냥했다. 청라는 인천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까워 제1 경인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여의도까지 30분, 청라IC를 통해 인천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청라지구, 서울 접근성 좋고 상권 활성 기대감
인천 월미도에서 바라본 영종도 하늘도시. 하늘도시는 수요예측 실패와 인프라 부족으로 계획도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 사진:김현동 기자
다만, 청라IC의 통행료는 2800원으로 비싸 입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공항철도를 이용할 경우에는 검암역에서 서울역까지 4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송도의 경우 2008년 이전까지는 공급 물량 100%를 인천 거주자에게 우선 분양한데 비해 청라는 30%를 인천 1년 이상 거주자에게, 나머지 70%를 서울 등 수도권 거주자에게 청약 기회를 줘 실수요자들의 인기를 끈 측면도 있다. 청라가 송도에 비해 생활 여건이나 환경·교육·의료·쇼핑 등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단계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해가고 있어 5년 이내에 상권이 활성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청라의 또 다른 장점은 반경 10km 이내에 루원시티, 경서·가정지구, 가좌재개발촉진 지구, 검단신도시 등 위성도시가 자리 잡아 경기 북서부의 거점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청라 북쪽으로는 최근 개발을 시작한 검단신도시가 있고, 한강·김포 신도시, 파주 교하, 상암·마곡, 상동·중동 등과 연접해 있다. 또 청라지구 인근의 루원시티로 인천시청 이전 및 일부 이전이 성사될 경우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인천 시청은 공간 부족으로 적잖은 임대료를 주고 근처 빌딩의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다. 더구나 인천시청이 위치한 남구 관교동은 구도심으로 건물을 새로 올릴 만한 땅이 부족해 일부 이전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라는 과거 서북부매립지로 불리던 곳으로 농지로 사용될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초기 분양가가 싸고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 2012년 입주를 시작한 청라호반베르디움의 경우 분양가는 3.3㎡당 932만~939만원으로 여타 신도시에 비해 저렴했으나 현재 거래가는 84.94m²가 3억6500만~4억2000만원으로 뛰었다. 인근의 청라SK뷰는 115.02m²가 4억3000만~4억5000만원에서 4억4500만~4억9000만원으로 10%가량 올랐다. 청라 인근 지역도 검암역 등 공항철도가 가깝고 이미 인프라가 안정됐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며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검암역 앞의 서해그랑블 84. 96m²는 지난 2013년 2억원대 후반에 형성되던 가격이 최근에는 3억원대 초반으로 올랐고, 10분 거리의 검단 영남탑스빌은 84.96m²가 같은 기간 2억원에 못 미치던 것이 2억대 중반으로 올랐다. 아울러 가좌IC 인근도 인천지하철 2호선 가재울역과 서울지하철 7호선 석남선 연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투자심리도 꿈틀대고 있다. 다만, 인근의 공급 과잉이 청라 일대의 부동산 값을 옥죌 가능성은 있다. 청라는 김포·한강신도시부터 검단신도시, 루원시티, 가좌를 잇는 택지 클러스터를 잇는 중추가 되지만, 인근의 공급이 지나치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영종도는 입지 선정-수요 예측 실패 대표 사례
영종도 하늘도시는 입지 선정 및 수요 예측 실패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영종도의 당초 개발 의도는 인천대교를 통해 송도의 교육 인프라를 공유하는, 해안을 낀 프리미엄 주거단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인천시는 하늘도시를 송도 권역에 포함시켜 하늘도시에 들어갈 개발비용을 아끼는 한편 송도의 상권이 커지는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했다. 또 공항이나 항공·여행사 등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들의 입주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정작 실수요는 공항철도가 닿는 서울이나 검암, 영종도 국제업무단지의 오피스텔·빌라 등으로 몰렸다. 출퇴근 때마다 왕복 2만2600원(신공항영업소, 중형차 기준)의 인천공항고속도로 통행료를 부담하고, 온종일 항공기의 이착륙 소음을 접할 수요자는 거의 없었던 것이다. 인천국제공항 인근 H호텔에서 근무하는 정미경씨는 “하늘도시의 사업성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야기는 분양 초기부터 적지 않았다”며 “일부 호재만을 믿고 고립된 지역에 집을 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미분양을 우려한 시행사들은 분양 초기 정부와 인천시가 제3 연륙교를 개통해 거주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것이며, 주변에 종합병원·밀라노시티·미단시티 등이 들어선다는 등 검토 단계의 도시개발 계획을 홍보 도구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대부분 무산됐고, 입주자-시행사 간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최근 들어 법원이 잇따라 시행사에 패소판결을 내리고 있지만, 입주민들은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들어 집값이 소폭 상승하며 분양가 수준을 회복한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하늘도시의 경우처럼 영종도 부동산 수요의 성격과 실수요 규모가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택지 개발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일반적이다. 특히 개발 동력이 떨어지면서 택지는 물론 인프라·환경 사업도 좌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3개 신도시의 개발계획을 총 1~3단계로 나눠 2020년까지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송도와 청라는 2014년 마무리되는 2단계 사업을 대부분 끝낸데 비해 영종도는 아직 절반도 채우지 못한 실정이다. 예단포-공항고속도로 간 도로개설 등 4대 기반시설 공사는 아직 1단계 개발에 그치고 있으며, 메디씨티·골프장 개발사업 등도 진행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 송도·청라 = 김유경·문희철 기자 kim.yukyoung@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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