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의 리더 |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 이사] ‘회장님’이 투자하는 회사에 투자하라
[자본시장의 리더 |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 이사] ‘회장님’이 투자하는 회사에 투자하라
“사회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업, 국민이 그 회사의 성장을 지지하는 기업, 지배주주의 이익이 소액주주와 일치하는 기업에 투자합니다. 그런 회사의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호준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이사의 투자 원칙이다. 오 이사는 지난 1999~2007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리서치팀에서 활동한 애널리스트다. 2007년 프랭클린템플턴에 합류해 현재 주식운용팀을 맡고 있다. 그는 주로 사회책임투자펀드(SRI)와 함께 중소형주 펀드, 지속성장 펀드를 운용한다. 독특하게도, SRI가 아닌 펀드에도 SRI의 투자 방식을 가미해 운용한다. SRI는 기업의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비재무적 측면인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가 운용하는 중소형주·지속성장 펀드도 기업의 재무구조뿐 아니라 친환경, 사회공헌활동, 윤리경영 등을 살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콘셉트인가.
“기업의 도덕적인 측면을 중심에 둔 전형적인 SRI와는 다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을 기본적으로 본다. 여기에 경영진 검증 차원에서 기업의 자본이 적절하게 배분되는지를 추가로 살핀다. 이는 경영진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자와 공정하게 나눴느냐의 문제다. 경영권 방어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주가를 지키기 위해 회사 돈으로 비싼 자사주를 사는 등 주주의 부를 뺏는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유리한가.
“단순히 배당 수익으로 따지진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투자하는 것이 배당을 줄 때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현금 유보를 늘리는 게 좋다. 투자로부터 나오는 사업 기회는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가치다. 따라서 배당 성향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점적으로 본다. 시장 평균 수준의 ROE를 유지하려면 배당을 많이 해서 자본을 줄이거나, 투자로 이익을 올려야 한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게 경영진의 능력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이익을 일치시키기 쉽지 않을 텐데.
“대주주의 대부분 재산이 투입돼 해당 기업의 실적 악화나 주가 하락이 대주주 자신에게 직접적 손해가 되는 회사를 찾는다. 대기업집단의 경우라면 지주사나 전체 그룹에서 핵심 역량을 가진 계열사들이다. 그만큼 더 성실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주주의 지분이 없어 이해 관계가 직접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기업은 투사구팽(兎死狗烹) 당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란 특정 산업 분야를 겨냥한 기준인가.
“특정 산업보다는 각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뜻한다. 고성장 시절에는 경쟁력 없이도 풍부한 수요로 숟가락만 얹으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력과 노동력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공급 과잉으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수요가 제한돼 경쟁력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무제한적인 공급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는 기술이나 브랜드,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등 독점적인 경쟁력이 하나쯤은 있어야 성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이 성장을 반대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어떤 회사는 성장 자체가 국민의 혐오나 논란, 질투를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시장을 독과점하는 대기업이라든가, 카지노·술·담배 같은 업종이다. 이런 기업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위험 요소가 크다. 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면 규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나 친환경 기업 등 당위성이 있고 많은 사람이 성장을 지지하는 기업은 단기 실적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독점적 지위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볼 수도 있는데.
“상품의 질이 좋아서 생긴 독점적 지위는 경쟁력이다. 그러나 차별성 없이 단지 구조적인 요인으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이라 볼 수 없다.”
기준이 엄격하면 편입 종목이 줄어들어 변동성도 커질 것 같다.
“성장성과 수익성, 밸류에이션, 경영진에 대한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세세한 확신이 없는 종목을 단순히 분산투자나 벤치마크 비중을 맞춘다는 이유로 보하는 게 더 무책임한 투자라고 본다. 확신이 있는 종목은 조정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국내 중소형주 전망은.
“원론적으로는 중소형주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 항상 성장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급락 단계도 지났다고 본다. 다만, 작년 중반 이후와 같은 상승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확실한 상승을 확인하려면 실적이 올라오거나 주가가 다져져야 하는데, 그런 국면이 오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대형주는 어떻게 보나.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단 싸다. 모멘텀은 없지만 크게 내릴 만한 여유도 없다. 일부 새 모멘텀이 생기는 종목도 있다. 중소형주가 꼭대기를 찍고 내려온 게 대형주가 오른 시기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다. 중국의 성장 둔화가 국내 대형주에게 기회가 된 것이다. 그간 대기업의 주가가 눌려 있던 건 중국에게 모든 산업을 뺏긴다고 봐서다. 그러나 중국이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신호가 나왔다.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이 같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
“중국의 공급 과잉이 잠식하지 못하는 경쟁력이 필요하다. 융·복합 개념이 등장하는 신소재·자동차·태양에너지·헬스케어 등이다. 이들 업종의 영향력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퍼져가고 있다. ‘코스닥이 코스피의 미래’라고들 말한다. 1990년대 말 코스닥은 IT 일색이었다. 이후 코스피의 IT 비중이 커졌다. 3~4년 전부터는 코스닥에 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자동차부품 업종이 늘었다. 지금 대형주에는 관련 종목이 적지만 앞으로 그 비중이 조금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종목 중에서 실적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대형주가 장기 투자의 대상으로 유망하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착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콘셉트인가.
“기업의 도덕적인 측면을 중심에 둔 전형적인 SRI와는 다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을 기본적으로 본다. 여기에 경영진 검증 차원에서 기업의 자본이 적절하게 배분되는지를 추가로 살핀다. 이는 경영진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투자자와 공정하게 나눴느냐의 문제다. 경영권 방어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주가를 지키기 위해 회사 돈으로 비싼 자사주를 사는 등 주주의 부를 뺏는 기업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유리한가.
“단순히 배당 수익으로 따지진 않는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투자하는 것이 배당을 줄 때보다 투자자에게 유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현금 유보를 늘리는 게 좋다. 투자로부터 나오는 사업 기회는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가치다. 따라서 배당 성향보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점적으로 본다. 시장 평균 수준의 ROE를 유지하려면 배당을 많이 해서 자본을 줄이거나, 투자로 이익을 올려야 한다. 이 균형을 유지하는 게 경영진의 능력이다.”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이익을 일치시키기 쉽지 않을 텐데.
“대주주의 대부분 재산이 투입돼 해당 기업의 실적 악화나 주가 하락이 대주주 자신에게 직접적 손해가 되는 회사를 찾는다. 대기업집단의 경우라면 지주사나 전체 그룹에서 핵심 역량을 가진 계열사들이다. 그만큼 더 성실하게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대주주의 지분이 없어 이해 관계가 직접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기업은 투사구팽(兎死狗烹) 당해 투자자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이란 특정 산업 분야를 겨냥한 기준인가.
“특정 산업보다는 각 분야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뜻한다. 고성장 시절에는 경쟁력 없이도 풍부한 수요로 숟가락만 얹으면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자본력과 노동력으로 대부분의 산업이 공급 과잉으로 접어들면서 이제는 수요가 제한돼 경쟁력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 무제한적인 공급에 의해서 파괴되지 않는 기술이나 브랜드,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 등 독점적인 경쟁력이 하나쯤은 있어야 성장을 통해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 구성원이 성장을 반대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있다.
“어떤 회사는 성장 자체가 국민의 혐오나 논란, 질투를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시장을 독과점하는 대기업이라든가, 카지노·술·담배 같은 업종이다. 이런 기업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위험 요소가 크다. 성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커지면 규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반면, 신재생 에너지나 친환경 기업 등 당위성이 있고 많은 사람이 성장을 지지하는 기업은 단기 실적에 휘둘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
독점적 지위를 글로벌 경쟁력으로 볼 수도 있는데.
“상품의 질이 좋아서 생긴 독점적 지위는 경쟁력이다. 그러나 차별성 없이 단지 구조적인 요인으로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은 경쟁력이라 볼 수 없다.”
기준이 엄격하면 편입 종목이 줄어들어 변동성도 커질 것 같다.
“성장성과 수익성, 밸류에이션, 경영진에 대한 조건을 충족하는 종목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세세한 확신이 없는 종목을 단순히 분산투자나 벤치마크 비중을 맞춘다는 이유로 보하는 게 더 무책임한 투자라고 본다. 확신이 있는 종목은 조정장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중소형주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국내 중소형주 전망은.
“원론적으로는 중소형주는 언제나 기회가 있다. 항상 성장하고, 높은 수익률을 내는 기업은 있게 마련이다. 급락 단계도 지났다고 본다. 다만, 작년 중반 이후와 같은 상승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확실한 상승을 확인하려면 실적이 올라오거나 주가가 다져져야 하는데, 그런 국면이 오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
대형주는 어떻게 보나.
“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크고. 장기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일단 싸다. 모멘텀은 없지만 크게 내릴 만한 여유도 없다. 일부 새 모멘텀이 생기는 종목도 있다. 중소형주가 꼭대기를 찍고 내려온 게 대형주가 오른 시기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질 때다. 중국의 성장 둔화가 국내 대형주에게 기회가 된 것이다. 그간 대기업의 주가가 눌려 있던 건 중국에게 모든 산업을 뺏긴다고 봐서다. 그러나 중국이 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신호가 나왔다. 현대차나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이 같은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업종이 유망한가.
“중국의 공급 과잉이 잠식하지 못하는 경쟁력이 필요하다. 융·복합 개념이 등장하는 신소재·자동차·태양에너지·헬스케어 등이다. 이들 업종의 영향력은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퍼져가고 있다. ‘코스닥이 코스피의 미래’라고들 말한다. 1990년대 말 코스닥은 IT 일색이었다. 이후 코스피의 IT 비중이 커졌다. 3~4년 전부터는 코스닥에 헬스케어·엔터테인먼트·자동차부품 업종이 늘었다. 지금 대형주에는 관련 종목이 적지만 앞으로 그 비중이 조금씩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종목 중에서 실적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대형주가 장기 투자의 대상으로 유망하다.”
- 함승민 기자 ham.seungmi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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