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주 기자의 글로컬 컴퍼니 | 페덱스(FedEx)코리아] 배송기술 개발에 연 1조원 넘게 투자
[박상주 기자의 글로컬 컴퍼니 | 페덱스(FedEx)코리아] 배송기술 개발에 연 1조원 넘게 투자
영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는 국제 특송회사 직원으로 나온다. 연말 배송 물량이 몰려 직접 비행기를 타고 화물을 운송하려던 그는 항공기 불시착으로 무인도에 낙오한다. 파도에 떠밀려온 6개 소화물이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다. 주인공은 소화물을 하나씩 뜯어 쓰면서 외로운 삶을 산다. 그러나 마지막 화물 하나만은 뜯지 않는다. 섬에서 탈출한 뒤 배송을 완료하기 위해서다. 무인도에서 나와 수취인의 현관에 소포를 내려놓은 그는 “이 소포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감사한다. 화물을 약속한 곳에까지 반드시 배달하겠단 책임감이 무인도에서의 삶을 견딜 수 있게 했단 얘기다. 톰 행크스가 다닌 특송회사는 페덱스(FedEx, Federal Express)다.
페덱스 직원에게 ‘약속한 물건을 반드시 전달한다’는 건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영화에서와는 다른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배송’이다. 페덱스는 ‘밤샘 배송’이란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가장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 오후에 물건을 맡기면 밤 동안 물건을 옮겨 어떻게든 다음날까지 전달한다. 단순한 속도경쟁이 아니다. 이런 배송을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환경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
우선 관리 가능한 선에서 배송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항공기에서 화물이 나와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질 때부터 최단 시간 내에 화물을 옮기는 게 관건이다. 화물을 배송할 지역에 따라 분류하고 차량 네트워크를 조정해 최단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배차 시간을 조밀하게 나눈다. 화물을 가져온 차량이 화물을 내리고 다시 새로운 소포를 싣는 사이 비는 시간이 없도록 조절한다. 이런 초 단위 시간 조정은 최신 정보기술(IT)로 가능하다. 페덱스는 물류기업이면서도 배송기술 개발에 연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요즘 대부분 물류기업이 서비스하고 있는 위치정보를 활용한 실시간 화물 추적기술도 페덱스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보이지 않는 기술도 있다. 작은 서류 한 장이라도 국경을 넘으려면 수많은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지체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세계 어디서든 통관 중 서류 확인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페덱스는 화물이 오기 전에 통관서류를 미리 관세청에 전달한다. 세관이 서류를 검토하는 동안 페덱스는 화물을 실어온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사람의 수작업은 최소화한다. 화물주소나 정보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도록 RFID를 장착해 이송 속도를 높인다. 수작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전산화로 이송 속도는 곱절로 빨라졌다.
화물을 빨리 옮기면 이점이 있다. 좀 더 늦게 당일 화물을 항공기에 실을 수 있다. 페덱스는 현재 오전 8시 30분에 비행기에서 수입 화물을 내린다. 수출 화물은 오후 6시까지 접수 받는다. 수출은 가장 늦게 보내고 수입은 가장 빨리 받는단 의미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샘플을 만들어 해외에 보내는 시간이 늘 빠듯해서 당일 선적 컷오프(마감) 시간을 30분, 1시간만 늦춰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리점 형태로 한국에 입점한 페덱스는 2000년 직영점으로 발전했다. 이 때부터 한국에서 관련 특송 기술 선진화를 주도했다. 차량을 어떻게 배치하고 통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어느 수준까지 높이는지 등 한국 물류업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술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업계에선 한국 물류 업체의 배송절차·서비스가 국제적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페덱스의 도움이 컸다고 본다. 아직도 기술을 전수할 여지는 많다. 한국의 초대형 물류 업체조차도 항공기를 활용한 해외 특송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페덱스 수준의 배송 시스템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물류업도 머지않아 페덱스와 같은 항공 특송에 동참하게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한국 항공물류 규모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채 대표는 “한국 물류업 발전에서 특송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특송은 귀한 것을 운반하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서비스다. 바이오 관련 샘플 중엔 영하 150도 극저온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특송 기술이 필요하다. 그만큼 배송 가격도 후하게 받는다. 이런 업종에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채 대표 주장이다. 한국 기업에 미친 영향은 물류 기술뿐 아니다. 인력관리 등 경영 기법도 유명하다. 인사관리 등의 분야에서 페덱스 사례는 자주 인용된다. 페덱스는 미국에서도 가장 일하고 싶어하는 직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직률은 3% 내외에 불과하다. 사람과 직원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경기에 부침이 있어도 가능하면 구조조정을 피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하면 퇴직자를 위해 인사컨설팅을 해준다. 경기가 나아지면 구조조정한 직원을 우선 채용한다. 60세 정년으로 퇴직하면 가족을 초청해 성대한 퇴임식을 연다. 퇴임식이 어디에서 열리든 대표가 반드시 참석한다. 내부자 우선 승진제도로 회사 내 직원에게 승진기회를 먼저 준다. 업무 분야가 다른 사람이라도 공정한 경쟁을 거치면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채 대표 역시 콜센터 일선직원으로 전화응대를 하다 매니저 부장 자리에 응모해 경쟁을 통해 업무를 바꿨고, 사장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페덱스 본사가 있는 미국 멤피스는 두 가지로 유명하다. 엘비스 프레슬리와 페덱스다. 기업이 직원을 우대하니 멤피스 지역 주민 대부분이 페덱스를 좋게 본다. 인사정책이 기업 가치를 올린 동력 중 하나다. 페덱스가 멤피스의 상징이 된 배경이다.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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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 직원에게 ‘약속한 물건을 반드시 전달한다’는 건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영화에서와는 다른 또 하나의 가치가 있다.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배송’이다. 페덱스는 ‘밤샘 배송’이란 단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가장 빠른 배송을 자랑한다. 오후에 물건을 맡기면 밤 동안 물건을 옮겨 어떻게든 다음날까지 전달한다. 단순한 속도경쟁이 아니다. 이런 배송을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환경과 기술을 갖춰야 한다.
우선 관리 가능한 선에서 배송 시간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항공기에서 화물이 나와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질 때부터 최단 시간 내에 화물을 옮기는 게 관건이다. 화물을 배송할 지역에 따라 분류하고 차량 네트워크를 조정해 최단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배차 시간을 조밀하게 나눈다. 화물을 가져온 차량이 화물을 내리고 다시 새로운 소포를 싣는 사이 비는 시간이 없도록 조절한다. 이런 초 단위 시간 조정은 최신 정보기술(IT)로 가능하다. 페덱스는 물류기업이면서도 배송기술 개발에 연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요즘 대부분 물류기업이 서비스하고 있는 위치정보를 활용한 실시간 화물 추적기술도 페덱스가 세계 처음으로 개발한 기술이다.
실시간 화물 추적기술 세계 첫 개발
화물을 빨리 옮기면 이점이 있다. 좀 더 늦게 당일 화물을 항공기에 실을 수 있다. 페덱스는 현재 오전 8시 30분에 비행기에서 수입 화물을 내린다. 수출 화물은 오후 6시까지 접수 받는다. 수출은 가장 늦게 보내고 수입은 가장 빨리 받는단 의미다.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대표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샘플을 만들어 해외에 보내는 시간이 늘 빠듯해서 당일 선적 컷오프(마감) 시간을 30분, 1시간만 늦춰줘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리점 형태로 한국에 입점한 페덱스는 2000년 직영점으로 발전했다. 이 때부터 한국에서 관련 특송 기술 선진화를 주도했다. 차량을 어떻게 배치하고 통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고객 서비스의 품질을 어느 수준까지 높이는지 등 한국 물류업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술을 현장에서 보여줬다. 업계에선 한국 물류 업체의 배송절차·서비스가 국제적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페덱스의 도움이 컸다고 본다. 아직도 기술을 전수할 여지는 많다. 한국의 초대형 물류 업체조차도 항공기를 활용한 해외 특송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페덱스 수준의 배송 시스템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물류업도 머지않아 페덱스와 같은 항공 특송에 동참하게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가 늘면서 한국 항공물류 규모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채 대표는 “한국 물류업 발전에서 특송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본다. 특송은 귀한 것을 운반하고 시간을 다투는 일이다. 그만큼 고부가가치 서비스다. 바이오 관련 샘플 중엔 영하 150도 극저온을 유지하는 등 뛰어난 특송 기술이 필요하다. 그만큼 배송 가격도 후하게 받는다. 이런 업종에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뛰어들어야 한다는 게 채 대표 주장이다.
“특송 기술 더욱 중요해질 것”
- 박상주 기자 park.sangjoo@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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