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다시 불붙은 ‘최고 부촌’ 경쟁 반포냐 압구정이냐
재건축으로 다시 불붙은 ‘최고 부촌’ 경쟁 반포냐 압구정이냐
대한민국 ‘최고 부촌(아파트 기준)’ 자리를 놓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한강변에 자리한 압구정동이 전통의 부촌을 상징한다면, 최근엔 반포동이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견기업 임원인 유모(55·서울 강남구 도곡동)씨는 오는 9일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옛 신반포1차) 분양권 매입을 고민 중이다. 원래 강남구 압구정동이나 개포동의 재건축 추진 단지에 투자할 생각도 있었지만 고심 끝에 마음을 바꿨다. 압구정동 재건축은 사업 추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불확실하고, 개포는 입지여건이 반포에 밀린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반해 반포는 교통·편의시설·학군 등이 모두 뛰어나 미래가치가 높을 것으로 평가했다. 유씨는 “주택 경기가 불안정하고 대출 부담이 크겠지만 반포에 투자하면 최소한 손해는 안 볼 것 같다”며 “주변의 낡은 아파트가 모두 재건축되면 이곳은 명실상부한 부촌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김 모(65)씨의 생각은 다르다. 김 씨는 전용면적 131㎡형(옛 42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 중이다. 두 자녀가 결혼과 함께 출가해 넓은 집이 필요 없지만 지금의 아파트를 팔 생각은 없다. 김씨는 “지금 집을 팔아도 18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 주변 반포 일대의 새 아파트로 충분히 갈아탈 수 있다”는 그는 “압구정에 산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富村, 아파트 기준)’ 자리를 놓고 대표적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두 지역 모두 재건축 사업 진행으로 아파트값이 뛰면서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의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1위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과거 고급 주거지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단연 압구정동이다. 강북과 맞닿은 데다 한강변 입지에, 당시에는 많지 않던 중대형(전용면적 85㎡ 초과)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선 덕분이다. 1976년부터 79년까지 입주를 마무리한 현대 1~7차를 비롯해 한양·미성아파트 등이 그것이다. 당시 사회 고위층 특혜 분양 시비에 휘말렸을 만큼 재력가들이 몰렸다. 이들 단지 주변으로 교육·편의시설이 대거 들어서면서 압구정동은 90년대까지 강남권의 ‘부촌 1번지’로 명성을 날렸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당시 지금의 한남대교와 동호대교가 지어지고 고급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앞다퉈 자리를 잡았다”며 “여기다 한강 조망권까지 갖춰 강남 부유층의 관심이 상당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준공 20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급 주택 수요자의 눈길이 다른 곳을 향하기 시작했고, 매매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아파트가 낡은 데다 주차공간이 비좁아 주민들의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내지 못했다. 서울시가 부지 25~30%를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공공시설로 조성)할 것을 요구한 것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이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업은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그러던 사이 같은 한강변 입지를 자랑하는 반포동에 ‘강남 맹주’ 자리를 내줬다. 이곳은 지하철 3·7·9호선 이용이 편리하고 교육·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주거여건이 뛰어나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 서초구 반포동 주공2·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가 잇따라 입주한 공이 컸다. 이들 단지는 뛰어난 입지여건과 학군·브랜드파워 등으로 단숨에 강남권 랜드마크(대표) 아파트로 떠올랐다. 이어 2013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의 분양 성공으로 반포동은 압구정동의 아성을 위협하는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2차 분양 땐 ‘3.3㎡당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당시 3.3㎡당 4130만원이란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최고 1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과 반포 래미안아이파크도 3.3㎡당 4000만원 넘는 가격에 분양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압구정과 반포의 부촌 경쟁은 아파트 매매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현재 압구정동과 반포동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각각 4155만원, 4141만원으로 집계됐다. 압구정동 아파트값은 2012년까지 반포동에 비해 3.3㎡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800만원 정도 비쌌다. 그러다 2013년에 엇비슷하게 시세를 형성하더니 지난해엔 반포동에 밀렸다가 최근엔 다시 넘어선 상태다. 하지만 개별 단지별로 살펴보면 반포동이 다소 우위에 있다. 1973년 입주해 재건축을 추진 중인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7㎡형(옛 42평)은 현재 27억원 선으로, 2년 새 7억~8억원 뛰었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 분양권에는 최고 6억의 웃돈(프리미엄)이 붙었다. 전용 84㎡형(옛 34평) 로열층이 20억~21억원대에 매물로 나온다. 3.3㎡당 가격이 6100만원에 달한다. 반포타운공인중개업소 양문모 부장은 “매물이 거의 없지만 찾는 사람이 많아 입주 때까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압구 정동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압구정 현대 13차 전용 108㎡형(옛 36평)은 지난 2014년 14억원에 팔리더니 현재는 5억원가량 오른 19억원대에 시세가 형성된다. 3.3㎡당 5300만원 수준이다. 신현대 183㎡형(옛 61평)은 31억~32억원 선으로 2년 새 7억원 정도 뛰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반포와 압구정의 평균 아파트값은 큰 차이가 없지만, 개별 단지별로는 입주를 앞둔 반포 아크로리버파크가 독보적인 집값(3.3㎡당)을 자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포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재건축사업이다. 현재 반포 일대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 등을 포함해 26개 단지 1만5000여 가구(추진위원회 승인 기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가 재건축 되면 이미 입주한 단지와 합쳐 2만 가구 넘는 ‘아파트 숲’으로 바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업 속도가 빠른 잠원동 한신5차와 한신18·24차 등 2개 단지는 연내 분양시장에 나온다. 건립 가구수 1070가구 중 조합원 몫을 뺀 일반분양 물량은 187가구에 그친다. 조합원 물량이 워낙 적어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포 ‘대장주’인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3차·반포경남·신반포 23차 등도 2~3년 안에 착공·일반분양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포에 부촌 자리를 뺏긴 압구정도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한동안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서울시의 ‘압구정 지구 개발기본계획안’ 발표를 앞두고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서울시는 오는 9~10월께 압구정동 일대 24개 단지를 6개 권역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계획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4년 3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2년 반 만이다. 여기엔 기존 단지를 재건축할 때 적용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과 층수, 가구수, 기부채납 비율 등이 담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대 용적률은 300%,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두 동은 최고 40층짜리 건물에 상업·주거시설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300%의 용적률이 적용되면 기존 중층(10~15층) 1만335가구는 재건축 이후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개발이 완료되면 강남 노른자위 땅에 ‘미니 신도시급’ 고급 아파트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 모두 ‘최고 부촌’으로 꼽히지만 거주자의 특징이나 성향은 확연히 다르다.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부촌의 특징은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가 몰려 있음에도, 거주 만족도가 높아 주거 이전 빈도가 낮고 전통적인 부유층의 지역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관료와 기업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포동이나 대치동 등에 비해 25년 이상 거주한 이들의 비율이 높고, 60대 이상 거주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미 자녀가 결혼해 분가한 사례도 많다.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에 25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김모(73)씨는 “한강이 가깝고 녹지도 많아 노후 생활을 보내기에 좋다”며 “주변이 많이 번화하지 않아 조용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반포동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산다. 유산을 물려받거나 사업으로 자산을 일군 전통 부자보다는 젊은 대기업 임원이나 판·검사, 연예인 같은 신흥 부자들이 몰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반포지점 PB 센터 팀장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 등에 거주하는 수요자의 상당수가 의사나 변호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귀띔했다. 반포주공1단지를 보유 중인 한 변호사는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는 계성초등학교 같은 경우 ‘한 반의 절반 이상이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단지 안에 고급 차량이 많이 보일 땐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인근 대치동 못지 않게 자녀 교육열도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40~50대가 많다”며 “이들은 자녀에게 학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중·고교 시절 국내 명문대학에 입학할 실력이 되지 않으면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압구정과 반포의 부촌 경쟁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포동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재건축사업 속도가 빠르고, 개발을 앞둔 단지 중 주택 수요자가 선호하는 한강변 아파트가 많아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한강을 끼고 있는 새 아파트가 착착 들어서게 되면 주변의 낡은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권세가 계속되는 건 아니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반포에 내줬던 최고 부촌 타이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을 끼고 있는 입지에 더해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이 많아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 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명실상부한 전국구 부촌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3.3㎡당 700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금 조합원 물량을 매입하면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은 어디일까. 대체로 전문가들은 재건축사업 속도가 빠른 반포의 손을 들었다. 압구정은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라 변수가 많다는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여윳돈이 있어 대출 부담이 없는 경우엔 압구정이 장기적으로 낫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두 지역 모두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에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뛰었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입을 수 있단 얘기다. 이밖에도 투자에 앞서 신경써야 할 점이 많다. 재건축사업이 초기 단계인 경우 주민 간 의견 조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구현대) 아파트 주민들이 재건축 후 최고 층수(35층 또는 45층)를 놓고 둘로 갈라선 것이 대표적이다. 조합원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게 되면, 그만큼 사업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조합원 물량을 살 때는 매입 시점도 중요하다. 사업 막바지 단계로 조합원 분양가 산정과 동·호수 추첨이 모두 끝났다면 원하는 동·호수 매물에는 이미 웃돈이 붙은 경우가 많다. 아직 동·호수 추첨 전이라면 웃돈은 붙지 않을 수 있지만, 원하는 층이나 향이 당첨될 가능성도 작아진다. 같은 지역이라도 대지지분에 따라 투자성이 달라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낡은 아파트는 단지별로 대지지분이 제각각인데, 대개 대지지분이 크면 기존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을 줄일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투자금액 대비 대지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추가분담금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매물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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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김 모(65)씨의 생각은 다르다. 김 씨는 전용면적 131㎡형(옛 42평)짜리 아파트 한 채를 보유 중이다. 두 자녀가 결혼과 함께 출가해 넓은 집이 필요 없지만 지금의 아파트를 팔 생각은 없다. 김씨는 “지금 집을 팔아도 18억원 정도는 받을 수 있어 주변 반포 일대의 새 아파트로 충분히 갈아탈 수 있다”는 그는 “압구정에 산다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에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富村, 아파트 기준)’ 자리를 놓고 대표적 부촌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다. 두 지역 모두 재건축 사업 진행으로 아파트값이 뛰면서 강남권(서초·강남·송파구)의 다른 쟁쟁한 후보들을 따돌리고 1위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재건축으로 아파트값 뛰면서 경쟁 불붙어
하지만 준공 20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고급 주택 수요자의 눈길이 다른 곳을 향하기 시작했고, 매매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졌다. 아파트가 낡은 데다 주차공간이 비좁아 주민들의 불편이 컸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재건축이 추진됐지만 사업 속도는 기대만큼 내지 못했다. 서울시가 부지 25~30%를 기부채납(부지 일부를 공공시설로 조성)할 것을 요구한 것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이에 주민이 “사업성이 없다”며 반발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사업은 한동안 답보상태였다.
그러던 사이 같은 한강변 입지를 자랑하는 반포동에 ‘강남 맹주’ 자리를 내줬다. 이곳은 지하철 3·7·9호선 이용이 편리하고 교육·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주거여건이 뛰어나다. 특히 2008년과 2009년에 서초구 반포동 주공2·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가 잇따라 입주한 공이 컸다. 이들 단지는 뛰어난 입지여건과 학군·브랜드파워 등으로 단숨에 강남권 랜드마크(대표) 아파트로 떠올랐다. 이어 2013년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의 분양 성공으로 반포동은 압구정동의 아성을 위협하는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 2차 분양 땐 ‘3.3㎡당 평균 분양가 4000만원 시대’를 열기도 했다. 당시 3.3㎡당 4130만원이란 높은 분양가에도 1순위 최고 1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과 반포 래미안아이파크도 3.3㎡당 4000만원 넘는 가격에 분양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압구정과 반포의 부촌 경쟁은 아파트 매매가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현재 압구정동과 반포동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각각 4155만원, 4141만원으로 집계됐다. 압구정동 아파트값은 2012년까지 반포동에 비해 3.3㎡당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800만원 정도 비쌌다. 그러다 2013년에 엇비슷하게 시세를 형성하더니 지난해엔 반포동에 밀렸다가 최근엔 다시 넘어선 상태다.
개별 단지 매매가는 반포동이 다소 우위
반포 아파트값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재건축사업이다. 현재 반포 일대엔 입주를 앞둔 아크로리버파크와 반포 센트럴푸르지오써밋 등을 포함해 26개 단지 1만5000여 가구(추진위원회 승인 기준)가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가 재건축 되면 이미 입주한 단지와 합쳐 2만 가구 넘는 ‘아파트 숲’으로 바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사업 속도가 빠른 잠원동 한신5차와 한신18·24차 등 2개 단지는 연내 분양시장에 나온다. 건립 가구수 1070가구 중 조합원 몫을 뺀 일반분양 물량은 187가구에 그친다. 조합원 물량이 워낙 적어 청약 1순위에서 마감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포 ‘대장주’인 반포주공1단지(반포1·2·4주구)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신반포3차·반포경남·신반포 23차 등도 2~3년 안에 착공·일반분양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포에 부촌 자리를 뺏긴 압구정도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한동안 재건축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서울시의 ‘압구정 지구 개발기본계획안’ 발표를 앞두고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서울시는 오는 9~10월께 압구정동 일대 24개 단지를 6개 권역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계획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2014년 3월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한 지 2년 반 만이다. 여기엔 기존 단지를 재건축할 때 적용되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과 층수, 가구수, 기부채납 비율 등이 담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대 용적률은 300%,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두 동은 최고 40층짜리 건물에 상업·주거시설이 함께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최대 300%의 용적률이 적용되면 기존 중층(10~15층) 1만335가구는 재건축 이후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부동산개발회사인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개발이 완료되면 강남 노른자위 땅에 ‘미니 신도시급’ 고급 아파트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지역 모두 ‘최고 부촌’으로 꼽히지만 거주자의 특징이나 성향은 확연히 다르다. 부동산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압구정동 부촌의 특징은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가 몰려 있음에도, 거주 만족도가 높아 주거 이전 빈도가 낮고 전통적인 부유층의 지역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다. 전직 고위관료와 기업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반포동이나 대치동 등에 비해 25년 이상 거주한 이들의 비율이 높고, 60대 이상 거주자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미 자녀가 결혼해 분가한 사례도 많다. 압구정 신현대 아파트에 25년 가까이 살고 있다는 김모(73)씨는 “한강이 가깝고 녹지도 많아 노후 생활을 보내기에 좋다”며 “주변이 많이 번화하지 않아 조용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반포동엔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산다. 유산을 물려받거나 사업으로 자산을 일군 전통 부자보다는 젊은 대기업 임원이나 판·검사, 연예인 같은 신흥 부자들이 몰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반포지점 PB 센터 팀장은 “반포 래미안퍼스티지나 반포자이 등에 거주하는 수요자의 상당수가 의사나 변호사, 대학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라고 귀띔했다. 반포주공1단지를 보유 중인 한 변호사는 “몇 년 전 아파트 단지 주변에 있는 계성초등학교 같은 경우 ‘한 반의 절반 이상이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단지 안에 고급 차량이 많이 보일 땐 조금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전했다. 인근 대치동 못지 않게 자녀 교육열도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다. 인근 B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자녀 교육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이주해 온 40~50대가 많다”며 “이들은 자녀에게 학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중·고교 시절 국내 명문대학에 입학할 실력이 되지 않으면 해외로 유학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 압구정과 반포의 부촌 경쟁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 반포동의 독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재건축사업 속도가 빠르고, 개발을 앞둔 단지 중 주택 수요자가 선호하는 한강변 아파트가 많아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한강을 끼고 있는 새 아파트가 착착 들어서게 되면 주변의 낡은 아파트에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처럼 권세가 계속되는 건 아니다. 압구정 일대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반포에 내줬던 최고 부촌 타이틀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강을 끼고 있는 입지에 더해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이 많아서다. 박합수 국민은행 도곡스타PB 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명실상부한 전국구 부촌으로서의 입지를 굳힐 것”이라며 “아파트값이 3.3㎡당 7000만원 선에 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압구정 재건축 본격화되면 ‘전국구 부촌’
조합원 물량을 살 때는 매입 시점도 중요하다. 사업 막바지 단계로 조합원 분양가 산정과 동·호수 추첨이 모두 끝났다면 원하는 동·호수 매물에는 이미 웃돈이 붙은 경우가 많다. 아직 동·호수 추첨 전이라면 웃돈은 붙지 않을 수 있지만, 원하는 층이나 향이 당첨될 가능성도 작아진다. 같은 지역이라도 대지지분에 따라 투자성이 달라진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낡은 아파트는 단지별로 대지지분이 제각각인데, 대개 대지지분이 크면 기존 자산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어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을 줄일 수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기본적인 내용부터 투자금액 대비 대지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추가분담금은 어느 정도 예상되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까지 꼼꼼히 따져본 뒤 매물을 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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