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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왜 알레포 공습하나

러시아는 왜 알레포 공습하나

시리아 내전 개입은 중동과 지중해 지역에서 전략적 입지 강화하고 군사력 과시하려는 포석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은 러시아 국방부 본부 브리핑에서 시리아 알레포의 반군 시설만 공습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휴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러시아는 시리아 북부의 반군 거점 도시 알레포에 대한 공습을 강화했다. 러시아 공군의 알레포 폭격이 전쟁범죄라는 서방의 비난 속에 오히려 공습이 거세진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의 외교적 해법을 말로는 강조하면서 행동으로는 반군 지역을 무차별 공습하는 이중적 행태를 반복했다. 지난 10월 12일 알레포의 반군 장악 구역에 있는 시장이 러시아 공군의 폭격을 받아 민간인 최소 15명이 숨졌다.

그러다가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8일 오전 10시부터 알레포 공습을 일시 중단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공습 중단은 러시아군의 호의 표시”라며 “러시아의 알레포 공습에 대한 서방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습 중단 결정은 명백하게 러시아의 계속된 노력의 일환이다. 한편으론 시리아의 테러리스트와 싸우고, 다른 한편으론 알레포의 방해물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공습중단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주의 깊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CNN에 “(러시아의 이번 결정이) 얼마나 진실성 있는지, 얼마나 오랜 기간 지속될 것인지 말하기엔 이르다”며 “우리는 이전에도 이러한 약속들을 지켜봤고, 동시에 깨지는 것도 수차례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는 인도주의적 호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군 거점 공습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지하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런 입장으로 러시아는 번번이 서방과 불화를 빚는다. 서방은 시리아에서 휴전과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시도했다. 지난 10월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시리아 사태 진정을 위해 제출된 2건의 결의안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통과가 무산됐다. 서방을 대표해 프랑스가 제출하는 결의안은 ‘알레포 주민은 전쟁범죄 피해자로, 이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시리아 내전이 5년째 이어지면서 러시아는 그 전쟁에 가장 주도적으로 개입한 국제 세력으로 부상했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에 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시작됐나?
지난 10월 11일 시리아 알레포 동부 반군 장악 지역이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졌다.
2011년 초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민중 봉기가 중동을 휩쓰는 동안 시리아에서도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시리아의 시위는 정치범과 양심수 석방, 민주 개혁, 부패 척결을 요구했다. 그 직전 이집트의 혁명과 리비아의 내전을 목격한 아사드 정권은 그들과 같은 운명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보안군을 동원해 시위를 가차 없이 진압했다. 그러나 시리아의 치안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다. 그해 7월이 되자 반정부 인사들은 자유시리아군(FSA)을 조직해 무기를 들고 저항하며 전면적인 정치 변혁을 촉구했다.

그러자 곧바로 여러 국제 세력이 개입했다. 서방과 사우디를 포함한 걸프 지역, 터키는 반군을 지지했다. 그러나 누스라 전선과 이슬람국가(IS) 같은 급진주의 무장조직이 반군 속에서 등장해 신속히 세력을 키우면서 우려가 커졌다. 2014년 미국과 동맹국은 통합합동기동부대(CJTF-OIR)를 창설하고 ‘내재한 결의 작전’이라는 이름으로 IS 거점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초점은 아사드 정권 타도에서 시리아와 이라크의 급진 무장조직 격파로 이동했다. 그러나 반군 안에서 이슬람주의 무장 조직과 온건파, 쿠르드족 사이의 내분이 일어난 와중에도 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거의 확실한 듯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단에 따라 군사적으로 개입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그전까지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정치적으로만 옹호했지만 시리아 정부군이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대규모 군사적 개입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주도 연합군보다 훨씬 맹렬히 시리아의 반군 거점을 공습하기 시작했다. 러시아군의 치열한 공습이 이어지면서 상당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의 공습을 ICC에서 전쟁범죄로 조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습은 민간인이 아닌 시리아 내부의 테러단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네트워크에 따르면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숨진 민간인은 최소 2704명이며 거기엔 어린이 746명과 여성 514명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왜 시리아에 개입했나?
약간 과거로 돌아가 보자. 현대의 러시아-시리아 관계는 1971년 중대한 시점에 이르렀다. 당시 시리아는 해안도시 타르투스에 소련의 해군 기지 건설을 허용했다. 냉전 동안 양국은 동맹관계를 유지했으며 지금도 타르투스 기지는 전략적인 지중해 지역에서 러시아의 유일한 군사 시설로 남아 있다.

시리아는 러시아가 생산한 무기를 대량으로 구입했다. 2007∼2011년 시리아의 무기 수입에서 러시아제가 78%를 차지했다. 군용기와 첨단 미사일 시스템도 포함됐다. 지난해 러시아가 무너져 가던 시리아 정부군을 구하기 위해 개입했을 때 시리아는 러시아에 560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주문했다.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을 계기로 시리아 내전의 전세는 아사드 정권에 유리하게 반전됐다. 러시아 공군의 공중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은 지난해 찬란한 문화의 고도 팔미라를 포함해 여러 지역에서 전략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7월 IS가 팔미라의 고대 원형극장에서 스물댓 명을 참수한 지 약 10개월 지나서 러시아는 바로 그곳에서 ‘평화의 음악회’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마린스키 극장 예술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를 맡았고 역시 푸틴의 오랜 친구인 첼로 거장 세르게이 롤두긴이 연주했다. 게르기예프는 “세계 문화 유적을 파괴한 야만인들에게 항의하려고 이 콘서트를 열었다”며 “연주회는 평화와 화합에 대한 호소”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시리아-이란 축은 무엇인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오른쪽)과 호세인 데간 이란 국방장관(왼쪽). 양국은 서방을 불신한다는 공통분모 위에서 사실상 동맹관계를 맺었다.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단호한 군사적 행동은 시리아 정부군의 영토 탈환에 큰 도움을 줬을 뿐 아니라 러시아 군사력을 과시하는 효과도 컸다. 서방은 시리아 관련 정책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푸틴 대통령의 행동은 러시아도 강력한 글로벌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러시아가 가장 강한 시리아 동맹국이지만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국제 세력은 또 있다. 중동 지역의 강대국인 이란은 직접, 또 동맹 조직인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한다. 근년 들어 러시아와 이란은 서방을 불신한다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사실상의 동맹관계를 맺었다. 시리아는 러시아와 이란이 공통의 야심을 추구할 수 있는 이상적인 무대가 됐다.

시리아에서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는 지난 8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했다. 이란이 러시아 공군의 시리아 공습을 지원하기 위해 자국 중서부의 하메단 인근 샤히드 노제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런 조치는 이란 강경파의 비난을 불렀다. 그들은 외국에 군사 기지를 제공하는 것이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제정된 이란 헌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긴장에도 이란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시리아 내전은 어떻게 막을 내릴까?
러시아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모든 반군을 ‘테러단’으로 통칭함으로써 서방의 비난을 산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의 반군을 지원함으로써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며, 심지어 그들을 돕는다고 비난한다. 최근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 공군 부대를 무기한 시리아에 파견 배치하는 내용의 시리아 합의서를 비준했다. 러시아가 중동에선 처음으로 시리아에 영구 공군 기지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다. 러시아의 찬성 없이는 어떤 결의안도 통과될 수 없다는 의미다. 알레포 같은 도시의 주민으로선 아주 좋지 않은 소식이다. 러시아가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전면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공습 중단이 지상의 테러리스트 활동 증가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내전이 끝난 후 시리아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도 불확실하다.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 쿠르드 민병대, 이슬람주의 조직, IS, 시리아 정부군과 동맹 세력들이 지상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면서 각각 그곳에서 한몫 잡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러시아가 시리아의 제공권을 장악하는 한 아사드 대통령은 적대 세력들보다 상당히 많은 군사적·정치적 이점을 누릴 것이다.

- 러시아는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모든 반군을 ‘테러단’으로 통칭함으로써 서방의 비난을 산다. 한편 러시아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이 시리아의 반군을 지원함으로써 테러리스트를 보호하며, 심지어 그들을 돕는다고 비난한다. 최근 러시아 의회는 러시아 공군 부대를 무기한 시리아에 파견 배치하는 내용의 시리아 합의서를 비준했다. 러시아가 중동에선 처음으로 시리아에 영구 공군 기지를 확보했다는 뜻이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다. 러시아의 찬성 없이는 어떤 결의안도 통과될 수 없다는 의미다. 알레포 같은 도시의 주민으로선 아주 좋지 않은 소식이다. 러시아가 비행금지구역 선포를 전면 거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공습 중단이 지상의 테러리스트 활동 증가로 이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내전이 끝난 후 시리아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도 불확실하다. 서방이 지원하는 반군, 쿠르드 민병대, 이슬람주의 조직, IS, 시리아 정부군과 동맹 세력들이 지상에서 계속 전투를 벌이면서 각각 그곳에서 한몫 잡으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그러나 러시아가 시리아의 제공권을 장악하는 한 아사드 대통령은 적대 세력들보다 상당히 많은 군사적·정치적 이점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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