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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콘, 미네르바 대학을 아시나요] 합격률 1.9% 학기마다 7개국 돌며 현장·현장·현장…

[혁신 아이콘, 미네르바 대학을 아시나요] 합격률 1.9% 학기마다 7개국 돌며 현장·현장·현장…

모든 강의는 온라인으로... 학비는 하버드의 5분의 1 학생 82% 재정 지원 받아
미네르바 대학의 ‘교실’은 비디오 채팅이다. IT 기술에 따른 혁신이 이런 교육을 가능하게 했다. / 사진:동양경제
미국의 명문 하버드보다 들어가기 힘든 대학이 있다. 합격률 1.9%. 지원자 100명 중 단 2명만 합격의 영광을 누린다. 캠퍼스는 없지만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공동 생활을 하고, 4년간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며 생활한다. 그런데도 수업료는 하버드대의 약 5분의 1수준이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2014년에 개교해 기존 대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미국 종합대학 ‘미네르바’다. 지금 전 세계가 이 대학을 주목하고 있다.

창설자인 벤 넬슨은 펜실베니아대에 다녔던 20년 전부터 ‘대학 교육 시스템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강당에서 오로지 교수 혼자 이야기를 진행하는 강의, 자기가 좋아하는 수업만 수강해도 졸업할 수 있는 맥락 없는 커리큘럼, 거리로 직접 나가지 않고 캠퍼스에 처박혀 공부만 하는 대학 생활 등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학창시절 넬슨은 대학 측에 ‘이런 시스템으로 일국의 대통령, 최첨단 과학자와 경영자, 미디어의 오피니언 리더 등 세계를 이끌 인재를 길러 낼 수 있느냐’며 혁신을 요구했지만 대학 측은 거절했다. 그의 기억을 잊지 않았던 넬슨이 자기 손으로 만든 대학이 바로 미네르바다.

미네르바는 학생들에게 제마음대로 수업을 선택하게 하거나, 지식을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강의를 듣기만 할거라면 책을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넬슨의 생각이다. 넬슨은 ‘사물에 대한 사고방식을 가르치는 대학’을 지향한다. 미지의 과제에 도전하는 인재를 키우는 게 이 대학의 목표다. 처음 1년간은 학생 전원이 같은 수업을 이수한다. ‘비판적으로 생각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생각한다’는 두 가지 개인 스킬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랙션(상호교류)’이라는 두 가지 대인 스킬 등 총 4가지 강의를 듣는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강의 나라다’, ‘비타민C는 감기에 좋다’와 같은 일반적 주장이 정말 타당한 것인지 이론적으로 생각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한다. 이를 통해 설득력 있는 논리를 조직하는 훈련을 한다. 넬슨은 이 과정을 ‘뇌 수술’이라 부른다.
 듣기만 하는 학생은 적응 못 해
이 네 가지 스킬은 대학이 설정한 118개 학습목표로 나뉜다. 이 학습목표를 학생들이 하나하나 몸에 익히고 있는지 교수진이 세세하게 평가해 성적을 결정한다. 2학년에 진급하면 예술·인문학, 켬퓨터과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비즈니스 5가지 중 자신의 전공을 선택한다. 이후에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섬세한 지도와 평가를 대강당 강의에서 실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업을 모두 온라인으로 실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액티브 러닝 포럼’이라 불리는 비디오 채팅이 바로 미네르바의 교실 모습이다. 전원의 얼굴이 일렬로 표시되므로 사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졸 수 없다.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보다 더 특이한 것은 온라인 수업이라 가능한 최첨단 평가 기법이다. 예를 들어 시스템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음성을 인식하고 교수의 컴퓨터 화면에 발언 빈도를 색으로 표시해준다. 교수는 발언이 부족한 학생을 ‘공격 목표’로 삼아 수업의 이해도를 측정한다. 사고방식 스킬을 몸에 익힌 다음에는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교육 방침 때문이다. 미네르바의 수업에는 강의가 없다. 학생은 사전에 지정된 책이나 논문을 읽고 과제를 한다. 교수는 철저히 논의를 촉구할 뿐이다. 쉽게 말해 무슨 말이든 계속 해야 한다. 이런 개개인의 발언뿐 아니라 대인관계가 요구되는 그룹 과제도 중요하다. 교수가 그룹을 나누면 그룹별로 구성된 대화 화면으로 자동 전환된다. 여기서도 논의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누가 입력했는지도 표시된다.

수업 영상은 모두 녹화된다. 학생의 복습을 위한 것도 있지만, 교수가 성적 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평가 대상인 학생을 지정하면 수업 중 발언한 장면이 표시되며 장면마다 5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긴다. 케냐 출신의 2학년 학생인 니제리 츄모는 “수업은 늘 긴장된 분위기지만 모두 배우는 것에 굶주려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몇 시간이나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있다 보면 기운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날로그식의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이 부족한 부분은 거리에서 채운다. 온라인 수업은 기본적으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 약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오후와 금요일은 과제에 전념하거나 기숙사 밖으로 나간다. 넬슨은 “거리 자체가 캠퍼스”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수업에서 배운 것을 현실 세계에 적용시켜보라는 주문이다.

학생들은 4년간 전 세계 7개 도시를 돌며 그곳에 거주한다. 처음 1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며, 2학년 이후에는 학기마다 바뀐다. 각 도시에는 빌딩이나 아파트를 개조한 학생 기숙사가 있다. 미네르바 1기생인 현재 2학년 134명은 독일 베를린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올 초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동했다.
 쓸데없는 투자 지양해 학생 부담 줄여
거주지를 이동할 때마다 그 나라와 관련이 있는 과제를 낸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정치적 참여를 촉구하는 방법을 중학생과 함께 생각해보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베를린에서는 전쟁을 피해 넘어온 난민이나 현지 대학생과 함께 난민 위기 해결책을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현재 2학년인 요르단 출신 여학생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하면서 ‘히잡(이슬람교도 여성이 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에 대해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영감을 얻은 그는 학기말 프로젝트로 각각 다른 3개의 장소에 서서 히잡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보행자들의 반응을 분석해 논문으로 정리했다. 베트남 출신의 1학년 학생 듀이 단 테프는 미네르바에 입학하기 전 일본 오이타현에 있는 리쓰메이칸 아시아태평양대학(APU)에 다녔다. 그는 “미네르바에서는 단기간에 여러 도시를 이동하기 때문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며 “현지인처럼 살고자 노력함으로써 단순한 유학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일본은 7개국에 포함되지 않는다. 넬슨은 그 이유로 ‘비용 문제’를 꼽는다. 처음 1년 동안 생활하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단연 물가가 비싼 도시다. 그러니 2학년 이후로는 어느 정도 비용을 절약할 필요가 있다. 지리적·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하면서도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게 미네르바의 원칙이다. 비용을 억제하려는 배경에는 미국의 고질적인 대학 등록금 문제가 있다. 수업료만 본다면 미네르바는 일본의 게이오기주쿠대과 비슷하다. 현재 미국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 문제가 심각하다. 졸업과 함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이 끊이지 않는다. 넬슨은 “배움과 직결되지 않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다. 일단 캠퍼스가 없으니 건설비나 청소·유지비가 들지 않는다. 미식축구 등 스포츠팀 육성도 하지 않는다. 호화로운 연구시설 역시 없다. 넬슨은 “교수진의 연구비를 어째서 학생이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학생이 내는 돈은 오로지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는 용도로만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넬슨 자신의 바람도 투영돼 있다. 현재 미네르바 재학생 중 77%는 미국 외 국적자다. 미국의 다른 명문대학은 이 비중이 10% 정도다. 미네르바와 현저히 차이가 난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출신이 가장 많다. 네팔이나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팔레스타인 자치구 출신도 있다. 이들의 국적만 해도 51개에 달한다.
 토플·SAT 없이도 온라인으로 무료 지원 가능
수업은 모두 온라인이지만 그룹 단위 과제도 많다. 한 지붕 밑에서 사는 학생 간의 협력도 중요한 학습 과정이다. / 사진:동양경제
장학금 등 재정지원 제도도 탄탄하다. 현재 미네르바 전체 재학생 중 82%가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대부분은 저금리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유급으로 학내 인턴으로 일한다. 이 과정을 통해 대출금을 상환해 나간다. 대학의 총무, IT 보수, 마케팅 등의 일이다. 그래도 경제적으로 힘든 경우에는 상환이 필요 없는 급부형 장학금을 신청한다. 미네르바에 다니려면 학비로 연간 300만엔(약 3100만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지만 여러 지원제도에 따라 학생 1인당 부담액은 약 140만엔 정도면 가능하다. 입시 방법 역시 독특하다.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무료다. 학력 측정은 미네르바의 독자 테스트 방식을 활용한다. 토플(TOEFL)이나 미국대학입학 자격시험(SAT) 등 유료로 치러야 하는 공인 테스트는 활용하지 않는다. 각자의 경제적 상황에 좌우되지 않고 심사하겠다는 의도다.

특수한 커리큘럼과 마찬가지로 학생의 경력 관리도 눈길을 끈다. 일부 인기 기업에만 학생이 몰리는 결과를 만들지 않겠다는 게 넬슨의 생각이다. 그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학생과 하나가 돼 찾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초점은 세 가지다. 우선 1학년 때부터 코칭을 시작한다. 과거 사업으로 실패한 적이 있는 기업 경영 간부 등을 초청해 꼭 필요한 업무 능력과 피해야 할 실수 등을 배운다. 또 하나는 학생을 위한 ‘취직 에이전트’다. 대학 측으로 도착한 채용 정보를 단순히 주지시키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학생과 면담을 거친 후에 연결하는 전문인력을 갖추고 있다. 마지막으로 홍보다. 이는 대학 내외에서 각 학생의 실적을 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시킴으로써 전문성이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다. 학생의 구직 활동을 학교가 측면 지원하는 셈이다. 이런 경력 관리 활동이 쌓인 결과 1기생은 1학년임에도 애플이나 아마존·야후·우버 등 평판이 높은 대기업에서 훌륭하게 인턴 생활을 해냈다. 캘리포니아공대 등 주요 연구기관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도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고교 출신 첫 합격자가 나왔다. 가나가와현 세이코가쿠인고등학교를 거쳐 현재 캐나다 피어슨 칼리지에 다니고 있는 히하라 쇼다. 그는 학교 선배로부터 추천을 받았는데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에 매력을 느껴 지원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원래 프린스턴대를 목표로 했지만 대부분이 미국인이라는 점이 걸려 미네르바를 선택했다”며 “좀 더 많은 일본인에게 미네르바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넬슨의 바람은 자신의 모교인 펜실베니아대와 같이 변화나 발전을 갈구하지 않는 대학들이 미네르바의 성과를 보고 변혁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맥도날드처럼 어디에나 있는 대학이 아니라 모두에게 영감을 주는 대학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 후, 미네르바 최초의 졸업생들이 사회로 나온다. 전례 없는 교육 방식으로 단련된 학생들이 과연 세계를 변화시킬 리더로 성장할 수 있을까.
 [박스기사] Interview I 벤 넬슨 미네르바 대학 창설자 - ‘화석’이 된 대학에선 미래 리더 못 키운다
벤 넬슨은 미국 미네르바 대학의 창설자로 경영 모체인 미네르바프로젝트의 CEO를 맡고 있다.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스냅피쉬(Snapfish)’ CEO를 거쳐, 지금은 미네르바 일에 전념하고 있다. 그가 새로운 대학 만들기에 힘쓰게 된 건 자신이 대학시절 느꼈던 불만 때문이었다.

“내가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 다녔던 20년 전부터 이미 대학은 기능 부전에 빠져 있었다. 학생들을 단련시켜 사회의 요구에 걸맞은 인재를 배출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수하는 수업 중 자신의 전공과 관련 있는 것은 3분의 1뿐이었다. 나머지 3분의 2는 좋아하는 것을 들으면 됐는데 체계가 없었다. 수업과 수업 간에 전혀 관련성이 없었고, 간단히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과목도 많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대강의실 강의였다. 100명이 넘는 학생 앞에서 단지 교수가 이야기할 뿐이다. 놀랍게도 내가 이수했던 수강생 12명짜리 도스토예프스키 문학 수업도 강의 형식이었다. 교수가 오로지 혼자 이야기를 계속한다. 학생들에게 질문조차 던지지 않는다. 차라리 녹음 테이프를 재생하는 게 낫지 않은가?”

그 당시에도 그는 여러 시도를 했다. 미네르바에서 실시하는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소규모 수업 콘셉트에 대해 여러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응은 이랬다.

“오! 너의 아이디어는 굉장히 사리에 맞는 이야기다. 우리의 교육보다 훌륭해. 그러나 그냥 내버려둬. 어차피 학생들은 공부하길 싫어하고, 교수들은 가르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잊어버려라.”

펜실베니아대는 필라델피아에 있다. 이 멋진 도시에 살면서 캠퍼스에만 머무는 것 역시 그에겐 불만이었다.

“대학시절 나는 언제나 거리에 나가 여러 지역을 탐험했다. 여기서 지내는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급생들은 누구 하나 캠퍼스를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이처럼 대학 캠퍼스는 현실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많은 대학이 ‘화석화’돼 가고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않고, 변화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 하지 않는다.

졸업생들이 훌륭한 곳에 취업하고, 성공한 사람을 만드는 것만이 미네르바의 목표가 아니다. 전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세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리더를 필요로 한다.

대학은 그러한 미래의 리더에 어울리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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