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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가상화폐공개 전면 금지 극약처방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가상화폐공개 전면 금지 극약처방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규제 이은 강경 조치 … 거래 중단으로 투자자 발동동
지난 9월 4일 중국인민은행·공업화정보부 등 7개 부처가 공동으로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전면 금지하면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7개 부처는 어떤 조직과 개인도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 조달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했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즉시 중단토록 했다. 이는 2013년 중국인민은행 등 관련 부서가 비트코인 리스크를 경고한 후 두 번째로 가상화폐에 대해 취한 조치다.

미국도 ICO에 대한 조치를 이미 취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7월 ICO를 감독대상에 포함시켰으며 8월에도 ICO 투자위험을 경고했다. SEC의 조치는 지난해 6월 ICO를 시행한 DAO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거래·운영을 주관하는 일종의 컴퓨터 코드인 가상조직 DAO는 ICO를 통해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을 조달했지만, 해커가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이더리움을 훔쳐가면서 ICO와 해킹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SEC는 DAO 해킹사건을 조사한 후 DAO가 발행한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규정하면서 ICO를 증권법 테두리에서 규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
가상화폐공개가 무엇을 뜻하는지 용어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ICO(Initial Coin Offering)는 기업공개를 뜻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서 ‘P’만 ‘Coin’으로 바꿨다. 주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특이한 점은, 투자자는 투자금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 지불하고 사업에 대한 지분도 기업이 자체 발행하는 가상화폐로 받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알파 프로젝트가 ICO를 진행한다고 치자. 알파 프로젝트는 주식 대신 ‘알파 가상화폐’를 발행한다. 투자자가 ‘알파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지불해야 한다. ‘알파 가상화폐’는 ICO 거래소(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다. 이처럼 ICO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일종의 크라우드펀딩인 셈이다. 스타트업이 벤처캐피털을 찾을 필요 없이 직접 ICO를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각광을 받았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관련도가 높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사업을 추진 중인 스타트업이 ICO를 많이 진행했다.

환금성도 있다. 사설 거래소에서 ICO가 발행한 가상화폐의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게 핵심이다. 중국에서 ICO가 발행한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약 1000억 위안(약 17조원)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쥐비왕(聚幣網) 같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가상화폐는 몇 배씩 오른 가격에 거래됐으나 이번 조치로 거래가 중단됐다. 많은 투자자가 ICO 투자설명서를 보지도 않고 남들이 ICO에 투자해서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렸다고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ICO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ICO에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한탕 챙기려는 사기성 ICO 프로젝트가 늘었고, 리스크 확대를 우려한 중국 금융당국이 전면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중국인민은행이 ICO 투자설명서 전부를 조사하고 나서 90% 이상이 불법 자금 모집과 금융사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감독 강화되자 ICO 업무 속속 중단
중국의 ICO 현황을 살펴보자. 중국의 국가인터넷금융 안전기술 전문가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상반기 국내 ICO발전현황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ICO 플랫폼은 모두 43개다. 이들 플랫폼에서 진행된 ICO는 모두 65건이다. 이 중 5건은 2017년 이전에, 60건은 올해 1월부터 7월 18일까지 진행됐다. 특히 5, 6월로 접어들면서 ICO 건수가 급증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이다.

중국 금융당국의 감독강화가 예상되자 8월 말에 일부 ICO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ICO 업무를 중단했다. 주요 ICO 플랫폼 중 하나인 ICOINFO가 8월 30일 ICO 업무를 잠정 중단했고 9월 2일 비트코인중국도 ICO COIN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ICO 금지 조치가 발표되기 전인 9월 4일까지 모두 24개 ICO 플랫폼이 ICO 업무를 중단했다. ICO의 대부인 리샤오라이(李笑來)가 진행하는 ICO 프로젝트 EOS도 금융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력할 것이며 중국에서의 크라우드펀딩을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샤오라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살펴보자.
 투자자 몰리며 거품도 부풀어
투자금은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화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90% 이상의 ICO가 투자금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으로 받았다. ICO 전면 금지 조치 후 수요 감소 우려로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 급락한 게 이해가 간다. 올해 전체 ICO를 통해서 조달한 자금은 각각 6만3523비트코인(BTC), 85만2753이더리움(ETH)에 달했다. 위안화로는 약 26억1600만 위안(약 4400억원)이다. ICO에 투자한 사람은 10만5000명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2.1%를 차지했고 30대가 31.2%, 40대가 16.7%이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지만, 중국도 20~30대가 가상화폐 및 가상화폐를 이용한 투자에 관심이 많다.

ICO는 IPO와 달리 지금까지 금융당국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이런 규제 공백과 일반인들의 투기심리를 이용해서 ICO 투자 열기가 가열됐다. 제대로 된 투자설명서(prospectus)도 내지 않는 ICO가 많았다. 단 기간에 몇 백%의 수익을 내는 투자자가 나타나면서 더 많은 투자자들이 ICO에 몰렸다. 유통 시장에서는 이미 상승한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발행시장인 ICO를 통해서 가상화폐를 싸게 매수하려는 사람이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ICO 투자자수는 5월 1만 명에서 6월 약 6만 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투자자 중에서는 ICO가 거품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투기 목적으로 ICO에 투자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전면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모든 게 변했다. 중국인민은행을 포함한 금융당국은 ICO를 불법 공개자금조달 행위로 규정하고 불법 증권발행 및 금융사기 행위로 못박았다. ICO 프로젝트는 금지됐을 뿐 아니라, 이미 조달한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ICO를 통해 발행한 가상화폐의 가격을 보자. 9월 5일 가상화폐거래소인 쥐비왕(聚幣網)에서 거래되던 14종 가상화폐가 모두 하락했고 절반 이상이 40% 넘게 급락했다. 이튿날인 6일에는 반등세를 나타냈으나 여전히 하락폭이 크다. 8월 15일 이후, ICO COIN, 토우표리엔(ELC), 쉔리엔(Xuan Chain), 타이비(Ti-Blockchain)등 ICO 가상화폐는 누적 하락폭이 80~90%에 달했다. 쥐비왕은 9월 5일 ICO 가상화폐 거래가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고 공시했는데, 실제로 9월 7일 ICO 가상화폐 거래를 중단했다. 팔려야 팔 수도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일부 ICO 프로젝트는 이미 업무 중단 및 반환 업무를 개시했다. ‘샤오니우렌(小牛鏈)’은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투자금 반환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홈페이지에서 구성원 소개, ICO 투자설명서 등을 삭제했다. ‘샤오니우렌’은 부동산, 토지, 채권, 비상장기업 지분을 디지털화하여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샤오니우렌거래소에서 거래하도록 하겠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했었다. 언론으로부터 과장 선전, 투자설명서 조작 문제가 제기된 ‘자유행’이라는 ICO 프로젝트도 홈페이지에서 구성원 정보와 투자설명서 등을 삭제했다. ‘자유행’ 측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투자금 반환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투자한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비트코인 부호 리샤오라이 궁지에 몰려
ICO 전면 금지에 대한 ICO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한 금액을 돌려받고 싶어하는 반면, 투자를 유지하고 싶은 투자자들도 적지 않았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락으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주저하고 또한 향후 수익이 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소한 10개 이상의 ICO 프로젝트가 투자금 반환을 시작했지만, 투자금 반환에 관한 이견도 생기고 있다. 투자한 가상화폐 가격의 하락으로 투자 시점 대비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가 많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ICO 프로젝트가 차액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ICO 프로젝트 측에서는 투자받은 가상화폐 금액만 반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서 ICO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리샤오라이다. 중국의 유명 학원인 신동방학원의 영어강사 출신으로 [토플핵심 어휘 21일 공략]이라는 책을 써서 유명해진 인물이다. 리샤오라이의 사례를 통해서 ICO를 살펴보자. 지난 6월, 리샤오라이가 참여한 첫 번째 ICO 프로젝트인 EOS의 투자설명서가 공개됐다. 비록 많은 사람이 사업성에 의문을 표시했지만, EOS는 5일 만에 1억8500만 달러를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7월 초에는 EOS의 전체 시장가치가 약 50억 달러로 커졌다. ICO 프로젝트는 일부 지분만 단계적으로 가상화폐로 발행한 후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격을 기준으로 전체 가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시장가치가 부풀려지기 쉽다.

리샤오라이는 중국의 비트코인 최대 부호로도 불린다. 과거에 여섯 자리수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3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으며 재무적 자유를 달성했다고 밝힌 후에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에 엔젤투자자로 투자하고 있다. 6월 초 2500달러에 머물던 비트코인 가격이 9월 1일 4950달러로 상승하는 동안 리샤오라이는 또 다른 ICO 프로젝트를 내놨다. 바로 프레스 원(Press One)이다. 프레스 원은 EOS와 달리 투자설명서도 없이 홈페이지에 사업계획을 올린 게 전부였다. 프레스 원은 220억개의 가상화폐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며 이 중 100억개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발행해서 2억 달러를 모을 계획이었다.

지금까지 만사형통이었는데, ICO가 금지되고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리샤오라이에게도 위기가 닥쳤다. 인기 영어강사, 엔젤투자자, 연속창업자, 블록체인 전문가. 1972년에 태어난 리샤오라이는 영어 어휘책으로 대중의 시선에 진입한 후, 재밌는 인생행로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그는 항상 시장에 먼저 진입함으로써 수 차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것이다.

2005년 신동방학원 영어강사이던 시절 [토플핵심어휘 21일 공략]을 출판했는데 이때 마침 중국에서 외국 유학열풍이 불었다. 책이 유학 준비생들의 필독서가 되면서 리샤오라이는 인세로 거액을 벌었다. 2016년에는 [재무적 자유의 길]을 출판했다. 이 책은 ‘재무적 자유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지식콘텐트 앱인 더따오에 유료칼럼(199위안/년)으로 개설됐고 9월 5일 기준, 무려 17만6000여명이 유료 구독을 신청했다.

압권은 비트코인이다. 2013년 해외 언론이 중국 비트코인 시장을 보도할 때, 당시 41살인 리샤오라이를 거론하면서 중국에서 가장 많은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리샤오라이는 중국 비트코인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지만, 찬반이 명확하게 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ICO 금지 후 중국 언론은 리샤오라이에게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과연 리샤오라이는 성공한 ICO 대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ICO 규제 더욱 강화될 듯
사진:ⓒgetty images bank
그동안 중국에서 ICO가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던 이유는 ICO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ICO 프로젝트 투자를 통해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ICO 가상화폐 발행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유통시장 거래규모는 약 1000억 위안에 달했다. 가격 제한폭도 없이 24시간 거래되는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자들이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면서 공급이 적은 ICO 가상화폐는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ICO 가상화폐를 손에 넣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ICO에 투자했다. 흡사 2000년 초의 코스닥 열풍을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중국 금융당국이 ICO를 전면 금지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향후 중국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특히 ICO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급증한 P2P 대출처럼 ICO가 금융 불안의 도화선이 될 상황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6년 2월 P2P 대출업체인 e주바오가 다단계 피라미드식으로 자금을 모집해 90만 명에게 500억 위안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했다. 이 후 중국 금융당국이 P2P 대출업체 규제를 대폭 강화하면서 P2P 대출 업체는 우량 업체 중심으로 정리됐다. ICO도 비슷한 과정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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