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파상공세 다음은 ‘반도체 굴기'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中 파상공세 다음은 ‘반도체 굴기'
올해 대형 LCD 최대 생산국으로 도약...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올해 중국이 우리나라를 제치고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최대 생산국 자리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국내 업체의 대형 LCD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4.1%에서 올해 28.8%로 하락하는 반면,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0.1%에서 올해 35.7%로 상승할 전망이다. 위츠뷰는 2020년 중국 점유율이 약 50%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LCD산업의 굴기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및 대만 업체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늘려온 결과다. 중국 LCD산업 성장의 이정표는 ‘12·5규획(제12차 5개년규획)’이다.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12·5규획’기간 동안 7대 신흥전략산업을 육성할 것을 천명했다. 7대 산업 중 하나가 바로 LCD를 포함한 차세대 IT산업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나자마자 중국 LCD산업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30%대를 기록했다. 중국은 LCD 산업 육성을 위해 국유기업인 BOE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BOE는 중국 최대 LCD생산 업체로 성장했다. BOE가 허페이에 건설 중인 10.5세대 LCD라인이 양산 체제에 진입하면 샤프의 일본 사카이공장 10세대 LCD라인을 제치고 세계 최대 LCD생산라인이 된다. 내년부터는 중국 업체의 대형 LCD 패널 시장점유율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산업육성정책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12·5규획’이 끝난 다음해인 2016년 중국 LCD업체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었고 올해 우리나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부상한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중국 정부가 가장 육성하고 싶어하는 산업은 무슨 산업일까? 바로 반도체산업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는 ‘13·5규획’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채택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산업을 바꿔가면서 이어지고 있다. 철강·조선·LCD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늘었다. 그런데 오히려 대중수출이 급증한 산업이 있다. 반도체산업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화장품·쇼핑·자동차 기업의 실적이 급감하는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반도체 호황과 중국 수요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은 80억4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80억 달러를 넘었다. D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한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1%가 늘었다. D램(4Gb) 가격은 12개월 전 대비 2배 넘게 오른 3.5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대중수출이 증가 중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대중수출액은 108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7% 증가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수출(51억50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감소했다. 실제로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대중수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때마침 찾아온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대중수출은 10% 넘게 감소했을 것이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 규모는 2271억 달러를 기록했다. 4년 연속 2000억 달러를 넘었다. 이와 달리 수출은 614억 달러에 불과해 1657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기록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중국의 원유 수입금액보다 크다. 지난해 중국은 3억8000만t의 원유를 수입하고 1164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대금을 지불했다. 중국이 왜 그렇게 적극적으로 반도체산업을 육성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중국의 반도체 수요는 전 세계 수요의 30%가 넘는데, 반도체 생산 규모는 전 세계 생산의 10%에도 못 미친다.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 자급률을 제고하는 건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다. 기술력도 갖췄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 칩을 이용한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神威太湖之光)’로 수퍼 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중국 반도체산업의 몸집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산업의 매출 규모는 4335억 위안에 달했다. 2015년 대비 20% 커진 규모로, 전 세계 반도체산업 성장률인 1.1%를 크게 웃돈다. 반도체의 주요 제조 공정인 설계, 생산과 패키징·테스트 부문의 매출 규모는 각각 1644억 위안, 1127억 위안 및 1564억 위안으로 전 분야에 걸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도 늘었다. 글로벌 20대 반도체 기업 모두가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거나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도 각각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던 1990년 대 이후, 중국 산업정책의 주요 기조는 ‘이시장, 환기술(以市場, 換技術)’이었다. 시장과 기술을 교환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시장개방을 통해서 외국 기업들의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했다. 지금은 다르다.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은 독자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진핑 주석은 ‘인터넷안전 및 정보화업무 좌담회’에서 “핵심 기술이 다른 나라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핵심기술 자주개발이라는 관건을 장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대내적으로 핵심 기술의 자주개발을 천명한 셈이다.
중국 반도체시장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막대한 반도체 수요다. 전 세계 노트북·스마트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 전망도 밝다. 중국 본토 파운드리 업체가 성장하면서 반도체 생산기술도 크게 향상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중국 투자도 중국 반도체시장 성장에 일익을 담당했다. 앞서 시 주석이 말한 것처럼, 중국 정부가 인터넷보안과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중국 반도체 업체의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다.
중국 반도체 생산부문은 2016년 기준 상위 10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3%에 달한다. 외자기업의 점유율은 더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과 TSMC의 점유율 합계가 41%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37억5000만 위안, 122억7000만 위안의 매출액으로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SK하이닉스 우시공장은 D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부문 2위는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차지했다.
현재 진행중인 반도체 호황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의 영향이 크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6억3800만대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시장 출하량(14억 7000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한다.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600만대, 시장 점유율은 31%였는데, 3년 사이에 점유율이 12%포인트나 높아졌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굴기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가전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산업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전되기 시작했고 PC보급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반도체산업이 중국으로 옮겨올 거라는 얘기다. 이미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로 부상한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가 AP를 독자 개발해서 자사 스마트폰에 사용 중이다. 모바일 AP 등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갈고 닦은 중국이 이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단계로 채택한 모델은 대만 모델이었다. TSMC·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대만 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설계·테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TSMC는 애플의 아이폰 AP를 생산하는 등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도 처음에는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SMIC라는 대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SMIC는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 생산능력 및 8인치 웨이퍼 기반 생산 능력에서 각각 전 세계 10위와 8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만 만족할리 없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이 2단계로 채택하려는 모델이 바로 한국 모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일정한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겪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 위주인 대만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그룹 차원’에서 경영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설비투자를 진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또한 대만 업체처럼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기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을 추구했다.
중국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대만 모델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한 후, 이제 한국 모델을 차용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속셈이다. LCD산업 육성 등 지금까지 추진된 중국의 산업정책을 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중국의 반도체산업 육성정책은 과감하면서 구체적이다. 중국은 2014년 ‘반도체산업발전추진요강’을 내놓으면서 1400억 위안 규모의 국가반도체산업펀드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운영을 시작한 이 펀드는 지난해 말 기준, 이미 43개 투자 프로젝트에 818억 위안을 투자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베이징·우한·상하이 등 지방정부도 앞다퉈 지방반도체산업펀드를 내놓았다. 지방정부가 조성한 반도체산업펀드 규모도 지난해 말 기준, 약 2000억 위안이 넘는다. LCD에 이어서 반도체산업이 미래 먹거리임을 모두 알고 있는 듯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간자본 투자까지 더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반도체산업의 투자 규모는 약 1조 위안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 170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12·5규획(2011~2015)’ 기간 동안 LCD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면, ‘13·5규획(2016~2020)’의 대표 육성 산업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다.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산업 13·5 발전규획’은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산업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축소하고 매출 규모를 2600억 위안 확대해서 9300억 위안까지 늘린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의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해외 기술과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5년 후의 중국이 두려워진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중국이 철강·조선· LCD에 이어 반도체까지 우리를 따라 잡는다면, 우리가 중국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은 과연 무엇이 있을 것인가?”이다. 지금 우리가 절실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LCD산업의 굴기는 예상치 못한 일이 아니다. BOE·차이나스타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및 대만 업체들이 거대한 중국 시장을 노리고 중국 현지 생산능력을 늘려온 결과다. 중국 LCD산업 성장의 이정표는 ‘12·5규획(제12차 5개년규획)’이다. 중국 정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12·5규획’기간 동안 7대 신흥전략산업을 육성할 것을 천명했다. 7대 산업 중 하나가 바로 LCD를 포함한 차세대 IT산업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나자마자 중국 LCD산업은 전 세계 시장점유율 30%대를 기록했다.
12·5규획 기간 동안 비약적 발전
거대한 내수시장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중국 정부의 산업육성정책은 대단히 효율적이다. ‘12·5규획’이 끝난 다음해인 2016년 중국 LCD업체의 시장점유율은 30%를 넘었고 올해 우리나라를 제치고 글로벌 1위로 부상한다. 그렇다면, 궁금증이 생긴다. 지금 중국 정부가 가장 육성하고 싶어하는 산업은 무슨 산업일까? 바로 반도체산업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추진되는 ‘13·5규획’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핵심 정책으로 채택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의 쫓고 쫓기는 관계는 산업을 바꿔가면서 이어지고 있다. 철강·조선·LCD 그리고 이제는 반도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경제 제재로 타격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이 늘었다. 그런데 오히려 대중수출이 급증한 산업이 있다. 반도체산업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국내 화장품·쇼핑·자동차 기업의 실적이 급감하는 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중이다. 반도체 호황과 중국 수요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반도체 수출은 80억4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80억 달러를 넘었다. D램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한 영향으로 반도체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1%가 늘었다. D램(4Gb) 가격은 12개월 전 대비 2배 넘게 오른 3.5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도 반도체 수출이 견인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대중수출이 증가 중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대중수출액은 108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7% 증가했다. 이 중에서 반도체 수출(51억50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액은 감소했다. 실제로 휴대폰·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제외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대중수출은 줄어드는 추세다. 때마침 찾아온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대중수출은 10% 넘게 감소했을 것이다.
원유 수입을 뛰어넘는 중국의 반도체 수입
중국 반도체산업의 몸집도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산업의 매출 규모는 4335억 위안에 달했다. 2015년 대비 20% 커진 규모로, 전 세계 반도체산업 성장률인 1.1%를 크게 웃돈다. 반도체의 주요 제조 공정인 설계, 생산과 패키징·테스트 부문의 매출 규모는 각각 1644억 위안, 1127억 위안 및 1564억 위안으로 전 분야에 걸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투자도 늘었다. 글로벌 20대 반도체 기업 모두가 중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열거나 생산라인을 건설했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도 각각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지었다.
개혁개방을 추진하고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하던 1990년 대 이후, 중국 산업정책의 주요 기조는 ‘이시장, 환기술(以市場, 換技術)’이었다. 시장과 기술을 교환한다는 의미다. 중국 정부는 시장개방을 통해서 외국 기업들의 기술을 전수받기를 원했다. 지금은 다르다. 특히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은 독자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시진핑 주석은 ‘인터넷안전 및 정보화업무 좌담회’에서 “핵심 기술이 다른 나라에 의해 제약을 받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0월에도 ‘핵심기술 자주개발이라는 관건을 장악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대내적으로 핵심 기술의 자주개발을 천명한 셈이다.
중국 반도체시장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막대한 반도체 수요다. 전 세계 노트북·스마트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메모리 등 반도체 수요가 많을 수밖에 없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기기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 전망도 밝다.
핵심 기술의 자주개발 천명
중국 반도체 생산부문은 2016년 기준 상위 10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3%에 달한다. 외자기업의 점유율은 더 높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과 TSMC의 점유율 합계가 41%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37억5000만 위안, 122억7000만 위안의 매출액으로 1위와 3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SK하이닉스 우시공장은 D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부문 2위는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 업체인 SMIC가 차지했다.
현재 진행중인 반도체 호황은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의 영향이 크다. 특히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사용되는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6억3800만대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시장 출하량(14억 7000만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3%에 달한다.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3억1600만대, 시장 점유율은 31%였는데, 3년 사이에 점유율이 12%포인트나 높아졌다.
중국은 자국 반도체 굴기에 상당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가전시장의 성장으로 반도체산업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전되기 시작했고 PC보급을 계기로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반도체산업이 중국으로 옮겨올 거라는 얘기다. 이미 중국 스마트폰 업체는 스마트폰의 두뇌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로 부상한 화웨이에 이어 샤오미가 AP를 독자 개발해서 자사 스마트폰에 사용 중이다. 모바일 AP 등 반도체 설계 능력을 갈고 닦은 중국이 이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그동안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1단계로 채택한 모델은 대만 모델이었다. TSMC·UMC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반도체 제조 공정 중 생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대만 업체들은 규모가 커지면서 설계·테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특히 TSMC는 애플의 아이폰 AP를 생산하는 등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로 성장했다. 중국도 처음에는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 집중했다. 그리고 SMIC라는 대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SMIC는 12인치(300mm) 웨이퍼 기반 생산능력 및 8인치 웨이퍼 기반 생산 능력에서 각각 전 세계 10위와 8위를 기록 중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이 파운드리 업체 육성에만 만족할리 없다.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해 중국이 2단계로 채택하려는 모델이 바로 한국 모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일정한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겪고 규모의 경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 위주인 대만 업체들은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웠다. 우리나라는 ‘그룹 차원’에서 경영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설비투자를 진행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됐다. 또한 대만 업체처럼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기보다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을 추구했다.
중국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려 하고 있다. 대만 모델로 파운드리 업체를 육성한 후, 이제 한국 모델을 차용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는 속셈이다.
대만 모델 → 한국 모델 순으로 벤치마킹
‘12·5규획(2011~2015)’ 기간 동안 LCD산업이 크게 성장했다면, ‘13·5규획(2016~2020)’의 대표 육성 산업은 반도체, 그중에서도 메모리 반도체다. 지난해 내놓은 ‘반도체산업 13·5 발전규획’은 2020년까지 중국 반도체산업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축소하고 매출 규모를 2600억 위안 확대해서 9300억 위안까지 늘린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은 기술력을 갖춘 해외 반도체 업체의 인수합병도 추진하고 해외 기술과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10년 후가 아니라 당장 5년 후의 중국이 두려워진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중국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다. 중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는 “중국이 철강·조선· LCD에 이어 반도체까지 우리를 따라 잡는다면, 우리가 중국에 비해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산업은 과연 무엇이 있을 것인가?”이다. 지금 우리가 절실히 고민해야 할 문제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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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에클스턴 전 F1 회장 내놓은 69대 경주차 매물 ‘8866억 원’ 추산
8세계 전기차 업계 한파 매섭다…잇단 공장 폐쇄·직원 감축
9'삼성동 집 경매' 정준하..."24% 지연손해금 상식적으로 말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