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로가 만난 사람(10)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 “에어컨 넘어 BIS(빌딩 공조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도약”
[윤용로가 만난 사람(10)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 “에어컨 넘어 BIS(빌딩 공조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도약”
구급차·장애인 차량 국내 첫 개발 … 올해 매출 1조원 기대 캐리어에어컨을 만드는 오텍그룹의 강성희(62) 회장은 신입사원 면접에서 늘 묻는 질문이 있다. “입사 후에 자신이 얼만큼 역량을 회사에서 발휘할 수 있겠느냐”다. 면접자 대부분은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한다. 강 회장은 “회사가 작을수록 그런 마음가짐으로 일하면 회사는 망한다”며 “신입사원이지만 2~3년 안에 과장급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늘 같은 질문을 던지는 건 30여년 간의 사회생활을 돌이켜 볼 때 일하는 마음가짐이 자신과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이야 매출 1조원을 눈 앞에 둔 기업의 CEO지만 강 회장도 중견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1982년 기아자동차 협력 업체인 서울차체에 입사했다. 서울차체는 자동차 부품과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그는 말단 직원에서 서울차체 영업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회사가 작을수록 여러 업무를 두루 할 수 있다”며 “CEO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데 사울차체에서 여러 직무에서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했던 게 지금의 나와 오텍을 만들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오텍그룹의 모태는 앰뷸런스와 같은 특수차량을 제작·판매하는 특장차 전문기업이다. 1997년 기아차 부도로 서울차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영업이사였던 강 회장은 특장차사업부를 분리해 2000년 오텍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적자였던 회사는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국내 특장차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강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구조 다각화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장차 신규 등록대수는 5만여대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181만여대다. 특장차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낀 것이다. 2007년 한국터치스크린, 2011년 1월 미국 UTC그룹 산하 캐리어한국법인 지분 80.1%와 그해 9월 냉동·냉장 쇼케이스 제조업체인 캐리어냉장의 지분 50.1%를 잇따라 인수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오텍그룹을 중견기업으로 일군 것이다.
오텍그룹은 올해를 제2 창업 원년으로 선포했다. 오텍그룹은 올해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가정용 캐리어에어컨의 판매량과 캐리어냉장의 매출이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대형 빌딩에 최적의 냉난방 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빌딩 인더스트리얼 시스템(BIS) 사업 비중을 키울 계획이다. 강 회장은 “설립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제품 출시, 유통조직 강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BIS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강 회장에게 오텍그룹의 미래 전망을 물었다. 대담은 지난 8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오텍캐리어 기술연구센터에 자리한 강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하 강성희): 처음 뵙겠습니다. 현병택 사장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2008년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재직 시설 현병택 캐리어에어컨 사장은 기업은행 부행장으로 일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여름도 무더웠는데 캐리어에어컨이 좋은 실적을 거두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성희: 갈수록 날씨가 덥다 보니 매출이 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에어컨 매출이 약 32%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만 그런 게 아니라 에어컨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매출이 다 오르고 있어요. 저는 매출이 늘어도 시장점유율이나 업계 순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1등, 2등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 만족도를 얼마나 높여나갈 수 있느냐거든요. 지금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서 불편한점을 개선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게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에어로(Aero) 18단 에어컨이에요. 이 제품은 사용자가 따로 목표 온도와 바람 세기를 설정하지 않아도 에어컨이 스스로 실내 환경을 파악해 18단계 바람 조절이 가능해요. 보통 에어컨은 사용자가 온도나 세기를 조절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여기에 냉방과 공기청정·제습 기능을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원터치 기능도 탑재해서 사계절 내내 전기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기술력 아닐까요?
강 회장은 2011년 1월 적자에 허덕이던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한지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매년 연구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해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결과다. 현재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삼성·LG에 이은 3위다. 상업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업계 1위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 효율, 친환경 냉매, 신선한 공기 등이 미래의 화두라고 말한다. 강 회장은 “단순 에어컨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에어컨 공조(공기조화) 기술을 이용해 국내 유일의 빌딩 공조시스템(BIS, Building & Industrial System)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BIS는 냉난방·공기·엘리베이터·보안·조명 등 빌딩 내 모든 설비를 건물 구조에 맞게 설계해 최대한 낮은 전력으로 높은 효율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강성희: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 간 서울 여의도 IFC 몰에 빌딩 에너지 솔루션 프로젝트를 수주해 빌딩 에너지를 자동으로 절감하는 혁신 기술 ‘어드반텍(AdvanTE3C)’을 공급했어요. 어드반텍은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그룹과 기술 공유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건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에요. 이를 적용하면 빌딩 전체의 에너지를 10~40% 절감할 수 있어요. 6개월 간 IFC 몰의 에너지 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어요.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을 보고 국내 상업용, 산업용 건물에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에요. 인천국제공항, 국립중앙박물관, 일산 킨텍스 전시관 등에도 고효율 공조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윤용로: 2000년에 경영자로 나선 이후에 16년 동안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오고 계시네요. ‘30·30·30 전략’을 강조하신다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강성희: 30·30·30 전략은 매년 기존의 것에서 30%씩 혁신하겠다는 거에요. 창업 때 하던 사업을 지금 그대로 하고 있었으면 벌써 문 닫았을 겁니다. 사업이 잘 될 때도 안 될 때에도 늘 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언제나 생존에 사력을 다합니다. 제가 아니라 1200여 명 협력 업체 직원들을 위해서입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보니 옆에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이들이 있어야 우리 회사가 성장합니다.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되 불공정한 관계를 맺어서도 안 되고요. 캐리어에어컨 인수 당시에도 구조조정 없이 직원 모두의 고용을 보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요.
사람을 잘 활용하는 것도 그의 능력이다. 강 회장은 서울차체가 부도난 후 창업하기 전 포드자동차 사업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자동차가 한국에서 잘 안 팔리던 때였어요. 이유를 들여다보니 딜러들이 영어만 잘하지 차를 팔겠다는 의지가 없더군요.” 강 회장은 마케팅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차 한 대를 팔면 150만원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때 영업사원 월급이 150만원이었다.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한 달에 20~30대 팔리던 차가 100대 넘게 팔렸다.
윤용로: 오텍의 모태는 앰뷸런스, 물류용 탑차 같은 특장차 생산 업체로 한국형 구급차, 장애인용 차량 모두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강성희: 1990년대만 해도 구급차는 의료용품이 있긴 했지만 환자를 운반하는 수준이었어요. 미국에 나가보니까 구급차는 병원 응급실 같더라고요. 이걸 보고 한국에도 이런 앰뷸런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 구급차를 개발할 때 미국·핀란드·독일 등 여러 곳에서 구급차를 사와 직접 뜯어보고 연구하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그렇게 반복하고 개발한 끝에 진동을 최소화한 방진베드, 번쩍거리는 스트로브 경광등, 환자의 흔들림을 막는 들 것 같은 장비를 국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적으로 하중을 분산시켜 어느 좌석에서나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시켜 주는 에어 서스펜션까지 개발하면서 한국형 앰뷸런스를 선보일 수 있었죠. 2011년에 헬기 엠뷸런스를, 2015년에는 감염성 질환 외에도 지진·태풍 등의 재난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음압 앰뷸런스를 상용화했어요. 구급차보다 더 어려웠던 건 장애인용 차량이에요.
윤용로: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강성희: 일본 닛산의 모터쇼에 가보면 최신 차량 옆에 장애인용 차량을 함께 전시해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들을 생각하면 장애인 차량은 고령화 시대에 꼭 확대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장애인용 차량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그래서 일본 도요타·닛산의 기술을 본떠서 만들려고 정말 고생했어요. 일본에서는 특장차를 구입해 오기도 쉽지 않아요.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폐차장에 있는 폐품도 가져올 수 없어요. 보이는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개발하려다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죠.
더 큰 문제는 장애인 차량 개발 후 판로 개척이었어요. 2003년에 처음 장애인 차량을 만들었는데 여기저기서 기증해달라는 얘기만 많지 주문을 안 하더군요. 심지어 기증하지 않으면 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곳도 있을 정도였어요. 어떻게 할까 하다 장애인 단체들과 교류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주요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게 됐어요. 일본에서는 장애인 차량이 연간 5만대 정도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1000대도 팔기 어려워요.
강 회장은 각 사업 분야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텍그룹은 캐리어에어컨·캐리어냉장·한국터치스크린·오텍-오티스 파킹시스템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캐리어냉장은 국내 최초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상업용 쇼케이스(냉장·냉동고)를 내놨다. 강 회장은 “기존 제품보다 최고 49%까지 전력소비를 줄여줘 전국 모든 편의점에 이 제품을 설치한다면 화력발전소 한 개를 대체할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오텍의 물류차량 제조 기술과 캐리어냉장의 냉장·냉동 시스템 기술을 더해 차량용 냉동기도 개발했다. 이 냉동기는 차량이 주차한 상태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윤용로: 국내 에어컨 제품을 중국이나 미국으로 수출하나요?
강성희: 세계에서 캐리어에어컨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한국·중국이에요. 단, 이들 국가에 팔려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협의를 하면 일본에서 만든 에어컨을 우리가 살 수 있고, 한국에서 만든 에어컨은 중국에서 팔 수 있어요. 나머지 국가에서 만든 에어컨은 라이선스만 가지고 조립하는 제품들이에요. 앞으로 저희 목표도 한국 에어컨을 해외 시장에 파는 겁니다. 3년 안에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또 해외 시장에서 공을 들이는 건 연구소 1층에 마련된 제품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캐리어에어컨의 ‘인버터 하이브리드 보일러’에요.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로 저장된 물을 80도까지 데워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기존 보일러 대비 에너지를 60% 절감해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반 수준인데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 제품은 중동·러시아·호주·북미 시장에서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강성희 회장은- 1982년 서울차체 특장차사업부 / - 1999년 서울차체 영업이사 / - 2000년 오텍 창업 / - 2007년 한국터치스크린 대표이사 / - 2011년 오텍캐리어 대표이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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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매출 1조원을 눈 앞에 둔 기업의 CEO지만 강 회장도 중견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샐러리맨 출신이다. 1982년 기아자동차 협력 업체인 서울차체에 입사했다. 서울차체는 자동차 부품과 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그는 말단 직원에서 서울차체 영업이사 자리에까지 올랐다. 그는 “회사가 작을수록 여러 업무를 두루 할 수 있다”며 “CEO가 되려면 다양한 경험이 중요한데 사울차체에서 여러 직무에서 주도적으로 열심히 일했던 게 지금의 나와 오텍을 만들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오텍그룹의 모태는 앰뷸런스와 같은 특수차량을 제작·판매하는 특장차 전문기업이다. 1997년 기아차 부도로 서울차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영업이사였던 강 회장은 특장차사업부를 분리해 2000년 오텍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적자였던 회사는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국내 특장차 1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강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구조 다각화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특장차 신규 등록대수는 5만여대다. 같은 기간 동안 국내 자동차 신규 등록대수는 181만여대다. 특장차의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 사업만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느낀 것이다. 2007년 한국터치스크린, 2011년 1월 미국 UTC그룹 산하 캐리어한국법인 지분 80.1%와 그해 9월 냉동·냉장 쇼케이스 제조업체인 캐리어냉장의 지분 50.1%를 잇따라 인수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오텍그룹을 중견기업으로 일군 것이다.
오텍그룹은 올해를 제2 창업 원년으로 선포했다. 오텍그룹은 올해 1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가정용 캐리어에어컨의 판매량과 캐리어냉장의 매출이 늘고 있어서다. 여기에 대형 빌딩에 최적의 냉난방 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빌딩 인더스트리얼 시스템(BIS) 사업 비중을 키울 계획이다. 강 회장은 “설립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제품 출시, 유통조직 강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성장하고 있다”며 “앞으로 BIS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적극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은 강 회장에게 오텍그룹의 미래 전망을 물었다. 대담은 지난 8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오텍캐리어 기술연구센터에 자리한 강 회장 집무실에서 진행했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하 강성희): 처음 뵙겠습니다. 현병택 사장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2008년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 재직 시설 현병택 캐리어에어컨 사장은 기업은행 부행장으로 일했다).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이하 윤용로):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 여름도 무더웠는데 캐리어에어컨이 좋은 실적을 거두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강성희: 갈수록 날씨가 덥다 보니 매출이 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에어컨 매출이 약 32%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사만 그런 게 아니라 에어컨을 판매하는 회사들의 매출이 다 오르고 있어요. 저는 매출이 늘어도 시장점유율이나 업계 순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요. 1등, 2등보다 더 중요한 건 소비자 만족도를 얼마나 높여나갈 수 있느냐거든요. 지금은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 제품에서 불편한점을 개선하는 게 저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대표적인 게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에어로(Aero) 18단 에어컨이에요. 이 제품은 사용자가 따로 목표 온도와 바람 세기를 설정하지 않아도 에어컨이 스스로 실내 환경을 파악해 18단계 바람 조절이 가능해요. 보통 에어컨은 사용자가 온도나 세기를 조절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었거든요. 여기에 냉방과 공기청정·제습 기능을 따로 사용할 수 있는 원터치 기능도 탑재해서 사계절 내내 전기료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기술력 아닐까요?
강 회장은 2011년 1월 적자에 허덕이던 캐리어에어컨을 인수한지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놨다. 매년 연구개발에 100억원을 투자해 기능과 디자인을 개선한 결과다. 현재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삼성·LG에 이은 3위다. 상업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업계 1위다. 그는 앞으로 에너지 효율, 친환경 냉매, 신선한 공기 등이 미래의 화두라고 말한다. 강 회장은 “단순 에어컨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에어컨 공조(공기조화) 기술을 이용해 국내 유일의 빌딩 공조시스템(BIS, Building & Industrial System)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BIS는 냉난방·공기·엘리베이터·보안·조명 등 빌딩 내 모든 설비를 건물 구조에 맞게 설계해 최대한 낮은 전력으로 높은 효율을 이끌어내는 기술이다.
강성희: 지난해 하반기부터 6개월 간 서울 여의도 IFC 몰에 빌딩 에너지 솔루션 프로젝트를 수주해 빌딩 에너지를 자동으로 절감하는 혁신 기술 ‘어드반텍(AdvanTE3C)’을 공급했어요. 어드반텍은 항공기 부품·자재 생산기업인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그룹과 기술 공유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건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거에요. 이를 적용하면 빌딩 전체의 에너지를 10~40% 절감할 수 있어요. 6개월 간 IFC 몰의 에너지 소비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어요. 이 같은 성과를 얻은 것을 보고 국내 상업용, 산업용 건물에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에요. 인천국제공항, 국립중앙박물관, 일산 킨텍스 전시관 등에도 고효율 공조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윤용로: 2000년에 경영자로 나선 이후에 16년 동안 꾸준히 변화를 시도해오고 계시네요. ‘30·30·30 전략’을 강조하신다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강성희: 30·30·30 전략은 매년 기존의 것에서 30%씩 혁신하겠다는 거에요. 창업 때 하던 사업을 지금 그대로 하고 있었으면 벌써 문 닫았을 겁니다. 사업이 잘 될 때도 안 될 때에도 늘 위기에 대한 걱정이 많아요. 언제나 생존에 사력을 다합니다. 제가 아니라 1200여 명 협력 업체 직원들을 위해서입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보니 옆에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이들이 있어야 우리 회사가 성장합니다. 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되 불공정한 관계를 맺어서도 안 되고요. 캐리어에어컨 인수 당시에도 구조조정 없이 직원 모두의 고용을 보장한 것도 그런 이유에요.
사람을 잘 활용하는 것도 그의 능력이다. 강 회장은 서울차체가 부도난 후 창업하기 전 포드자동차 사업부장으로 일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 자동차가 한국에서 잘 안 팔리던 때였어요. 이유를 들여다보니 딜러들이 영어만 잘하지 차를 팔겠다는 의지가 없더군요.” 강 회장은 마케팅 교육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차 한 대를 팔면 150만원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때 영업사원 월급이 150만원이었다. 자동차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 인력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한 달에 20~30대 팔리던 차가 100대 넘게 팔렸다.
윤용로: 오텍의 모태는 앰뷸런스, 물류용 탑차 같은 특장차 생산 업체로 한국형 구급차, 장애인용 차량 모두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강성희: 1990년대만 해도 구급차는 의료용품이 있긴 했지만 환자를 운반하는 수준이었어요. 미국에 나가보니까 구급차는 병원 응급실 같더라고요. 이걸 보고 한국에도 이런 앰뷸런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 구급차를 개발할 때 미국·핀란드·독일 등 여러 곳에서 구급차를 사와 직접 뜯어보고 연구하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그렇게 반복하고 개발한 끝에 진동을 최소화한 방진베드, 번쩍거리는 스트로브 경광등, 환자의 흔들림을 막는 들 것 같은 장비를 국산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적으로 하중을 분산시켜 어느 좌석에서나 안락한 승차감을 유지시켜 주는 에어 서스펜션까지 개발하면서 한국형 앰뷸런스를 선보일 수 있었죠. 2011년에 헬기 엠뷸런스를, 2015년에는 감염성 질환 외에도 지진·태풍 등의 재난현장에서도 활용이 가능한 음압 앰뷸런스를 상용화했어요. 구급차보다 더 어려웠던 건 장애인용 차량이에요.
윤용로: 어떤 점이 어려웠나요?
강성희: 일본 닛산의 모터쇼에 가보면 최신 차량 옆에 장애인용 차량을 함께 전시해요. 장애인뿐 아니라 노인들을 생각하면 장애인 차량은 고령화 시대에 꼭 확대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근데 우리나라는 장애인용 차량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그래서 일본 도요타·닛산의 기술을 본떠서 만들려고 정말 고생했어요. 일본에서는 특장차를 구입해 오기도 쉽지 않아요. 외국으로 반출하는 것이 굉장히 까다롭거든요. 폐차장에 있는 폐품도 가져올 수 없어요. 보이는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개발하려다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었죠.
더 큰 문제는 장애인 차량 개발 후 판로 개척이었어요. 2003년에 처음 장애인 차량을 만들었는데 여기저기서 기증해달라는 얘기만 많지 주문을 안 하더군요. 심지어 기증하지 않으면 차를 판매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곳도 있을 정도였어요. 어떻게 할까 하다 장애인 단체들과 교류하며 이해의 폭을 넓히기 시작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주요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게 됐어요. 일본에서는 장애인 차량이 연간 5만대 정도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1000대도 팔기 어려워요.
강 회장은 각 사업 분야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오텍그룹은 캐리어에어컨·캐리어냉장·한국터치스크린·오텍-오티스 파킹시스템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캐리어냉장은 국내 최초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한 상업용 쇼케이스(냉장·냉동고)를 내놨다. 강 회장은 “기존 제품보다 최고 49%까지 전력소비를 줄여줘 전국 모든 편의점에 이 제품을 설치한다면 화력발전소 한 개를 대체할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말했다. 오텍의 물류차량 제조 기술과 캐리어냉장의 냉장·냉동 시스템 기술을 더해 차량용 냉동기도 개발했다. 이 냉동기는 차량이 주차한 상태에서도 가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윤용로: 국내 에어컨 제품을 중국이나 미국으로 수출하나요?
강성희: 세계에서 캐리어에어컨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일본·한국·중국이에요. 단, 이들 국가에 팔려면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과 협의를 해야 합니다. 협의를 하면 일본에서 만든 에어컨을 우리가 살 수 있고, 한국에서 만든 에어컨은 중국에서 팔 수 있어요. 나머지 국가에서 만든 에어컨은 라이선스만 가지고 조립하는 제품들이에요. 앞으로 저희 목표도 한국 에어컨을 해외 시장에 파는 겁니다. 3년 안에 미국에서 시장점유율을 50% 이상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또 해외 시장에서 공을 들이는 건 연구소 1층에 마련된 제품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캐리어에어컨의 ‘인버터 하이브리드 보일러’에요.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열로 저장된 물을 80도까지 데워 바닥을 따뜻하게 하는 원리를 이용했어요. 기존 보일러 대비 에너지를 60% 절감해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절반 수준인데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이 제품은 중동·러시아·호주·북미 시장에서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강성희 회장은- 1982년 서울차체 특장차사업부 / - 1999년 서울차체 영업이사 / - 2000년 오텍 창업 / - 2007년 한국터치스크린 대표이사 / - 2011년 오텍캐리어 대표이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1977년 행정고시 21회에 합격해 관직을 시작했다. 그 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은행제도과장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공보관·감독정책2국장·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부위원장까지 지낸 후 금융인으로 변신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2007~10년)을 거쳐 시중은행인 외환은행장(2012~14년)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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