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이 리그와 팬 사이의 공생관계 구축함으로써 전술과 기술 측면에서 실제 경기 발전시켜 NBA 비디오게임 최신판 2K18에 나오는 제이슨 테이텀의 아바타. / 사진:COURTESY OF 2K18보스턴 셀틱스의 제이슨 테이텀은 미국 프로농구(NBA)의 올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신인 스타다. 그는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의 비좁고 땀냄새 나는 방에서 쉽게 눈에 띄었다. 203㎝인 그의 키 때문만은 아니었다. 테이텀은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의 C. J. 맥컬럼과 브루클린 네츠의 디안젤로 러셀을 포함한 여러 명의 NBA 스타와 함께 열광적인 농구팬들 사이에서 거의 방해 받지 않고 움직였다. 농구장 관람석을 찾은 축구 선수처럼 말이다.
당혹스러웠지만 쉽게 설명이 되는 상황이었다. 실제 농구 경기가 아니라 비디오게임 NBA 2K를 테스트하는 자리였다. 뒷편 바에서는 술이 넘쳐났고 방의 끝에서 끝까지 TV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조이스틱을 만질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일시적인 오락을 제공하는 수단이었다. 최신 버전 2K18을 테스트하는 게이머들은 생중계 스트리밍 방송을 지켜보는 비디오게임 팔로어 수백만 명에게 새로운 기능을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늘 지하실에서 지내는 여드름투성이의 청소년 같은 구식 게이머의 이미지는 잊어버려라. NBA 2K를 즐기는 이들은 자신감 넘치고 아주 쾌활한 젊은이다. SNS 스타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팔로어를 거느린다. 그들 중에서 아트레이요 보이드(23·일명 디메즈)는 세계 최고의 NBA 2K 플레이어로 꼽힌다. 그는 최근 경기에서 자신의 팀이 25만 달러의 상금을 받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게이머는 5명씩 팀을 구성하며 각자 선수 아바타 한 명을 조종한다). 디메즈는 팔로어들에게 경기를 설명하면서 마치 경기가 끝난 뒤 TV 인터뷰에 응하는 프로 선수처럼 말했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수없이 패했다. 하지만 결국 그 경험이 약이 됐다.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더 뛰어난 게이머와 시합해야 한다.”
미국 프로농구 팀, 특히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좋아하는 디메즈는 NBA의 e스포츠 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그에선 실제 NBA 팀이 실제 경기와 동시에 열리는 가상 시즌에서 자신들을 대표할 게이머들을 선택한다. 디메즈는 자신이 실제 리그에선 절대 뛸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러나 NBA 2K를 통해 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거기선 그가 가상의 르브론 제임스로서 슈퍼스타다.
요즘은 바야흐로 NBA의 황금기다. 팀의 가치는 역대 최고 수준이며 경기장은 늘 만원사례다. 매우 바람직한 젊은 층의 팬(미국의 주요 스포츠 중에서 가장 어리다) 덕분에 TV 중계료는 수백억 달러에 이른다.
농구 팬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절이다. NBA 2K 덕분에 키가 작고 돈이 없어도 구단주와 프로 선수처럼 게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맞춤형으로 창조된 선수의 경력 전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으며 자유계약 선수의 영입부터 트레이드, 구단 연고지 이전, 감독 발탁, 심지어 가상 입장권의 가격까지 팀의 모든 면을 맘대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게이머들이 리그와 팬 사이의 놀라운 공생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실제 경기를 크게 바꿔놓았다는 사실이다. 현재 NBA 2K는 몰입도가 가장 높은 스포츠 비디오게임이다. NBA의 떠오르는 스타들이 이 게임을 통해 훈련을 하기도 한다. 맥컬럼은 “난 NBA 2K에 완전히 빠졌다”며 “매일 낮엔 농구를 하고 밤엔 비디오게임을 하는 데도 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해 NBA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로 새크라멘토 킹스에 입단한 디애런 팍스의 경우 난해한 고차원 농구를 익히는 데 NBA 2K가 큰 도움이 됐다고 그의 아버지가 온라인 스포츠 매체 블리처 리포트에 말했다. “난 아이들에게 농구를 배우려면 NBA 2K부터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NBA가 1999년 도입한 2K는 지금까지 7000만 유니트가 팔렸다. 이 게임을 즐기며 성장한 세대는 콘솔 제어법(슈팅은 X 버튼, 패스는 A 버튼, 블록은 Y 버튼)이 몸에 뱄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게임은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진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에서 제임스가 그러듯이 가상의 제임스도 손톱을 물어뜯는다. 세부적인 버릇도 그대로라는 뜻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모션 캡처를 사용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하는 모든 행동을 기록한 데이터와 실제 경기 영상을 바탕으로 팬들의 관심을 끄는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다. 2K18에서 LA 레이커스(오른쪽)의 론조 볼을 방어하는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마켈 풀츠.NBA 2K의 게임플레이 책임자 마이크 왕은 NBA가 10년 전 선수들의 ‘특징’을 포착하는 선례를 만들었으며 게이머는 그런 세부 사항에 집착한다고 말했다. “슛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는 세레머니 제스처, 게임 전의 독특한 버릇, 슈팅 방식, 드리블 방식 등 모든 특징을 말한다. 약간이라도 어설프거나 다르면 팬들이 당장 지적한다.” 2K의 고객 서비스와 SNS·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는 로니싱은 “NBA가 열성팬들의 리그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이 게임은 거기에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열정으로 싱은 게임 팔로어 사이의 저명인사로 떠올랐다. 게이머들은 뉴욕의 길거리에서 그를 만나면 반가워하고 NBA 선수들은 게임에서 자신의 기량이 기대보다 못하면 트위터를 통해 그에게 불만을 표한다. 선수들도 자주 게임을 한다. 테이텀은 자신과 팀원들이 휴식 시간에 “비디오게임을 즐긴다”고 말했다.
제임스가 2000년대 초반 NBA에 진출한 이래 농구의 기본 전술은 크게 변했다. 팍스와 테이텀의 NBA는 비효율적인 경기(코비 브라이언트가 수비수 3명을 상대하면서 2점 슛을 쏘는 모습을 생각하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요즘 감독들은 3점 슛, 덩크 슛, 레이업을 중심으로 한 공격 전략을 구사하며 센터 포지션에 몸집 거대한 선수 대신 다재다능하고 민첩한 작은 선수를 선호한다.
게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진다는 뜻이다. 팀들이 3점 슛 라인에 슈터들을 배치하면서 수비수가 골대에서 멀어져 경기장 공간이 더 넓어졌다. 2000년대 초의 셀틱스나 2000년대 중반의 피닉스 선스 같은 팀이 이런 식의 농구를 시험 삼아 시도했지만 “그 전술이 보편화된 것은 지난 5년 사이”라고 온라인 스포츠 매체 더 링어의 NBA 전문 기자 케빈 오코너가 말했다.
반면 게이머들은 그보다 훨씬 앞서 갔다. 예를 들어 NBA 2K4는 슈터의 힘을 표시하는 아이콘을 도입했다. 선수 아래 작게 적힌 ‘3’이라는 숫자는 장거리에서 슛을 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3’ 아이콘이 많은 팀을 구성해야 승산이 높다. 비디오게임 커버에 등장한 보스턴 섹틱스의 카이리 어빙.(왼쪽) / 2K18 행사장에서 맥컬럼(왼쪽)과 함께한 싱(오른쪽). / 사진:COURTESY OF 2K18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SNS 프로듀서 겸 기자인 미치 골디치는 어려서부터 게임기 세가 드림캐스트를 사용하는 오리지널 NBA 2K 게임을 즐겼다. 그는 자신과 주변의 게이머들이 처음부터 3점 슛과 덩크 슛에 몰두했지만 “NBA가 그런 요소에 열광한 것은 겨우 지난 5~10년 사이라는 사실이 상당히 놀랍다”고 말했다. 적어도 농구에선 현실이 가상 세계를 뒤따라간다는 뜻이다.
최근 등장한 NBA의 또 다른 전술은 의도적으로 경기에서 지는 ‘탱킹(tanking)’이다. 플레이오프에 탈락이 확정된 팀들이 다음 신인지명에서 좋은 순위를 얻기 위해 더 낮은 순위를 받으려고 채택하는 전술을 가리킨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구단의 샘 힝키 사장은 2013년부터 NBA 신인 드래프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참 선수들을 드래프트 지명자로 교체했고 고연봉 선수들을 방출하고 남은 초년병들이 아주 크게 자주 패하도록 방치했다. 드래프트에서 더 나은 선수를 확보하기 위한 전술이었다(NBA 드래프트 지명 순위는 드래프트 직전 시즌 팀 성적의 역순을 기반으로 한다).
오코너 기자는 “힝키 사장의 그런 전술을 사람들이 싫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런 전술을 14세 때부터 프로미식축구(NFL) 비디오게임에서 즐겼다. 십대 시절 NBA 2K와 NBA 라이브에서도 그랬다. 의도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내 높은 드래프트 지명 순위를 받아 구단의 자산을 늘리고 연봉을 낮추는 전술은 새로운 게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새롭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비디오게임에선 성적이 저조한 시즌이 몇 분 동안의 시뮬레이션으로 지나가고 팀을 재정비할 기회가 많아 실질적인 타격이 거의 없다. 인내심을 갖고 머리를 쓰면 젊은 인재로 팀을 꾸릴 수 있다.
따라서 NBA 2K에선 ‘탱킹’ 전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힝키 사장은 현실에서 너무 게이머처럼 행동했다. 그는 자신의 자리 보존이나 팬들의 분노를 무시하고 전략으로서 팀의 성적을 극단적으로 끌어내렸다. 결국 그는 사장에서 해고됐고 팀은 꼴찌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엔 조엘 엠비드, 벤 시몬스, 다리오 사릭, 마켈 풀츠 같은 유망한 젊은 선수가 포진하고 있다.
NBA가 2K를 통해 리그에서 일할 아마추어 감독과 전략가 세대를 만들어낸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래픽이나 게임플레이가 아무리 좋아도 비디오게임엔 엄연히 한계가 있다. 비디오게임은 현실을 모방할 수 있지만 결코 현실이 될 순 없다.
게이머가 가득찬 맨해튼의 행사장에서 맥컬럼이 자신의 실제 경기 동작을 비디오게임에선 재현할 수 없다고 불평했을 때 그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 그날 그의 주변에 있었던 젊은 게이머들의 불만과 정반대되는 얘기였다.
- 팀 마신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참교육’ 속 나화진 현실에”…안민석, 교육활동보호국 구상 [왓IS]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이데일리
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홍명보에 폰 빼앗긴 이강인…스페인서도 화제 “韓 엄격한 기준과 규율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아닌 수수료 징수”…주장 배경은?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중앙그룹 법정관리 직격탄…사모펀드도 4300억 묶였다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우후죽순 ECM 스킨부스터, 옥석 가릴 포인트 두 가지는?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