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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사진도 작품이 되는 남자”

“여권 사진도 작품이 되는 남자”

팝의 전설 프린스의 전속 사진가 신저 출간 … 천재 뮤지션의 사업 수완과 돌출 행동 등 소개
2006년 페이즐리 파크에서 포켓볼을 치는 프린스. / 사진:AFSHIN SHAHIDI
별 노력 없이도 사진이 잘 나오기로는 프린스 만한 팝 스타가 또 있을까? 프린스는 심지어 여권 사진도 기막히게 멋졌다. 이런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은 지난해 4월 21일 프린스가 갑자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의 개인 영화촬영기사 겸 전속 사진가였던 아프신 샤히디가 아닐까?

이란 태생으로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자란 샤히디는 1993년 프린스의 자택 겸 스튜디오인 ‘페이즐리 파크’(미네소타 주 챈허슨 소재)에서 프린스의 뮤직 비디오 작업을 하면서 그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당시 프린스 주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샤히디는 웃으면서 돌이켰다. “하지만 난 프린스를 보자 경외심에 휩싸여 그 자리에서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아프신 샤히디가 최근 펴낸 ‘프린스: 프라이빗 뷰’. / 사진:FROM “PRINCE: A PRIVATE VIEW”
10년 동안 프린스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카메라에 담아 온 샤히디의 작품들이 그의 신저 ‘프린스: 프라이빗 뷰(Prince: A Private View)’에 실렸다(비욘세가 이 책의 서문을 썼다). 샤히디가 프린스의 전속 사진가가 된 후에는 어떤 누구도 그를 촬영할 수 없었다. “프린스는 2004년 앨범 ‘Musicology’ 발표 기념 순회공연 때 3만5000석의 대형 경기장 콘서트에서도 내 카메라 외엔 단 한 대도 허용하지 않았다”고 샤히디는 말했다. “그 자리에 다른 촬영기사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공연을 카메라에 잘 담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했다.”

프린스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했다. 샤히디는 언젠가 프린스가 페이즐리 파크의 스튜디오로 자신을 불러서 여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 깜짝 놀랐다. 여권 사진은 보통 킨코스 같은 데서 간단히 해결하지 않는가? “프린스는 무도회라도 가는 사람처럼 멋지게 차리고 나타났다”고샤히디는 말했다. “여권 사진 찍기엔 좀 지나친 차림으로 보였다. 난 우선 ‘아주 멋지다!’고 칭찬한 뒤 ‘그런데 여권 사진은 최대한 단순하게, 얼굴이 잘 드러나도록 찍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 같으면 좀 더 평범한 옷차림을 하겠다.’ 그랬더니 프린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봤다”
2004년 뉴욕 거리를 걸어가는 프린스. / 사진:FROM “PRINCE: A PRIVATE VIEW”
샤히디는 결국 프린스를 설득했다. “그는 약간 멋쩍어하는 듯하더니 자리를 떴다. 난 ‘내가 방금 프린스에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한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혼자 우쭐했다. 하지만 잠시 후 프린스가 돌아왔을 때 머리카락을 조금 흐트러뜨린 것 외엔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사실 프린스가 자신의 세계에서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건 거의 없었다. 약삭빠른 사업가이기도 했던 그는 샤히디에게 거래의 기술을 가르쳐줬다. 처음에 샤히디는 자신이 찍은 프린스의 사진을 AP 등 통신사에 무료 배포했다. “난 프린스에게 봉급을 받았기 때문에 그 사진들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어느날 프린스가 내게 ‘왜 그 사진들을 무료로 주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난 프린스의 홍보를 위해서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통신사의 사진을 가져가 잡지 같은 데 실으면 좋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러자 프린스는 ‘그게 아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사람들이 프린스의 사진을 구하러 당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샤히디는 프린스의 사진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열었다.
같은 해 샤히디가 찍은 프린스의 여권 사진. / 사진:FROM “PRINCE: A PRIVATE VIEW”
프린스는 음악 외에도 재주가 많았다. 그중 하나가 포켓볼이다. “공연이 끝나고 시카고의 클럽에 갔을 때였다”고 샤히디는 돌이켰다. “난 대학 시절 내내 포켓볼을 쳐서 실력이 꽤 좋았다.” 샤히디는 프린스를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여기고 처음 몇 게임은 져줘야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린스는 나를 납작하게 눌러버렸다.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볼을 넣고 난 뒤 당구대 주변을 뽐내며 걷는 그의 모습은 ‘컬러 오브 머니’에서 톰 크루즈를 보는 듯했다.”

샤히디에게 가장 기분 좋은 추억은 어느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페이즐리 파크에 도착했을 때였다. “옆문의 벨을 누르고 기다렸다. 여느 때처럼 엔지니어가 문을 열어줄 줄 알았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벨을 눌렀더니 문이 열렸다. 두건을 쓰고 실내화를 신은 프린스였다. 방금 잠에서 깬 게 분명했다. 내가 싱긋 웃었더니 그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다. 난 100만 년이 가도 프린스가 문을 열어줄 날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그는 ‘나도 재미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여기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샤히디가 페이즐리 파크를 방문했을 때 몇 번 더 프린스가 문을 열어줬다. “그때마다 그는 ‘여기 익숙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샤히디는 돌이켰다.

- 잭 숀펠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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