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상학, 과학적 근거 없다는 사실 MRI 연구로 밝혀져 1894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두아르트 빌츠가 그린 골상학 차트. / 사진:WIKIMEDIA COMMONS머리 생김새가 성격을 말해준다고 실제로 믿는 사람은 이제 더는 없다. ‘골상학(phrenology)’으로 알려진 그 가설은 1796년 독일 출신의 해부학자 프란츠 요제프 갈이 제시했으며 19세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갈은 인간의 심적 특성을 독립된 개개의 기능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기능은 대뇌 표면의 각 부위에 일정하게 배위되며, 각 부위의 크기는 그곳에 자리한 심적 기능의 발달 정도를 나타내므로 대뇌를 둘러싼 두개골의 형상에서 그 아래 있는 대뇌 부위의 요철을 알 수 있고, 따라서 그 사람의 심적 특징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골상학이 어두운 역사로만 기억된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뒷받침한 가설로 오용됐을 뿐 아니라 나치 독일의 ‘우생학’과 관련됐기 때문이다(나치 과학자들은 인종을 개량한다는 우생 정책을 시행하면서 자신들의 이념을 공고히 하기 위해 골상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골상학이 역사의 치욕적인 산물로 추락했음에도 과학으로서의 그 개념이 엄격한 신경과학적 검증을 받은 적은 없다. 이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독자적인 뇌 스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우리 두상의 튀어나오고 들어간 윤곽과 성격 사이에 진정한 연관성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존재하는지 조사했다. 골상학 분야에서 최초의 시도인 이 연구의 결과는 공개되는 과학 아카이브에 발표됨과 동시에 학술지 ‘두뇌 피질(Cortex)’에도 실렸다.
그렇다면 골상학자들은 애초에 왜 우리 머리의 형태가 그처럼 많은 정보를 준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의 수수께끼 같은 주장은 몇 가지 일반 원칙을 근거로 했다. 골상학자들은 뇌가 자긍심이나 조심성, 자비심 같은 성격과 심리의 다양한 특성을 관장하는 각각의 ‘기관’들로 구성됐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뇌의 부위마다 담당하는 심적 기능이 각각 따로 있다는 것이었다.
또 그들은 뇌가 근육과 같다고 생각했다. 특정 기관을 많이 사용할수록 그 부위가 커지고 적게 사용할수록 줄어든다고 믿었다는 뜻이다. 따라서 특정 기능이 우수할수록 그 부위가 커지는데, 그것이 두개골의 형태에 반영되므로 두개골의 생김새와 크기를 측정하면 그 사람의 성격과 심적 특성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골상학은 초기엔 비상한 인기를 끌었지만 20세기 들어서면서부터 과학자들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방법론적 결함에 대한 비판과 검증의 실패 때문이었다. 같은 머리 형태와 특징적인 성격이 일치하는 부위를 찾는 데 사용된 일부의 사례에만 초점을 맞췄다. 주로 그는 가족과 친구 등 소수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또 그는 신뢰성이 떨어지고 모욕적인 고정관념에 의존했다. 그가 사용한 방법도 비과학적이었다. 그는 머리를 손가락으로 더듬어 ‘패턴’을 확인했다.20세기 들어 진화론과 범죄학, 인류학 등의 학문이 발달하면서 골상학도 새로운 관심을 끄는 듯하다가 곧 거의 완전히 무시됐다. 그러나 올해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은 오래 전 사장된 골상학 이론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과학적 탐구심과 재미 둘 다를 목표로 했다. 그들은 자기공명영상(MRI) 뇌 분석을 위해 만들어진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자신들의 연구 목적에 맞게 수정해 테스트에 사용했다. 일반적으로 MRI는 두개골 아래 있는 뇌 부분만 분석하기 위해 두개골의 형태에 관한 모든 데이터는 무시한다. 그러나 연구팀은 그 반대가 되도록 소프트웨어를 바꿨다. 두개골의 뼈대만 분석하기 위해 뇌 부분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는 무시하도록 고쳤다.
골상학의 창시자였던 프란츠 요제프 갈은 후세에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 그가 대머리 여성의 머리를 측정하는 장면을 그린 캐리커처. / 사진:WIKIMEDIA COMMONS연구팀은 그 같은 표면 구조를 바탕으로 두개골의 윤곽을 나타내는 세밀한 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또 그들은 영국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뇌 촬영 데이터베이스에서 약 6000명의 데이터 샘플을 확보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뇌의 데이터만이 아니라 생활방식과 인구통계적 정보, 심지어 언어·인지 테스트 결과도 담고 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에서 골상학에서 규정한 27가지 성격 특성과 가장 잘 일치하는 23가지 측정 기준을 선정했다. 예를 들어 골상학의 ‘교육 수용성’은 현대의 ‘정식 학교교육 이수 나이’와 일치시켰고, 음악적 재능인 ‘음감’은 ‘음악 관련 직업’과 맞췄다.
연구팀은 이런 성격 특성과 두개골 형태를 연결짓기 전에 먼저 중복되는 특성을 조사했다. 한 가지 특성이 있으면 그와 관련된 다른 특성도 같이 가질 가능성이 큰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몇 가지 흥미로운 연관성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성적 욕구’와 ‘어휘력’ 사이에 아주 강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섹스 파트너가 많을수록 사물의 이름 알아 맞추기에 더욱 능했다.
그러나 그들은 두상에 관한 한 ‘통계적으로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효과’는 발견하지 못했다. 두개골의 형태와 23가지 성격 특성 사이에 일치점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더구나 골상학의 더 깊은 근본적인 전제를 부인하는 결과도 얻었다. 연구팀은 뇌 부위의 생김새와 두개골의 모양 사이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뇌의 부위가 두개골에 압력을 가해 머리 형태가 튀어나왔거나 들어가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개골이 뇌의 표면 형태를 반영한다는 전제는 잘못됐다는 얘기다.
골상학의 ‘과학적 근거’가 처음부터 불확실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얻은 연구 결과는 결코 놀랍지 않다. 그러나 골상학이 뇌 기능 분담설(뇌의 부위가 영역별로 각각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을 인식한 초기 이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안타깝게도 골상학자들은 그 실질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태도와 성향 등을 관장하는 심적 상태의 틀로서의 두개골 형태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운동·언어·인지·인식 등 현재 우리가 아는 좀 더 기본적인 기능을 관장하는 뇌의 측면은 무시됐다. 그러나 좋든 나쁘든 골상학이 다양한 현대 과학 이론만이 아니라 유사 과학 이론의 뿌리가 된 과학적인 게임 체인저였던 것은 분명하다.
연구팀이 지적했듯이 과거 손가락으로 두개골을 더듬던 기술은 현대 MRI 기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악명 높은 역사적 가설이자 최고의 과학적 말장난이던 골상학이 이제 MRI 기술에 의해 마침내 ‘근거 없다’고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 해리엇 뎀프시-존스
※ [필자는 옥스퍼드대학 인지신경과학 전공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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