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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안전성 재평가 결과 보니] 소아·임산부·수유부, ‘알로에전잎’ 섭취 주의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안전성 재평가 결과 보니] 소아·임산부·수유부, ‘알로에전잎’ 섭취 주의

프로바이오틱스에도 각종 주의사항 추가...시장 규모 3조원 넘는데도 안전장치 소홀 지적
장 건강과 다이어트 등을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대표 원료는 프로바이오틱스, 가르시니아·녹차 추출물 등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월에 이들 원료에 ‘만성질환자는 의사와 상담하라’거나 ‘카페인이 든 식품과 함께 먹는 걸 조심하라’는 주의사항을 추가했다. 알로에잎을 통째 말려 분쇄한 ‘알로에전잎’에는 ‘소아·임산부·수유부는 섭취를 피하라’고 명시했다. 오용·과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당연히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안전성을 재평가한 건강기능식품 원료를 중심으로 섭취 방법과 주의점을 짚어본다.
 섭취 때 주의사항 표시하지 않은 원료 많아
식약처가 이번에 주의사항을 추가한 원료는 건강기능식품 중 소비가 많은 제품의 원료다. 지난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가정 내 건강기능식품 구매 소비패턴’ 조사 결과, 프로바이오틱스와 체지방 감소 제품이 소비자가 많이 선택한 건강기능식품 2위, 10위에 각각 올랐다.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3조원이 넘을 만큼 성장했지만 소비자 건강과 관련한 안전장치에 소홀한 면이 있었다”며 “건강기능식품이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그동안 프로바이오틱스, 알로에전잎, 가르시니아캄보지아 추출물, 그린마테 추출물에는 반드시 표시해야 할 주의사항이 딱히 없었다.

식약처의 안전성 재평가 결과, 프로바이오틱스의 주의사항이 광범위하게 추가됐다. 질병 치료 중이거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섭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포함된다. 어린이 하루 섭취량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프로바이오틱스는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이상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는 제품군이다. 대부분은 설사·변비·복통·복부가스·두드러기·가려움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반응이다. 하지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서는 면역억제 환자와 신생아 등에서 패혈증 같은 중증 위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주의사항에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만성질환자가 섭취할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배변 활동을 돕는 데 쓰이는 알로에전잎에 대해서는 ‘소아·임산부·수유부는 섭취를 피하라’ ‘위장 관계 질병, 만성 신질환·간질환자는 섭취 전 전문가와 상의하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염증성 장질환,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10세 이하의 소아에게 알로에를 먹지 말라’고 강조한다. 일본국립건강영양연구소는 ‘알로에에모딘 성분이 월경 과다를 유발하거나 자궁 수축을 유도해 조산·유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이어트 제품에 쓰이는 가르시니아 추출물에 대해서는 ‘간·신장·심장질환자, 알레르기·천식 질환자는 전문가와 상담하고 임산부·수유부·어린이는 섭취를 피하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가르시니아는 급성 간염, 간부전과 같은 간 손상과 심장질환, 신경과민·수면장애 부작용이 제기됐던 원료다. 건강기능식품 특성상 복합성분이 많고 용량·복용기간과 개인 건강상태가 달라 인과관계가 분명하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주의사항 추가 정도로 마무리됐다. 이 밖에 녹차·그린마테 추출물에는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은 주의하라’는 내용이 추가됐다. 녹차 추출물, 테아닌 복합물에는 구성 성분인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EGCG) 하루 섭취량을 300㎎ 이하로 설정했다. 이 물질이 간독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성 재평가 결과를 종합하면 소아와 만성질환자, 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 임산부·수유부에겐 섭취를 권하지 않거나 의사와 상담하라는 내용이다. 오범조 교수는 “약을 먹는 사람은 약물 성분과 건강기능식품 성분이 충돌해 이상 증상이 생기거나 질병이 악화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마테·녹차 등 카페인 함유 건기식 제품은 일부 이뇨제와 함께 먹으면 저칼륨혈증 위험이 높아진다. 녹차 추출물을 타이레놀 같은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과 같이 먹으면 간 독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오범조 교수는 “원료 자체만으로 큰 부작용은 없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여러 물질을 섞어 만들거나 특정 성분을 고농도로 추출한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 따라 이상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약물 성분과 건강기능식품 성분 충돌 부작용 고려해야
주의사항을 읽고, 본인이 부작용 위험에 해당하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않는 편이 낫다. 건강기능식품이 기능성을 인정받았더라도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백병원 비만클리닉 박현아(가정의학과) 교수는 “사람마다 흡수율·반응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약은 장기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완료한 제품이라서 기간·복용량을 설정하면 기대효과가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식약처의 안전성 재평가 결과에 따르면 항산화·체지방 감소 기능의 녹차 추출물 효과는 일괄적이지 않았다. 건강한 성인, 제2형 당뇨 환자, 운동량 부족 남성 등 여러 군에서 효과가 있기도 하고 전혀 없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거나 별 효과가 없으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장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음주·흡연과 과도한 육식, 설탕·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단 탓이 크다. 유산균 음료나 발효식품, 식이섬유를 챙겨 먹는 것이 장 운동을 활발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유산균의 먹이로 이용되는 올리고당으로 요리하는 것도 좋다. 보라매병원 오범조 교수는 “햄버거·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을 야식으로 먹지않는 습관을 3주만 실천해도 장내 유익균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박현아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기보다 30분 더 걷고 전체 칼로리 양을 조절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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