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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울린 미·중 무역전쟁] 美 엄포대로 관세 부과 中 “즉각 반격에 나서겠다”

[총성 울린 미·중 무역전쟁] 美 엄포대로 관세 부과 中 “즉각 반격에 나서겠다”

서로의 약점 파고드는 공세… 사상 최대 무역전쟁 발발할 수도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7월 6일(현지시간) 중국에서 수입하는 340억 달러(약 38조원) 규모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은 미 동부시간으로 이날 오전 0시 1분을 기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6월에 확정한 산업 부품·설비, 기계·차량·화학제품 등 818개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조치를 발효했다. 관세 부과 방침이 정해진 500억 달러(약 56조원) 가운데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의 284개 품목에는 2주 이내에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5일 전용기 ‘에어포스 원’에서 기자들에게 “먼저 340억 달러어치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선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것”이라며 관세 강행 방침을 확인했었다. 500억 달러는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 달러의 15%에 육박하는 규모다. 미국이 지난 3월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 방침을 처음 밝힌 이후 미국과 중국의 고위 관료들이 협상을 벌였지만 무위에 그쳤고, 결국 고율 관세가 발효되면서 세계 각국이 우려한 무역전쟁이 벌어질 위기에 놓였다.

미국이 겨냥한 중국 산업 부문은 항공우주·정보통신기술·로봇공학·산업기계·신소재·자동차 등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핵심 분야다. 이번 관세 부과 주요 대상인 340억 달러 규모의 품목은 항공기 엔진·타이어, 일부 승용차·트럭·오토바이·헬기·항공기·우주선, 선박 모터, 원자로, 푸드프로세싱 설비, 착유기·부화기 등 축산설비, 프린터·복사기 부품, 볼 베어링, 범용 스냅 스위치, 변압기, 리튬배터리, 레이더·무선 설비, 엑스레이 등 의료 설비, 현미경·망원경, 산업자석 등 광범위하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시작하며 무역전쟁 포문을 열자 중국도 바로 반격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7월 6일 낮 12시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역사상 최대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며 중국은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면서 “(미국의) 이런 관세부과 행위는 전형적인 무역폭압주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은 현재 세계 생산사슬과 가치사슬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면서 “세계 경기 회복을 방해하고 세계 시장에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핵심 이익과 국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보복 조치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을 겨냥해 농산품·자동차·수산물을 포함한 품목 340억 달러 상당에 대한 관세를 먼저 부과하고 미국처럼 나머지 화학 공업품, 의료 설비, 에너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를 나중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역전쟁의 피해는:
미국은 중국이 보복하면 관세를 더 부과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보하고 있는 2000억 달러어치가 있고, 그리고 3000억 달러어치가 있다”면서 “500억 달러 더하기 2000억 달러, 여기에 약 3000억 달러를 더하는 셈”이라고 말해 중국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면 미국은 추가 50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두 나라의 충돌이 벌어지면 두 나라 모두 타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미국은 IT·로봇공학·항공우주 등 중국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첨단 제조업을 겨냥했고,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에서 생산되는 주요 농산품과 자동차를 겨냥해 실제적인 타격을 입힐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미국의 경우 이번 조치로 내년 말까지 미국에서 일자리 14만5000개가 사라질 수 있으며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내년 말까지 0.3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중국도 2019년 성장률이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피해는 두 나라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중국에 중간재·부품을 공급하는 아시아 주변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수출이 10% 줄어들면 한국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단순한 지표상의 수치가 아니라 기업 경영환경, 금융시장 여건 등 경제 전반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고질적인 부채 문제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 가운데 JP모건체이스는 무역갈등 고조로 소비자 수요를 비롯한 중국 경제 기반이 약해지면 신용상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총구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캐나다· 멕시코·일본·한국 등 세계 주요국 모두를 향해 있는 데다 대형 악재가 주요 경제국 간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망을 타고 퍼지면 세계 곳곳에서 물가 상승과 수요 약화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중국이 무역 흑자를 줄이라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총수출을 10% 줄이면 아시아 국가의 GDP 성장률이 평균 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번지나: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 폭탄’을 앞세운 미국의 무역공세는 우방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전통적인 우방인 유럽, 이웃사촌인 캐나다·멕시코에 대해서도 ‘공정무역’이라는 명분 아래 ‘관세 카드’를 내세워 대미(對美) 수출을 줄이고 미국산 제품에 대한 자국 시장 문턱을 낮추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도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면서 맞서고 있고 미국은 더 큰 보복을 거론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21세기 무역전쟁의 전선은 패권 경쟁국인 중국, 냉전시대 라이벌이었던 옛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뿐만 아니라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비롯해 여러 전쟁에서 피를 나눈 우방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우방에 대한 미국의 무역공세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시작됐다. 미국은 지난 3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과 캐나다, 멕시코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은 협상의 여지를 남기며 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지난 6월 1일부터 결국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장클로드 융커 위원장은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국가안보를 이유로 내세운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보호무역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의 태도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적보다도 못한 친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에 대해 “모욕적” “터무니없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EU와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부과 강행에 대해 보복에도 나섰다. EU는 6월 22일부터 오렌지·땅콩버터·위스키·청바지·오토바이 등 미국산 수입품 180개 품목에 대해 28억 유로(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규모에 비례해서 내린 조치다. 아울러 EU는 미국의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 분쟁 해소 절차를 밟기로 했다. 캐나다는 7월 1일부터 위스키·케첩·초콜릿·오렌지 주스 등 미국산 제품 50여 가지에 대해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연간 125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멕시코는 6월 6일부터 미국산 철강·치즈·위스키 등에 최고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7월 5일부터는 돼지고기에 20%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미국도 반격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22일 트위터를 통해 EU가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제거하지 않으면 EU에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EU는 미국이 자동차에도 관세를 부과하려는 데 대해 “정당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이를 강행하면 그에 상응해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며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다만 EU는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대해 강경 대응책뿐만 아니라 협상을 통한 해결 여지도 남겨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EU의 무역 대립을 끝내기 위해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다만 “자동차 관세를 재논의 하기 위해 EU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관세 인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미국산 차뿐 아니라 모든 수입차에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 봉합 여지는:
미·중 두 나라는 일단 이번 무역전쟁으로 어느 쪽이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지켜볼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일각에서는 이번 충돌에 따른 경제적 고통과 정치적 악영향이 커지면 미국이 협상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며, 중국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중 두 나라가 1차 34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로 힘을 겨뤄본 다음 4차 무역 협상에서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두 나라의 무역전쟁이 조만간 봉합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트럼프에게는 대선에서 승리를 안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11월의 중간선거를 비롯해 앞으로 다가올 선거 때마다 버릴 수 없는 카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서 첨단산업을 내세운 진정한 글로벌 강국의 지위를 노리며 ‘IT 굴기’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 대책은:
정부는 미·중 무역전쟁이 우리 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필요할 경우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7월 6일 오전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 주재로 ‘관계기관 합동 점검반’ 회의를 열고 최근 미·중 통상분쟁, 글로벌 금융시장·국제유가 등 주요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정부는 현재 국내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미·중 통상분쟁을 중심으로 글로벌 무역갈등이 심화하면 세계 경제와 국내 수출에 하방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정부는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 체계를 유지하면서 전개 상황에 대해 철저히 대응할 방침이다.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는 없다는 발언도 나온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월 6일 서울 강남 한국기술센터에서 열린 ‘미·중 무역분쟁 관련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최근 우리의 제1, 제2 수출대상국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분쟁이 격화되고 있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과 수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미·중이 양국 간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억9000만 달러, 대미 수출은 5000만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의에 참석한 업종별 단체도 이번 미·중 상호조치에 따른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대중 주력 수출 업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휴대폰, PC 본체 등 주요 수요 품목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측했다. 자동차·기계·철강 등도 대부분 중국 내수용으로 수출돼 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평가하고, 전자기기는 프린터·복사기 등이 제재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일부 부품의 수출 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화학제품은 미국 제재로 대중 수출의 감소 요인도 있으나 중국의 미국산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제재로 대중 수출 증가 요인도 상존해, 전반적으로 대중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았다. 대미 수출에서도 자동차·전자기기 등 핵심 수출 업종은 미국 내수 중심의 수출 구조로 미·중 간 관세조치에 따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스기사] 미·중 무역전쟁 불똥 어디로 튀나 - 룩셈부르크 최대 피해 … 한국은 6번째 예상
미국의 중국산 제품 고율 관세 부과로 촉발될 G2(미·중) 무역전쟁으로 두 당사국 외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10개국 가운데 한국이 6위로 꼽혔다. 7월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경제분석기관 픽셋에셋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들이 미·중 간의 전면적 무역전쟁이 몰고 올 수출 분야의 리스크(위험요인)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62.1%로 6위에 자리했다. 이 비율은 글로벌 교역 체인망에서 해당 국가의 수출입 물량이 자국의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선진화한 경제로 전자제품·자동차·철강·선박 등 주요 수출 품목이 무역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위협을 받게 된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분석했다. 한국의 상위 교역 파트너로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가 꼽힌다는 점도 리스크가 커지는 배경으로 들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는 유럽 소국 룩셈부르크(70.8%)로 나타났다. 룩셈부르크는 금융과 정보산업, 철강 등이 주요 산업이며 유럽에서 가장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이지만 교역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미·중 대립의 결과물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밝혔다.

2위는 대만(67.6%)으로 역시 반도체·컴퓨터·플라스틱 등 제조업 부품이 주요 수출 품목이어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3∼5위는 옛 동유럽권인 슬로바키아(67.3%)·헝가리(65.1%)·체코(64.7%)로 나타났다. 슬로바키아는 중공업과 농업 분야의 타격이 크고, 헝가리는 농업·자동차·IT 등에서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란 점에서, 체코도 하이테크 엔지니어링 분야의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높은 순위로 꼽혔다.

한국 다음의 7위는 중국과의 교역량이 많고 국제적으로 개방된 경제권이자 금융 중심 도시국가인 싱가포르(61.6%)가 꼽혔다. 중국이 최대 교역 파트너인 말레이시아(60.4%)가 8위, 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제구조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아이슬란드(59.3%)가 9위, 유럽의 구글 헤드쿼터가 있는 아일랜드(59.2%)가 10위로 각각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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