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스트리밍 업체들 ‘왕좌의 게임’
TV 스트리밍 업체들 ‘왕좌의 게임’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선점한 시장에 애플·디즈니·월마트 등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공멸 자초하기보다 서로 협력해 지배적인 콘텐트 플랫폼 구축해야 미국 소매유통 대기업 월마트가 자체제작 콘텐트를 앞세워 TV·영화 스트리밍 업계의 선발 업체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월마트는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부두(Vudu)에 올릴 다수의 신작 콘텐트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선보인 10만여 편의 TV 프로그램과 영화에 덧붙여 퀸 라티파가 제작책임을 지는 여행·코미디 시리즈 ‘낯선 곳의 친구들(Friends in Strange Places)’, 인터뷰 다큐멘터리 ‘랜디 잭슨의 터닝 포인트’, 그리고 1983년작 마이클 키튼 코미디 ‘미스터 마마’의 시리즈 분량 리메이크 버전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신작 콘텐트는 일차적으로 미국 중부를 겨냥해 제작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아직 파고들지 못한 시장이라고 월마트는 판단한다. 소비자가 소파에 앉아 스크린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쌍방향 광고가 올여름에 새로 선보인다. 부두의 프로그램들이 그 광고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들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부두의 한 고위 관리자는 최근 월마트를 가리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잠자는 거인’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그들은 잠에서 깨어날 때 대단히 혼잡한 시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바로 몇 주 전에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를 발표했다. 올가을 라이선스 콘텐트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결합해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 한편 디즈니도 오는 11월 디즈니+로그 뒤를 잇는다. 먼저 미국부터 시작해 내년에 다른 나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그 밖에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훌루와 HBO 나우가 있으며 디스커버리와 NBC유니버설도 모두 내년에 경쟁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들 기업 모두 콘텐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망하는 기업이 적지 않겠다는 것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다.
이 후발 주자 중 애플과 디즈니가 더 강력한 도전자로 보인다. 애플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공급하는 10억 개 단말기로 이뤄진 기존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디즈니는 비디오 게임부터 생중계 스포츠, 슈퍼영웅에 이르기까지 여러 항목에 걸쳐 가장 풍부한 콘텐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
부두에 월마트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콘텐트 투자는 다른 두 라이벌보다 상당히 적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처음에는 1년에 20억 달러, 디즈니는 3편의 어벤저스 속편 같은 자체제작 콘텐트에 5억 달러만 투자하지만, 그룹의 연간 총 콘텐트 지출액은 그 50배에 육박한다. 월마트는 부두의 콘텐트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디즈니+와 애플 TV+ 모두 월정액의 이용료를 부과하지만, 부두의 서비스는 대체로 무료 제공한다.
어쨌든 3개 서비스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른 후발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가 갈수록 심각해질 듯하다. 소비자가 공짜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방송사들은 콘텐트 소유자와 협상하는 번잡한 과정을 떠맡아 그것을 취합해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스카이 같은 유료 TV 사업자나 케이블 네트워크가 부상했을 때 소비자는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때로는 패키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 같은 방식이 갈수록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드라마 ‘웨스트 월드’는 어디서 볼 수 있지?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은 요즘 어디 있지? 그뿐 아니라 여러 콘텐트를 볼 때는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미디어 대기업들이 모두 경쟁 서비스를 구축해 그들끼리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애플·디즈니·AT&T·NBC유니버설과 기타 대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지배적인 콘텐트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들이 제휴하면 소비자가 부담을 덜고 통합 서비스가 기존의 대안들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하나의 서비스를 구독해 클래식 TV 프로그램과 영화부터 최신 프로그램까지 모든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대형 플랫폼이 2~3개라면 시장이 필시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역설적으로 디즈니는 그런 옵션을 갖고 있다. 훌루는 디즈니·NBC유니버설·폭스 그리고 워너미디어(현재 AT&T 소유) 간의 합작사업으로 설립됐지만, 범산업적 플랫폼이 되겠다는 훌루의 주장은 더 강해지기는커녕 약해진다.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그들의 30% 지분은 자연스럽게 디즈니로 넘어갔다. 그리고 AT&T는 자신들의 10%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훌루는 최근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파트너십 발표로 다각화했을지 모르지만, 그 서비스에 대한 디즈니의 지배력이 강해짐에 따라 다른 미디어 업체들이 참여하기에는 전보다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미디어 업체들이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협력할 경우 분명 반독점 우려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조만간 업계 전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들이 선두를 차지할 기회가 열린다. 예컨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대기업,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통신업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 중 이미 소비자와 구독 관계를 구축한 업체가 많다. 따라서 기존 서비스에 동영상 스트리밍을 묶음 판매하기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아마존의 미디어 세계 전환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이는 음반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콘텐트로 폐쇄형 플랫폼(walled gardens)을 구축했다가 편리하고 싸고 포괄적인 대안 서비스를 내세운 애플 아이튠스에 시장을 빼앗기는 낭패를 겪은 2000년대 초를 연상시킨다. 몇 년 뒤 스포티파이가 그 시장을 다시 빼앗아갔다. 미디어 업체들은 또한 불법 또는 준 합법적인 비디오 통합 서비스로 소비자가 대거 이동할 가능성 또한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산업의 경쟁적 제휴 중에서 그들이 본받을 만한 최근의 선례가 있다. BMW와 다임러는 최근 대표적으로 승차공유와 전기차 충전을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에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로 하기보다 함께하는 편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미디어 대기업들도 비슷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소비자는 벌써 여러 개의 구독 서비스 비용과 어떤 서비스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 불편함에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가장 먼저 알맞은 가격에 규모와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이다. 현재의 스트리밍 업체가 자칫 방심하면 외부에서 기웃거리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기 쉽다.
- 마이클 웨이드
※ [필자는 IMD 비즈니스 스쿨 혁신·전략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작 콘텐트는 일차적으로 미국 중부를 겨냥해 제작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같은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아직 파고들지 못한 시장이라고 월마트는 판단한다. 소비자가 소파에 앉아 스크린의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쌍방향 광고가 올여름에 새로 선보인다. 부두의 프로그램들이 그 광고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들의 방대한 고객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부두의 한 고위 관리자는 최근 월마트를 가리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잠자는 거인’으로 불렀다.
그렇다면 그들은 잠에서 깨어날 때 대단히 혼잡한 시장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바로 몇 주 전에 애플이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를 발표했다. 올가을 라이선스 콘텐트와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결합해 전 세계에서 서비스를 개시한다. 한편 디즈니도 오는 11월 디즈니+로그 뒤를 잇는다. 먼저 미국부터 시작해 내년에 다른 나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 그 밖에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훌루와 HBO 나우가 있으며 디스커버리와 NBC유니버설도 모두 내년에 경쟁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들 기업 모두 콘텐트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망하는 기업이 적지 않겠다는 것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예상할 수 있다.
이 후발 주자 중 애플과 디즈니가 더 강력한 도전자로 보인다. 애플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홍보·공급하는 10억 개 단말기로 이뤄진 기존 플랫폼을 갖고 있지만, 디즈니는 비디오 게임부터 생중계 스포츠, 슈퍼영웅에 이르기까지 여러 항목에 걸쳐 가장 풍부한 콘텐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
부두에 월마트라는 든든한 배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콘텐트 투자는 다른 두 라이벌보다 상당히 적을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처음에는 1년에 20억 달러, 디즈니는 3편의 어벤저스 속편 같은 자체제작 콘텐트에 5억 달러만 투자하지만, 그룹의 연간 총 콘텐트 지출액은 그 50배에 육박한다. 월마트는 부두의 콘텐트 투자액을 밝히지 않았다. 한편 디즈니+와 애플 TV+ 모두 월정액의 이용료를 부과하지만, 부두의 서비스는 대체로 무료 제공한다.
어쨌든 3개 서비스 모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다른 후발 기업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구독 피로(subscription fatigue)’가 갈수록 심각해질 듯하다. 소비자가 공짜로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방송사들은 콘텐트 소유자와 협상하는 번잡한 과정을 떠맡아 그것을 취합해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스카이 같은 유료 TV 사업자나 케이블 네트워크가 부상했을 때 소비자는 특정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위해 때로는 패키지를 선택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때 이 같은 방식이 갈수록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드라마 ‘웨스트 월드’는 어디서 볼 수 있지?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은 요즘 어디 있지? 그뿐 아니라 여러 콘텐트를 볼 때는 비용도 많이 든다. 이 미디어 대기업들이 모두 경쟁 서비스를 구축해 그들끼리 ‘왕좌의 게임’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의 방향은 분명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애플·디즈니·AT&T·NBC유니버설과 기타 대기업들이 서로 협력해 지배적인 콘텐트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구독 서비스들이 제휴하면 소비자가 부담을 덜고 통합 서비스가 기존의 대안들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 하나의 서비스를 구독해 클래식 TV 프로그램과 영화부터 최신 프로그램까지 모든 콘텐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 대형 플랫폼이 2~3개라면 시장이 필시 감당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다.
역설적으로 디즈니는 그런 옵션을 갖고 있다. 훌루는 디즈니·NBC유니버설·폭스 그리고 워너미디어(현재 AT&T 소유) 간의 합작사업으로 설립됐지만, 범산업적 플랫폼이 되겠다는 훌루의 주장은 더 강해지기는커녕 약해진다.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면서 그들의 30% 지분은 자연스럽게 디즈니로 넘어갔다. 그리고 AT&T는 자신들의 10%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훌루는 최근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와 파트너십 발표로 다각화했을지 모르지만, 그 서비스에 대한 디즈니의 지배력이 강해짐에 따라 다른 미디어 업체들이 참여하기에는 전보다 매력이 떨어질 것이다. 미디어 업체들이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협력할 경우 분명 반독점 우려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조만간 업계 전반의 플랫폼으로 진화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체들이 선두를 차지할 기회가 열린다. 예컨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대기업,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나 통신업체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이들 중 이미 소비자와 구독 관계를 구축한 업체가 많다. 따라서 기존 서비스에 동영상 스트리밍을 묶음 판매하기가 비교적 수월할 것이다. 아마존의 미디어 세계 전환은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다.
이는 음반 대기업들이 자신들의 콘텐트로 폐쇄형 플랫폼(walled gardens)을 구축했다가 편리하고 싸고 포괄적인 대안 서비스를 내세운 애플 아이튠스에 시장을 빼앗기는 낭패를 겪은 2000년대 초를 연상시킨다. 몇 년 뒤 스포티파이가 그 시장을 다시 빼앗아갔다. 미디어 업체들은 또한 불법 또는 준 합법적인 비디오 통합 서비스로 소비자가 대거 이동할 가능성 또한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산업의 경쟁적 제휴 중에서 그들이 본받을 만한 최근의 선례가 있다. BMW와 다임러는 최근 대표적으로 승차공유와 전기차 충전을 위한 공동 플랫폼 구축에 협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따로 하기보다 함께하는 편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미디어 대기업들도 비슷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소비자는 벌써 여러 개의 구독 서비스 비용과 어떤 서비스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야 하는 불편함에 망설이는 기색을 보인다. 가장 먼저 알맞은 가격에 규모와 편리함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 것이다. 현재의 스트리밍 업체가 자칫 방심하면 외부에서 기웃거리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기 쉽다.
- 마이클 웨이드
※ [필자는 IMD 비즈니스 스쿨 혁신·전략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권한대행마저 탄핵 가결...경제계 "불확실성 커져"
2매일유업, 이인기·곽정우 대표 신규 선임...3인 대표 체제로
3취미도 온라인으로...여가활동 만족도 8년만 최고
4FBI, 3년 전 "코로나19, 실험실서 만들어져" 결론 내려
5민주당 "최상목, 속죄하는 마음으로 직무 임해야"
62025년 가장 여행 가고 싶은 국가 1위는 '일본'
7투자자 45% 올해 암호화폐 첫 투자...가장 많이 산 코인은
8최상목 권한대행 "국정 혼란 최소화해야...안정에 최선"
9청도군, '청년성장-직장적응' 성과 평가 최우수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