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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둥글지 않다고?

지구는 둥글지 않다고?

평평한 지구 운동 확산되면서 그들의 전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하는 법을 찾아야 할 때다
사진:GETTY IMAGES BANK
언론매체에선 날마다 과거엔 생각할 수도 없던 과학기사 타이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국의 22개 주에 걸쳐 홍역이 700건 이상 발생했다. 주로 백신이 백해무익하다고 믿는 사람들 탓이다. 기후변화 법안은 미국 상원에서 잠자고 있다. 주로 걸핏하면 기후와 기상을 혼동하는 파당적인 정치인들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전 세계의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평면지구 운동이 확산된다. 내 평생 가장 믿기 어려운 변화 중 하나다.

과학에의 공격이 너무 심해져 2년 전 전 세계 600개 도시에서 ‘과학을 위한 행진’이 열렸을 정도다.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한 행진에서는 이런 피켓들이 눈에 띄었다. ‘말은 적게 사고는 비판적으로’ ‘완전 정신 나간 과학자’ ‘과학이 없으면 트위터도 없다’ ‘문제가 너무 심각해 덕후들이 나섰다’ ‘지금 실험실에 있어야 하는데’.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뛰쳐나와 거리에 나서도록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이 달리 무슨 일을 하겠는가? 과학의 어떤 점이 특별한가는 더는 학문적인 문제가 아니다. 과학을 더 잘 수호하지 못한다면,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고 과학적 발견이 왜 더 큰 신빙성을 갖는지 더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과학을 부정하는 사람들의 장단에 춤추게 될 것이다.

과학자들(그 밖에 과학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과학의 부정에 맞서 싸울 효과적인 방법을 사실상 발견하지 못했다. ‘팩트는 왜 우리의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가’ 같은 헤드라인이 내걸리는 요즘 같은 ‘탈진실(post-truth)’ 시대에 과학에서뿐 아니라 다른 팩트 관련 문제에서 증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풀리지 않은 숙제다. 실증적 영역에서 과학자들은 증거를 제시하는 대응방식을 선택한다. 그 뒤 자신의 데이터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신뢰성이 의심받을 때 발끈하면서 등을 돌려버린다. 이해할 만한 일이지만 한편으론 그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과학 부정론자들을 비이성적이라고(실제로 그렇다 해도) 외면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에 관해 ‘100% 합의’가 있느냐 또는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신’하느냐는 문제를 그들이 따지고 들 때 ‘증거’에 관해 큰소리치며 대응하는 방식은 더 나쁘다. 과학과 관련해 가장 해로운 오해 중 하나에 힘을 실어줄 뿐이다. 어떤 이론이든 우리가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때까지는 여느 이론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더는 이런 식으로 계속할 수 없으며 과학의 성공사례만 내세우는 방법만으로 과학을 옹호할 수도 없다. 기후변화 ‘회의론자’들도 페니실린의 경이를 익히 안다. 하지만 그것이 1998년의 지구 기온 급상승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리고 과학 철학자들이 지난 100여 년 동안 사이비 과학을 콕 짚어 비난할 수 있도록 과학과 비과학의 결정적인 논리적 ‘구분 기준’을 찾았지만 헛수고였다.더 나은 대응방식은 증거·확실성·논리에 관한 논쟁은 접어두고 과학적 가치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과학의 가장 큰 특징은 방법이 아니라 태도에 있다. 과학자들이 증거를 중시하고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관점을 바꿔나가리라는 사고방식이다. 이것이야말로 과학자들을 과학 부정론자·모방자들과 진정으로 구분 짓는 특징이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지구가 평평한지 둥근지에 관해 과학적인 합의보다는 음모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 (위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미국 애리조나주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평평한 지구 모형 지도, 워싱턴 D.C.에서 과학 부정론자들에 맞서 ‘과학을 위한 행진’이 열렸다, 평면 지구론자들에 따르면 아폴로 달 착륙 프로그램은 날조된 것이다. / 사진:ROSS D. FRANKLIN-AP/YONHAP, HARRISON H. SCHMIT T/NASA, WIKIPEDIA, FLICKR
지난해 11월 덴버에서 열린 평면지구 국제 콘퍼런스(FEIC)에 참석했을 때 이런 이론을 직접 테스트할 기회가 있었다. 크라운 로얄 호텔 앤 컨벤션 센터의 주 연회장에서 환호하며 손뼉 치는 600명의 평평한 지구 신봉자들과 함께했다. ‘둥근 지구론자’들이 수천 년 동안 우리를 기만해왔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멀티미디어 행사와 강연의 향연이 이틀간 펼쳐졌다.

주류에서 인정받는 정도 면에서 평면 지구론자들은 필시 기후변화 부정론자나 나아가 백신접종 거부자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말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하지만 다른 연령그룹보다 밀레니엄 세대에서 그 숫자가 늘어난다). 기온상승과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평면 지구론자들과 같은 부류로 취급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을 실제로 많이 만났다. 평면 지구론자들은 지구가 둥글다고 처음 추론했던 피타고라스도 항공기 조종사와 탑승객,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 그리고 지구의 형상에 관한 ‘진실’을 알 만한 위치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까지 아우르는 방대한 음모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모든 그룹의 사고 습관은 덴버의 FEIC 콘퍼런스에서 확인했듯이 상당히 흡사하다. 과학 부정론자를 이해하고 어떻게 상대할지 알아내려면 평면지구 콘퍼런스가 좋은 출발점이다.
 “남극 꼭대기에 반구형 지붕이 덮여 있다”
과학 부정론자들에 대한 최선의 대응방안은 과학적 가치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위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지난해 평면 지구론자들이 미국 시카고에서 집회를 가졌다, 백신 접종 반대 운동가들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지구가 둥글다고 말하는 파일럿들은 음모의 동조자라고 평면 지구론자들은 말한다, ‘신기루 효과’의 한 사례. / 사진:JIM YOUNG-REUTERS/YONHAP , JOHN BAZEMORE-AP/YONHAP, GETTY IMAGES BANK(2)
가장 기본적인 문제부터 먼저 살펴보자. 맞다, 이들은 진지했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건 가볍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견해로 인해 수시로 박해받기 때문이다. 나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모두 전에는 지구가 둥글다고 믿었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자신들에게 거짓말을 해온 사람들의 세계적인 음모가 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눈을 믿으라”가 그들이 외는 주문이었다. “직접 실험해라” “물은 수평이다” “우주는 거짓이다” “9·11 테러와 달 착륙에 관해 거짓말할 수 있는 정부는 평평한 지구에 관해서도 거짓말할 수 있다”.

대다수 평면 지구론자들은 자신의 전향을 준종교적인 체험으로 묘사한다. 어느 날 “빨간 알약”(이들은 영화 ‘매트릭스’를 대단히 좋아한다)을 복용하고 나머지 사람들 모두 잘못된 교육과 세뇌의 결과 우리의 삶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구는 평평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당장 여러 가지 의문이 꼬리를 문다. 그들은 무엇을 믿는가? (지구는 원반 형태이며 가장자리를 따라 “남극의 산들”이 펼쳐져 있고 꼭대기에 반구형 지붕이 덮여 있다). 누가 그것을 비밀로 유지할 수 있나? (정부, NASA, 항공기 조종사 등). 누가 그렇게 시키나? (“적”이라고 한 사람이 내게 말했다. “하느님의 진실을 은폐하는 대가로 악마가 상당한 보상을 준다”). 다른 사람들은 왜 진실을 깨닫지 못하나?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으면 뭐가 좋은가?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는 성서와 일치하는 유일한 물리적 설명이다). 지구가 둥글다는 과학적 증거는 모두 뭐란 말인가? (모두 결함이 있다. 그것이 이번 콘퍼런스의 취지다).‘둥근 지구 타파론자들’ ‘과학적인 방식으로 보는 평평한 지구’ ‘평평한 지구 행동주의’ ‘NASA와 다른 우주 거짓말들’ ‘성서에 나오는 14가지 이상의 평평한 지구 이야기’ ‘평평한 지구에 관해 가족과 친구에게 말하기’ 같은 제목을 가진 세미나를 이틀 동안 참석했더니 어느 면에서는 다른 행성에서 이틀을 보낸 듯이 느껴졌다. 터무니없는 주장들이었지만 정교하고 기초가 탄탄했다. 특히 평면 지구론자 자신이 직접 발견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엔 설득력을 더했다. 그리고 참가자들이 마침내 그들 중 하나가 되면서 느끼는 사회적 강화가 확연히 느껴졌다. 믿음에 사회적 측면이 있음은 심리학자들 사이에선 오랜 상식이다.

연구에 따르면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데이터나 논리가 아니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꾼다. (왼쪽부터) 지구의 자전으로 인해 별들이 북극성 주위를 맴도는 듯이 보인다, 미국 프로농구 보스턴 셀틱스의 가드 카이리 어빙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본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2017년 남극의 라슨 C 붕빙으로부터 델라웨어 면적만 한 빙산이 떨어져 나갔다. / 사진:GETTY IMAGES BANK, MADDIE MEYER-GETTY IMAGES-AFP/YONHAP, YOUTUBE
첫날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청했다. 나는 콘퍼런스 배지를 달고 메모를 했다. 둘째 날 과학철학자로서 의견을 강력히 피력했다. 무수한 대화 끝에 평면 지구론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음모론의 흥미로운 혼합이며 외부인들은 불신받고 평평한 지구에 대한 믿음이 (일부에게는) 종교적 신앙에 가깝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대다수 기독교도가 평평한 지구론을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내가 만난 평면 지구론자는 거의 모두 기독교도로 드러났다(일부 두드러진 예외를 제외하고). 그들은 믿음의 증거로 신앙에 의지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그리고 자신의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려 열성적이었지만) 대다수는 자신의 모든 믿음(영적·세속적 모두)이 서로 들어맞게 하는 실증적 발견을 추구했다. 그리고 일단 찾기 시작하자 증거는 사방에 널려 있었다.
 과학 부정론자들의 이중잣대
과학 부정론자들을 그냥 무시하는 건 더 큰 불신만 초래할 뿐이다. (위 왼쪽부터 시곗바늘 방향으로) 찰스 다윈은 한 세기 훨씬 전에 자연도태설을 내놓았다, 평면 지구론자들은 사비를 들여 자신들의 이론을 홍보한다, NASA 출신 기후학자 제임스 핸슨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미국 의회에서 최초로 증언했다, 기후변화가 빙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 사진:YONHAP, WRAL.COM, WWW.FLICKR.COM, NATIONAL PARK SERVICE
대다수 프레젠테이션은 둥근 지구의 “과학적” 증거에 결함이 있으며 평평한 지구에 대한 자신들의 “증거”가 확실하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짜였다. 바람직한 실증적 추론의 기준이 거의 모두 무시됐다. 유리한 증거만 골라 뽑기? O. 믿음을 이념에 맞추기? O. 확증편향(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수용)? O.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사람을 설득할까? 수천 년간의 과학적 증거를 거부한 사람에게 더 많은 증거를 보여준다고 믿음이 생기지는 않는다. 내가 무엇을 제시하든 항상 반론이 있었다. NASA가 우주 사진을 날조했다. 항공사 파일럿들이 음모에 가담했다. 회전하는 공에 물이 붙어 있을 수 없다 등.

그래서 나는 다른 전술을 시도했다. 증거에 관해 논하는 대신 그들의 논리를 파고들었다. 음모론자들의 문제는 스스로 회의론자를 자처하면서도 오히려 귀가 얇다는 점이다. 증거에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허다하다. 자신들이 믿고 싶지 않은 것은 어떤 증거를 제시해도 받아들이지 않지만 믿고 싶어 하는 것은 아무리 희박한 증거라도 받아들인다. 하지만 “과학적 태도”는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개인의 믿음을 바꿔나가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리킨다.

“당신의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면 그들은 기꺼이 제시했다. 또는 “여기 내 증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대신 “어떻게 하면 당신이 틀렸다는 생각을 갖겠는가”라고 물었다. 이런 질문에는 그들도 준비되지 않은 듯했다.

나는 무대에서 막 내려온 주요 발표자 중 한 명과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어떤 과학적 배경도 없다고 시인했지만 백색 실험실 가운을 입었다. 그는 그 정도 권위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나는 어떤 증거를 보여주면 지구가 둥글다고 믿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냥 확실한 증거를 보여달라”고 말했다. 내가 다시 어떤 종류냐고 묻자 그는 자신이 무대 위에서 방금 제기했던 “증거” 중 하나를 거론했다. 평면지구 “연구원”이 약 100㎞ 떨어진 미시건호에서 촬영한 시카고 스카이라인 사진이다. 지구가 둥글다면 건물들이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 시야에서 벗어났으리라는 주장이다.내가 물었다. “하지만 방금 NASA 사진이 모두 포토샵으로 처리됐다고 말했는데 나보고 이 사진을 믿으란 말이오?” 그가 답변했다. “그렇소. 그 사진을 촬영한 친구를 내가 알고 내가 직접 미시건호에 가서 단 74㎞ 거리에서 그것을 재현했기 때문이오.”

평면 지구론자들이 수학을 잘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말하는 동안 얼른 계산해서 시카고의 최고층 건물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려면 72㎞만 떨어지면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그의 말이 옳은 건가? 아니다. ‘위 신기루 효과(superior mirage effect)’라는 현상 때문이다. 이는 표면 근처의 공기 온도가 그 상부의 공기보다 낮은 온도 역전 중에 발생하는 익숙한 물리적 현상이다. 먼 거리의 물체가 발사하는 광선이 약간 아래쪽으로 구부러져 물체가 실제보다 공중에 더 높이 있는 듯한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속의 시카고 스카이라인은 신기루였다(무더운 날 포장도로 위에 물이 나타나는 듯한 ‘아래 신기루 효과’의 비슷한 착시도 흔히 경험하는 현상이다).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발표할 때 그 점을 언급했다. 지어낸 이야기라고.”

내가 말했다. “발표할 때 다루지 않았다. 방금 그것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는 “어쨌든 안 믿는다”고 말했다.

팬 그룹이 몰려들자 그는 조바심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질문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 왜 160㎞ 거리까지 나가지 않았소?” 내가 물었다.

“뭐라고요?”

“160㎞ 말이요. 그 정도까지 멀어졌다면 도시뿐 아니라 신기루도 사라졌을 것이오. 사라지지 않는다면 당신이 원하는 증거를 얻게 되고.”

그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멀리까지 가자고 배의 선장을 설득하지 못했소.”

이번에는 내가 코웃음 칠 차례였다.

“뭐라고요? 이 연구에 평생을 바쳤는데 가지 않았다고요? 결정적인 실험이 손 닿을 곳에 있었는데 88㎞를 더 가지 못했다니요?”

그는 고개를 돌리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평면 지구론자들을 왜 걱정하는가?
이런 만남은 무해한 호기심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과도 비슷한 상황이 매일 벌어진다. 내가 FEIC 2018을 찾아간 것은 모든 과학 부정론자들이 똑같은 기본적인 추론 전략을 따른다는 나의 이론을 테스트하려는 목적이었다. 아무리 사실 같지 않더라도 자신이 믿는 가설에서 출발해 유리한 증거를 취사선택하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공격해 그들의 이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자기 분야의 전문가를 인용하고(아무런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과학자들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주장하고, 약간의 음모론을 첨가한다.

이것이 평면 지구론자들의 방식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티메로살에 관한 데이터를 돈으로 은폐하려 했다고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주장할 때 쓰는 방식이다. 티메로살은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잘못) 알려진 수은 기반 백신 첨가물이다.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비정상적으로 무더웠던 1998년을 기준으로 삼아 20년 동안 지구온난화가 없었다고 주장할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평면 지구론자들은 그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전술은 생사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 부정론자들과의 대화는 길고 지루한 과정이 될 듯하다. 애당초 그들의 견해가 증거에 반응하는 합리적인 방식에 근거하지 않아 그들을 증거로 설득하기는 어렵다. 물론 FEIC 2018에 참석한 48시간 동안 그 발표자나 그 밖의 누구도 설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믿음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일 한 가지는 했다. 거기에 참석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데이터가 아니라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을 바꾼다. FEIC의 발표자가 나를 신뢰한 척은 않겠지만 기습적으로 서둘러 인터뷰를 마치고 떠난 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신뢰를 구축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콘퍼런스에 남아 더 많은 대화를 나눴다. 또 다른 초청 강사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두 시간 동안 로켓 여행과 남극 비행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적이고 기민하고 탁월한 토론자였다. 그가 마음에 들었지만 우리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의견이 엇갈렸다.

사람이 위협을 느낄 때 자신만의 고립된 공간으로 물러서는 경향을 보이는데 평면지구 커뮤니티도 다르지 않다. 그들은 유튜브를 통해 수많은 평면지구 비디오를 시청하는 방법으로 ‘리서치’를 하고 지금은 일정 규모 이상 세력도 커져 집회도 갖는다. 내년에는 “빙벽에 도달”하기 위한 평면지구 크루즈 여행도 계획돼 있다. 그들은 정말로 증거를 찾고자 하는 듯하다.

그러나 평면 지구론자들(그리고 다른 과학 부정론자들)의 문제는 증거를 추구하지 않는 게 아니라 증거에 합리적인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과학적인 태도가 결여됐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그들을 그냥 무시하는 건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더 많은 불신과 더 큰 분극화만 초래할 뿐이다. 대신 과학자와 일반인이 모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과학자들은 어쨌든 자신만의 고립된 공간으로 물러난다는 비난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과학의 부정을 무시하는 건 너무 위험한 일이다. 평면 지구론이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들은 어린이들을 포함해 신규 회원모집 방법에 관한 회의도 열었다. 딸이 학교에서 교사의 제지를 받는다고 한 남성이 푸념하자 강사는 교사가 엿들을 수 없는 운동장에서 친구들에게 평면 지구론에 관해 이야기하도록 권고했다. 평면지구 운동은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농구 선수 카이리 어빙(나중에 탈퇴)과 윌슨 챈들러 같은 유명 스타들을 영입했다. 보스턴 같은 많은 도시에 평면지구론 ‘동호회’도 있다. 덴버 집회 직전 광고판 비용을 후원한 사람도 있었다. 지적 설계자들(Intelligent Designers)이 아주 멀지 않은 과거에 그랬듯이 평면 지구론자가 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돼 물리학 교사들에게 “그 논란을 가르치도록” 요청하기까지 몇 년이 더 걸릴까?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과학 부정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 모두가 동시에 진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과학을 중시하는 사람들로선 어떤 형태로 일어나든 과학의 부정에 맞서 싸울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한다. 그저 과학의 성공사례만 거론하는 데 그치지 말고 불확실성이 과학적 추론의 약점이라기보다 강점이라는 관점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증거가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과학은 기후변화가 실재한다거나 백신이 안전하다거나 또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조차 “증명”할 수 없다. 그것은 귀납적 추론 방식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가능성과 확률의 중요성에 관해 행동보다 말을 훨씬 더 많이 하며 과학적 “증거”에 관한 오해에 펑크를 낼 수 있다. 과학적 믿음은 확실성이 아니라 증거에 기반을 둔 정당성, “보장”을 토대로 한다. 인위적 지구온난화의 증거가 “5시그마” 수준(거짓을 참으로 판정하는 긍정오류의 확률이 100만 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의미)에 도달했다는 말은 100% 확실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정도라면 합리적으로 믿을 만하다는 점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확실성이 표준일 때 과학 부정론자들은 끝까지 증거를 요구해야 정당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러니 그런 건 과학의 작동 방식이 아니라고 그들에게 설명하자. 확실성은 실증적 믿음을 위한 비합리적인 기준이라고.

과학자가 증거를 찾을 때 그리고 그 증거가 이론의 오류를 보여줄 때 그냥 무시할 수는 없다. 문제가 충분히 심각해질 경우 이론을 수정하거나 어쩌면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는 과학자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방법이나 논리의 문제(칼 포퍼를 비롯한 다른 철학자들이 오래전부터 주장했듯이)가 아니라 가치의 문제라고 본다. 과학이 지금처럼 효과적인 이유 중 하나는 이념과 달리 답을 모두 아는 척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과학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열려 있으면서 이런 아이디어들을 엄격히 테스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에선 데이터 공유, 동료 연구자의 평가, 재현에 기초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커뮤니티 표준이 있다. 과학적 태도는 개별 과학자의 마음속뿐 아니라 실증적 조사를 합리적인 방식으로 유도하는 집단정신으로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를 아는 일반인이 얼마나 많을까?

과학 부정론자들과 대화를 더 많이 나누는 것이 과학을 수호하는 최상책인 이유다. 제임스 핸슨(NASA 과학자이자 대표적인 기후변화 평론가)과 어떤 음모론자를 분할화면으로 띄워놓고 똑같은 발언 시간을 주는 과거의 TV 토론을 말하는 게 아니다. 허위정보에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 분명 합당한 우려가 있다. 미디어의 전면에 나서 자신의 발견뿐 아니라 과학적 결과를 도출하는 엄격한 과정을 설명하는 과학자가 더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물론 과학자와 과학 부정론자들 간에 더 많은 교류를 기대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워싱턴주의 홍역 발병과 관련된 변화가 대표적이다. 공중보건 당국자들이 워크숍을 열어 백신 접종 반대론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과학적 추론에선 자신의 이론이 틀릴 확률이 항상 존재한다. 실제 과학자가 과학 부정론자들과 다른 점은 그들이 그런 가능성을 얼마나 엄격히 추구하느냐에 있다.

- 리 매킨타이어



※ [필자는 보스턴대학 과학 철학·역사 센터의 연구원이다. 저서로는 ‘과학적 태도: 부정·사기·사이비과학으로부터 과학을 지키기(The Scientific Attitude: Defending Science from Denial, Fraud, and Pseudoscience)’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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