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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위험한 행동 나쁘지만은 않다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 나쁘지만은 않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모든 종에서 생존의 열쇠는 치명적인 위험과의 조우 통해 경험과 교훈 얻어
사진:ILLUSTRATIONS BY ALEX FINE


십대는 위험한 행동으로 악명 높다. 극한 스포츠부터 폭음까지 그들의 별나고 예측 불가한 행동은 종종 주변의 성인들에게 설명이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반항의식일까, 잘못된 판단일까, 정신적인 미성숙 때문일까? 베스트셀러 ‘주비쿼티(Zoobiquity, 국내에선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판이 나왔다)’의 의 공동저자인 심장 전문의 바버라 내터슨-호로위츠와 언론인 캐스린 바워스는 신저 ‘와일드후드(Wildhood)’에서 5년 동안 야생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결과를 청소년의 행동 성향과 연결했다. 그들은 동물의 경우 인간의 청소년기에 해당하는 시절에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유전적으로 설정됐으며, 거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 동물의 세계 전반에서 ‘청소년기’의 위험한 행동은 더 안전하고 자신감 있는 ‘성체’로 발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모가 십대 자녀의 돌출 행동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녀의 독립심 함양과 자녀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본능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다음은 그들의 책 ‘와일드후드’의 발췌문이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외상성 손상이나 죽음을 훨씬 더 많이 당한다. 세계 어디서든 사망의 위험은 어린 시절과 성인 시절 사이인 청소년 시절에 급속히 높아진다. 그 나이엔 교통사고나 총격, 추락, 익사, 또는 독살이 주요 사망 원인이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차를 더 빨리 몰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는 경우가 잦다. 범죄율도 어느 연령층보다 높으며 피살될 확률도 35세 이상보다 5배나 높다. 콘센트에 손가락을 꽂는 아기와 전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성인을 제외하면 감전사의 비율도 청소년층에서 가장 높다. 그들의 자살률도 다른 연령층보다 높다. 정신질환과 중독도 같은 추세를 보인다. 또 청소년은 성인보다 폭음으로 만취해 정신을 잃거나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다른 연령층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야생동물의 세계에서 연령과 관련된 사망률을 폭넓게 조사한 결과 아주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동물의 경우도 인간처럼 ‘청소년기’의 삶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야생에서 그들은 성체보다 추락하거나 물에 빠지거나 굶어 죽는 경우가 더 잦다.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들은 더 나이가 많고 몸집이 큰 동료들에 의해 위험한 행동을 하도록 강요받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포식자도 연약한 그들을 먼저 노린다. 한마디로 그들은 주변 모든 동물의 ‘봉’이다.

매년 남극 주변에선 킹펭귄 새끼 수천 마리가 둥지를 떠나 포식자가 득실거리는 바다로 뛰어든다. 어떤 해에는 그중 절반만 살아남는다. 나머지는 표범해표와 범고래에게 잡아먹히거나 굶어 죽는다. 더 많이 살아남는 해도 있지만 아무튼 모든 펭귄에겐 둥지를 떠난 첫 며칠, 몇 주, 또는 몇 달이 극히 위험한 시기다.

둥지를 떠날 정도로 성장했지만 외부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을 처음 접하는 이 시기는 인간 청소년에게도 위험한 때다. 다행히도 인간 청소년의 사망률은 펭귄만큼 높진 않다. 그러나 동물의 세계 전반에서 그런 시기는 그들을 치명적인 위험에 취약하게 만드는 특징을 공유한다. ‘경험 부족’이다. 야생 생물학자들은 그처럼 준비가 안 됐고 아무런 의심도 없는 그들의 특성을 ‘포식자를 모르는 순진무구함’으로 묘사한다. 예를 들어 새끼 상태를 벗어난 마멋은 부근에 코요테가 어슬렁거리는 데도 아무런 생각 없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또 그런 시기의 해달도 백상아리 떼에서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그쪽으로 무모하게 헤엄쳐간다.

인간 청소년이 아무런 경험 없이 외부 세계에 들어설 때도 마멋이나 해달과 똑같이 ‘포식자를 모르는 순진무구함’을 보인다. 그들이 파티에 가거나 다른 도시로 이사할 때 그곳에서 마주치는 위험은 치명적일 수 있다. 갑자기 방향을 틀어 달려오는 트럭, 술 취한 상태에서 치르는 신고식, 우울증, 성인 약탈자 등.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위험에 부닥치는 것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청소년기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살아남으려면 포식자에 관해 잘 알아야 한다. ‘알기 위해선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역설적인 사실이다. 안전함을 얻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보호 본능이 강한 부모가 곁에 있을 때는 그런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 살아남을 수 있는 교훈을 못 얻어 앞으로 상당히 불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진:ILLUSTRATIONS BY ALEX FINE
부모가 언제나 자녀를 보호할 순 없다. 특히 물리적으로 서로 떨어져 있을 때가 그렇다. 그리고 무모한 운전이나 약물 사용, 무분별한 섹스 등 많은 청소년이 하기 쉬운 위험한 행동을 성인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성인에겐 무조건 사고를 피하는 게 위험을 가까이 불러들이는 것보다 훨씬 논리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십대가 찾아다니는 위험한 상황과 그들을 쉬운 표적으로 만드는 순진무구함을 구별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살아남았을 경우엔 그 둘 다가 앞으로 혜택을 가져다줄 수 있다. 따라서 안전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역설이 아니라 인간이든 동물이든 청소년기의 필수적인 행동이다.

인간이나 동물이 자신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 아직 후손을 만들지 못한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은 진화론적으로 보면 전혀 타당하지 않다. 하지만 야생동물의 공통적인 위험 행동 중 하나를 살펴보면 궁극적으로 그런 행동이 혜택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필수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박쥐 성체는 원숭이올빼미 같은 포식자를 보면 곧바로 달아난다. 그러나 새끼 상태를 갓 벗어난 박쥐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포식자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청소년에게서 그런 행동을 본다면 우리는 그들이 스릴을 추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파나마 소재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박쥐의 그런 행동은 아드레날린 넘치는 스릴을 찾는 청소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의식하진 못하겠지만 올빼미에게로 날아가는 박쥐 새끼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아주 중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그런 행동을 ‘포식자 탐색’이라고 부른다. 야생의 물고기나 새, 포유류가 ‘청소년기’에 위험을 피해 달아나지 않고 오히려 위험이 도사린 쪽으로 다가가는 행동을 가리킨다. 경험 없고 순진한 그들은 그런 행동을 통해 치명적인 포식자에 관한 중요한 정보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포식자의 전략을 잘 알면 향후의 공격을 피하고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청소년기’의 동물은 ‘포식자를 모르는 순진무구함’에서 ‘포식자 인식’ 단계로 나아간다. 호르몬과 뇌의 변화가 그런 행동을 유도한다. 인간을 포함해 모든 동물의 뇌는 생존 확률을 높이는 행동에 ‘쾌락’을 느끼도록 하는 화학적인 보상을 전달한다. 하지만 ‘포식자 탐색’처럼 아주 위험하지만 중요한 안전학습에는 더 많은 보상을 전해준다.

십대가 위조 신분증을 갖고 야밤에 몰래 집을 나가 술집이나 나이트클럽에 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구를 통해 그 핵심적인 원인을 찾아냈다. 동물의 세계 전반에서 성체가 되기 전의 시기엔 위험에 이끌린다는 사실이다. 그런 ‘위험과의 조우’에서 살아남는다면 앞으로 더 안전해지고 자신감도 더 커진다. 그와 비슷하게 인간의 십대가 금지된 장난에 빠져드는 것도 경고받은 포식자와 대면해 보려는 원초적인 욕구에서 비롯될 수 있다. 모든 종에서 생존의 열쇠는 치명적인 위험과의 조우를 통해 교육적인 혜택을 얻는 것이다.

공포영화 관람객과 롤러코스터 앞에서 줄을 선 대기자의 대다수가 청소년인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뇌가 공포를 통해 강렬한 쾌감을 얻기 때문이다. 마약중독, 암, 테러, 총격에 의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는 청소년 소설은 실제 몸을 다치지 않고 그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내가 좋아하는 살인(My Favorite Murder)’ 같은 실화 범죄 팟캐스트가 미국에서 그토록 인기 높은 것도 ‘포식자 탐색’이라는 진화론적 유산 덕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야생동물의 ‘청소년기’에 관한 연구는 십대인 우리 자녀가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이런 이해는 보호 본능과 자녀의 독립성 함양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전을 위한 가장 적절한 조언이다. 하지만 무경험에는 그 나름대로 위험이 따른다. 우리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은 앞으로 언젠가 직접 부닥쳐야 할 위험에 미리 어느 정도 노출될 필요가 있다. 그런 이해 없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과잉보호가 그보다 더 위험한 행동일지 모른다.

- 바버라 내터슨-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 [이 글은 ‘와일드후드(Wildhood: The Epic Journey from Adolescence to Adulthood in Humans and Other Animals, 바버라 내터슨-호로위츠와 캐스린 바워스 공저, 스크리브너 펴냄)’에서 발췌했다.]
 [박스기사] “위험과의 조우 필요하지만 목숨 걸 필요 없어”
사진:ALISON SHEEHY


‘와일드후드’의 저자 바버라 내터슨-호로위츠와 캐스린 바워스 인터뷰

어떻게 이 책을 쓰게 됐나?


바워스(KB) & 내터슨-호로위츠(BNH):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암, 심장병, 우울증, 약물중독 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자연 세계를 연구했다. 그러다가 십대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청소년의 위험한 행동에 관한 이해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소셜미디어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봤다. 개인적으로 연구의 스트레스도 아주 심했다. 달라지는 성문화를 잘 헤쳐가도록 십대 자녀를 안내하는 것도 아주 힘든 일이었다. 또 우리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청소년 불안증과 우울증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다. 그런 상황에서 성인의 삶에 전혀 준비되지 않은 십대가 더 많아졌다. 우리는 자녀들과 그런 문제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세계의 연구 방법을 현대 청소년이 부닥치는 어려움에 적용했다.

‘와일드후드’는 언론인 캐스린 바워스(위 왼쪽)와 심장 전문의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위 오른쪽)의 두 번째 합작품이다. / 사진:JOANNA DEGENERES


동물의 행동 중 어떤 것이 인간에게 가장 많은 교훈을 준다고 보는가?


KB & BNH: 포식자가 무리를 이룬 물고기나 새, 영양을 사냥할 때는 사냥감이 전부 같아 보여 한 마리를 표적으로 삼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무리 중에서 특이한 모습을 한 개체가 눈에 띄기 때문에 가장 먼저 잡혀먹힌다. 그러나 흰색 메기처럼 특이하게 생긴 동물은 동료 메기도 피한다. 무리 중에 그런 친구가 섞여 있으면 포식자의 눈길을 끌어 전체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특이함의 효과’는 인간의 삶에서보다 무리 지어 사는 동물 사이에서 더 크다. 그러나 우리가 인터뷰한 청소년들은 중학교를 무난하게 졸업하는 최선의 조언이 “동료 사이에서 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동물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청소년에게 앞으로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위험 감수를 허용하는 동시에 주변의 위험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KB & BNH: 모든 청소년은 위험을 감수한다. 하지만 그 위험에 이끌리는 정도와 위험을 허용하는 정도는 개인적으로 다르다. 어떤 청소년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행동에서 스릴을 찾는다. 또 어떤 청소년은 체스 대회나 스포츠, 연극에서 짜릿함을 찾는다. 아무튼 청소년이 본능적으로 갈구하는 것은 바로 그 ‘위험과의 조우’ 느낌이다. 하지만 그런 조우에서 유익한 교훈을 얻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다른 한편으로 무경험은 어떤 상황에서든 더 위험하다. 따라서 경험을 하되 안전한 한도에서 머무는 것이 요령이다. 동료 압력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동료들이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도록 부추기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연구에 따르면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장기적인 안전을 도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먼바다로 처음 나아가는 연어는 좀 더 경험 많은 동료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포식자에 관해 중요한 정보를 얻어 앞으로 좀 더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다.



자녀 보호와 독립심 함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나?


KB: 이 책을 쓸 때 딸아이가 십대였다. 그래서 우리 연구에서 얻은 지식으로 양육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특히 딸아이와 갖는 대화에 더 개방적이 됐다. 딸아이가 맨해튼에 나갈 때 노심초사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청소년은 본능적으로 위험에 빠져들기 쉽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따라서 “아니, 어디를 간다고? 옷을 그렇게 입고 말이야?” 같은 뻔한 반응 대신 청소년 시기와 세상에 관해 좀 더 심도 있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 책에서 소개한 다른 중요한 인생 기술 하나도 내가 딸아이의 앞길을 안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예를 들어 우리 연구는 청소년의 경우 동료가 곁에 있을 때 더 안전하며, 청소년기에 많은 사람을 접하면 성인이 됐을 때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나도 딸아이가 많은 친구와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 9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19 노벨 컨퍼런스에서 여러분의 첫 저서 ‘주비쿼티’가 소개됐는데 거기서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가?


KB & BNH: 자연 세계는 인간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갖고 있다. 올해의 노벨 컨퍼런스 주제는 ‘생명의 영감을 주는 의학’이었다. 우리가 참가한 ‘주비쿼티’ 심포지움은 여성 건강의 두 가지 중요한 분야 사이의 연결에 초점을 맞췄다. 생식 건강과 심장병을 가리킨다. 심장병은 여성의 주된 사망 원인이다. 한 패널에선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치명적인 혈압을 가진 기린이 심장마비에 걸리지 않는 이유를 다뤘다. 다른 토론에선 배란 문제가 다뤄졌다. 캥거루와 곰이 체내에 배아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이해하면 화학요법으로 암치료를 받는 여성이 임신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계획은? 또 다른 합작 프로젝트가 있는가?


KB & BNH: 그렇다. 인간과 동물의 생활주기에 관해 배울 게 너무 많다. 특히 우리가 관심 있는 분야는 노화의 이유, 또 고령이 될 때 종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 등이다.

- 메러디스 울프 샤이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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