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재팬 통합 그 후] 인공지능 앞세워 글로벌 ‘3극(極)’ 플랫폼 도약
[라인·야후재팬 통합 그 후] 인공지능 앞세워 글로벌 ‘3극(極)’ 플랫폼 도약
새로운 통합 서비스 개발은 라인이 주도할 전망… 라인 플랫폼과 야후 콘텐트 묶은 수퍼앱 중·단기 목표 지난 11월 18일 도쿄 타나카와 그랜드프린스호텔.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 공동대표와 가와베 겐타로(川邊健太郞) 야후재팬 대표가 한자리에 섰다. 경쟁사 간 어색한 만남이지만, 두 대표는 환한 미소로 회담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데자와 대표는 야후재팬의 색상인 빨간색 넥타이를, 가와베 야후재팬 대표는 라인의 색상인 녹색 넥타이를 각각 매고 등장했다. 곧이어 두 회사의 일대일 통합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데자와 대표는 “서로의 손을 잡고 더욱 높은 곳을 지향하자는 큰 결정”이라고 말했고, 가와베 대표는 “(미국·중국 기업에 이어) 세계의 제3극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 언론도 두 회사의 통합에 “일본 디지털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으로 일본에 ‘수퍼앱’ 탄생 기대감이 크다. 수퍼앱이란 구글플레이·애플iOS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종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도 영화·음악·쇼핑·결제 등 여러 콘텐트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앱이다.
그만큼 두 회사의 통합은 일본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가딜’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사용자 약 2억3143만 명(월간 기준), 연 매출 1조1618억엔(약 12조5000억원), 시가총액 3조엔(약 32조원)에 이르는 거대 ICT 공룡이 탄생한다. 지역적으로는 일본과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대만 등 동남아 일대를 아우른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열쇠로 플랫폼이 아닌 ‘인공지능(AI)’을 꺼냈다.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 비전은 ‘일본·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이다. 이번 통합을 설명한 16쪽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투자자 상대의 41쪽짜리 경영통합 설명자료에 AI가 총 26번 등장한다. 플랫폼이란 용어는 단 두 차례만 썼다. 라인·야후재팬에 AI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ICT 기업을 꿈꾸지만 성장 잠재력의 차이가 크다. 한국과 일본 모두 영토가 좁고 언어가 널리 쓰이지 않아서다. 이에 비해 미국 시장분석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3억7200만 명, 중국어인 사람은 12억8400만 명이나 된다. 구글과 네이버가 검색·광고·클라우드·동영상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시가총액이 37배나 차이 나는 이유다. 중국 알리페이 사용자 수는 12억 명에 달해 일본 전체 가입자 수의 12배가 넘는다. 이런 태생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술이 AI다. AI는 하나의 언어다. 최근 GIF 등 움직이는 사진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듯, AI는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선택과 판단을 도와주기 때문에 온라인 환경에서 보완적 언어로 작동할 수 있다. 풍부한 빅데이터와 정교한 분석으로 설계된 AI는 만국공용어가 될 수 있다. 네트워크에 실린 AI는 일종의 인프라로 작동하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앞으로 종합 플랫폼으로서 고객 기반을 어떻게 확장하고 데이터를 얻느냐가 인터넷 기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AI는 어디까지나 중장기 비전이다. 당장 경영통합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이번 통합 무대는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라인은 페이·파이낸셜 등 핀테크 분야 투자로 지난해 첫 380억원 적자를 냈으며, 야후재팬은 구글·아마존과의 경쟁이 힘에 부치는 등 두 회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이 성공으로 이어지면 일본을 발판으로 동남아로 시장 확대가 가능하고, 실패하면 버림받을 수도 있다.
두 회사는 광고·플랫폼·핀테크와 시스템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 수퍼앱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대개 목 좋은 곳(사용자 수)에 여러 테마파크(콘텐트)를 짓고 많은 지출(페이)을 발생시키는 한편, 곳곳의 공터에 광고판(광고수익)을 설치해 이익을 낸다. AI는 관광객과 최대한 오랜 시간 테마파크에 머물며 많은 지출을 유도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이다. 이에 라인은 판로로서 사용자를 모으고, 야후재판은 다양한 콘텐트를 공급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산이다.
광고의 경우 사업주와 고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마케팅 창구를 늘리는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한다. 시장 전환으로 현재 30%(라인·야후재팬 합산 4277억엔)인 일본 인터넷 광고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동인구와 지출이 가장 많은 e커머스 부문도 강화한다. 야후재팬의 모기업인 Z홀딩스는 올해 인수한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을 비롯해 야후쇼핑·아스쿨 등 여러 쇼핑몰을 갖고 있다. 야후재팬의 온라인 쇼핑몰 일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약 1조9400억엔(약 21조원)으로, 일본 e커머스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라인이 창구 역할을 하면 방문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 분야는 과잉·중복 투자와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간 가맹점 확대 경쟁과 환급·쿠폰 등 거액의 마케팅 비용에 재무적 부담이 컸다. 더불어 라인페이와 Z홀딩스 산하 페이페이는 총 5700만 명의 사용자 수를 앞세워 앞으로 은행·증권거래·보험·신용카드 등 핀테크 분야에 뿌리를 내릴 계획이다.
새로운 통합 서비스 개발은 라인이 주도할 전망이다. 라인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Z홀딩스 산하 콘텐트 기업보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개발에 능해서다. 실제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Z홀딩스의 최고개발책임자(CPO, Chief Product Officer)를 맡기로 했다. 대신 가와베 Z홀딩스·야후재팬 대표가 통합 법인의 사장을 맡아 경영을 이끈다. 라인 관계자는 “통합 후 첫 번째 목표는 페이시장이 될 것이며, 일본 내 1위만 달성해도 큰 성공”이라며 “경영은 야후재팬이, 개발은 라인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개발자들을 통해 야후재팬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경영과 개발의 불균형 문제나 갈등의 소지도 있다. 다만 그간 합작법인 설립과 지분 투자에서 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던 소프트뱅크가 이례적으로 네이버와는 동률로 투자했다는 점에서 양보를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와 합작회사 ‘모넷테크놀로지’를 만들면서도 50.25%의 지분을 요구해 관철한 바 있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AI를 매개로 네이버·소프트뱅크의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AI 연구기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현 네이버랩스)을 2017년 인수하는 등 AI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또 클라우드 서버의 운영,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소프트뱅크가 방치하고 있는 사업군에 경쟁력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필요로 하는 세계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확보했다. 손정의 회장이 비전펀드 등을 지렛대로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글로벌 승차공유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두 회사가 협업하면 빅데이터의 3대 축으로 꼽히는 검색·쇼핑·GPS 분야 모두를 섭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직 AI 개발이 더딘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는 “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은 오픈 플랫폼이자 데이터 플랫폼 회사로 위치기반 서비스로 방대한 양의 GPS 정보도 받고 있다”며 “한국·일본의 데이터는 양이 한정되고 세계적으로 활용 가치가 낮아 네이버·소프트뱅크가 홀로 세계적 AI 기업이 되긴 어려운데 두 회사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통합 발표로 경영통합 타임라인은 돌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늦어도 내년 1월 계약을 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영통합 완료는 내년 10월 목표로 멀찌감치 잡았다. 두 회사 통합이 독과점법, 공정거래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해서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대만·미국에서도 승인 대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두 회사의 통합이 개인 데이터와 페이 플랫폼에서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보고 일본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는 인수·합병(M&A) 등으로 구매기록·위치정보 등 개인 데이터를 과점하면, 신규 사업자의 경쟁 제한으로 판단할 수 있다. 또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이 허술한 경우도 두 회사의 경영통합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11월 18일 도쿄 타나카와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두 회사 대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개인정보보호 강화 계획을 설명하는 등 당국의 판단에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1월 19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무상은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의 활성화와 편리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수 사용자를 가진 사업자의 통합은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일본 내 여론은 일부 마찰은 있을 수 있지만 공정위 승인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라인의 라인페이와 Z홀딩스의 페이페이가 출혈경쟁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일본 공정위가 과당 경쟁을 막자는 취지로 전향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정부가 최근 데이터 과점에 따른 경쟁 저해를 규제하는 것은 자국 기업보다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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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과 야후재팬의 경영통합으로 일본에 ‘수퍼앱’ 탄생 기대감이 크다. 수퍼앱이란 구글플레이·애플iOS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종의 온라인 플랫폼이다.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도 영화·음악·쇼핑·결제 등 여러 콘텐트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형태의 앱이다.
그만큼 두 회사의 통합은 일본 정보통신기술(ICT) 역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메가딜’이다. 통합이 성사되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사용자 약 2억3143만 명(월간 기준), 연 매출 1조1618억엔(약 12조5000억원), 시가총액 3조엔(약 32조원)에 이르는 거대 ICT 공룡이 탄생한다. 지역적으로는 일본과 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대만 등 동남아 일대를 아우른다.
두 회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열쇠로 플랫폼이 아닌 ‘인공지능(AI)’을 꺼냈다. 라인·야후재팬의 경영통합 비전은 ‘일본·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리드하는 AI 테크 기업’이다. 이번 통합을 설명한 16쪽짜리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투자자 상대의 41쪽짜리 경영통합 설명자료에 AI가 총 26번 등장한다. 플랫폼이란 용어는 단 두 차례만 썼다. 라인·야후재팬에 AI는 그만큼 의미가 크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구글·아마존 같은 글로벌 ICT 기업을 꿈꾸지만 성장 잠재력의 차이가 크다. 한국과 일본 모두 영토가 좁고 언어가 널리 쓰이지 않아서다. 이에 비해 미국 시장분석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3억7200만 명, 중국어인 사람은 12억8400만 명이나 된다. 구글과 네이버가 검색·광고·클라우드·동영상 등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시가총액이 37배나 차이 나는 이유다. 중국 알리페이 사용자 수는 12억 명에 달해 일본 전체 가입자 수의 12배가 넘는다.
구글과 네이버 시가총액이 37배 차이인 이유
그러나 AI는 어디까지나 중장기 비전이다. 당장 경영통합부터 성공시켜야 한다. 이번 통합 무대는 일종의 시험대이기도 하다. 라인은 페이·파이낸셜 등 핀테크 분야 투자로 지난해 첫 380억원 적자를 냈으며, 야후재팬은 구글·아마존과의 경쟁이 힘에 부치는 등 두 회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합이 성공으로 이어지면 일본을 발판으로 동남아로 시장 확대가 가능하고, 실패하면 버림받을 수도 있다.
두 회사는 광고·플랫폼·핀테크와 시스템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 수퍼앱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대개 목 좋은 곳(사용자 수)에 여러 테마파크(콘텐트)를 짓고 많은 지출(페이)을 발생시키는 한편, 곳곳의 공터에 광고판(광고수익)을 설치해 이익을 낸다. AI는 관광객과 최대한 오랜 시간 테마파크에 머물며 많은 지출을 유도하는 내비게이션 역할이다. 이에 라인은 판로로서 사용자를 모으고, 야후재판은 다양한 콘텐트를 공급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계산이다.
광고의 경우 사업주와 고객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마케팅 창구를 늘리는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한다. 시장 전환으로 현재 30%(라인·야후재팬 합산 4277억엔)인 일본 인터넷 광고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동인구와 지출이 가장 많은 e커머스 부문도 강화한다. 야후재팬의 모기업인 Z홀딩스는 올해 인수한 의류 쇼핑몰 조조타운을 비롯해 야후쇼핑·아스쿨 등 여러 쇼핑몰을 갖고 있다. 야후재팬의 온라인 쇼핑몰 일 거래액은 지난해 기준 약 1조9400억엔(약 21조원)으로, 일본 e커머스 기업 중 세 번째로 많다. 라인이 창구 역할을 하면 방문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례적인 지분율 50대50
새로운 통합 서비스 개발은 라인이 주도할 전망이다. 라인은 플랫폼이기 때문에 Z홀딩스 산하 콘텐트 기업보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개발에 능해서다. 실제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Z홀딩스의 최고개발책임자(CPO, Chief Product Officer)를 맡기로 했다. 대신 가와베 Z홀딩스·야후재팬 대표가 통합 법인의 사장을 맡아 경영을 이끈다. 라인 관계자는 “통합 후 첫 번째 목표는 페이시장이 될 것이며, 일본 내 1위만 달성해도 큰 성공”이라며 “경영은 야후재팬이, 개발은 라인이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 개발자들을 통해 야후재팬에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경영과 개발의 불균형 문제나 갈등의 소지도 있다. 다만 그간 합작법인 설립과 지분 투자에서 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던 소프트뱅크가 이례적으로 네이버와는 동률로 투자했다는 점에서 양보를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일본 최대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와 합작회사 ‘모넷테크놀로지’를 만들면서도 50.25%의 지분을 요구해 관철한 바 있다.
라인과 야후재팬이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AI를 매개로 네이버·소프트뱅크의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질 수도 있다. 네이버는 2000년대 세계 최고의 AI 연구기관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 현 네이버랩스)을 2017년 인수하는 등 AI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 또 클라우드 서버의 운영, 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소프트뱅크가 방치하고 있는 사업군에 경쟁력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네이버가 필요로 하는 세계적인 모빌리티 플랫폼을 확보했다. 손정의 회장이 비전펀드 등을 지렛대로 미국 우버,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 글로벌 승차공유 회사에 집중 투자한 결과다. 두 회사가 협업하면 빅데이터의 3대 축으로 꼽히는 검색·쇼핑·GPS 분야 모두를 섭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직 AI 개발이 더딘 모빌리티 분야에서 한발 앞서나갈 수 있다.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는 “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은 오픈 플랫폼이자 데이터 플랫폼 회사로 위치기반 서비스로 방대한 양의 GPS 정보도 받고 있다”며 “한국·일본의 데이터는 양이 한정되고 세계적으로 활용 가치가 낮아 네이버·소프트뱅크가 홀로 세계적 AI 기업이 되긴 어려운데 두 회사가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독과점, 통합 걸림돌 될 수도
이에 11월 18일 도쿄 타나카와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두 회사 대표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개인정보보호 강화 계획을 설명하는 등 당국의 판단에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1월 19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무상은 내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의 활성화와 편리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수 사용자를 가진 사업자의 통합은 국민 생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일본 내 여론은 일부 마찰은 있을 수 있지만 공정위 승인은 무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간 라인의 라인페이와 Z홀딩스의 페이페이가 출혈경쟁을 거듭해왔기 때문에 일본 공정위가 과당 경쟁을 막자는 취지로 전향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정부가 최근 데이터 과점에 따른 경쟁 저해를 규제하는 것은 자국 기업보다는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염두에 둔 측면이 강하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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