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혁신도시는 지금 ‘유령도시’
[문정현의 부동산 투자 길라잡이] 혁신도시는 지금 ‘유령도시’
건물만 옮겨놓고 여건 못 갖춰 정주인구·상가공실 ‘빨간불 혁신도시는 지방이전 공공기관을 수용해 연구소·대학·기업 등의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여건과 정주환경을 갖추도록 개발된 미래형 도시다. 과거 고도성장 과정에서 중앙집중적 성장 전략에 따라 수도권이 과밀해진 상황에서 양극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혁신도시를 만들게 된 것이다.
혁신도시는 개발유형에 따라 혁신거점도시, 개성 있는 특화도시, 친환경 녹색도시, 교육·문화 도시로 구분하며 전국에 총 10곳이 조성됐다. 문제는 급증하는 상가 공실률이다. 정주인구 수요 예측 실패로 무분별한 공급이 이루어졌고, 그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
필자는 약 3년 전부터 혁신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10개 혁신도시를 방문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상가 임대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공실 때문에 대출이자도 못내는 상황에 내몰렸고, 임대료 경쟁으로 임차인 모집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대부분의 상가에는 ‘임대’, ‘For Lease’ 등이 붙어 있다. 낮에 영업 중인 곳도 저녁만 되면 암흑 가득한 유령도시로 탈바꿈한다. 정부는 수많은 인구이동이 이뤄졌고 정주환경이 조성됐다고 발표하는데 이곳 상가들은 공실률이 왜 늘어나고, 폐업까지 증가하는 것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약 5만명이며,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40%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60%는 혁신도시 외 지역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진 기러기 아빠·엄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전기관 임직원의 정착률 높이기가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도시 활성화 여부는 단순히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아니라, 정주환경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혁신도시에는 공공기관 업무시설 외에도 대규모 주거시설·상업시설·교육시설 등이 조성돼 있다. 주거시설은 대부분 대단지로 조성됐다. 하지만 주거시설 외에는 공급 대비 수요가 현저하게 부족하다. 이는 이용자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가족과 현지에 거주·정착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2014년 조성된 나주혁신도시. 필자가 지난 5월에 방문해보니 1층 상가조차 비어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기관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동인구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부 상가에서는 렌트프리(무상임차)를 6개월에서 1년까지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나주혁신도시의 건물 900여개 중 상가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약 40%다. 대부분 분양상가며 공실률은 약 75%에 이른다.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임직원과 원주민들이 원하는 여건은 무조건적인 상가 공급이 아니라, 혁신도시에 적합한 정주여건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다. 즉, 어긋난 도시계획과 과도한 분양상가 공급 탓에 지역주민까지 몸살을 앓고 있으니 교육·의료·편의성을 균형 있게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2015년에 조성된 대구혁신도시도 혁신도시를 포함해 대구 구도심 상권에 대한 잘못된 도시계획과 수요예측 오류로 침체에 빠졌다. 혁신도시에 공급된 500여개 상가 중 70%가 공실 상태다. 침체 원인은 원도심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1인 가구며 생활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이곳도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유동인구는 증가했지만 상권을 활성화시킬 정주인구가 부족해 공실이 증가한 경우다. 두 혁신도시 사례를 보면 결과적으로 정주인구에 대한 수요 예측이 잘못됐고 그에 따른 무리한 상가 공급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오랜 불경기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까지 위축된 점도 원인이다. 새로 조성된 지역과 원도심과의 연계성이 부족해 단절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하게 교통망 확충을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기반시설의 공급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해 나가야 한다. 원주민이 이탈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이탈을 최소화할 장치는 필요하다는 뜻이다. 높은 분양가 때문에 수익률을 보전하려고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는 것은 이론일 뿐이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감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임대료 책정이 필요하다.
최근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당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증가하면 지역경제와 상권이 발달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모두 정주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개발수요를 추정해선 안 된다. 기존 사례에 비추어 50% 미만 정도로 잡아 정주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택지개발 주체가 주거지역·상업지역·원도심 간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도시 확장을 위한 교육문제와 접근성, 그리고 생활여건 등도 개선해야 한다. 경제활동이 지속되도록 일자리 창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드는 추세도 혁신도시 상가의 존립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계획 수립이 상권 활성화 요건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까지 4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가 본연의 활성화보다 테마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동시에 각종 기반시설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상가도 부동산이기에 입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입지를 바꾸기란 어렵다. 혁신도시 상가를 들여다보면 프랜차이즈 식음료 시설은 맛과 품질을 떠나 네이밍만으로도 매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들이 새 메뉴를 개발한다고 상가·지역경제 침체가 해결될까.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 즉 지역 특화사업과 의료·교육 시설 등이 함께 마련돼야 혁신도시의 내실을 꾀할 수 있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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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는 개발유형에 따라 혁신거점도시, 개성 있는 특화도시, 친환경 녹색도시, 교육·문화 도시로 구분하며 전국에 총 10곳이 조성됐다. 문제는 급증하는 상가 공실률이다. 정주인구 수요 예측 실패로 무분별한 공급이 이루어졌고, 그 피해는 시민들의 몫이 됐다.
필자는 약 3년 전부터 혁신도시 조성을 위한 지방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자문을 수행하기 위해 10개 혁신도시를 방문해 수많은 사람을 만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곤 했다. 상가 임대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공실 때문에 대출이자도 못내는 상황에 내몰렸고, 임대료 경쟁으로 임차인 모집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혁신도시 대부분의 상가에는 ‘임대’, ‘For Lease’ 등이 붙어 있다. 낮에 영업 중인 곳도 저녁만 되면 암흑 가득한 유령도시로 탈바꿈한다. 정부는 수많은 인구이동이 이뤄졌고 정주환경이 조성됐다고 발표하는데 이곳 상가들은 공실률이 왜 늘어나고, 폐업까지 증가하는 것일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 기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서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직원은 약 5만명이며,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직원은 40%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60%는 혁신도시 외 지역에서 출퇴근하거나 가족과 떨어진 기러기 아빠·엄마다.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전기관 임직원의 정착률 높이기가 무색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도시 활성화 여부는 단순히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 수가 아니라, 정주환경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추는데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예측 오류 상가공급 과다로 공실 늘어
2014년 조성된 나주혁신도시. 필자가 지난 5월에 방문해보니 1층 상가조차 비어있는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기관 업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유동인구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일부 상가에서는 렌트프리(무상임차)를 6개월에서 1년까지 제공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나주혁신도시의 건물 900여개 중 상가로 활용할 수 있는 면적은 약 40%다. 대부분 분양상가며 공실률은 약 75%에 이른다. 혁신도시의 공공기관 임직원과 원주민들이 원하는 여건은 무조건적인 상가 공급이 아니라, 혁신도시에 적합한 정주여건을 조성해달라는 것이다. 즉, 어긋난 도시계획과 과도한 분양상가 공급 탓에 지역주민까지 몸살을 앓고 있으니 교육·의료·편의성을 균형 있게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2015년에 조성된 대구혁신도시도 혁신도시를 포함해 대구 구도심 상권에 대한 잘못된 도시계획과 수요예측 오류로 침체에 빠졌다. 혁신도시에 공급된 500여개 상가 중 70%가 공실 상태다. 침체 원인은 원도심과의 연계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인구의 대부분은 1인 가구며 생활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이곳도 공공기관의 이전으로 유동인구는 증가했지만 상권을 활성화시킬 정주인구가 부족해 공실이 증가한 경우다.
일자리 창출 특화사업 개발로 이탈방지 고민해야
최근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해당하는 공공기관을 유치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증가하면 지역경제와 상권이 발달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모두 정주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개발수요를 추정해선 안 된다. 기존 사례에 비추어 50% 미만 정도로 잡아 정주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택지개발 주체가 주거지역·상업지역·원도심 간 유기적인 연계를 고려해야 실패를 반복하지 않는다.
도시 확장을 위한 교육문제와 접근성, 그리고 생활여건 등도 개선해야 한다. 경제활동이 지속되도록 일자리 창출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과 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오프라인 매장이 줄어드는 추세도 혁신도시 상가의 존립에 위험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하는 계획 수립이 상권 활성화 요건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전국 10개 혁신도시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22년까지 4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상가 본연의 활성화보다 테마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동시에 각종 기반시설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상가도 부동산이기에 입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입지를 바꾸기란 어렵다. 혁신도시 상가를 들여다보면 프랜차이즈 식음료 시설은 맛과 품질을 떠나 네이밍만으로도 매출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들이 새 메뉴를 개발한다고 상가·지역경제 침체가 해결될까. 하드웨어보단 소프트웨어, 즉 지역 특화사업과 의료·교육 시설 등이 함께 마련돼야 혁신도시의 내실을 꾀할 수 있다.
※ 필자는 상업용부동산 관리 서비스 기업인 백경비엠에스 투자자문 본부의 컨설팅 팀장이다. 정부 공공기관의 부동산 투자자문을 수행하고 있다.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부동산자산관리사(CPM)와 상업용부동산중개자문자격(SIOR)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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