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보험업] 저금리·고령화에 ICT 공룡 도전까지 ‘변화의 파도’
[격랑의 보험업] 저금리·고령화에 ICT 공룡 도전까지 ‘변화의 파도’
대마불사 분위기 속 합종연횡 활발… ‘삼성생명법’에 주가 반짝 상승도 인구구조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던 보험업계에 변화의 큰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주가 상승이 나타났고, 소문으로만 여겨지던 보험사의 M&A는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2020년은 새로운 경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판이 커지고, 변화가 시작되면 적자생존의 양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보험업계에서는 당분간 부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생존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 파트너로만 여겼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보험업 진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 증시의 급락과 반등 움직임에도 꿈쩍 않던 보험업종이 8월 이후 ‘삼성생명법’에 반응하면서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을 현행 취득원가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8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20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1980년대 약 5400억원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법’은 일시적 이슈로 보며 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간 어려움을 겪어오던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새 주인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와 인수합병 시장에서는 새해 벽두에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소식이 전해졌다. 오래 전부터 떠돌던 푸르덴셜생명 매각설이 예비입찰을 통해 현실이 된 것이다. 연간 200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내는 푸르덴셜생명은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KB금융그룹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푸르덴셜생명의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은 뒤, 지난 9월 1일 출범식을 개최했다.
푸르덴셜생명의 2019년말 기준 자산총계는 21조원으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11위 수준이다. KB금융그룹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9조8000억원이다. 두 회사가 통합되면 자산 규모 29조원의 흥국생명을 제치고 국내 생보업계 9위 업체가 된다. 이를 통해 2019년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하면서 생보업계 4위권으로 부상한 신한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7월을 목표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 출범을 준비 중이다.
리딩 금융그룹으로 경쟁하는 두 회사 외에도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손해보험업에서 덩치 키우기에 나서면서 또 다른 업계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월 한국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뒤 4월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았다. 이어 6월 1일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손해보험업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보험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보험업에 접근하고 있다. JC파트너스는 지난 6월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고, 지난 4월에는 MG손해보험의 대주주 지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JC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우선적으로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 금융그룹들이 앞 다퉈 보험사 인수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계속되는 ‘새 주인 찾기’가 업황 부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형사의 이탈과 대형사 위주 시장 재편의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계속 부상하면서 언제든 실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된 보험업에서 단기간 수익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며 “고객이나 상품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산 규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특히 생보사들은 인구구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위기설이 일상화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6년 초 ‘생명보험산업 가치창조의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생명보험업계를 실패한 산업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한국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인구구조 고령화가 가속화돼 성장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성장할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장기화된 저금리 환경은 생보사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보험사들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투자하는 식으로 자산을 운용해 보장 혜택을 돌려주고 수익을 낸다. 보험계약에서 제공하기로 한 보장 혜택이나 환급금은 금리 상황을 감안해 계산하는데, 계약을 맺은 시점보다 금리가 낮아지면 역마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생보사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6~8% 금리를 보장하는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경쟁적으로 판매해왔다.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0년 9월 현재 0.50%까지 낮아졌다.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 계약은 만기가 길어 금리 인하가 지속된다고 해서 계약 내용을 빠르게 바꾸기 어렵다. 또 국내 생보사들이 과거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에 집중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확정금리형 상품은 계약자에게 미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준비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생보사들의 수익성 부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생보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치는 4.9%에 그친다. 총자산이익률(ROA) 평균치는 0.43%다. 수익성 부진은 2020년 상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6월말까지 국내 생보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과 총자산이익률 평균치는 각각 4.68%, 0.45%를 기록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어려움은 수익률 부진에서 그치지 않고 자본 확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의 요청으로 2023년까지 연기되긴 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고돼 있어서다. IFRS17은 보험사들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시장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생보사 수익성 하락은 장기적 관점의 보험영업이익보다 근시안적인 외형 위주 영업 이력이 가져온 결과”라며 “금리 역마진으로 인한 저수익성을 견디면서 동시에 보험계약 만기 대비 짧은 기간 안에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생보업계 1위 삼성생명은 중장기 전략으로 국내 보험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글로벌 자산운용과 해외 보험사업으로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익의 85%를 국내 보험사업에서 거두고 있지만 2030년에는 수익구조를 국내보험(28%), 해외보험(30%), 자산운용(32%)으로 분산시킨다는 내용이다. 유호석 삼성생명 부사장(CFO)은 지난 8월 13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틀을 벗어나 구조적 혁신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신규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차별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사는 보험 상품 다양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에서 밀리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자산 규모보다 상품 자체 수익성에 무게를 두는 외국계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설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손해보험사들도 어려운 환경은 마찬가지다. 보험원가는 상승하고 있는데 보험료 인상이 금융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표적인 손보 상품인 자동차보험만 놓고 봐도 손해율은 80~90% 사이에서 유지된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12개 손보 업체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2019년 4분기 기준 91.9%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1분기에는 87.5%, 2분기에는 84.3%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및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하면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카카오는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보험 판매채널 역시 비대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 ICT 업체들의 영향력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김동규 보험연구원 연금연구실장은 “비대면 환경 조성과 신기술 도입으로 ICT 기업이 보험시장에 진출하고 보험 가치사슬 전반이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와 플랫폼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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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판이 커지고, 변화가 시작되면 적자생존의 양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보험업계에서는 당분간 부정적인 사업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 때문에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생존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지금까지 비즈니스 파트너로만 여겼던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보험업 진출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전 세계 증시의 급락과 반등 움직임에도 꿈쩍 않던 보험업종이 8월 이후 ‘삼성생명법’에 반응하면서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지분을 현행 취득원가 대신 시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28조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20조원 가량의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은 1980년대 약 5400억원을 들여 삼성전자 주식을 취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법’은 일시적 이슈로 보며 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장기간 어려움을 겪어오던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새 주인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경쟁 구도 재편에 주목
푸르덴셜생명의 2019년말 기준 자산총계는 21조원으로 생명보험사 가운데 11위 수준이다. KB금융그룹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9조8000억원이다. 두 회사가 통합되면 자산 규모 29조원의 흥국생명을 제치고 국내 생보업계 9위 업체가 된다. 이를 통해 2019년 오렌지라이프의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하면서 생보업계 4위권으로 부상한 신한금융그룹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신한금융그룹은 2021년 7월을 목표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법인 출범을 준비 중이다.
리딩 금융그룹으로 경쟁하는 두 회사 외에도 하나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이 손해보험업에서 덩치 키우기에 나서면서 또 다른 업계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월 한국교직원공제회로부터 더케이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뒤 4월에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았다. 이어 6월 1일 디지털 종합손해보험사인 하나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손해보험업 진출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금융그룹들과 달리 보험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는 사모펀드 JC파트너스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보험업에 접근하고 있다. JC파트너스는 지난 6월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고, 지난 4월에는 MG손해보험의 대주주 지위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JC파트너스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우선적으로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대표 금융그룹들이 앞 다퉈 보험사 인수에 성과를 내고 있지만 보험업계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계속되는 ‘새 주인 찾기’가 업황 부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소형사의 이탈과 대형사 위주 시장 재편의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의 매각설이 계속 부상하면서 언제든 실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성장이 정체된 보험업에서 단기간 수익을 높이기는 쉽지 않다”며 “고객이나 상품 구조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자산 규모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수익성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에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가 꼽힌다. 특히 생보사들은 인구구조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위기설이 일상화됐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지난 2016년 초 ‘생명보험산업 가치창조의 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생명보험업계를 실패한 산업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한국 생명보험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상위 3개 업체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인구구조 고령화가 가속화돼 성장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보험사 자산 규모가 경쟁력
더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로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 계약은 만기가 길어 금리 인하가 지속된다고 해서 계약 내용을 빠르게 바꾸기 어렵다. 또 국내 생보사들이 과거 확정금리형 저축성보험에 집중했다는 점도 발목을 잡는다. 확정금리형 상품은 계약자에게 미래 보험금 지급을 위해 준비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생보사들의 수익성 부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5년간 생보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평균치는 4.9%에 그친다. 총자산이익률(ROA) 평균치는 0.43%다. 수익성 부진은 2020년 상반기에도 지속되고 있다. 6월말까지 국내 생보사들의 자기자본이익률과 총자산이익률 평균치는 각각 4.68%, 0.45%를 기록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어려움은 수익률 부진에서 그치지 않고 자본 확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의 요청으로 2023년까지 연기되긴 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고돼 있어서다. IFRS17은 보험사들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다. 시장 금리를 반영해 부채를 계산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수록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진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생보사 수익성 하락은 장기적 관점의 보험영업이익보다 근시안적인 외형 위주 영업 이력이 가져온 결과”라며 “금리 역마진으로 인한 저수익성을 견디면서 동시에 보험계약 만기 대비 짧은 기간 안에 추가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경쟁력 높이기 어려워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사는 보험 상품 다양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쟁력에서 밀리는 추세다. 이 때문에 자산 규모보다 상품 자체 수익성에 무게를 두는 외국계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외국계 보험사의 매각설이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손해보험사들도 어려운 환경은 마찬가지다. 보험원가는 상승하고 있는데 보험료 인상이 금융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대표적인 손보 상품인 자동차보험만 놓고 봐도 손해율은 80~90% 사이에서 유지된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에서 사고 발생 시 피해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내 12개 손보 업체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2019년 4분기 기준 91.9%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1분기에는 87.5%, 2분기에는 84.3%를 기록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 국내 최대 포털 및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험업에 진출하면서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보험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카카오는 내년 초 출범을 목표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보험 판매채널 역시 비대면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는 점에 ICT 업체들의 영향력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김동규 보험연구원 연금연구실장은 “비대면 환경 조성과 신기술 도입으로 ICT 기업이 보험시장에 진출하고 보험 가치사슬 전반이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며 “금융회사와 플랫폼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황건강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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