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반격, 벤츠 제치고 수입차 1위 탈환?] 4분기 E클래스·5시리즈 경쟁 승자가 ‘왕좌’ 오른다
[BMW의 반격, 벤츠 제치고 수입차 1위 탈환?] 4분기 E클래스·5시리즈 경쟁 승자가 ‘왕좌’ 오른다
5년 전 ‘선빵’ 맞은 BMW, 페이스리프트는 한 발 빨랐다 5년여 동안 한국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메르세데스-벤츠의 독주체제가 무너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2018년 화재사태를 딛고 일어선 BMW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에선 두 회사가 ‘볼륨 모델’ 신차로 맞붙는 4분기에 판매 실적이 뒤집힐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두 브랜드의 1, 2위 싸움은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싸움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16~2017년 출시된 벤츠 10세대 E클래스와 BMW 7세대 5시리즈의 경쟁에선 E클래스가 ‘판정승’을 거두며 벤츠의 독주로 이어졌다. 이 모델들이 최근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며 다시 맞붙는다. 두 차량의 싸움이 전체 브랜드 순위를 뒤집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BMW는 한국 수입차 업계 불변의 1위 브랜드였다. 한국수입차협회가 브랜드별 차량 등록 집계를 시작한 2003년부터 2015년까지를 보면 두 차례를 제외하곤 줄곧 판매 1위 브랜드로 이름을 올렸다. 2005년과 2006년에는 간발의 차이로 렉서스가 1위를 차지했다.
이런 BMW가 ‘부동의 1위’ 자리를 벤츠에 빼앗긴 건 2016년이다. 당시 벤츠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같은 해 완전 변경한 10세대 E클래스다. 앞서 풀체인지돼 성공을 거둔 S클래스의 ‘판박이’ 디자인을 갖추고 플래그십에나 담길법한 옵션들을 넣은 E클래스는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16년 1~6월 6597대 판매에 그쳤던 E클래스 판매량은 풀체인지 이후인 7~12월엔 1만6240대로 3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6개월간 판매된 10세대 E클래스 판매량이 같은 해 벤츠 전체 판매량(5만6343대)의 3분의 1에 가까울 정도였다.
E클래스의 선전으로 궁지에 몰린 BMW는 이듬해 2월 7세대 5시리즈를 재빠르게 들여왔다. 김효준 당시 BMW코리아 회장은 본사와 협의를 통해 5시리즈 모든 차종에 500만원 상당의 옵션인 ‘M스포트 패키지’를 기본적용하는 승부수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판정패’였다. 출시 첫해인 2017년 판매량(6시리즈 포함)이 2만4714대에 그치며 3만2414대가 팔린 2년 차 10세대 E클래스에 패배했다. 이듬해 발발한 BMW의 화재사태는 벤츠와의 격차를 더 키웠고, 지난해엔 벤츠(7만8133대)와 BMW(4만4191대)의 브랜드 판매량이 거의 두 배까지 벌어졌다.
약 5년간 벤츠에 굴욕을 맞본 BMW는 올 들어 반격을 시작했다. 격차가 벌어진 만큼 단번에 역전은 불가능하지만 벤츠의 판매량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나선 것이다. 올해 1~9월 두 브랜드의 한국 판매는 벤츠가 5만3571대, BMW가 4만1773대로 1만1798대 차이가 난다. 전년 같은 기간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2만4647대)에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올해 3분기만 보면 벤츠가 1만7203대, BMW가 1만6343대를 팔아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860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8월엔 BMW가 월간 판매 집계에서 벤츠를 2년8개월 만에 앞지르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최근 벤츠와 BMW의 판매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재고 판매 전략과 함께 BMW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출시된 5시리즈의 판매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4분기에는 수입차 1위 탈환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4분기가 반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신차 재격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016년 풀체인지 모델을 벤츠보다 한 발 늦게 내놓은 BMW는 페이스리프트에선 한 발 앞섰다. BMW는 지난 5일 7세대 5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한 발 늦은 벤츠는 오는 13일 E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공개하고 이달 중 출시한다.
두 차 모두 ‘풀체인지에 가까운 수준’의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판매량을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공개된 이미지들을 보면 디자인적으로 더 큰 변화가 있는 건 E클래스다. 벤츠의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이 적용된 첫 차다. 전면부 그릴은 물론 후면램프 등 디자인이 대폭 변경돼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2016년 10세대 E클래스는 앞서 출시된 S클래스 디자인의 인기 덕분에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적용된 패밀리룩은 E클래스가 가장 먼저 적용됐다”며 “시장의 반응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공개 전인 E클래스 역시 편의사양 등에 대폭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BMW 5시리즈의 디자인은 주간 주행등과 키드니 그릴의 형태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크게 바뀌었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E클래스보단 변화 폭이 적다. 5시리즈의 변화는 외관보단 성능에 집중됐다. 액티브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어시스트, 충돌회피조향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전 모델에 기본 탑재되는데,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반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신용카드 형태의 NFC 기반 ‘키 카드’가 기본 제공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디지털 키’ 기능도 활용 가능하다.
예측이 쉽진 않지만 업계에선 BMW의 한국법인 판매 의지가 큰 만큼 이번엔 5시리즈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BMW는 지난 5월 5·6시리즈의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한국에서 할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격 또한 승부를 결정지을 요인으로 꼽힌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두 차의 가격 인상 폭은 5시리즈가 더 적다. 엔트리 차급인 520i 럭셔리의 경우 6360만원으로 이전 모델 대비 30만원 올렸는데, E클래스 250e는 150만원이 오른 6450만원으로 책정됐다. BMW코리아 측은 “다양한 첨단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두 브랜드의 1위 싸움에 변수로는 제네시스가 꼽힌다. 두 브랜드의 잠재 소비층이 제네시스로 이동한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네시스는 올해 한국 시장에서 1~9월 7만7358대를 판매하며 고급차 분야에서 1위 브랜드로 도약했다. 제네시스는 2017년 이후 줄곧 수입차 1위 벤츠보다 적은 차를 판매했는데, 1~9월 판매량이 벤츠의 지난해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고급차 시장 1위 탈환이 확실시된다. 제네시스에 고객을 덜 빼앗기는 브랜드가 4분기부터 수입차 왕좌를 차지할 것이란 분석이다. 또 디젤게이트의 충격을 딛고 올해 1~9월 전년대비 200% 판매를 늘리고 있는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역시 수입차 판매 순위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지목된다.
벤츠와 BMW가 나란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은 두 브랜드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은 지난 5월과 6월 벤츠코리아 본사를, 지난달엔 BMW코리아 본사를 각각 압수수색 했다. 벤츠코리아 압수수색의 경우 앞서 환경부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판단에 따라 고발이 이뤄짐에 따라 이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역대 최대 과징금도 벤츠코리아 경영에 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766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벤츠코리아는 지난 8월말 642억원 정도의 과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로부터 국내 판매 차량 대수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징금이 일부 줄어들었다”면서도 “앞서 확인한 조작 혐의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BMW코리아에 최근 진행된 압수수색은 2018년 이뤄진 화재사태 당시 결함을 은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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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브랜드의 1, 2위 싸움은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싸움에 달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2016~2017년 출시된 벤츠 10세대 E클래스와 BMW 7세대 5시리즈의 경쟁에선 E클래스가 ‘판정승’을 거두며 벤츠의 독주로 이어졌다. 이 모델들이 최근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며 다시 맞붙는다. 두 차량의 싸움이 전체 브랜드 순위를 뒤집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6년 벤츠의 한 방에 2위로 밀린 BMW
이런 BMW가 ‘부동의 1위’ 자리를 벤츠에 빼앗긴 건 2016년이다. 당시 벤츠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같은 해 완전 변경한 10세대 E클래스다. 앞서 풀체인지돼 성공을 거둔 S클래스의 ‘판박이’ 디자인을 갖추고 플래그십에나 담길법한 옵션들을 넣은 E클래스는 출시와 동시에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2016년 1~6월 6597대 판매에 그쳤던 E클래스 판매량은 풀체인지 이후인 7~12월엔 1만6240대로 3배 가까이 판매가 늘었다. 6개월간 판매된 10세대 E클래스 판매량이 같은 해 벤츠 전체 판매량(5만6343대)의 3분의 1에 가까울 정도였다.
E클래스의 선전으로 궁지에 몰린 BMW는 이듬해 2월 7세대 5시리즈를 재빠르게 들여왔다. 김효준 당시 BMW코리아 회장은 본사와 협의를 통해 5시리즈 모든 차종에 500만원 상당의 옵션인 ‘M스포트 패키지’를 기본적용하는 승부수도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판정패’였다. 출시 첫해인 2017년 판매량(6시리즈 포함)이 2만4714대에 그치며 3만2414대가 팔린 2년 차 10세대 E클래스에 패배했다. 이듬해 발발한 BMW의 화재사태는 벤츠와의 격차를 더 키웠고, 지난해엔 벤츠(7만8133대)와 BMW(4만4191대)의 브랜드 판매량이 거의 두 배까지 벌어졌다.
약 5년간 벤츠에 굴욕을 맞본 BMW는 올 들어 반격을 시작했다. 격차가 벌어진 만큼 단번에 역전은 불가능하지만 벤츠의 판매량을 턱밑까지 추격하고 나선 것이다. 올해 1~9월 두 브랜드의 한국 판매는 벤츠가 5만3571대, BMW가 4만1773대로 1만1798대 차이가 난다. 전년 같은 기간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2만4647대)에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올해 3분기만 보면 벤츠가 1만7203대, BMW가 1만6343대를 팔아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860대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8월엔 BMW가 월간 판매 집계에서 벤츠를 2년8개월 만에 앞지르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자동차학)는 “최근 벤츠와 BMW의 판매 격차가 줄어드는 것은 재고 판매 전략과 함께 BMW 브랜드 이미지의 개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출시된 5시리즈의 판매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4분기에는 수입차 1위 탈환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4분기가 반환점이 될 수 있는 이유는 E클래스와 5시리즈의 신차 재격돌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016년 풀체인지 모델을 벤츠보다 한 발 늦게 내놓은 BMW는 페이스리프트에선 한 발 앞섰다. BMW는 지난 5일 7세대 5시리즈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출시했다. 한 발 늦은 벤츠는 오는 13일 E클래스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 공개하고 이달 중 출시한다.
두 차 모두 ‘풀체인지에 가까운 수준’의 변화를 보였기 때문에 판매량을 쉽게 예단하긴 어렵다. 공개된 이미지들을 보면 디자인적으로 더 큰 변화가 있는 건 E클래스다. 벤츠의 새로운 패밀리룩 디자인이 적용된 첫 차다. 전면부 그릴은 물론 후면램프 등 디자인이 대폭 변경돼 완전히 다른 차가 됐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2016년 10세대 E클래스는 앞서 출시된 S클래스 디자인의 인기 덕분에 어느 정도 성공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적용된 패밀리룩은 E클래스가 가장 먼저 적용됐다”며 “시장의 반응을 짐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 공개 전인 E클래스 역시 편의사양 등에 대폭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BMW 5시리즈의 디자인은 주간 주행등과 키드니 그릴의 형태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크게 바뀌었지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E클래스보단 변화 폭이 적다. 5시리즈의 변화는 외관보단 성능에 집중됐다. 액티브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어시스트, 충돌회피조향어시스트 등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프로페셔널’이 전 모델에 기본 탑재되는데, 주변 교통상황을 계기반에 3D 그래픽으로 나타내는 ‘드라이빙 어시스트 뷰’ 기능이 새로 추가됐다. 신용카드 형태의 NFC 기반 ‘키 카드’가 기본 제공되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디지털 키’ 기능도 활용 가능하다.
예측이 쉽진 않지만 업계에선 BMW의 한국법인 판매 의지가 큰 만큼 이번엔 5시리즈의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다. BMW는 지난 5월 5·6시리즈의 월드프리미어 행사를 한국에서 할 만큼 한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격 또한 승부를 결정지을 요인으로 꼽힌다.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인데, 두 차의 가격 인상 폭은 5시리즈가 더 적다. 엔트리 차급인 520i 럭셔리의 경우 6360만원으로 이전 모델 대비 30만원 올렸는데, E클래스 250e는 150만원이 오른 6450만원으로 책정됐다. BMW코리아 측은 “다양한 첨단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도 경쟁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가 큰 변수, 사정당국 조사도 관건
벤츠와 BMW가 나란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은 두 브랜드의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검찰은 지난 5월과 6월 벤츠코리아 본사를, 지난달엔 BMW코리아 본사를 각각 압수수색 했다. 벤츠코리아 압수수색의 경우 앞서 환경부의 배출가스 불법 조작 판단에 따라 고발이 이뤄짐에 따라 이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관련해 환경부로부터 받은 역대 최대 과징금도 벤츠코리아 경영에 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766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벤츠코리아는 지난 8월말 642억원 정도의 과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벤츠코리아로부터 국내 판매 차량 대수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징금이 일부 줄어들었다”면서도 “앞서 확인한 조작 혐의에 대한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BMW코리아에 최근 진행된 압수수색은 2018년 이뤄진 화재사태 당시 결함을 은폐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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