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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10만명’ 진입, 심화된 ‘양극화’- (3)금융업계] 디지털·ESG·동학개미… 코로나가 쏘아올린 혁신과 변화

[‘코로나19 10만명’ 진입, 심화된 ‘양극화’- (3)금융업계] 디지털·ESG·동학개미… 코로나가 쏘아올린 혁신과 변화

ESG 경영에선 KB·신한 질주, 하나·우리는 뒤처져
KB국민은행이 3월 15일 여의도 신관에 오픈한 AI체험존. / 사진:KB국민은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혼돈의 시간이 금융권에 ‘약’이 됐다. 코로나19 초기 증시 급락장에서 ‘동학개미’들이 앞다퉈 뛰어들며 ‘투자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비대면·디지털 혁신으로 자산관리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ESG 금융도 급부상했다.
 디지털화에 VIP도 비대면 ‘선호’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금융 산업은 급격한 디지털 전환기와 맞물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다. 이러한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4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은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금융서비스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AI 체험존(Zone)을 오픈했다. 인공지능 금융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바타가 등장하는 AI 가상 상담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인 ‘쏠리치(SOL Rich)’를 통해 빅테이터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투자성향에 맞는 맞춤형 펀드를 추천해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방식이다.

하나은행은 고객 맞춤형 비대면 자산관리 플랫폼을 선보였다. PB(프라이빗뱅커) 고객 대상 비대면 화상상담 서비스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부동산, 세무, 법률 등을 전문가로부터 서비스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4월 대면·비대면 채널에서 수집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AI로 분석해 적시에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편 디지털화의 그늘도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쇄된 은행 점포는 303개에 이른다. 디지털 격차도 우려된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 한 누리꾼은 “어머니께서 햄버거가 먹고 싶어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하려 했는데, 20분 동안 헤매다 그냥 집에 돌아와 우셨다”는 일화를 전했다. 키오스크 사용이 낯선 이들이 디지털 소외를 느끼는 데에서 오는 박탈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과 시민단체가 ‘디지털 포용’, ‘디지털 배려’를 위해 교육이나 설명회를 다양하게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학개미 운동’ 열풍에 증권사 수익 급증
코로나19 이후 금융 산업을 이야기할 때 ‘동학개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서는 경기 부양책을 내놨고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금융 시장에서는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가 각광을 받았다.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지난 2020년 3월 19일 연중 최저치인 1457.64를 기록한 뒤 두 달여 만인 5월 26일 2000선을 돌파할 정도로 역대급 상승세를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동학개미운동’으로 알려진 적극적인 매수 행렬로 상승세를 이끌었다.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한 개인 투자자들의 위력은 2020년 월간 매매동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020년 3월 한 달간 11조원이 넘는 금액을 순매수했다. 같은 해 4월과 5월, 6월 석 달 동안에도 각각 3조8000억원 가량, 총 11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를 통해 시장을 지지하려고 했는데, 개인 투자자들은 넉 달간 그 두 배가 넘는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동학개미’들의 순매수 효과는 국내 증권사들의 호실적으로 연결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은 총 13조 6511억원으로 2019년 9조4938억원에 비해 43.8%나 늘었다. 이 가운데 주식 투자 중개 과정에서 부과되는 수탁수수료는 7조924억원을 기록해 2019년 3조6288억원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덕분에 2020년 국내 증권사 57곳의 당기순이익은 5조9148억원으로 2019년 4조8945억원에 비해 20.8%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0년엔 코로나19 이후 증시 호조 속에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가 각광받았다”며 “덕분에 주식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수수료 수익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ESG 열풍의 진원지’ 금융권 녹색바람
ESG가 금융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것. 한때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착한 투자’ 정도로 치부되기도 했지만, 이젠 상황이 확 바뀌었다. 국내 주요 금융그룹 ‘2021년 경영 전략’의 핵심은 예외 없이 ESG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공개 서신을 통해 “투자 결정 시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겠다”라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3월부터 역내 모든 금융사를 대상으로 ESG 관련 공시를 의무화한다. 글로벌 금융투자 기관들이 앞다퉈 ESG를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내세우면서, ESG는 이제 신성장동력이자 생존 키워드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환경(E)에 대한 관심이다. 지난해 9월 KB금융이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이래, 4대 금융지주 모두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에 대한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는 탈석탄 선언에 동참했다. 녹색채권 발행도 잇따른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및 계열 은행에서 발행된 ESG채권은 약 6조3360억원에 이른다.

ESG 관련 조직 정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ESG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ESG위원회를 신설한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본부장은 “ESG위원회의 설립은 조직과 정책의 정비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의사결정기구만 둔 채 내부에서 전담조직이 병행 운영되지 않으면 ESG위원회 설립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으므로, 통합적 운영에 관심을 기울여야한다”고 말했다.

국내 ESG 금융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일각에선 금융권 내 격차도 주목한다.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ESG 경영 분야에서도 앞서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한국기업 지배구조원의 2020년 ESG 등급평가에서 유일하게 전 분야 A+를 받았고, 신한지주는 서스틴베스트의 평가에서 AA로 최고 등급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이들 평가기관에서 공통적으로 A등급을 받았지만, 불완전판매 논란 등에 휘말려 감시대상 기업에 올랐다. 우리금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평가에서 B+등급에 머물렀다.

- 배현정·황건강·김하늬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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